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4화-12시 마을 (24/239)



〈 24화 〉24화-12시 마을

저번에 올려뒀던 3편의 영상들에 사람들이 쓴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반응들 중에는 좋은 영상을 봤다며 내가 보기에도 즐거운 반응들도 있었고, 키보드 워리어들이 참전했는지 한창 늘어져서 답댓글이 100개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코엘 누나랑 결혼? 흠, 이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소릴 써 놨네. 그나저나 사람들 반응이 무척 호의적이라서 좋다.”


“이번에 올릴 영상의 반응들도 기대가 된다.”

“올려줘. 이것들 반응도 더스크로 넘어갔다 돌아와서 확인할 거야.”

더스크로 넘어가서 며칠이 지나면 엘프 왕국에 도착한다는 말에 난 엘프 왕국에서 팔 생각으로 후추, 소금뿐 아니라 국내산 돼지고기 중에서도 잘 안 팔린다는 전지, 후지 쪽 위주로 대량구매를 했다.
또 팀원들을 보니까 닭도리탕 같은 음식들도 맵지만 잘 먹기도 하고 해서 닭고기도 같이 대량구매했다.
“코엘 누나가 엘프들이 육류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잘 팔릴거야. 분명”
믿을  없는 상대를 신뢰해야 하는 것 같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코엘 누나의 말에 대해 특별히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진 않아서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다.
“육류만 12톤인데...다 팔 수 있으려나?”




“조금만 더 가면 엘프왕국에 도착이야!”
코엘 누나가 고향을 보고나서 오랜만에 돌아가서 인지 몇 시간 전부터 들떠 보인다. 물리적으로는 며칠 전부터 코엘 누나가 돌아간다는 엘프 왕국들이 보였다. 처음엔 그저 유난히 높고 굵은 나무들이 많아서 궁금해져 유달리 높은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를 물어보자 세계수라고 했다.
“세계수요? 세계수는 하나 아니에요?”
“세계수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세계수도 모른다?}
{이쪽 사람이라면 상식인데 말이지. 이젠 확실하군. 이 남자가 신탁의 주인공이야.}

코엘 누나가 설명해준 세계수란 것은 엘프의 수호목이나 정신적 지주 그런 것이 아니라 엘프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대형 주거단지로 우리 세상의 ‘아파트’같은 것이라는데 몇천년이 넘게 생존 가능한 세계수들이 여기저기에 널찍널찍하게 떨어져 있었다.
‘신도시같은 개념인가?’
“엘프들이 만명씩 살 수 있는 거주 가능한 나무를 우리는 신목 혹은 세계수라고 해서 엘프만의 비법으로 키우는데 보통 저렇게 완성하기 위해선 천년 정도가 걸려. 그러니까 대단위 이주를 위해선 미리 키워야 하는 거지.”

트리니티 상단의 발족 이후 연쇄효과로 엘프들의 신생아 출생율까지 따라 오르는 바람에 신혼 엘프들의 이주 신청이 넘쳐서 청약 과열이 벌어지는 게 최근 엘프사회에서 가장 핫한 이슈란다.
신혼부부들의 경우 아이들이 나무를 오르내리면서 출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저층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높은 위치에 살아도 문제가 없을 때가 되면 햇볕이  드는 고층을 선호하는 엘프들의 특성상 최고층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층으로부터 새로 키운 나무들로 이주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했다.
‘흠, 새집 증후군이 있다지만 새집에 사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지.’

“아무리 그래도 나무 하나에 최대 만명이요? 나무가 아무리 커도 그걸 버틸 수가 있어요?”
“저기 봐. 나무 둘레만 봐도 엄청 굵잖아. 엘프들의 비법이 담긴 나무라서 보기보다도 엄청 튼튼해. 이 나무들은 나중에 엘프들이 천년 정도 살다 이주하게  때가 되면 높은 가격으로 경매장에 나가서 팔릴 정도야. 세계수로 만든 가구들이나 목조주택은 수백년을 가도 뒤틀리거나 하지 않는 명품으로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지.”
“하긴 그렇게 튼튼한 나무면 인간들 집을 지을 때 사용해도 되고 가구같은 걸로 만들어도  쓸모가 있겠어요.”
“그렇지. 오래된 세계수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드워프들에게 넘겨서 한정판으로 만들어 팔면 돈 많은 귀족들과 왕족들이 환장해서 달려들지. 단순히 돈만 있다고   있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천년에 몇  없는이벤트거든.”

가까워질수록 보이는 세계수는 거짓말 안하고 우리 세상의 타워팰리스보다 더 높고 두꺼워 보였다. 아마 눈으로 직접 코 앞에서 보면 한 눈에  높이와 너비가 시야에 잡히지도 않을만큼 컸다.

‘미쳤네. 나무가 그 정도까지 자라는 것도 신기하고.’

“그럼 만명씩이나 되는 엘프들이 모여 살려면 먹고 싸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죠?”
상하수도도 제대로 없는 나무 안에서 사람이 모여 살면 생기는 기초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서 코엘 누나에게 되묻자 이때다 싶은 듯 요크가 끼어들었다.
“엘프들의 신목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비법이 뭔지 알아?”
“나야 모르지.”
“방금 전에 변 처리 과정을 물어봤잖아.”
“설마?”
“응, 맞아.”
“에이...진짜?”
“어, 니가 생각하는 그거 맞다니까.”
엘프들이 세계수를 저 높이까지 키우는 비법 중의 하나가 바로 그들의 ‘변’이었다. 엘프들이 보는 변의 성분은 인간과 달라서 따로 처리 과정 없이 비료처럼 세계수 밑에 묻어주면 나무가 이를 흡수하여 빠른 속도로 단단한 목질이 되어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똥을 무슨 연금술로 변화를 시키나...그게 돼?’
“간단하게 우리가 가는 엘프 왕국은 ‘똥밭’이야. 눈앞에 거대한 ‘세계수’가 보인다? 수도 없이 많은 똥이 땅에 묻혀 있는 셈이란 거지. 왠지 냄새 나는 거 같지 않아?”

엘리스의 말을 듣자니 뭔가 기분이 묘해졌다.
‘절대 엘프왕국에 가면 엘프들이 주는 음식  먹을 거야. 노로 바이러스 걸릴지도 몰라.’

‘그만! 그런 거 알, 알고 싶지 않아!’

그렇게 엘리스와 속으로 떠들고 있는 사이 요크의 입을 손으로 막은 코엘 누나가 요크의 설명은 부족하다면서 덧붙였다.
“엘프들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엘프 왕국에 있는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들을 통해서 해결되는데 엘프 특유의 ‘변’덕분에 나무의 생장속도가 빨라서 만명 단위로 멀찍이 떨어져서 모여 사는 엘프들이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들을 나무들로도 충분히 보충할 수가 있어.”
“수분보충을 과일과 야채만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지 않아요?”
“엘프가 키우는 과실수 중에선 과실 내부에 수분만 저장하는 종들도 있어서 정후, 니가 가져온 생수병이라는 것처럼 평소에는 나무에 열린 채로 뒀다가 다음날 먹을 만큼만 따서 집으로 가져와서 마셔.”
'자연산 자판기같은 건가? 돈은 안내도 되는? 그건 부럽네. 식료품비가 제로란 거잖아.'

이제는 길이 넓어져서 3마리씩 나란히 가고 있는데 요크가 다시 코엘 누나의 옆에서 선공을 걸었다.
“자! 엘프들의 똥으로 유지되는 대변 엘프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만 똥똥 거려라. 이 똥자루만한 드워프야. 엘프들의 똥이 사용되는 게 맞긴 하지만 절대 그것만 있는 건 아니야.”
“근데 그게 가장 주요한 재료인 것은 맞죠?”
정곡을 찔렸는지 코엘 누나가 어찌된 일인지  상대를 못한다.
“이곳이 코엘 언니가 태어나고 자란 똥밭 아..큽...실수~ 엘프왕국의 초입 마을 ‘12시’에요.”
한 번 더 코엘 누나를 자극한 요크가 말한 마을 이름이 조금 웃기게 들렸다.
“12시 마을?”
“엘프들의 마을은 현재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세계수들을 포함해서 총 13개야. 30도마다 하나씩 존재하고 가운데에 여왕님이 계시는 수도 엘븐하임이 있지.”
‘시계같은 구조네. 어떻게  30도씩 나눴지?’

‘흠, 그것도 그렇네.’
나와 엘리스가 의문을 품는지도 모르고 요크는 이제 다 도착했다면서 어디로 가야될지를 알려줬다.
“12시마을에 가면 12시마을을 둘러싸고 2~3층 정도 되는 높이의 나무들이 모여 있어. 거기가 우리가 머물 상점가 거리야.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의 여관들도 있고. 상단이 일정한 권리금을 지불하고 월세를 지불하면서 물건을 사고 팔기도 해. 물론 엘프들의 특산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오는 인간들의 상단들도 여기서 구매하고”

엘프들의 마을에 도착해서 입구를 지나 세계수와 상점가라는 나무들 사이에 있는 조성된 숲길을 7시 방향부터 12시 방향으로 돌아 오니 10층은 될 것 같은 높이의 주변 상점나무들과는 높이도 너비도 다른  나무가 있었다.
“저긴 그럼 뭐죠?
“저기는 12시 마을에 들어온 외부인들이 출입 신고를 하고서 승인을 받는 시청이야. 이곳에 사는 엘프들을 위한 업무들도 다 저기서 하고 있어.”
“우리가 이번에 맡은 임무완성에 대해서 저곳에 보고를 하기도 하고 모험가 집단들에게 엘븐하임으로부터 전달받은 의뢰를 공시하기도 합니다. 그럼 우리 같은 모험가들이나 용병들이 의뢰를 보고 의뢰 신청서를 작성하여 임무를 부여 받습니다.”

시청 앞에 도착해 말을 묶어 놓고 우리는 나무로 된 거대한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엘프들의 똥으로 키우고 유지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보폭에 맞춰 짧은 다리로 부단히 다다다다하며 걷고 있는 요크가 숨도 안 차는지 즐거운 표정으로 설명해줬다.

시청내부는 우리들 시청이나 구조가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나무 안이라서 그런지 삼림욕을 할 때나 맡을 수 있는 피톤치드 냄새가 났다.
‘똥냄새가 아니라 피톤치드 냄새라니. 하긴 나무가 있는데 이런 냄새가 나는  맞긴 한데 요크가 한 말 때문에 왠지  냄새가 나야할 것만 같아.’

팀원들을 따라 이동한 곳은 개폐가 가능한 나무로  창이 있는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문이나 창문이 없어서 어두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밝은 빛을 내뿜는 반딧불이가 잔뜩 들어 있는 등들이 여기저기 매달려서 몽환적인 빛을 내뿜으며 조명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래서 누나가 LED 랜턴을 보고 엄청 좋아했구나.’

'역시 소비자 반응을 보고 물건을 사오길 잘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