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4화-BGM 꺼! (34/239)



〈 34화 〉34화-BGM 꺼!

“우리 집을 지탱하고 있는 건 당장 너나 지후가 아니라 지금으로선 나와 니 엄마다. 그러니 우리가 이 일을 그만두기 위해선 니가 결과를 만들어서 눈앞에 보여주는 게 먼저야. 설득을 하는 선후가 바뀌었구나. 앞으로도 누군가를 설득할 일이 있거든. 말을 앞세우지 말고 어느 정도 결과부터 보여주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겠어.”
“아버지 말씀은?”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을 멈춰도 최소 2년 이상 괜찮다는 증거를 가지고 오면 니 성의를 받아주고 싶다.”
“여보! 내가 당신이 사업할 때도 힘들었는데 내 아들들까지 그렇게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건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엄마, 형 하는 거 그렇게 위험한 사업이 아니야. 엄마도 이젠 집에서 예전처럼 편하게 문인화 그림같은  그리시고 아버지는 들어오는 귀금속이나 보석 가공해서 판매하거나 그냥 넘기기만 하면 안돼?”
“지후, 너도 형이 사업하겠다고 하면 걱정부터 해야지. 같이 바람이 들어 가지고 홀라당 넘어가? 넌 나중에 봐. 이만 일어나야겠구나. 집에 가자.”
“아니...왜...내가 뭘 그렇게 잘못 했다고. 이야긴 형이 했는데...엄마? 엄마, 어디 가?”
아버지는 조건부 동의를 해주셨는데 항상 내 말을 들어주시던 엄마가 반대를 하셨다. 엄마는 동생을 한번 날카롭게 쳐다보시곤 먼저 집으로 출발해버리셨다. 아버지가 엄마를 쫓아서 나가시고 룸에 둘만 남아 있게 되었다.
동생은 골치 아픈 내 속도 모르는지 혼자 5부작 아침 프로그램의 성우처럼 나래이션을 깔기 시작했다.
[정후의 엄마가 음식점에서 나가자 아버지는 따라 나가시고 정후는 당황스러워졌다. 과연 이들의 앞날은?]
“그리고서 여기서 듣기만 해도 슬퍼지고 심란해지는 사람극장 BGM 나와야 하는 거지?”

동생의 스마트폰으로 사람극장의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한 엔딩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BGM 꺼!"
엄마가 뛰쳐나가신 것보다 스피커로 브금을 깔아주는 엘리스와 나래이션을 치는 동생때문에 더 심란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들어오자 아버지는 우리에게 엄마한테 거슬리지 말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라며 살짝 눈치를 주셨다.
“이제 어떻게 하지? 엄마가 저렇게 반대하실 줄 몰랐네.”
“난 예상했다.”
“형 진짜 말한 대로  거야? 어떻게 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걸까?”
지후가 처음의  호기롭던 마음가짐은 어디 갔는지 엄마 쓰러질까봐 걱정된다면서 그냥 하지 말까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뭘 어떻게 해? 성인이면 성인답게 이제는 결과로 보여드려야지.”
“사실 너무 밑도 끝도 없이 던지긴 했어. 더 준비를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는데 나도  말 듣고 너무 흥분해서 순간 성급했던  같다.”
“엘리스 너도 그렇게 생각해?”

“뭐?”
“응?”

엘리스는 우리들이 부모님게 어떻게 설득을 할 것인지 방법을 구상하는 과정에 내용이 없고 말밖에 없어서 사기꾼이 사기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미리 말 안했어?”

“내가 언제 엘리스의 조언을 따르지 않은 적 있어?”

“그건 맞아. 난 내 스스로 나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고 싶어. 그래도 이럴 때는 알려줘도 괜찮은 거 아니야?”

엘리스의 말은 인공지능의 말이 아니라 사람처럼 들렸다.
‘이거 속에 사람들은 거 아니야?’

“기회가 된다면 내 능력을 이용하여 기업의 회장님이 되고 싶어.”

기계음이 섞인 엘리스의 목소리에 담긴 팩트 폭격에 마치 뼈가 다 부서지는 것 같았다.

바삭!

“형님이 인공지능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계신데 동생이란 놈은 어디서 감자칩을 꺼내 와선 처먹고 있어!”
“지금 엄청 흥미진진해. 계속해줘요, 엘리스 씨. 형은 타골 전문 장인에게 한번 제대로 맞을 필요가 있어.”


“얼씨구!”

“절씨구!”
말리는 시누이처럼 옆에서 맞장구를 치는 동생이 얄미워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내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엘리스의 말이  귀했기에 꾹 참았다.
‘이지후, 넌 나중에 두고 보자.’

“그리고?”

“워후, 그게 대체적인 틀이야? 창업가의 고통을 잠깐이나마 엿본 기분이네.”

한참을 그렇게 더 두드려 맞고 나니 내가 너무 섣부르게 부모님 앞에서 말을 꺼냈음을 인정하지 않을  없었다.
“내가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같다. 고마워, 엘리스.”
“엘리스 씨 그거 말고 뭐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들었지? 형 공부 많이 해야 된다는 소리네.”

처음 먹었던 마음과 다르게 너무나 해야   많아지니 할 엄두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괜히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그냥 한마디 내뱉어 봤다.
“엘리스, 그냥 니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로 내 머릿속에 다운로드 시켜주면 안 돼?”
“뭐여? 엘리스 님께 그런 기능도 있었어?  능력만 있으면 앞으로 남은 내 대학 2년은 올 A+로 가득 채울 수 있어! 엘리스님 사용자 바꿔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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