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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36화-계약금은 15억짜리 스포츠카 (36/239)



〈 36화 〉36화-계약금은 15억짜리 스포츠카

10억원 이상이나 되는 말을 보고 단번에 고르기엔 아직은 내 안목과 담력이 너무 부족했다.
“솔직히 제가 이제 말 탄 것이 1달도 채 안 되었잖아요. 어떤 말이 더 좋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추천 해주실 수 있나요?”
“개인적으론 이정후 팀원은 아직 말에 대해 미숙하므로 다른 사람이 훈련시켰던 말을 골랐으면 좋을  같습니다.”
‘초보니까 길이  중고차를 타라 이거군.’
“정후야, 저기 저 말 어때?”
“어떤 말이요?”
“갈색털이 윤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말 보이지?”

코엘 누나가 갈색의 말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에디나 누나가 나무로 둥글게 쳐진 우리 안으로 성큼 넘어 들어가더니 코엘 누나가 가리킨 말 앞에 서서 소리쳤다.
“니가 말하는 게 이  맞지?”
“맞아!”
에디나 누나는 말과 잠시 교감을 나누더니 말을 한바퀴  둘러보며 뭔가를 했다.
“에디나 팀원이 지금 하는 행동을 잘 지켜보십시오.”
에디나 누나는 말의 이마에 손을 얹고 말의 머리의 형태를 살펴 보고나서 양쪽 귀를 만지더니 말의 피모(皮毛)를 만져보고 말의 눈은 두 손으로 확 벌려서도 확인해 보고 콧구멍의 크기를 살펴보기도 하고 입도 벌려 이빨과 혀의 상태를 보고 잇몸과 입술도 살폈다.  뒤로 말의 발목을 만져 보기도 하고 굽의 상태라거나 말의 옆구리를 팔을 벌려 안아보기도 하고 살짝 눌러서 탄력을 확인해보기도 했다.
또 말의 옆구리에 잠시 손을 얹고서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근육들을 손으로 부위별로 만져보고선 무릎의 상태를 살피는  같더니 마지막으로 엉덩이 쪽으로 다가가서 말의 꼬리를 들어 올리고선 항문까지 살펴보고 돌아왔다.
“어때?”
“건강하네.”

빅터 교관은  옆으로 와서 방금 에디나 팀원이 말에게 한 행동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잇몸이나 입술을 본 건 혈액순환의 정도를 확인한  같고 말의 털들을 손으로 만져본 건 윤기가 흐르는 말이 건강해서 그런  아닌가요? 말굽을 본 것은 금이 가 있지는 않은지 부드러운 상태인지 보려고  것 같네요. 버크 아저씨가 알려준 건 거기까지였어요. 나머지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내가 하는 대답을 듣던 빅터 교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추가 설명을 해줬다.
“버크 부팀장님께 배워서인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빅터 교관은 건강한 말의 기준으로 눈, 피모, 굽, 분뇨, 점막의 색, 피부의 탄력, 심장 박동수, 호흡의 횟수와 체온이 있는데 이런 기준들을 토대로 살펴보면  말이 지금 건강한지 탈수 증세나 제대로  먹이를 먹고 자란 것인지 정도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멀리서 봐도 저 말은 경쾌하고 활발한 느낌이 확 들죠? 이런 말은 기민하여 호기심이 많은 상태입니다. 말의 주인에 의해 심하게 조교를 받았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면 저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의 무리에서도 외따로 떨어져 있지 않는 것을 봐도 어느 정도 상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 내가 보기에도 한눈에 저 말이 건강해 보이는 게 느껴졌지.”
“말의 전 주인이 잘 교육시켰는지 사람에게 사납거나 심하게 두려움을 느끼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
“좋은 말이군요. 정후 팀원  말이 마음에 듭니까?”
“여러분들의 설명을 들으니 좋은 말 같은데요?”

 동의를 구한 빅터 교관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어떤 남자에게 찾아가 흥정을 하는 것 같더니 주머니에서 플래티넘 몇 개를 꺼내 주고선 다시 돌아왔다.

“조금 있으면 종업원이 저 갈색 말의 편자를 교체하고 안장을 채워  겁니다. 잔금은 그때 주기로 했습니다.”
“많이 비싼가요?”
“15플래티넘 정도를 달라고 하더군요. 정후 팀원의 첫말이니만큼 한푼도 깎지 않을테니 마구를 좋은 것으로 달라고 하고 편자를 교체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지구에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최저 기준선을 가지게 되었지만 10억이 넘는 가치의 물건을 선뜻 받게 되자 아직은 적응이 덜 되었는지 부담스러웠다.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정후군, 이런 말의 구입은 모든 팀원들의 동의 아래 진행된 결과라네. 즉, 자네를 정식팀원으로서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우리 모두의 의지라고 볼 수 있지.”

다른 팀원들이 날 둘러싸고 어깨를  번씩 두드려주고선 나와 악수를 나눴다.
“니가 나중에 크로니클을 관둬도 어차피  말이 어디 가는  아니니까. 5년간 크로니클의 팀원으로 활동하는 조건으로 주는 거야.”
드마코 형이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말라며 우스갯소리를 꺼냈다.

‘니 말대로 15억짜리 스포츠카를 계약금으로 받은 거지.’

지구에서 차를 샀을 때와 다르게 말을 인도받아서 말등 위에 올랐을 때는 말을 타고 느꼈던  일체감이 다시 떠오르며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슨 사극의 주인공이 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진정 팀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진  같기도 했고 오만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북받치는 것이 지구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내가 이계에 와서 인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딱 일주일이 지나자 숲길을 지났던 때와 비슷해졌다.

“이젠 속보도 곧잘 하네?”
“아무렴, 누가 습보까지 다 가르쳐놨는데?”
“내가 가르쳐놨지.  그런가, 정후군?”

무척 급한 임무가 아니라서 목적지까지 굳이 최고 속력으로 가지 않아도 됐다.
“인간들이 사는 도시는 도대체 언제쯤 나오죠?”
엘프왕국에서 며칠을 걸려 나와서 처음 인간들의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는 흥분과 기대가 있었다. 이세계의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컸으니까.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법이었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선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시골처럼 평온하고 안락한 느낌을 느낄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인종구성은 우리 세계로 치면 백인들과 흑인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잘 씻지 않아서인지 지나갈 때마다 그들에게서 냄새가 많이 났고  집에는 평균 10여명은 되는 인원들이 가축들과 함께 집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거리 곳곳은 제대로 치우지 않았는지 분뇨 냄새로 가득 차 있어 챙겨 오면서도 이세계에서까지 차야 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하면서 인벤토리 구석에 챙겨놨던 마스크를 꺼내야 했다.
팀원들도 나와 함께 다니느라 어느 정도 위생관념이 생겨서인지 냄새에 불편해했는데 내가 움찔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찬 마스크가 무엇인지 용도를 묻고는 각자 하나씩 받아 나처럼 마스크를 썼다.
‘여기에선 마스크는 안 써도 될  알았는데...그렇다고 마스크를  쓰자니 호흡이 불편해서 숨을 쉬질 못하겠어.’

원래대로면 마을에서 머물며 하룻밤을 보내고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팀원들이 먼저 야영지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자며 청했다.
“어욱, 도대체 우리가 예전엔 어떻게 저런 곳에서 잤던 거지?”
“우리 지나갈 때 마을 사람들이 어디서 진한 꽃향기 난다며 다가오는 거 봤어?”

한번 높아진 위생의식은 다시 낮추기가 쉽지 않다. 받쳐줄 여건이 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정후 덕분에 편하게 야영 생활을 하느라 눈만 높아졌어. 큰일이다. 12시 마을에 있을 때도 예전엔 엘프들이 사용하는 풀로 만든 침대가 정말 편안했는데 정후가 갖다 준 에어매트랑 다르게 몸을 딱 받쳐주질 못해서 이제는 불편하더라구.”
“정후 팀원과 함께 한 후에 먹는 것뿐 아니라 입고 잠자는 것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난 티셔츠라는 것하고 팬티만 입고 자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고 부드러워.”
“평소에도 스포츠 브라? 그거 차니까 뛸 때도 가슴이 덜 흔들려서 안 아파. 난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

여자들은 내가 가져다 준 문명의 이기가 얼마나 여자들의 삶을 편하고 위생적이며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지 한참을 예찬했다. 여자들이 여성용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남자들은 화장지에 대해 예찬을 펼치기 시작했다.
“난 무엇보다 화장지가 마음에 드네. 화장실에 갈 때마다 부드러워서 좋더군. 궁궐에서 볼 일을 볼 때보다 더 편하고 좋아.”
“아아, 나도 나도. 풀잎사귀로 닦다보면 가끔 엉덩이가 쓸려서 쓰라리고 아플 때가 있었는데  3겹짜리 티슈? 그거 쓰니까 귀족들이나 입는 옷감보다  부드러운 재질로 닦는 것 같아 내가 귀족이 된 것 같더라니까. 하하.”
“정후 팀원 덕분에 12시 마을에서도 편하게 일을 봤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화장지가 없어서 짚을 꼬아 만든 새끼줄이나 잎으로 닦고 우리들 세상처럼 비데가 있지도 않아서 치질환자 비율이 높았다고 하더라고. 여기도 휴지가 없는 건 마찬가지니까 상황은 비슷하겠지.’

‘여기는 우리처럼 청결수준이 더 높지 않으니 치질환자의 비율이 더 높겠지.  50%는 된다고 치면  말고 6명  3명은 현재 치질 중증이거나 최소한 잠재적 치질 환자야.’
주변을 보는 내 눈초리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담겼다.
“너 왜 그런 눈빛으로 쳐다 봐?”
‘히익.’
“제가요? 무슨 눈빛이요?”

대화를 나누던 에디나 누나가 팀원들을 보는 내 눈빛에서 뭘 느꼈는지 나에게 이유를 계속 물어왔다.
“오해에요.”
“아닌데, 니가 딱 우릴 보는 눈치가 뭐랄까. 음, 좀 불쾌한 눈빛이었어.”
“절대로 아닙니다.”
“진짜야?”
‘쓸데없이 눈치는 빨라가지고’
“사실 제가 준비해온 비장의 아이템을 하나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들켰 버렸네요. 하하.”
“뭔데?”
“이따가 저녁 먹고 나서 보여드릴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별거 아니면 각오해.”

에디나 누나의 빠른 눈치에 다른 팀원들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만 같아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이번 여행에 준비해온 장비  하나를 꺼내게 되었다. 7명이서 평소 때와 같이 저녁식사를 마치자 에디나 누나는 내가 아까 했던 말을 잊지 않았는지 소주병을 병째로 나발을 불며 내게 다가왔다.
“니가 말한 거 언제 보여 줄거야?”
“까먹고 있었다. 맞아, 정후가 뭐 보여준다고 했지?”
“궁금하다. 도대체 뭐길래 아까 그렇게 이상하게 웃은 거야?”
“해명해! 해명해!”
150cm의 작은 키인 요크도흑맥주를 잔에 따라 내 옆에서 해명을 요구했다.
“아, 이걸 보여주면 크로니클 단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자꾸 상상이 돼서요.”
“헤에~ 우리를 뭘로 보고 말이야. 어지간해선 잘 놀라지도 않아요. 이젠.”
“정후군, 코엘 말이 맞네. 우리가  세월간 경험한 것이  두가지인 줄 아나?”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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