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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52화-잠자는 용의 대지(2) (52/239)



〈 52화 〉52화-잠자는 용의 대지(2)

출입관리소의 직원들이 이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노장인 드워프들과 함께 생산된 목화에서 처음으로 실을 뽑아내는 공장의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와 있었다.

“잘 뽑아져 나오고 있군요.”
“우리가 누군데? 드워프야 드워프!”
“우리가 못하면 아무도 못하지.”
“정후 사장이 만들어 온 설계도도 똑바로 이해 못해서 지지부진했던 것들이 뭐 이리 시끄러워.”
“그래도 만든 건 우리였어!”
“네, 여러분들은 자부심을 가지셔도 돼요.”

뽑아져 나오는 실들을 따라 천으로 가공되는 공장으로 이동하니 이미 교육이 끝난 초기 이주자들이 곳곳에서 생산된 천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일이 힘들지는 않습니까?”
“사장님! 아닙니다.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그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하면 되는 일인데요.”
“그..그래요?”
옷감을 생산하는 공장의 관리자가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야 하는 것인지 으레 상사들에게 하는 부하 직원의 말인지 가늠이 잘 안됐다.

“정후 사장, 본인도 드워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본인이 일궈낸 결과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가지시게.”
“버크 아저씨!”
“이젠 연구소장이라고 불러 줘야지. 기껏 연구소 직함을 달아줬으면 말야.”

버크 아저씨는 플레이트 아머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신체를 전부 감싼 갑옷의 그림을 보여주자 눈이 번쩍 하셨고, 각각의 관절이 자유롭게 구부러지고 활동 가능한 플레이트 아머의 활동성에 꿈뻑하고 넘어가셨다.
‘일부러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고딕 양식’ 플레이트 아머를 보여드리길 잘한 것 같다‘
이후 아저씨에게 크로니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을 만들고 크로니클의 물건들을 연구할 연구소의 대표를 맡아주실 수 없냐고 물어보자 아저씨는 어린애처럼 기뻐하며 좋아하셨다.
지금도 플레이트 아머에 얼마나 꽂히셨는지 20kg은 넘는 갑옷을 마치 대학생들이 입는 과잠바처럼 평시에도 입고 돌아다니실 정도였다.

“무슨 일이세요?”
“마침내 제분기계가 완성되었네.”
“벌써요?”
“방적기, 방직기, 재봉틀을 만들면서 드워프들과 장인들의 기술력이 많이 증가했으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네.”
“그럼 앞으로 제국의 밀 제분은 트리니티 상단의 주요 수입이 될 수 있겠어요.”
“크로니클 마을 봉쇄가 끝나는 시점까진 괜찮은 수입원이 되겠지.”
“상단 지점들로 이동하도록 해주세요. 이제 곧 생산되는 비누랑 같이.”

목화를 생산하면서 올해부터 목화 씨에서 ‘면실유’를 뽑아낼 수가 있었는데 이를 이용해서 더스크에서도 비누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내가 비누보다 관심 있는 건 목화 씨로 만든 식용유로 만들 ’치킨‘이지만...’

“제분기계 작동은 확인해보지 않아도 되겠나?”
“어련히 알아서 하셨을까요? 믿어요. 다만 만드신 분들의 공도 있는데 나중에 가서 확인은 해볼게요.”
아저씨는 내 말에 씨익하고 웃으셨다.
“그럼 그럼. 대표란 그래야 하네. 알아서 할 거라고 믿어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지.”

처음에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무엇이든 다  눈으로 보고 확인하려고 들었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사실이 곧 중압감이 되었고 책임감이 되어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부여했다. 사람인 이상 아무리 능력이 발전하고 체력이 올라갔지만 잠자는 시간조차 항상 긴장한 상태로 3개월 정도가 지나자 신경이 곤두섰고 주변 사람들에게 원래의 나라면 보이지 않았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며칠 지켜보시던 버크 아저씨가 날카로워진 날 데리고 엘프차나 한잔 마시자고 했다.
“정후 사장, 아니 정후 군. 적당한 긴장은 좋지만 너무 과도하게 긴장하면 정작 모든  폭발시켜서 힘을 발휘해야 할 순간에 제대로 힘을  수가 없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좀 믿어보는  어떻겠나?”

아저씨가 타주신 차를 마시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처음엔 그냥 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막상 많은 사람들이  말을 따라서 움직이고 결과물이 나오고 하다보니까  잘하고 싶기도 하고 제대로 해야 되겠구나 싶었어요.”
아저씨는 인자한 표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때까지 잠자코 기다려 주셨다.
“내가 보기엔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벌이는 일이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고느끼고 나니까 무섭기도 하구요.”
“그래도 좋아하지 않았나?”
“좋기는 하죠. 지나가는 아이들 얼굴이 깨끗해지고 웃음꽃이 피고 시나브로의 직원들은 평생에 없을 행운을 맞이한 것 같다고 감사하다고 할 때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진 않구나 싶거든요.”
“그럼 된 거 아닌가?”

아저씨가  주신 찻잔은 어느새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더 겁이 납니다.”
“왜지?”
“이 시간에도 내 눈에 안보이는 곳에선 사람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해서 귀족들의 착취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시나브로가 도시 크로니클을 반석에 올릴 때까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단 걸 생각하면 제가 그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방조하는 것만 같은 기분도 느껴요.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것만 같은 죄책감같은 게 생긴다고 할까요?”

아저씨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저으셨다.
“그러지 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는 거야. 그리고 세상을 모두 구하겠다는 구원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오만한 생각은 하지도 말았으면 싶군.”
“오만한 생각...인가요? 아저씨는 드워프들을 구하기 위해 노예해방전쟁에 참여하셨잖아요. 아저씨라면 제가 지금 받는 느낌이 어떤 건지 잘 아실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누구보다 내가 생각하는 죄책감이나 중압감을  이해해주실 것 같은 분의 입에선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기에 혼자 다 하려고 해선 안 되는 것일세. 자네는 신이 아니야. 진정 자네가 더스크 사람들을 돕고 싶은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고 도움을 청하게. 혼자 모든 걸 다할 수는 없어.  혼자라면 아무리 내가 가진 무력이 뛰어났다고 해도 노예해방 전쟁에서 그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을 거야. 같은 뜻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제국에서 노예제도를 몰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네. 나는 그저 존재하지 않던 길을 처음으로 낸 것, 그것 뿐이었어.”

아저씨는  어깨를 토닥이면서 칭찬을 해주셨다.
“정후 군은 매우 잘하고 있어. 그러니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능력이 있다 싶은 사람들을 믿고 자네가 생각하는 바를 전하게. 혼자라면 빨리 갈 수 있겠지만  멀리 높이 가려면 함께 하는 법을 익히도록 하는 게 좋아.”

그때의 대화 이후로 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나누며 내가  단계 더 성장했다는 걸 알  있었다.
[사용자 이정후]
차원이동능력 Lv6
-의사소통 능력 passive
-육체활성화 능력 passive
-인벤토리 능력 160톤 new!
-학습효율 증가+60% new!
-4kg 미만의 생명체 인벤토리 능력 한도 내로 보관 가능 new!

엘리스가 띄워준 홀로그램도 내 성장을 증명하고 있었다.

 능력이 성장하자 엘리스는 사용자 권한이 상승하였다는 안내와 함께 봉인되었던 일부 자료가 공개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연료전지?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만을 이용하여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나면 물만 생성된다고?”

엘리스가 알려준 연료 전지 기술은 우리 세상의 전기자동차의 배터리처럼 장시간 재충전할 필요가 없고 특정 연료만 추가로 공급해주면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전기를 생산하는데 있어 에너지 손실이 매우 적어 고효율의 발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에너지 발전 시설과 다르게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도 않는 무공해였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이건 한국에서 만들어 팔아먹어도 어마어마한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같은데?”
21세기의 지구에서 연구하는 기술보다 몇단계는 진보한 기술을 보자마자 더스트보다 지구에서 더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엘리스의 지적을 받기 전까지.
< 사용자 이정후의 세상에서 이미 힘이 없는 자의 기술을 지키지 못한 일들은 역사에서 수차례 증명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사례들이 있습니다.>
“점차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좋은 기술인데...”


엘리스의 말은 일부 일리가 있었다. 전기차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라든가 효율성의 문제는 비켜두고서라도 석유 카르텔의 파워와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자동차는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이 기술을 지구에서 공개하는 건 내가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을  해야겠네. 이곳에서도 시나브로가 만드는 도시가 앞으로 이 세상에 불러일으킬 기득권의 저항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겠고.”

지구에서의 문제점을 지적받자 그 문제가 더스트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엘리스의 지적을 받은 이후 난 연구소를 맡은 버크 아저씨와 협력하여 플레이트 메일을 양산해냈다.
플레이트 메일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체제를 준비하고 나서 빅터와 검은 올빼미 단장과 함께 무력단체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시나브로를 지키기 위한 무력단체가 필요해요.”
“제이 사장님, 검은 올빼미와 와처가 함께 할 것인데 그것으론 부족하겠습니까?”
“검은 올빼미 단장님, 세상엔 공개적으로 필요한 무력이 있고 비공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무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은 올빼미는 세상의 이면에서 시나브로를 지킬 존재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말하는 것은 시나브로를 지킬 기사단 혹은 군대같은 공식적인 무력단체입니다.”

핵무기와 강대한 군사조직이 주변국으로 하여금 전쟁억제력을 형성하듯 섣불리 시나브로를 칠 수 없도록 느끼게 만들 강력한 군대가 필요했다.
“나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후 사장.”
“검은 올빼미도  단계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둘에게 플레이트 아머에 검은색 도장(塗裝)을 한 ‘흑기사’ 컨셉의 디자인을 보여줬다.
“검은 올빼미들의 무기는 훌륭하지만 안전장비의 부족으로 부상자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플레이트 아머는 갑옷의 정점의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전 연구소장님이 입고 다니시던 것보다 나아진 것 같군요.”

디자인을 본 둘은 단번에  가치를 알아봤다.
“드워프들이 그동안 만든 1급품조차도 빈틈은 사슬갑옷을 겹쳐 입거나 해야 했고 불편했는데 이건 그냥 이 갑옷 하나로 모든 방어가 해결되는 형태겠군.”
“빅터 단장님, 다 좋은데 문제는 가격 아니겠습니까?”
“정후 사장, 이 흑기사 갑옷이란 것의 생산 가격이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합니다.”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답게 효용성과 함께 필요한 금액에 관심을 보였다.
‘엘리스, 얼마였지?’

‘맞다, 그랬었지.’

엘리스의 말을 고대로 그들에게 전하자 그들은 놀라워했다.
“1플래티넘으로 가능하단 말입니까?”
“현재 생산되는 드워프제 1급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군. 한번 실제 물건을 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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