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25화-내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25/239)



〈 25화 〉25화-내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딴생각을 하면서 몽환적인 반딧불이 등의 불빛에 취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영부영 팀원들과 함께 움직여서 담당자로 보이는 엘프와 대화를 하는 코엘 누나의 뒤에서 서 있자니 10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꼭 우리나라 80년대 같네. 컴퓨터나 전기를 사용하는 관련 사무기기들이 없어서. 전부 수기로만 작성하고 있어.’

엘프 왕국에서는 따로 물을 준비  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물은  혼자 15일치만 쓸 양만 준비해왔는데  선택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곳에 돈 나올 구멍이 있는 법이지. 후후’

“근데 뭐가 잘 안되나? 왜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지지?”
에디나 누나가 늘어진 채 옆에 대기석에 앉아 있다가 바로 앉으면서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코엘 누나가 내 쪽을 순간 쳐다보는 것 같아서 흠칫했다.
'뭐야, 왜 나를 쳐다보는 거야?'
에디나 누나의 반응도 그렇고 코엘 누나가 그 순간에 눈을 마주친 것이 이상하게 꺼림칙해서 에디나 누나에게 뭐가 다른지를 물어봤다.
“왜? 뭐가 평소랑 달라?”
“보통은 돌아와서 임무종료 보고서 제출하고 자료 첨부하면 나중에 자료 보고 판단해서 결과를 전달해주기로 하고 끝이 나거든.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코엘하고 담당자의 대화가 길어지는 것 같아서.”

우리가 뭘까 싶어서 기다리고 있자 담당자와 이야기가 끝난 코엘 누나와 버크 아저씨가 돌아왔다.
“아씨, 귀찮게 됐네?”
“무슨 일이죠?”
드마코 형도 궁금한지 코엘 누나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맡은 임무는 레전드 급에게 할당된 최고수준의 한정임무라서 마을사무소에선 임무완료 승인을 해줄 수가 없다는데?”
“그럼 어디로 가요?”
“엘븐하임으로 오라는 것 같아..”
“귀찮다. 귀찮아. 그거 우리 전부 다 가야 되는 건가? 아니잖아. 그냥 단장, 부단장만 갔다 와.”
에디나가 나무로 된 대기석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준 벤치형 좌석을 찾아 등을 기대며 늘어졌다.

{정후 군은 데려가야 해}
“나머지는 안 따라와도 되는데 정후 너는 같이 가야 될 것 같아. 주요 참고인으로.”
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갑자기  내 이름이 거기서 나오는지 물었다.
"나요? 왜? 내 이름이  거기서 나와?"
모두들 의아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지만 코엘 누나와 버크 아저씨를 제외한 누구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동안 LED 랜턴에 적응해서인지 반딧불이 등이 어둡게 느껴져서 니가 가져다 준 LED 랜턴을 꺼내 켜서 니가 준 볼펜이란 걸로 서류를 작성하고 있으니까 담당자가 신기하게 쳐다보다가 이런 물건들이 어디서 났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리고 나서 코엘이 생각없이 바로 대답해버렸네. 현지에서 만난  남자가  물건이라고.”
“데헷!”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팀원들 모두가 귀여운 척 혓바닥을 내미는 코엘 누나를 째려봤다.
“잡아. 저년.”
“미리 날을 잡았어야 했다니까. 쓸데없이 일을 만들어 만들기를.”
“언젠가 단장이 사고칠 줄 알았어.”
“제 윗분만 아니었어도...”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가 담당자의 정숙을 지켜달라는 주의를 받고 우리는 소동을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에이, 안 잡아먹어. 걱정하지마, 정후야. 설마 우리 엘프들이 널 죽이기야 하겠니?”

이럴 땐 걱정하지 말라고  딴에 신경써주는 엘리스가  밉게 느껴진다.
“지금 바로 가면 되는 거에요?”
“아니, 보고가 올라가면 그쪽에서 오라는 확인서가 떨어질 거래. 그럼 담당자가 우리한테 정령으로 신호를  거고 그때 준비해서 가면 돼.”
“내가 옆에서 제지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엉겁결에 일이 진행되어 버렸네.”
좋은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죽이지도 못한다는데 엘프들의 수도는 어떤가 보러가서 나쁠 것도 없지 않을까

“트리니티 상단의 지점은 어디로 가면 되나요? 우선 거기로 가서 쉬면 되는 거죠?”
“우린 거기서 안 쉬는데? 우리가 쉬는 크로니클 전용 숙소는 따로 있어.”
그후 자기들이 알아서 입조심을 제대로 안한 코엘 누나에 대한 정신교육을 하겠다며 나머지 단원들은 우리가 머물 곳으로 짐을 챙겨 이동했고 나와 빅터 교관 그리고 요크만 따로 빠져서 트리니티 상단의 지부실로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번에 니가 가져온 물건들을 팔고 싶다 이거지?”
“어. 팔기에 괜찮겠다 싶은 물건들 이것 저것 가져왔어.”
“품목과 수량들이 적힌 리스트를 보고 싶군요.”

내가 구해온 물건들을 엘리스가 번역해서 이곳의 문자에 맞는 형식으로 출력한 화면을 따로 띄워놓고 문서를 작성해서 보여줬다. 곰곰이 읽던 빅터 교관은 고개를 끄덕이곤 요크에게 건네줬다.
“우리가 먹어본 음식들뿐 아니라 육류를 꽤 많이 준비해 왔군요. 엘프들이 많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펜이라는 것이나 종이는 충분히 구매하려고 할 것 같구요. 정기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같습니다.”
“다 좋은데 우리 LED 랜턴을 바로 판매하는 건 조금 생각해보자. 엘븐하임에 보고 된 부분이라 판매 허가가 떨어지면 우리 트리니티 상단에서 전략상품으로 고가에 팔고 싶어.”

이번에 가져온 물건을 납품하는 대가로 내게 떨어지는 돈은 대략 2천골드는 될 것 같았다. 생각해보는 척하고 엘리스와 상담을 해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제안을 하자 요크와 빅터 교관은 나 보고 잠시만 나가 있어달라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조금만 대화를 해보겠다고 했다.
 지점장실에서 나와 나무로  창밖으로 보이는 엘프 마을의 풍광에 시선을 빼앗겼다.

‘꼭 만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아. 2~3층 높이의 나무들과 지나다니는 엘프, 드워프, 인간들의 모습들이나 우리가 입는 옷과는 다른 패션들.’

‘나야 뭐...이런 경험이 없는 취준생이었던 사람이잖아. 니가 말하는 부분도 전부는 이해 못하고 있어. 배워야겠지. 근데 또 내가 초짜라고 해서 저 사람들이 날 이용해 먹고 그럴  같지는 않은데? 그럴 사람들이었다면 노예 해방같은 하지도 않았겠지.’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마음으로 엘리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지점장실에서 요크가 종이  장을 들고 나왔다.

“수익금의 10%를 커미션으로 하는 건 우리 상단을 사용하는 대행비로는  부족한  같았는데, 빅터 씨가 이야기하더라. 이런 물건 자체를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상단 입장에선 엄청  대가이자 힘이 된다고.”
“사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렇지만 수익금을 받지 않아도  정도입니다. 다만 상단 내부에서 물건을 팔고도 이익을 남기지 못한다면 말이 나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특혜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차후를 생각해서 차단하는 것이 좋겠지요. 대신 이 수익금들은 대륙의 병자들에게 일부 사용하도록 할 겁니다. 정후 단원의 동의가 있다면 그렇게 할 예정인데 괜찮겠습니까?”
“뭐 어느 정도의 커미션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와! 한 40%까지도 생각했었는데 10%면 땡큐다 그치?’

“특히 그 LED 랜턴이랑 터보 라이터 그리고 소금과 후추는 우리들 상단의 또 다른 무기가 될 것 같아서 나도 납득했어.”

우리는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동일한 내용이 적힌 계약서를 하나는 한글로 하나는 더스트 공용어로 2부씩 작성하여 서명을 하고 나눠 가졌다.
“자, 그럼? 어디다 물건들을 놓아줄까?”
“우리 상단에서 쓰는 창고가 있는데 거기로 가자.”

상단 트리니티가 보유하고 있는 창고 건물은 생각보다 커서 내가 가져온 물건들  판매목적의 물건들은 대부분 꺼내 놓을  있었다.
“음, 고기는 나중에 필요할 때만 꺼내 놓아 줄 수 있을까? 이곳엔 육류들을 냉장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들이 따로 없어서 말이야. 이왕이면 신선한 상태로 판매하고 싶거든.”
“엘븐하임에 이동하기 전까지 이곳에서 모두  수 있을까?”
엘븐하임으로 출발하면 필요한 순간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꺼낼  없을 것 같아서 질문했는데 요크의 반응이 놀라웠다.
“농담해? 엘프들을 뭘로 보고? 완전 돼지들이야. 엘프들이 얼마나 먹어 치우는데. 없어서 못 먹어.”
“트리니티 상단에서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팔겠다며 홍보만 해도 여기 엘프들은 줄을  겁니다.”
“홍보하는데 하루, 매일 한 시간씩만 팔아도 3일이 안 걸릴 거야. 내가 장담할게.”

요크와 빅터 교관의 말대로였다. 엘프들이 어찌나 고기를 좋아하는지 우리 식의 표현대로면 호떡 집에 불난 것처럼 팔아치울 수 있었다. 육류에 한해서 돼지고기나 닭고기 구분 없이 kg당 10실버(10만원)씩 받겠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신선한 고기가 그 가격 밖에 안 되냐면서 첫날 맛 본 엘프들에 의해 입소문이 나는 바람에 하루에 정해진 4톤의 물량이 매일 다 팔리는 덕분에 정확히 3일 만에 동이 났다.
“이번에 사온 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맛있다고 역시 트리니티 상단이 파는 물건이 다르다면서 좋아하더라고. 계속 납품해줘. 그리고 앞으로 니가 가져올 필기도구는 각 마을에 있는 시청으로 물건이 들어올 때마다 1순위로 납품하기로 했고.”

엘리스의 지적을 듣고 이들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쓰레기 회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포장되어 있는 물건 구매할 때 주는 증표와 함께 포장되어 있던 쓰레기들 잘 챙겨서 모두 가져오면 50브론즈를 되돌려주겠다고 하니까 바로 다음날 자기들이 알아서 가져오더라고.”
“진짜 중요한 거니까 꼭 따로 챙겨 놓아야 해. 이 세상이 지저분해져서 오염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잘  쓰는 버려진 창고에 계속 모아둘게.”
‘엘리스 그럼 이번에 내가 벌어들인 수익은 얼마야?’

‘돈이 돈을 벌어들이는구나.’


엘리스가 늘어난 인벤토리에 맞게 늘어난 돈 맛을 봤는지 더욱  가열차게 오러를 배우라고 날 밀어 붙였다. 엘리스의 닦달 아래 수련을 하면서 보낸 3일 정도의 대기기간이 끝나고 엘프여왕이 있는 엘븐하임에서 우리를 오라고 불렀다.
“정후, 이번엔 혼자 말 탈 수 있지?”
“이젠 좀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우리가 조금씩 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타게.”

두 사람하고만 엘븐하임까지의 여행이라 얼마나 걸리려나?
“엘븐하임까지는 여기서 며칠이나 걸려요?”
“그렇게  멀어. 금방이야. 금방. 코앞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수준.”
“엘프들 기준으로나 금방이지”
"말 타고 가면 금방이야."
"그러니까 며칠 걸려요?"
"5일."
"5일? 지금처럼 천천히? 아니면 달려서?"
"되는 대로 최대한 달려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5일째 저녁은 기필코 엘븐하임에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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