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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46화-대제의 아들(3) (46/239)



〈 46화 〉46화-대제의 아들(3)
“10살이었던 빅터 그림우드가 20살이 되기까지 동안 대제가 주지 않은 아버지의 정을 버크로부터 대신해 받은 빅터는 어느 정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고 본인 입으로 이야기하더군.”
“그래서 버크 아저씨를 그렇게 아버지 대하듯 했던 거였구나!”
“10년간의 양육기간동안 붉은 수염이었던 버크 부단장이 빅터에게 정신이 강해지기 위해선 육체의 강함이 필요하다고 때때로 엄하게 훈련을 시키기도 했던 덕분인지 빅터는 붉은 수염과 붉은 수염을 따르는 호위대의 사이에서 훈련받은 결과 20살이 되었을 때 롱소드의 대가까진 아니어도 그 나이보다 한참이나 월등한 실력을 가질  있었어.”
“근데 버크는 전쟁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대장군이 그렇게 오랫동안 전장을 비워도 돼? 그쪽 왕은 뭐라고 안 했나?”
산골 구석에서만 살던 에디나가 붉은 수염 버크의 위엄을 모르는 것이 웃긴 드마코는 한참을 킥킥거려야 했다.
“니가 만약 그때 버크를 봤으면 그 기백이 무서워서라도 진짜 바지에 오줌 쌌을걸. 황제의 자리를 눈앞에  왕이 미쳤다고 버크보고 뭐라고  수나 있었을 것 같아? 그냥 대장군이 아니었어. 일개 귀족이었던 지금의 황제를 만들어준 사람이 버크인데.”
“그 정도로 대단한지는 몰랐어. 저번에 보니까 세긴 한  같던데.”
“휴우, 말을 말자.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버크 부단장이 전쟁터에서 자리를 비운 시기가 길었던 탓이었는지 처음과 달리 시간이 흐르며 어느 정도 이익을 챙긴 붉은 수염 측의 귀족들과 상인들의 지원은 시들해졌고 전쟁터는 고착화되어 휴전상태 비슷한 상태로 노예해방을 모두 끝마치지 못한 채 전쟁이 멈출 것 같았어.”
“하지만 그건 버크 부단장이 원한 노예해방과는 다른 형태였잖아.”
“기나긴 전쟁에 지쳐있던 버크 부단장은 당시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빅터같은 희생자가 계속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섣불리 전쟁을 다시 이어나가겠다는 결론을 내릴  없었어. 전쟁을 멈추기엔 세운 목표와 멀어졌고 전쟁을 계속하기엔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었으니까. 근데 그 고민을 해결해줄 존재가 나타난 거야.”
“그때 코엘이 나타났구나!”
“맞아. 붉은 수염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을 끝내주려는 신의 계시인지 지지부진해져 소규모 전투만 산발적으로 이어지던 곳에 ‘백발마녀’라는 신예가 등장했어. 혜성같이 등장한 백발마녀는 마스터의 실력이긴 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했는지 처음엔 전투에서 그다지  이득을 가져가지 못하고 다수의 익스퍼트들과의 차륜전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어. 그러나 이내 한손으로 롱소드를 휘두르는 기이한 쾌검술을 통해 실전에서 다수를 상대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법을 깨달았고 이내 전세가 조금씩 뒤집히기 시작했지.”
자신이랑 말장난을 하던 친구 코엘의 다른 일화에 에디나는 새삼 그녀가 낯설어졌다.
“다음부턴 적당히 까불어야겠다.”
“훗, 접경지역에서 유명했던 우리 형제들도 그때 당시 거기에 있었는데 백발마녀 측의 세력들이 그동안 비축해뒀던 힘을 쏟아낸 덕분에 그 흐름에 휩쓸려서 형은 죽고  겨우 살아남았어. 그렇게 단번에 전세가 뒤집어지자 붉은 수염 세력의 귀족들과 상인들은 붉은 수염의 출전을 강력히 요청했고 더 이상 고민할  없다고 판단한 버크 부팀장의 결단이 내려졌지.”
“유감이야. 근데 코엘이 원망스럽진 않아?”
“칼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면 언젠가 누구에게나 찾아  수 있는 일이었어. 코엘이 우리 형들을 찌른 것도 아니고. 나도 당시에 각오했던 일이기도 하고 내 형들이지만 항상 전장에서 죽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결국 소원대로 끝을 마무리한 셈이기도 했고. 그런 걸로 원망을 품기엔 내 손에 죽어간 이들이 너무 많지.”

에디나는 드마코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형을 죽인 세력에 속했던 이와 이제는 한 팀의 단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니. 용병들의 사고방식은 드루이드들과 많이 다른 걸까?’

“상황을 알게 된 빅터는 자신도 붉은 수염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붉은 수염의 반대에도 근위대와 함께 전쟁터에 도착했어. 전투가 시작되고 나타난 백발마녀를 차단하기 위해 전장에 대기하고 있던 붉은 수염이 본진에서 뛰쳐나갔고 붉은 수염은 그동안 빅터를 가르치면서 쌓아온 무력이 한층 더 상승했는지 마스터 최상급에 걸맞게 초반 몇 번의 전투에선 백발마녀를 힘으로 눌러버릴 수가 있었어. 그러나 매번 위기의 순간이 되면 백발마녀는 엘프 특유의 민첩한 몸놀림을 살려 전쟁터에서 빠져 나갔는데 몇 번 전투를 하면서 붉은 수염의 도끼를 상대하는 법을 그 과정에서 체득한 것처럼 언젠가부터 비등비등한 실력을 보이며 도망치듯 빠져나가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었지.”
“빅터가 이야기 해준거야?”
“아니, 이 부분은 세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조합한거야. 아무튼  과정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빅터는 코엘로부터 엘프 특유의 가벼운 몸놀림을 살린 백발마녀의 전투방법을 학습하기 시작했고 이내 백발마녀의 검술이 버크 부단장에게 배웠던 것과 다르게 어느 정도 자신과 잘 맞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았어.”
“다크엘프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엘프의 피도 엘프의 피가 맞긴 했나 보다.”
“그럴지도 모르지. 빅터는 붉은 수염이 가르쳐 준 파괴력과 백발마녀의 민첩함을 섞을만한 검술이 이내 떠올랐고 한동안 이를 수련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 다행히 전쟁터에 나간 붉은 수염이 크게 다치고 온 적은 없었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한 빅터는 전쟁터에서 빠져 나와 후방으로 이동한 뒤 한적한 곳에서 자신의 검술을 가다듬었대.”
“그럼 그때 빅터가 마스터에 올라서게 된 거지?”
에디나는 정후랑 훈련할  빅터의 입을 통해 살짝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땐 오르기 직전이었어. 빅터가 자신의 검술을 가다듬고 있던 지역은 붉은 수염을 지지하는 귀족이 지배하는 지역이었는데 영지 내에서 이상한 소문들이 돈다는 것을 듣고서 식량을 구하러 나왔던 빅터는 소문이 진실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제 마무리 단계에 도달한 검술훈련을 일시 중지하고 조사를 시작했어.”
“무슨 소문?”
“귀족이 저지르는 일이 뭔지 알기 위해 성에 잠입했던 빅터가 우연히 들리는 소리를 따라 간 성의 지하에서 발견했던 게 끔찍한 아동성착취의 현장이었나봐. 어린 엘프가 귀족으로부터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던 빅터는 이내 귀족에게 달려들었지. 붉은 수염과 백발 마녀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새롭게 익힌 검술이 어찌나 대단했는지 지하의 입구에 대기시켜뒀던 기사들을 놀란 귀족이 불러들였지만 검술을 얻기 전이라면 고전했을지는 몰라도 새로운 검술을 꺠우친 빅터는 여럿이 떼로 덤벼들었음에도 딱히 힘들다는 느낌 없이 그 자리에 몰려든 다른 기사들까지 모두 처치했어.”
“빅터답네.”
강맹하면서도 부드러운 검을 휘두르며 정의를 구현하는 빅터의 모습을 상상하자 에디나는 멋있는 빅터가 지금 옆에 있으면 어땠을까 상상했지만 이어지는 드마코의 목소리에 와장창 깨져버렸다.

“빅터는 엘프를 구하고 나서 보호를 하는 동안 어린 엘프로부터 혹시 어떻게 해서 잡혀 왔는지 말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분노에 마음을 내던진 소녀로부터 복수를 해주겠다는 대가로 붉은 수염의 세력 내에 노예들이 거래되는 비밀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 빅터는 자신이 아버지로 생각하는 붉은 수염이 붉은 수염을 지지하는 귀족의 영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버크 부단장이 고통받을 것이 걱정되었고 이내 친하게 지내던 버크의 호위대의 일부에게 따로 도움을 청해서 비밀리에 ‘와처’라는 첩보단체를 창설했어. 그때부터 빅터가 앞장선 결과 불과 몇 년 만에 붉은 수염의 세력 내에 있는 모든 비밀 노예시장과 노예상인들이 사라진 거야.”
“그게 와처가 노예를 사고 파는 이들에게 공포가  이유였구나.  그냥 혹시라도 와처하는 일을 보게 되면 감히 와처의 행사에 끼어들지도 말고 모른 척하고 도망가라는 어른들 이야기만 들어서...”
“몇번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빅터는 와처의 전 요원의 소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빅터는 상징적인 의미로 와처 본부에 골든벨을 만들었어. 골든벨 소리를 듣는 즉시 와처 요원들은 5분 내로 본부 홀에 전부 출동가능한 무장 상태로 집합할  있게 훈련도 시켰고.”
“그게 요크랑 같이 갔을 때 이야기지?”
“그때의 빅터는 무서웠어. 회색의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는 말이 괜히 생긴  아니야. 그렇게 노예시장과 노예상인들을 휩쓸어 버리는 과정에서 얻은 자금을 바탕으로 와처라는 단체를 계속적으로 확대했고 반영구적으로 유지할만한 재정을 확보했지.”
“근데  재정도 결국 부족하게 되었잖아.”
이 부분은 에디나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얼마 전 요크가 어떻게 해서 트리니티 상단을 성공시키게 했는지는 들었으니까.

“어쩔  없는 일이었어. 전쟁이 끝나고 나서 고아가 된 이들, 홀로 남은 여성들, 노인들이 많았는데 제국의 귀족들은 다른 일을 수습하기 바빠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와처가 이를 보다 못해 겨우 살아남은 약자들을 도왔으니까. 그러니ᄁᆞ 사실 제국의 초기 성장배경에는 숨은 와처의 헌신이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와처 덕분에 제국이 빨리 회복했던 거였구나.”
“그렇지. 그렇게 붉은 수염 세력 내에서 노예시장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척결한 빅터는 그 과정에서 제국과 전쟁 중인 지주귀족들의 세력 내에 아직도 많은 엘프들이 노예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정보도 얻게 되었어.”
“코엘이 참전했던 쪽이었지? 코엘은 왜 그쪽으로 참전하게 된거야?”
“코엘의 남편이었던 용병이 사망하게 된 것이랑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하게 물어볼 내용은 아니었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빅터는 붉은 수염에게 백발마녀의 세력에 엘프들이 잡혀 있는 곳이 있음을 알렸고, 비밀리에 와처 요원들을 급파하여 지주 귀족 세력 내에 있는 노예시장들을 샅샅이 파악해냈지.”
“세심하네.”
“붉은 수염 세력 내에서 비밀노예시장을 찾는 노하우를 습득한 와처에겐 적대진영이긴 했지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거야. 그렇게 얻은 거점들에 대한 정보를 붉은 수염에게 자세히 알려줬고 붉은 수염은 백발마녀와의 전투 도중 엘프들이 잡혀 있는 곳 일부를 넌지시 백발마녀에게 말해줬어. 한번 찾아보라고.”
“코엘이 처음부터 그렇게 쉽게 버크 부단장의 말을 믿었을  같지 않은데?”
“처음에 믿지 않던 백발마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쟁터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는 동안 붉은 수염이 건네준 정보에 적힌 곳들을 찾아갔나 봐. 그리고 거기에서 자신의 동족들인 엘프들이 갇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 코엘은 동족인 엘프들을 구제한 뒤 붉은 수염이 건네줬던 정보가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다시 붉은 수염과 비밀리에 만나 엘프들이 잡혀 있을 법한 모든 장소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받기로 하는 조건과 붉은 수염도 전쟁터에서 빠지겠다는 약속을 받고 함께 전쟁터에서 사라졌지. 백발마녀는 이제는 의미 없어진 전투들보다 자신들의 동족들을 구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왜 계속 코엘이 아니라 백발마녀라고 해?”
“둘은 같지만 이젠 다른 존재니까. 당시에 코엘은 지금의 코엘과는 말이 달랐어.”
“버크 부단장을 붉은 수염으로 설명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맞아, 그때의 두 사람과 지금의 두 사람은 생각하는 방향도 말투도 분위기도 달랐거든. 눈에서 보이는 혈기같은 것도 사라졌고.”

상상이 가지 않았다. 먹을 걸 가지고 싸우는 둘이 한 때는 칼과 도끼를 들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싸우던 사이였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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