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43화-Industrial Revolution(2)
동생과 엘리스 덕분에 방향을 빠르게 잡을 수 있었넌 나는 능력의 쿨타임이 지나고 나서도 좀 더 괜찮은 방안이 없을까를 구상하며 자료들을 뒤적거렸다. 그렇게 뒤늦게 찾아 본 인류가 쌓아올린 역사와 과학의 발전은 정말 눈이 부셨다.
”아, 인간은 역시 배워야 해!“
내가 편하게 누리는 모든 것들이 내가 알거나 혹은 누군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쌓아올린 업적이나 노력의 결과였으며 동시에 자본주의가 탄생시킨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과 거기에 속한 이름도 모르는 노동자들의 협력의 결과였다.
“학교 다닐 때 왜 이딴 걸 배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니. 시험 볼 때마다 벼락치기로 공부하면서 짜증만 냈는데...”
“아무튼 이젠 당장 뭐 더 생각나는 것도 없고 준비할 것도 없는 것 같아.”
아침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며 좋아했던 전날의 모습과 다르게 여전히 늘어져 있었다. 이동하기 전에 테이블에 앉아 양송이 스프를 컵으로 마시면서 말을 꺼냈다.
“다들 생각해 본 거 있어요?”
“소작농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제도 우리끼리 이야기를 했지만 단순하게 선, 악의 문제로만 접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과거 노예해방을 함께 했던 이들에게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이제 와서 선뜻 칼을 들이밀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빅터 교관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스푼만 들어서 수프를 떠먹었다
딸그락
“그래서 저도 생각을 해 봤는데요.”
“무슨 생각? 좋은 아이디어 있어?”
풀 죽은 닭들마냥 고개를 숙이고 스프를 떠먹던 팀원들이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본다.
‘주목 받으니까 뭔가 기분이 좋네.’
“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나 속옷들 어때요?”
“너무 편하고 좋지. 움직임에 맞게 늘어나기도 하고”
“옷을 팔자고? 옷을 파는 거랑 소작농 문제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단원들을 둘러보며 씨익 웃고 난 뒤 내가 연구하고 만든 뒤에 엘리스의 검수를 받은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농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는 방법을 제공하면 됩니다. 이미 트리니티 상단은 트리니티 제철소를 만들면서 공장제 생산이 가져다주는 대량생산이 주는 변화를 경험해봤죠?”
“생산성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지.”
트리니티 제철소란 것을 만들어낸 요크가 때마침 호응을 해준다.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산업혁명을 공부하다보니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어준 산업이 다름 아닌 ‘면직물공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옷감에 대한 수요가 일정하게 있기 때문에 면직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분명 귀족들부터 농민들까지 모두 우리들이 만드는 옷을 사 입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계는 3종류가 있어요. 방직기, 방적기 그리고 재봉틀이라는 기계죠.”
“그 기계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군.”
버크는 드워프답게 정후가 새롭게 가져온 기계의 개념을 궁금해했다.
나는 호기심이 동한 사람들의 앞에서 출력해온 프린트물을 나눠주며 설명을 계속했다.
“방적기는 여러분이 이전에 입었던 거친 ‘마’라거나 ‘목화’같은 작물 혹은 양털로부터 실을 뽑아내는 기계입니다. 방적기에서 그렇게 뽑아낸 실을 이용하여 우리가 입고 있는 천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방직기죠. 여기 출력해온 그림들이 있으니까 함께 보시죠.”
이쪽 세상에도 초보적인 방적기라고 할 수 있을 ‘물레’는 존재했지만 아직은 우리 세상처럼 개량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수준이었다. 방적기는 물레와 비교했을 때 몇 단계 앞서는 발명품으로 방적기의 발전의 역사를 알기 위해선 방직기부터 알아야 했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실을 이용해서 천을 짜는 ‘방직기’가 존 케이에 의해 ‘나는 북(flying shuttle)'이란 이름으로 발명되었다.
방직기란 베를 짜는데 사용했던 조선의 ‘베틀’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기계로 베틀이 사람의 손으로 직접 ‘북’이라는 것을 좌우로 옮겨서 ‘날실’ 사이로 ‘씨실’을 채워 넣어 무명을 만드는 도구였다면 존 케이가 만든 ‘나는 북’은 ‘북’을 총알처럼 좌우로 날려 빠르게 움직임으로써 속도를 높여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북’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원티드’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동체시력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물체를 잡는 훈련을 하려고 했던 장면에서 좌우로 움직이는 물체를 떠올리면 된다.
영국에선 그 ‘나는 북’ 덕분에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 내에 커다란 원단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에 원단을 제작할 수 있게 되자 이는 또 다른 수요를 증가시켰는데 ‘나는 북’덕분에 원단을 짜는데 필요한 실의 수요가 폭등하자 기존의 방적기로는 요구되는 실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존 케이가 만든 방직기로 인해 높아진 실의 수요를 감당하는데 적합한 물건을 만들어 낸 남자가 바로 ‘제임스 아그리브스’였다. ‘제임스 아그리브스’는 방적작업을 하느라 고생을 하는 아내인 ‘제니’를 위해 아내의 이름을 한 번에 8개의 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적기에 붙여 ‘제니 방적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제니 방적기의 경우 1번에 1개의 실을 뽑아내는 물레와 비교했을 때 8배나 그 효율이 증가했지만 제니 방적기는 근본적으론 사람의 손으로 돌려야 하는 ‘물레’의 발전형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남자가 만든‘제니 방적기’로 인해 탄생한 개념이 바로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 개념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제임스가 만든 제니 방적기 덕분에 실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고, 늘어난 생산량을 따라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실의 가격이 감소해서 수입이 감소하게 된 다른 방적업자들에겐 원한을 사게 되었다는 점이다.
‘역사의 발전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지. 컴퓨터 학원이 생기고 나서 주판 학원이 망했던 것처럼.’
필요가 발명을 낳는 것인지 높은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손으로 돌려야 한다는 한계를 지닌 제니 방적기의 단점을 불만스럽게 여겼던 사람이 나타났다. 리처드 아크라이트라는 남자가 바로 그 사람이었는데 리처드는 사람의 손이 아닌 ‘수력’에 의해서 실을 뽑는 기계를 만들면 굳이 사람이 수고롭게 힘을 들일 필요가 없어져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제임스가 만든 제니 방적기가 가내수공업의 용도로만 사용되었다면 가발제조공이었던 리처드가 만든 수력방적기는 물건을 공장이란 곳에서 만들도록 하는 공장 시스템을 확립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만든 ‘수력 방적기’도 사람의 손을 대신하여 ‘수력’으로 작동시킨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의 손만 대신했을뿐 제니 방적기처럼 한번에 8개씩 실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발명가 ‘세뮤엘 크롬턴’ 은 이 점에 주목해서 제니 방적기의 효율성과 수력 방적기의 동력 사용방법을 하나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해서 기계를 만들었는데 이게 바로 ‘뮬 방적기’다.
이 뮬 방적기에 의해 우리 세상엔 수력을 이용해서 ‘자동화’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이 자동화를 이곳에서도 내가 구현해 낼 수 있다면 설령 이세계에서 면직물에 대한 수요가 폭등하게 되더라도 꽤 오랫동안 실의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방적기와 방직기라는 거 정말 구조가 복잡하군."
“이 장치는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사람이 돌리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설계도가 복잡한 탓인지 다들 관심이 없는 가운데 이과계열 마인드가 패시브인 버크와 요크만이 설계도들을 마치 흥미로운 소설책을 읽듯이 분석하고 물어봤는데 딱 요점들만 정확하게 찝었다.
“우리가 만들 기계의 목적은 단 두가지입니다. 대량생산과 자동화(automation).죠. 방직기로 원단을 뽑아내고 방적기로는 방직기에 쓸 실들을 생산할 겁니다.”
“설계도는 어려워서 잘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만 그 많은 실들을 생산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원료를 도대체 어떻게 구하려고 합니까?”
빅터 교관은 한 단체의 수장답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원료의 공급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했다.
“우리가 필요한 실을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이 농부들과 엘프들 그리고 드루이드입니다. 이 기계에 필요한 실을 만들기 위해선 ‘면화’라는 작물의 대량재배가 필수적이거든요. 우리는 고정적 수입을 대가로 주는 대신 매년 고정적으로 일정량의 면화를 대량재배해야 합니다.”
“니 말은 그렇게 되면 농부들의 입장에선 밀농사를 짓는 것보다 면화농사가 더 높은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는 거지?”
“엘프들은 왜 필요해?”
“면화를 생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지력소모인데 엘프들의 ‘변’이 그 지력소모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역시 엘프들의 중요성은 대변에 있는 거였구나.”
요크가 이때다 싶어 코엘 누나를 놀리려고 했지만 이미 거기에 면역된 코엘 누나의 반응은 한 수 위의 것이었다.
“역시 드워프랑 다르게 엘프는 똥조차도 쓸모가 있단 말이지. 후후후. 이 쓸모도 없는 똥만 싸는 드워프야!”
‘아니...세상을 바꿀 변화를 말하는 중대한 순간에 왜 또 똥이야기야...’
목화를 재배한 뒤로 면화산업에 있어서 목화를 수확하는 일과 씨를 분리하는 작업에 필요한 노동력의 수요가 높았다. 이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의 남부농장주들은 흑인노예들을 데려와 저렴한 인건비로 노동력을 감당했다. 우리가 아는 흑인노예의 이미지는 여기서 탄생한 것이었다.
그럼 결국 내가 하는 면직물공업도 이름만 다를뿐 노예제의 부활을 부를 방책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류는 이미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냈다.
해결책이란 다름 아닌 ‘조면기’와 ‘목화수확기계’가 만들어 낸 높은 생산성이었다. 기계로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한다면 우리의 머리에 있는 많은 흑인 노예들이 필요할 일은 없었다.
‘조면기’란 목화를 재배하고 나서 목화 솜과 섞여 있는 씨를 분리해 내는데 필요한 기계였는데 조면기 한 대로 증가시킬 수 있는 생산성은 1000명의 흑인노예들이 씨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선 6만kg에 불과했던 목화의 1년 생산량이 남북전쟁 발발 직전에는 8,260만kg으로 치솟을 정도였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이 조면기가 오히려 흑인들의 노예해방을 반대하는 남부 농장주들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너무나도 크게 늘어난 생산량만큼 이를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의 수요도 증가했고 흑인 노예의 수도 65만명에서 400만명으로 증가하게 되었으니까.
목화를 재배하기만 하면 당시 급증하는 영국의 산업혁명의 수요에 맞춰 엄청난 수익을 올려 ‘목화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돈이 되는 상황이었으니 노예제도에 찬성하지 않는 발명가 ‘엘라이 휘트니’의 의도와는 반대로 엘라이 휘트니의 ‘조면기’가 흑인 노예해방의 걸림돌이 되었던 셈이었다.
다시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목화수확기계’가 남아 있었다. 목화수확기계의 등장으로 목화재배에 필요한 노동력이 90%이상이 급감하게 되었으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선 굳이 이들 앞에서 언급할 필요가 없이 인류가 쌓아 온 결과에 대해서만 전달하면 되었다.
“엘프들은 변으로 목화재배를 돕고, 보아하니 드워프들이 설계도에 따라 기계를 만들고 농부들은 목화재배를 계약하고 고정적 소득을 보장받거나 드워프들이 만든 방적기와 방직기를 이용해서 천을 만든다는 것까진 이해했어. 그럼여기에 드루이드들은 왜 필요해?”
“아직 재봉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드루이드였던 에디나 누나와 재봉틀이라는 기계로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언급을 들은 드마코 형은 그쪽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드루이드들은 동물을 능숙하게 다룬 다면서요?”
“그건 대륙의 사람들이라면 모두 인정하는 바지.”
“그래서 부탁할 게 있어요. 드루이드들이 앞으로 ‘양’들을 좀 많이 키우도록 설득해줬으면 좋겠어요.”
“누가?”
“제 앞에 있는 에디나 누나요.”
“나? 나? 나보고 드루이드 마을에 갔다 오라고? 꼭 내가 가야 돼?”
“여기 드루이드가 누나말고 또 누가 있어요?”
“그래, 에디나! 우리 중에 드루이드는 너밖에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