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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53화-잠자는 용의 대지(3) (53/239)



〈 53화 〉53화-잠자는 용의 대지(3)

빅터 교관의 요청에 난 버크 아저씨가 소장으로 부임한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부터 이곳에서 보는 모든 것은 대외에 공개할  없는 기술로 앞으로 시나브로의 번영을 이끌 기술들이 전부 있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면 여길 지키는 이들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오셔서 필요한 절차를 건너뛰었을 뿐 만약 이곳에 허가받지 못한 이들이 접근하려 한다면 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이곳을 지키기 위해 난 현대의 CCTV와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과 홍채를 확인해야만 접근 가능한 시설로 만들고 혹여 이를 뚫고 시설 내부로 접근할 시 모든 시설을 자동 봉쇄하도록 설계하여 만일의 침입자가 침입을 하더라도 빠져 나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둘을 데리고 보호구를 개발하는 곳으로 데려가자 노장인 드워프 하나가 우리를 맞이했다.
“제이 사장! 무슨 일로 왔는가? 이번엔 우리에게 또 어떤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 아니구요. 여기  사람에게 ‘흑기사’ 갑옷을 보여주려구요.”
“흠, 얼마 전에 만든 그 물건 말인가? 드워프들이 갑옷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모두들 자기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 안달이 날텐데”
“그 정도입니까?”
“질문이 고작 겨우  정도냐고? 저 갑옷은 활과 쇠뇌로도 뚫리지도 않고 둔기로 후려쳐도 잘 찌그러지지도 않지. 가장 무서운 건 우리가 여태까지 입었던 체인메일은 칼로 찌르면 칼날이 말려 들어가면서 상해를 입힐 수라도 있는데 이건 지금 존재하는 무기들론 그렇게 찌르기도 어려워. 안에 얇은 가죽이라도 받쳐 입는다면 칼날에 의한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네.”

둘은노장인 드워프의 설명을 모두 듣고 머릿속으로 일반 기사들끼리 맞붙었을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떠올랐다.
“무섭군요.”
“나라면 이 놈을 입은 기사단을 본다면 최소 마스터의 수준이 아닌 이상 도망부터 치고 보겠어. 클클.”
이제는 이곳의 문명에 적응이 되었는지 드워프답지 않게 점프수트를 깔끔하게 입고 수염을 멋있게 자른 노장인 드워프가 장갑을 벗어 흑기사 갑옷을 때리며 말했다.

“생산기간은 기존의 갑옷에 비해 어떻습니까?”
“비약적으로 빨라져서 기존의 갑옷보다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해낼 수 있지.”
“그럼단점이 없습니까?”
“갑옷이 가진 단점이 뭐겠나?”
“무게?”
“쇠를 뒤집어쓰고 돌아다니는데 무게에 의한 피로가 문제라면 문제겠지.”

노장인 드워프의 말을 전부 듣자 둘은 이정후가 만들 시나브로의 군대가 얼마나 강력할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검은 올빼미를 적으로 맞이할 이들은 공포가 무엇인지 느껴야 할 것 같군.”
“저도 기대가 됩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자 버크 아저씨가 소식을 들었는지 찾아왔다.
“빅터랑 검은 올빼미 단장이 찾아왔다기에 나도 얼굴이나 볼겸 찾아왔지.”

빅터와 검은 올빼미 단장은 버크 아저씨를 보자 고개를 숙였고 버크 아저씨는 검은 올빼미 단장과 악수를 하곤 빅터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버크 연구소장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이거 이거 연구소 생활이 바빠서 우리 빅터 얼굴  시간도 없었구나.”
“아닙니다. 이곳에 있는 이 갑옷만 봐도 연구소장님이 어떤 일을 하고 계실지 상상이 됩니다. 너무 무리하진 마십시오.”
“허허, 무리라니? 하루하루가 너무 즐거워. 꼭 200살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그건 맞소, 샤이어 연구소장. 클클. 이곳에선 매일매일이 즐겁고 새롭지.”

내가 넘겨준 기술들이 이들에겐 놀잇감이고 장난감이었나보다.

그때 이후로 몇 달이 흘렀다.

이젠 시내의  건물 1층에선 노란 기름 사이로 닭이 튀겨지고 있었다.
“킁킁, 이 냄새. 정말 맡을수록 미쳐버릴 것 같아! 으으으.”
“하루의 고된 노동을 씻어내는 냄새랄까? 하하하하”
“우선 막걸리부터 한잔 하자구.”
“자, 우리가 이렇게 일한 뒤 마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신 시나브로의 사장님이자 크로니클 도시의 시장님이신 제이 님을 위하여!”
“제이 시장님을 위하여!”

최근 유행하는 ‘치막’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밝군요.”
“정후 사장님이 만든 도시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크로니클 단원들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이런 광경을  수는 없었겠죠. 저 혼자 만든  아니에요.”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행복을 느껴봐야 하는데 말이지.”

후라이드 치킨 닭다리를 뜯은 드마코 형은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아쉬운 건 예전에 마시던 시원한 맥주를 이들은 모른다는 거야.”

외부와의 교류를 일정기간동안 차단하다보니 당장 이들을 먹일 정도로 충분한 밀을 들여오기가 쉽지 않은데다 지역기후 상 대부분의 농지는 쌀 아니면 목화가 심어져 있었다.
“준비가 끝나고 확장기로 넘어가면 그때부턴 시원한 맥주와 함께 치킨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될 거에요.”
“난 치킨 수프나 백숙이라는 것도 좋은데 말야.”
“윽,  물에 빠뜨린 닭은 별로야. 고로 고기라 하면 이렇게 기름진 맛이 있어야지.”

에디나 누나는 빅터의 옆에 앉아 포크로 세심하게 닭을 분해해서 입에 밀어넣었다.
“너 근데 왜 치킨을 그렇게 먹어?”
“내가 왜?”
“너 원래 닭다리 두 개씩 들고 뜯어 먹잖아.”
코엘 누나가 웃으며 에디나 누나에게 장난을 걸었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아~ 연모하는 님 앞에선 연약한 척하고 마는 그대 이름 여자여!”
“그믄해”

오랜만에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지난 시간들을 보내며 쌓인 피로가 좀 풀리는  같았다.
“좋다. 좋아.”
“정후, 뭐가 그렇게 좋죠?”

내 옆에 앉은 엘프 섀넌이 질문했다.
“그냥 이렇게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보니까 그동안 내가 보낸 시간들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만족감이 들기도 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서 보내는 이런 시간이 즐겁기도 하고 그렇네요.”

코엘 누나의 사촌이라는 섀넌은 엘프들이 크로니클 마을로 이주할 때 같이 왔었다.
“그래요?”
내가 웃는 걸 묘한 표정으로 섀넌이 쳐다보고 있자 코엘이 우리 사이로 끼어들었다.
“야, 치킨 앞에 두고 니들 뭐하는 거야? 식으면 맛없어. 이거 내가 먹어?”
“코엘 언니, 치킨은 식어도 맛있어. 그리고 함부로 제 접시에 있는 닭다리에 포크 들이밀지 말아 줬으면 싶은데?”
섀넌이 포크로 손을 쳐내자 코엘은 사촌동생이라는 섀넌의 대꾸에 머쓱한지 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날 쳐다봤다.
“너도 안 줄거야?”
“부족하면 더 시키면 되죠. 먹을래요?”
“정후 사장. 코엘 언니, 버릇 나빠져요. 주지 마세요.”
“넵”
“안 먹어!”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잠시였고 코엘도 정후도 이내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며 토요일 밤의 열기를 즐겼다.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섀넌은 쉽사리 사이로 끼어들지 못하고 어깨동무를 하고 즐거워하는 이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토요일 밤이 너무 좋아!”



“놀도르의 딸 코엘, 그동안 이정후를 지켜본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그는 누군가를 착취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악인이 아닙니다.”
“신처럼 모두를 똑같이 보다듬을 선인(善人)인가요?”
“자신에게 해를 입히려는 이들에게까지 호의를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를 이해하고 싶다면 우선 친해지십시오.”
“그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마음의 벽을 허물고 다가가서 가족이 되시면 됩니다.”

가족이라니 엘프와 인간이 어떻게 가족이 될  있단 말인지 섀넌 미냐르는 인간 세상에 오래 있었던 코엘 놀도르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백발마녀라고 불렸던 코엘이라 가능한 걸까?’

엘프치고 의외로 이전부터 인간들의 세상에 관심 많았던 코엘은 이내 엘프마을을 방문했던 인간 용병과 사랑에 빠졌다가 인간들에 의해 잃고 인간들의 세상에 뛰어들어 백발마녀라는 이름을 얻었던 엘프였다.
“그건 코엘이라서 가능한 거 아닐까요?”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이 비어져 나왔다. 하지만 코엘은 개의치 않는지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

“인간도 드워프도 삶의 방식이 다르고 종족이 다를 뿐 우리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약간의 방향성과 정도의 차이만 있지요.”
코엘은 아직 어린 여왕의 딸이 좁은 세계에 갇혀만 있어서 너무 꽉 막혀 있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많은 엘프들이 그렇듯 자신들만이 가장 고결한 존재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도 과거 엘프들 특유의 착각을 부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걸 생각하면 이 어린 엘프에게도 자신이 경험했던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엘프만이 고결하고 가장 뛰어난 존재라는 착각부터 버려야  겁니다.”
“착각인가요?”
“네, 이정후의 옆에서 그가 생각하는 바와 그가 변화시키는 것들을 지켜보세요.”

코엘은 빠르게 세상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는 이정후의 옆이라면 그가 가져온 새로운 기술들과 문물들을 경험하며 어리고 굳어 있는 엘프 여왕의 딸이 자신과 같은 깨달음을 얻을 기회가 빨리 오리라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코엘의 사촌동생이라고 하며 크로니클 단원들을 찾아온 섀넌은 그때 코엘과 나눈 대화 이후로 이정후가 가져온 변화들에 더 깊게 관심을 가졌다.
‘LED 랜턴이라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시계라는 것도 신기해. 어떻게 하루를 숫자로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라는 것은 먼 과거 하이엘프들의 역사서에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인간의 머리에서 나와 드워프를 통해 만들어진 합작품(合作品).

이정후가 만든 크로니클은 이제 마을의 수준을 벗어나 도시로의 변화를 거의 끝마치고 있었다. 엘븐하임에서도 일부 한정된 공간에서만 LED 랜턴으로나 가능했던 밝은 빛이 밤거리 이곳 저곳을 비춰 길은 낮처럼 환해졌다.
거리에는 정기적으로 30명은 탈  있는 ‘마법마차’라는 것들이 돌아다녔는데 대가도 저렴해서 10브론즈를 내거나 10브론즈로 구매할 수 있는 토큰이라는 것을 내면 크로니클의 도시 내의 정해진 구간 어디라도 편하게 이동할  있었다.

오래전 경험해봤던 인간들의 세상 같았으면 사람들은 어두운 밤이 오기 전에 자신들의 허름한 집으로 들어가 맛없는 음식을 대충 먹고 배를 채운 뒤에 잠을 청했을 터지만 크로니클 도시의 사람들은 이젠 밤에도 여럿이 모여 이전에 없던 음식들을 배불리 먹고 웃고 떠들고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들 중에서 드워프들과 엘프들도 섞여서 떠들며 즐기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자유도시 크로니클의 축복을 찬양하는 이들의 숫자는 9만이란 숫자에서 시작하여 가파르게 늘어났고 이젠 크로니클 도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엘븐하임을 둘러싼 12개의 마을처럼 크로니클을 중심으로 육각형의 도시를 건설할 예정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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