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30화-동생아, 나 이능력을 각성했다. (30/239)



〈 30화 〉30화-동생아, 나 이능력을 각성했다.

“이래 이래 사람이 센스가 읍따~함 팔씨름 붙을까? 형제간의 힘의 질서를 다시 확립할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I'm succeeding you, brother~”
“이게 뭐하는 짓이냐, 동생아?”

동생이 하는 드립에 맞춰 장단을 맞춰주자 포병이었던 동생이 힘에는 자신이 생겼는지 자신의 이두근과 삼두근을 보여주며 이게 바로 실전근육이라고 자랑을 했다.
“지면 집에 있는 동안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그래, 지면 형도 동생이 해달라는 거 다 해줘라.”

거실 위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팔씨름을 하기 전에 동생은 확실히 예전보다 군대에서 따로 운동도 했는지 불과 두달 전이라면 내가 이기기 어려울 만큼 힘이 세진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모두 얻어터지기 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어? 어어? 아직 몸이  풀렸나? 잠깐만.”
“야,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아냐? 딱 보면 몰라. 형이 밥을 먹어도 너보다 몇그릇을  드셨는데 이게 감히 맞먹을라고 들어.”
“우씨, 기다려 봐. 후욱후욱.”
순식간에 결정 난 팔씨름의 승부에 동생은 자신의 팔을 부여잡고 이럴 리가 없다며 현실부정을 하더니 삼판 2선승제가 팔씨름 국룰인거 모르냐며 억지를 부렸다.
“해줄게 해줄게. 아 지겨운 놈. 3판  발려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렇게 3판을 이겨버리고 승자의 권리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자니 오랜만에 만났어도 여전히 형제애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취업 준비는 안하고 운동만 했나 씁...”
“이게 바로 실전 근육이라는 거다. 아직 사회의 매서운 칼바람을 경험해보지 못한 너에게 벌써 형이 질 줄 알았냐?”
동생은 군대에서 2년이  되는 시간동안 매일같이 헬스 트레이너를 목표로 하는 후임과 함께 몸을 만들었는데 안본 지 불과 몇달 만에 자신보다 더 몸이 좋아진 것 같다며 아이스크림을 물고서 내 몸을 자꾸 더듬거렸다.
“아씨, 자꾸 그 더러운 손을 어디다 올리냐~ 그나저나 부모님은 오늘도 일 나가신 거?”
“어, 평소처럼 새벽 7시 전에 나가셨지 뭐.”
“그렇게 일찍 일하러 나가시는 부모님의 아들이란 녀석은 10시가 넘었는데도 잠을 잤구나.”
“형, 그렇게 말을 하면 내가 또...할 말은 없는데, 나 이제 제대한지 일주일도 안 지났다. 형은 군대 갔다 오고 1달을 게임만 해놓고서 나한테 뭐라고 말할 자격이 있냐?  그래도 요즘 아르바이트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갑자기 휘두른 팩트 몽둥이에  말이 없어졌다. 실제로 내가 군대 갔다 오고 부모님의 호의에 기대어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만 했던 것은 분명 사실이었으니까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아르바이트 구하기 힘들지?”
“하아...빨리 좀 세상이 좋아져야 뭘 해도 하기 수월할텐데 이대로는 부모님께 죄송스러워서 복학은커녕 등록금부터 벌어야 될 것 같아.”
“걱정하지마. 형님이 니 밥벌이는 생각해뒀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등록금 대줄테니까 학교나 열심히 다녀. 조건은 평점 4.5만점에 누적으로 3.8이상만 받아오면 된다. 조건은 그거 딱 하나다.”
“형...”
동생이 나의 선언에 감동을 받았는지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았으나 착각이었다.

“형이 무슨 능력으로 2년 남은 내 등록금을 다 대냐? 그리고 밥벌이는 무슨 밥벌이? 이번에 뭔 알바 했는데?  설마 사설토토나 인터넷 도박같은 거 손대는 거 아니지?”
“어허~하늘같은 형님한테 또 ‘니’? 팔씨름으로 아직 형의 힘을 덜 느꼈구나 니가. 그리고 내가 그런 거 사람이냐?”
“그럼 형이 어디서 그렇게 큰돈을 무슨 수로 벌어낸 건데?”
“합법적으로 번 돈이야.”
“그러니까 설명을 해보라고.”

동생 놈에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해졌다.
어디까지 말해줘야 하는지 선이 애매하고 그렇다고  숨겨놓고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들어먹을 나이도 아니고 그럴 동생도 아니었다.

쇼파에서 일어난 나는 눕듯이 앉아 있는 동생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실 나 이능력을 각성했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동생은 짜게 식은 눈으로 날 쳐다보며 물어봤다.
“형, 마약 하는 거 아니지? 병원 가서 치료받자.”

헛소리 그만하고 사실대로 털어 놓으라며 동생은 뭘 그렇게 숨기냐고 물어봤다.
“피고 이정후, 헛소리 집어 치우고 밖에서 뭐하고 다니길래 큰돈이 났습니까? 묻는 말에 사실대로 답합니다. 동생 이지후는 형 이정후에게 모든 흑역사를  털어 놓았는데 이정후는 못 털어 놓습니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의 것이라면 인정해주겟습니다.”

동생은 밖에서 있는 일을 내게 미주알고주알 설명해주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볼 때가 많았다. 고백, 연애, 실연, 아르바이트하면서 경험한 일 등등.
나이 차이가 연년생이 아니라서 그런지 일반적인 형제들의 사이보다 우리들의 형제 사이는 상당히 좋았고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할 때도 있어서 동생이 사실대로 말해놓으라고 밀어붙이면 숨기기도 애매했다. 거짓말하면 서로 단박에 눈치채기도 했고.

 상황에서 엘리스에게 도움을 청하자 엘리스가 스마트폰을 통해 대답했다.

“워워워. 이거 뭐야? 내가 군대 갔다온 사이에 인공지능이 이렇게 발달했다고? 아닌데 요즘 사람들이 집에다 많이 들여놓는다는 램프의 요정 기가진도  정도 아니었고 스마트폰 인공지능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동생이 보이는 반응은 내가 처음 엘리스와 대화를 나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너나 나나.’

동생에게  능력을 설명하기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엘리스가 말을 걸자 동생의 입도 벌어졌다.
“입 다물고 엘리스가 설명해주는 거 한번 들어 봐.”
존 코너를 찾아온 터미네이터의 설명을 들은 것처럼 엘리스의 설명을 들은 동생의 표정도 자신이 받은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 이거 봐라. 버크 아저씨가 처음 봤을  줬던 마체테야.”
인벤토리에서 정글도를 꺼내서 보여주니 동생은 칼집에서 정글도를 꺼내서 잠시 날을 감상하는듯 하다가 집어넣었다.
“내 형이 이세계를 여행하는 능력자라니!  나도 데려가주는 거야?”
‘그 충격이 그 충격이었냐? 군대 갔다오더니 애가 이상해졌어!’
“아직 내 레벨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생명체와는 같이 넘어갈 수 없어. 어떻게 인벤토리에 담겨서 넘어가실?”
무슨 끔찍한 소리를 하는 거냐고 정색하던 동생은 앞으로도 거기서 돈을 벌어오는 거냐고 물어봤다.
“이능력이 사라지지 않는  가능하지 않을까?”
“부모님께는 뭐라고 설명할 건데? 당신의 아들이 이능력자고 모험을 하면서 돈을 벌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생은 그래도 소설책을 읽는  좋아하는 마니아라서 좀 쉽게 납득을 한 것 같았는데 극도로 현실주의적인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엘리스에게 넘기는 건 부모님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았고.

“일단 이 문제는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자. 우리 엄마 성격에 놀라서 쓰러지실 수도 있다.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나가자.”
“아, 나가려면 씻어야 되고 귀찮은데 그냥 점심은 중화요리나 시켜 먹고 저녁에 부모님 오시면 같이 외식이나 하러 가자.”
“이 게으른 자식~ 누구 닮아서 이렇게 게으르나 몰라. 자기 형이 맛있는  사주겠다고 해도 고작 배달시켜 먹재.”
“누굴 닮긴 형을 닮았지. 형은 1주일간 집에서 한 번도 안 나간 적도 있었잖아. 3일에 1번만 씻어서 오죽하면 형이 씻으면 엄마가 물어봤잖아. 어디 약속 있어서 나가냐고.”
“내가? 에이, 기억 안 나는데?”
“한 두 번이 아니라 기억이 안나시나보다.”

본의 아니게 자꾸 엘리스에게 내 흑역사가 드러나는 것 같아서 인공지능이지만 주인으로서 위엄이  서는 것 같아서 찜찜했다.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시작한 둘은 나의 뒷담화가  그리 재밌는지 동생은 내 스마트폰을 들고 엘리스와 죽이 맞아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기 전까지 떠들어댔다.
“그래서 그때 형이 주변에 사람들 많은 데서 여학생한테 고백을 했는데...”
별의별 이야기를 인공지능한테  하는  어이가 없어서 도리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야, 찹쌀탕수육에 깐풍새우까지 시켜줬으면 그냥 조용히 먹지? 시켜준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냐!”
“아, 이 이야기는 우리 엘리스 씨한테는 비밀인가?”
“고마하고 니 짜장면 다 불기 전에 입에다 처넣어라. 다 인벤토리에 넣어 버리기 전에. 그리고 왜 내 엘리스가 우리 엘리스가 되었냐?”
“에이~ 왜 그래. 맛있게 먹고 있잖아. 자 봐. 그리고 형의 엘리스면 가족인 동생에게도 가족이지.  그래, 엘리스 씨?”

“그래, 광고 문구도 있다고. 또 하나의 가족.”
“야, 잡소리 그만하고 먹어.”
“넵.”

후룩룩 쩝쩝

“형이 사주는 중화요리라 그런지 오늘 먹은 중식은 정말 맛있었다. 끄윽...배불러.”
자연스럽게 먹고서 드러누우려는 동생을 발로 막고 식탁 위를 치우고 밖에 그릇을 내놓고 오라고 했다.
“커피는 형이 타줄게. 믹스커피면 되지?”
“어 2개~ 진하게~.”
군대를 갔다 오더니 애가 진짜 아재가 돼서 돌아온 것 같다. 쟤도 어떤 아재랑 영혼이 바뀌고 그런 건 아니겠지?
“당뇨 온다. 1개씩만 먹어.”
“난 1개만 먹으면 싱거워서 그래. 그리고 하루에 믹스커피 1번 먹을까 말까한데 무슨! 여기 직원 버릇이 개판이구만. 사장 나오라고 해. 무슨 직원이 손님이 주문하는데도 이렇게 말이 많나?”
밖에 그릇을 정리해서 내놓고 온 동생은 식탁에 앉아 갑질하는 손님을 연기했다.
“니 군대에서 많이 힘들었냐? 꼭 상황극만 연습하고 온  같다.”
“거기엔 슬픈 전설이 있지.”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군대 갔다 온지 얼마 안 되서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군대 이야기를 꺼낼 것 같아서 막고 아까 엘리스가 설명해주는 도중에 떠오른 생각을 꺼내봤다.

“내가 이세계에 물건을 넘기려면 대량으로 구매를 하게 되거든. 지금은 3레벨이라 한 20톤 정도를 가져갈  있는데 그걸 팔고 나면 가져올 수 있는 귀금속을 처리하는게 문제야. 나  도와라. 내가 월 천만원씩 줄게 대신 700은 니 이름으로 저금했다 나중에 결혼하면 주는 조건으로.”
“씁...난 그거 반대인데.  들리면 형한테 계속 빌붙을 거 같은데.”
‘진짜 군대에서  그렇게  보고 나온 건지. 말년을 동영상들만 보면서 버텼나.’

내가 가진 능력을 잘 활용해서 집을 일으키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엔 조심해야  것들이너무 많았다. 따져봐야  것들을 생각하느라 섣불리 뭘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걸 동생은 알아차렸는지 말을 걸었다.

“형, 고등학생 때 생각나?”
“그게 언제적 일인데  기억하고 사냐? 한 10년은  된 것 같은데”
“형 지갑에   놈들하고 싸운 거.”
동생이 꺼낸 말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1때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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