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32화.-형만한 아우 없고 아우만한 형도 없다. (32/239)



〈 32화 〉32화.-형만한 아우 없고 아우만한 형도 없다.

“그러니까 니 말은 너 말고 아버지께 귀금속 상(商)을 부탁드리라는 거지?”
“전부 다 털어놓지는 말고. 나도 부모님 저렇게 새벽에 일 나가시는 거 보니까 불편하네.”
동생의 말을 듣고 나니 부모님이 저렇게 용달기사 일을 하고 다니시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귀금속 상을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멋있을 것도 같았다.
“창고는 내가 맡아줄게. 물건을 받을 때만 있으면 되는 거지? 공단 내에 공장 하나 임대하자. 어차피 공장들도 다들 자기 일 하느라고 무슨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별로 신경도  쓸 거야.”

동생이 생각한 아이디어란 괜히 외딴 곳에 창고 지어서 의심을  바에야 차라리 우리 동네 가까이에 있는 공단의 수많은 공장을 하나 임대하자는 것이었다.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 그러니 바늘을 숨기려면 백사장에 숨겨야지.”
“나쁜 생각은 아닌데...”
“관건은 아버지께 어디까지 오픈을 하느냐는 거지. 형이 이 사업방식으로 안전하게 돈을 꾸준히 잘 번다는 확신만 부모님께 드릴 수만 있으면 게임은 끝난 거야.”


“동생아, 좋은 아이디어를 듣고 나니 배가 고프다. 오늘 점심은 동생이 끓여준 라면을 먹고 싶은데 아침을 못 먹었으니 형님은 2개를 끓여다오.”
“기껏 동생이 좋은 아이디어 주니까 라면이나 끓여 오래!”
“좋은 아이디어 인정. 근데 먹고 이야기하자는 거지. 머리를 굴리려고 해도 속이 비어서 안 돌아간다. 벌써 12시야.”

움직일 거라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창고로 쓸 공장도 임대해야 했고 아버지도 설득해야 했으며 물건들을 13일 안에 모아서 넘어가야 했으니까.
“13일 뒤에 넘어가야 한다고? 왜?”
“그거야 그때가 되면 쿨타임이 차니까. 나도 그쪽해서 하던 일을 해야지.”
“쿨타임이 차는 거랑 형이 그때 넘어가는 건 무슨 상관인데?”
“아, 이렇게 쉬운 말도 이해를 못해? 이 답답이 자식.”
“아니~ 말은 형이 못 알아먹네. 엘리스! 쿨타임이 끝나고 돌아가지 않으면 그쪽에 무슨 일이 발생해?”

“뭐?”

이곳저곳을 넘나들면서 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15일마다 반대쪽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버렸던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13일 뒤에  넘어갈 필요는 없는 거구나?”
“그래, 13일 뒤든 1달 뒤든 형이준비되었을 때 편한 때를 골라 넘어가면 되는 거지. 반대로 말하면 그쪽에서도 형이 준비되었을  이쪽으로 넘어오면 되는 거야. 물론 그때그때 넘어와서 바로바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면야 하루라도 빨리 넘어오는 것이 결국은 수익을 늘리는데 도움이야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시간 맞춰서 넘어다닐 필요는 없지.”
“쿨타임마다 꼭 능력을 사용해야  필요가 없다?”
“이제 이해했네. 형님아, 간단하게 말해 형은 하루만에 1년이든 10년이든 시간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거야.”
내 능력의 본질이 차원이동능력인줄 알았는데 동생이 말하는 능력은 다른 부가능력을 갖고 있었다.
“니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 이해했어.”
내가 얻은 차원이동 능력이란 것은 일종의 조건부 시간정지 능력도 되는 셈이었다. 대가는 내 수명이었고 그렇게 능력의 본질에 대해서 다른 정의를 통해 바라보자 내가 할  있는 것이 더욱 무궁무진해졌다. 그쪽에서 부족한 능력은 이쪽에서 키우면 되고 이쪽에서 부족한 능력은 그쪽으로 넘어가 키워 오면 된다.

“맞아.”

“형이  곳에서 평생을 보내고 돌아와도 이곳에선 형은 공식적으론 27살로 남아 있을 수 있어. 만약 그런 일이벌어진다면 아마 해외토픽에도 나오겠지. 잠깐 사이에 늙어서 되돌아온 남자! 두둥!”
“니 형이 다 늙어 죽어가는 사람이 되어서 나타나면 퍽이나 좋겠다. 이 시꺄.”
“아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왜 때려!”
동생의 말을 듣고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해 재정의를 해서 정리하고 나자 많은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서 터져 나왔다.
[사용자 이정후]
차원이동능력 Lv5
-의사소통 능력 passive
-육체활성화 능력 passive
-인벤토리 능력 80톤 new!
-학습효율 증가+40% new!
-2kg 미만의 생명체들 10kg 이하로 인벤토리에 기절 상태에서 이동 가능 new!

갑작스럽게 lv3에서 lv4를 지나쳐 lv5로 증가해버린 나의 능력에 어안이 벙벙했다.
“엘리스 내 능력이 Lv5로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한 건 왜 그런 거야? 생명체도 데려갈 수 있게 되었네?”

“오우, 우리 형이 좀 놀아본 분인가? 한번에 레벨이 2단계나 올랐다고? 성장호르몬 나올 나이는 지났는데 팍팍 크는구만.”

할 게 많았다. 몸도 키우고 공부도 해야 하고 사업도 해야 되고. 그렇게 침대 위에서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떠올리고 있으니 동생이 라면  되었다고 나오라고 불렀다.
“나와! 라면  끓었어!”
“너 군대에서 라면만 끓였냐? 뭐 이렇게 맛있지?”
“후후후, 나만의 킥(kick)이랄까?”
“킥은 또 뭐냐? 팽이 나오는 영화에서 잠에서 깨울 때 쓰는 그 킥?”
“그 킥 말고 요리의 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는 자신만의 비법을 말하는 거지.”
“그래, 후루룹, 니가 이렇게 라면을 맛있게 끓일 수 있도록 해준 비법이란 게 뭐냐, 동생아?”
동생은 젓가락으로 라면을 잔뜩 집어 입에 넣고는 양념통들을 모아놓은 찬장 아래쪽으로 움직여서 병 하나를 꺼냈다.
“호로록, 그게 뭐야?”
“뭐긴 뭐야. MSG지!"
“난 또 뭐라고. 별 것도 아니네. 마법의 가루가 들어가면 맛이 없을 래야 없을 수가 없지. 근데 그거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운 거 아니야?”
“이거 먹고 형의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려면 하루에 이거만 얼마만큼 퍼먹어야 되는지 알아?”
“그냥 되도록 안 먹어야 되는  아니었냐. 그렇게 알고 있는데.”
“형처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 근데 MSG가 나쁜 게 아니야. MSG로 질 떨어지는 식재료를 감추고 파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나쁜 음식을 먹고 탈이 나서 그것 때문에 MSG에 대한 오해가 생겼던 거지.”
“아무튼 니 말은 라면에 MSG를 조금 넣으면 이렇게 맛있어진다 이거지?”
“후루룩 후루룩, 너무 많이 넣으면 안되고.”

그저 남이 끓여 줘서 맛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그 정도 수준의 차이가 아니었다.
“원래 예전의 라면들은 MSG가  들어갔거든. 형이 방금 전까지 잘못 알고 있던 것처럼 예전에 MSG에 대해서 잘못된 정보가 퍼져 나가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MSG 들어간 음식은  찾지 않기 시작했고, 그 뒤엔 라면업계에서도 MSG를 스프에서 제거하는 게 트렌드가 되어버리면서 예전같이 자극적이고 혀에 착 달라붙는 맛은 아니게 된 거지.”
“동생아, 먹을 것에 대한 너의 지식에 이 형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잘 먹었다. 치우고 커피나 타오렴.”
“이씨”

동생은 라면도 자기가 끓여 줬는데 설거지까지 시키는 것도 모자라 커피까지 타오게 한다고 투덜거리면서 그릇을 치웠다.
‘채찍을 휘둘렀으니 당근도 줘야지. 덕분에 능력도 성장해서 좋으니까’
설거지를 하는 동생의 등 뒤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동생아, 원하는 물건 하나와 용돈을 하사하겠다. 얼마면 되겠느냐? 형님이 진정한 부의 힘을 살짝 보여주마.”
예전에 버크 아저씨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동생에게 써먹어 봤다.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던 동생은 젖은 고무장갑을 낀 채로 내 손을 꼭 부여잡으며 자긴 형님을 믿었다며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더니 설거지부터 하고 오란 말에 다시 싱크대 앞으로 돌아갔다.
“에이씨, 고무장갑은 좀 벗고 잡지.  젖었잖아.”
“형, 머리도 좀 감고 씻어라. 밥도 해줬으면 사람이 사람다운 꼴로 있어야지. 덕분에 씻으면 되잖아.”
다시 돌아가 설거지를 하는 동생의 말도 틀린 건 아니라서 난 씻으러 움직였다.
“형님, 소자는 설거지를 마치고 시의 적절하게 커피를 대령 하겠나이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제가 원하는 물건 하나의 구매를 허락해주시는 걸로 알아도 되겠나이까?”
화장실로 들어가는 내 등 뒤로 사극톤의 동생의 간절한 외침이 들렸다.
“그리 하도록 하라. 단, 내 친히 커피맛을 보고 결정하겠노라!”
“1절만 해야지 1절만. 뭐 한도 끝도 없어.”
"다 들린다. 조그맣게 말해라. 동생아"

쾅!

"쓸데없이 귀는 밝아가지곤. 이런 동생이 어딨어? 어? 라면도 끓여줘 설거지도 해줘 커피도 만들어줘."

벌컥

"야, 보일러  켜졌다. 보일러  틀어봐."
쾅!

"7월에 무슨 보일러야 보일러는. 동생은 군대에서 4월에 눈이 내리는 강원도의 날씨에도 찬물로도 샤워했는데. 하여튼 우리 부모님이 장남을 너무 나약하게 키운 게 아닌가 몰라."

설거지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려고 갖다놓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엘리스의 대답이 들려왔다.
"엘리스 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형이랑 같이 지내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20년을 옆에서 지켜봐온 제가  알거든요. 형 성깔이 보통 성깔이 아닌 거."

“맞아요. 그래도 우리 형이 예전엔 정말 멋있는 형이었어요. 자신이 정하고 원한 것이 있으면 누구보다 독하게 노력하며 달려들 줄 아는 사람이었죠. 다만 세상에 나가 자꾸 깎여 나가다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위축된 거니까 옆에서 좀 옛날의 본모습으로 돌아오게 도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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