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35화-준비 (35/239)



〈 35화 〉35화-준비

자랑스럽게 보여주려고 했던 내 차를 본 순간 동생은 혀부터 찼다.
“돈 벌자마자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차부터 사고 말야. 아주 그냥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어. 이러니까 엄마랑 아빠한테 뺀찌 먹고 엘리스한테 팩트로 폭격당했지.”
“그 입 다물고 타라. 놓고 가기 전에.”
“어우, 새  냄새. 정말 좋다. 형.”
동생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꿔 자동차가 얼마나 좋은지 쉴새 없이 조잘거렸다.
“이제 와서 칭찬해 봐야 늦었거든?”
살짝 풀리려는 마음의 고삐를 조이고 나는 동생과 함께 자취방으로 서둘러 돌아 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형! 이게 다 뭐야? 그동안    어디다 썼어? 아까 그 차에다   거야? 차를  거면 집부터 옮겼어야지!.”
동생을  자취방에 데려오고 나니 성인남자 둘이 지내기엔 방이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가야겠네. 엘리스 3억원대로 해서 경기도 내의 괜찮은 아파트 두  정도봐줘.’

이래저래 심적으로 지쳤던 나는 이사갈 집을 정하는 건 내일로 미루고 너튜브에 올려놓은 영상 반응이나 확인해보기로 했다.
“엘리스, 저번에 올린 영상들 반응 좀 확인해보자.”
“형? 형이 너튜브도 해?”
“저번에 넘어갔을 때 찍었던 영상을 엘리스가 편집해 줘서 자막 작업까지 다 해서 올려놓은 거야.”

영상 속에선 해변을 뛰어다니며 훈련을 받는 내 모습과 숲길을 말을 타고 걷는 장면들 그리고 팀원들과 캠핑하는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편집되어 마치 지구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은 영상들이 펼쳐졌다.

-이게 천국이야. 도대체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 이런 장밋빛 인생을 살고 있는 거지? 너무 부럽다!!
┕다른 것보다 전혀 오염되어 보이지 않는 자연환경들이 너무 부러워, 영상 속에서 나오는 지역이 어디인지 혹시 아는 사람 있어?
-푸른 숲길을 말을 타고 가다니 나도 저렇게 라이딩하고 싶다. 캐나다에선 저런 경험을 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타러 가지도 못해.
┕뉴질랜드도 빼놓지 마, 브로~
┕호주도 빠질 수 없지!
┕여긴 한국인들이 많이 없나? 저 영상 속의 사람들이 하는 말이 한국어인데? 한국에도 제주도에 가면 저런 멋있는 말들은 아니지만 조랑말같은 건 탈 수 있어.
┕한국인 222222
┕한국인 333333

그 아래로도 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한국어로 번역된 많은 댓글들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는데 같이 지켜보던 동생이 말을 꺼냈다.
"저분이 마스터 빅터, 코엘, 버크님이구나. 영상으로만 접했지만 진짜 멋있는 분들 같다. 형이 부럽다 부러워."
"저 사람들이 에디나 누나랑 얘가 요크 그리고 저 덩치  근육질 남자가 드마코 형이야."

영상을 한참 지켜보던 동생이 폭탄을 터뜨렸다.
“형, 이번에 사준 컴퓨터 도착하면 앞으로 내가 형 영상 편집하면 안될까?”
'엄마가 내가 사업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런 기분이셨을까?'
“너 엘리스보다 잘 할 자신 있어?”
“엘리스 씨가 편집해주면 그걸 교과서 삼아서 나만의 감각을 키우면 되지 않을까? 엘리스가 만든 영상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샘플인 거잖아. 내가 만든 버전과 엘리스가 만든 버전을 비교해보고 형이 생각하기에 괜찮다 싶은 걸로 골라주는 거 어때? 대신 엘리스가 만든 버전보다  것이 더 괜찮다고 생각이 들지 않으면 나도 이상 억지 부리지 않고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노력해볼게. 응?”


뜻밖의 동생의 제안에 동생을 잠시 쳐다봤다.
“너 언제부터 영상 편집에 관심 있었어?”
“군대에 있을 때 후임 하나가 이쪽 일을 하다가 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걔가 알려주는 책들 구해서 틈틈이 읽었지. 근데 군대 특성상 군대에서 편집 프로그램을다룰 정도의 고성능 컴퓨터를 구하기는 어려우니까 일단은 책으로만 익힌 상태야.”

“만들어 온 결과물을 보고나서 판단하겠어. 딜?”
“딜!”

동생이 업로드 해놓은 영상들을 보겠다고 공부하는 동안 난 보증금 3000에  300의 월세를 지불하고 5톤까지 들어서 옮길 수 있는 호이스트가 달린 공장을 하나 임대했다.
공장을 임대하고 나선 공장 내에서 컨테이너를 옮길 ‘리치스태커’ 한 대를 임대해야 했고 파레트 위에 올려놓은 짐을 옮길만한 지게차도 한  임대해야 했다. 이 부분은 엘리스의 동의 아래 사용방법을 다운로드 받기로 했다.

덕분에 공장으로 주문했던 물건들이 올 때마다 처음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내가 직접 기계를 움직여 내렸다. 컨테이너의 종류는 특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내가 이계로 가지고 가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컨테이너는 크게 20피트짜리 드라이 컨테이너, 40피트짜리 드라이 컨테이너로 2가지가 있었는데 2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채웠을 때 적정 중량이 24톤이었고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채웠을 때 적정 중량이 약 30톤이었다.

인류가 현재 사용하는 장비들을 통해 느낀 나의 인벤토리 능력이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대형 트레일러 3대 정도의 가치 정도밖에 안되는 것이었다.
“80톤이라고 해서 많은 양인줄 알았는데 컨테이너로 받으니까 겨우 3개도 꽉 채우지 못하는 양이구나.”


저번에 엘리스에게 팩트 폭격을 당하고 한동안 내가 너무 시무룩해져 보였는지 엘리스가 내게 응원의 말을 해줬다.
“고마워, 엘리스”

“아...그래...”

“일단 구한 집으로 이사부터 하고 짐 정리 마치면 넘어가도록 할게.”

자취방을 비우고 32평정도 되는 집을 구매해서 동생과 나는 각자 방 하나씩 자리 잡았다.
“기업에 대해선 좀 더 공부를 하고 나서 세워야  것 같아. 모험을 하면서 저쪽에서 틈나는 대로 공부해 봐야지.”

“그렇게 할게.”



“정후야, 피곤해서 어제 잠자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잘 잤어?
코엘 누나의 말에 순간 이 사람들에겐 나처럼 2주가 넘는 시간이 아니라 어제였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제 3번째라서 그런가? 아직 적응이 안 되네.’
“젊은 피가 어디 가나요? 하하. 쌩쌩한 거 보이시죠? 문제 없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동생과 함께 매일 오피스텔에서 빅터 교관님께 배운 대로 홈 트레이닝을 한 보람이 있었다. 난 한층 커지고 각이 살아난 팔 근육을 보여주며 젊음을 어필했다.
“젊어서 좋겠다. 좋겠어.”
“그나저나 크로니클 단원들 모두 아침부터 바쁜 것 같아 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요?”
“후룹...제국 내에서 유적이 하나 발견되었다더군.”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버크 아저씨도 일어나셨는지 내가 가져다 놓은 커피들 중에서 믹스 커피를 3봉지나 털어서 종이컵에 타서 합류했다.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온 건가요?”
“후룹...음...향이 좋아.”
“애가 묻잖아. 그리고  것도 좀 타오지.”
버크 아저씨에게 구박을 해주고 코엘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를 타러 가면서 내게도 마실 것인지 물어봤지만 빈속에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린 편이라 난 고맙지만 물이나 마시겠다면서 사양했다.

“대마법사의 유적이라네. 아직 확실하진 않아. 제국의 탐사대가 들어갔지만 탐사대의 능력 부족으로 절반이 다치거나 일부는 죽었다고 하더군. 그 이후로 의뢰를 받았던 모험가 집단들도 2군데서도 사상자가 나오는 바람에 기피의뢰가 되었다는 것 같네.”
“덕분에 우리가 엘븐하임에 다녀오는 동안 크로니클에게로 의뢰가 들어왔어.”
“자네도 가겠나?”
“어지간해서 우리는 큰 사고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아직 모험가로서 단련이 덜  넌 위험할 수도 있어.”
“저도 이젠 크로니클의 팀원입니다. 이것 저것  피하고서 모험을 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렇게 내가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참여의사를 밝히자 두 사람은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야! 정후가 안 간다고 걸었던 것들. 1골드씩 내놔.”
“정후 군 덕분에 꽁돈이 생겼군.”
설마 싶었는데 다른 팀원들도 문을 열고 들어와 크로니클의 본부로 사용하는 숙소 건물의 1층 홀로 하나둘씩 모였다.

“쳇, 난 정후가 위험한 거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절대 안 갈 거라고 걸었는데”
“정후야, 거기서 넌 훈련 더 한다고 해야지. 바로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
“역시 오빠가 말한 대로 따라 갈 것을 그랬어요.”
“전 버크 부단장님을 믿었습니다. 믿는 자에게 운이 따르는 겁니다.”
내 앞에서 1골드가 서로 오갔다.
“절 걸고서 내기를 하신 겁니까?”
“나랑 버크 그리고 빅터는 간다는 쪽에 걸었지. 나머지는 안 간다는 쪽에 걸었고.”
코엘 누나는  앞에서 내기의 결과로  돈으로 뭘 하는 게 좋을까를 중얼거리면서 건물 밖으로 나갔다.
“요크, 드마코 형, 에디나 누나는 내가 안 간다는 쪽에 걸었고?”
“니가 아직 초보 팀원이기도 하니까 걱정되는 마음에 그랬던 거였지. 히히.”

잠깐의 유희를 마치고 우리는 오전 내내 이동준비를 해야 했다. 내가 한 준비는 다들 유적탐사를 위해 필요하다 싶어서 챙겨온 짐을 건네받아 컨테이너를 채우고 남은 빈 인벤토리에 채워 넣는 것이었다.
“정후군,자네가 우리 팀에 합류했다는 점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네.”
“식재료부터 시작해서 각종 짐들을 다 챙겨 넣게 되니까 말의 체력관리도 수월해졌습니다.”
“역시 군대에서 다른 무엇보다 보급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니까.”

준비가  끝난  같은데 아직 하나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정후야, 가자.”
“어딜요?”
“너도 말 사러 가야지. 이건 공금에서 지원해 줄 거야. 맞지, 빅터?”
“마(馬)시장에 가서 적당한 말로 한 마리 골라보도록 하죠.”

출발하기 전 다같이 마시장으로 온 우리는 묶여 있는 말들을 둘러봤다.
“정후야, 넌 어떤 말이 사고 싶어?”
“어떤 말이 좋은 말인가요? 뭐가 좋은지를 알아야 고르죠. 제가 타본 말이라고 해봤자 누나 말이랑 빅터 교관 말이 전부인데.”
“좋은 말의 정의는 각자에게  다릅니다. 코엘 팀장님은 얌전한 말을 선호하고 버크 부팀장님은 활달한 말을 선호합니다. 제 말 켈소는 경험해보셔서 잘 알 것이고, 드마코가 타는 말은 덩치 큰 드마코도 버틸 수 있게 아주 튼튼하고 지구력이 좋은 말이죠. 에디나 팀원이 타는 말의 경우는 다른 말보다 똑똑한 편입니다. 
“취향에 따라 다른 거군요.”
“맞습니다.”

빅터 교관의 설명을 듣고 나니 말을 구매하는 것은 차를 고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가격은 보통 얼마나 해요?”
“말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네. 짐을 운반하는데 사용하는 짐말이나 가축으로 농사를 짓는데 사용하는 말은 우리가 타는 군마들에 비해서 가격대가 많이 저렴하지.”
“우리가 타는 말들은 일반적인 말과는 달라서 보통 단위가 플래티넘(=100골드) 단위의 고급 말에 속해.”
“제 말인 켈소같은 명마가 20 플래티넘 정도이고 다른 팀원들의 말은 평균 10플래티넘 정도 됩니다.”

'뭐 그렇게 비싸! 그럼 최소 10억은 넘는 걸 신입팀원에게 주겠다는 거지, 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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