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21화-피 흘리는 사자 곁에 모여든 하이에나들 (21/239)



〈 21화 〉21화-피 흘리는 사자 곁에 모여든 하이에나들

사람들 사이에서 몇몇이 그렇게 작지 않은 소리로 루마사의 튼튼함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들릴 만큼 떠들었다. 주변 사람들도 듣고서 이들의 말이 맞다고 동의했는지 각자 액수를 외치며 사겠다고 했다.

“여기 돈이 있소! 내가 그 검을 사겠소! 50 플래티넘!”
“무슨 소리? 배만 불뚝 나온 너같은 자식이 그걸  봐야 그거 방구석에 처박아 두고선 지만 감상할  뻔한데 저 검에게 그런 불행을 안겨줄 순 없지. 100 플래티넘!”
“125 플래티넘!”
각자가 자신의 부를 자랑하듯 한손으론 백금화가 들은 주머니를 흔들며 한 손으론 번호판을 들고 이야기하자 이를 지켜보던 에바 롬은 차가운 표정으로 들고 있던 자기가 들고 있던 번호판을 들며 외쳤다.
“500 플래티넘.”
“500 플래티넘이라니? 1플래티넘이 100골드니까 5만 골드?”
“저 사람 도대체 누구야?”
“함리스 상단의 차기 상단주로 불리는 에바 롬이다!”
“함리스 상단이 돈을 갈퀴로 긁었나 보군.”
“아무리 함리스 상단의 차기 상단주라도 그렇지 어디 500플래티넘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걸 한번에 지른단 말인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군.”
“어마어마한 재력이야.”


‘500 플래티넘이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지? 바로 가늠이 안되는데?’

내가 5만 골드가 얼마만큼 큰 액수인지 감을 못 잡는 것 같았는지 엘리스가 계산을 해주자 아무리 대단한 검일지라도 어찌 보면 고작 검 하나에 500억을 태운 에바 롬의 재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진품명품에 나왔던 사인검 감정가가 3억원 정도 했었나?’

에바 롬이 5만 골드를 지불하며 검을 사겠다고 외치자 드마코는 돈으로 무식하게 지르는 에바 롬을 속으로 비웃었지만 겉으론 안타깝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이 제품은 그렇게 고액으로 살 필요가 없는 물건입니다. 시연회가 끝나면 트리니티의 어느 지점을 가시더라도 단돈 1 플래티넘이면 누구라도 구매하실 수가 있습니다. 저희 트리니티가 자랑하는 고가 라인의 제품이죠. 아무튼 오늘 이 자리는 경매를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추첨을 기다리시던가, 아니면 내일 직접 지점에 방문하셔서 구매하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1억원도 뉘집 애 이름처럼 부를 가격은 아닌  같은데.’

“못해도 50 플래티넘은 넘을 가치를 가진 장인 버크의 ‘사마람’에게 흠집을 낸 검이 단돈 1플래티넘이라고?
“사야 돼. 저것만 사면 50배는 남겨 먹을  있어.”
시연회장에 있던 이들이 매장에  물건을 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트리니티 상점에 방문하신 분들 중 추첨을 하여 이 자리에서 5명에게 추첨으로 루마사를 드릴 겁니다.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루마사의 판매는 내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니 하루라도 먼저 저희 제품을 가지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잠시 정숙해주십시오!”
시연회장 곳곳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배치된 상단원들이 동시에 크게 여러번 외쳤다. 상단원들의 안내에 겨우 참석한 하객들이 진정했는지 자리에 앉았다.

“뭐? 5명에게 추첨으로 주겠다고? 저걸?”
“어떤 방법으로 추첨을 하겠다는 거지?”
“여기 상자 안에 여러분들이 앉아 계신 의자의 번호와 같은 번호들이 적힌 종이들이 있습니다. 무작위로 섞여 있는 상태로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서 제가 종이를 꺼내 호명하는 분은 의자 아래 놓여 있는 번호판을 들고 앞으로 나와 번호판을 직원에게 주시고 루마사를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드마코가 조용해진 시연회장에서 박스를 들고 선 상단원 옆으로 몇 발자국 옮겨 박스 옆에서 손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박스 안에서 종이를 섞는 듯 사락사락 소리가 조용해진 시연회장을 채웠다.

“첫번째 분은 35번! 35번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드마코가 종이를 꺼내 옆에 박스를 들고  있는 단원에게 보여주자 단원이 소리를 쳤고 이에 복창하듯 시연회 장에 배치된 상단원들도 함께 35번이 나올 것을 2번 더 소리쳤다.
“뭐? 내...내 번호야!!!!! 와아아아아아!!!”
자신이 당첨된 사실이 너무 기뻤는지 한 남자가 귀족답지 않게 좋아하며 앞으로 뛰어 나와서 번호판을 보여주고 루마사를 받아갔고 주변 사람들은 루마사를 받아 간 남자들의 주변에 몰려들어 검을  번씩 쓰다듬었다.
“어허! 우리 집 가보에 어디 감히  더러운 손들을 건드리는 거요! 손들 치우라구!”
잠시 소란이 일었지만 이내 드마코가 손을 다시 박스 안으로 집어넣자 시연회장은 다시 기대로 가득 찼다. 드마코와 단원들이 같은 행위를 4번 더 반복하고 4명의 사람이 자신의 번호판과 루마사를 교환하여 가져갔다.

“오늘 이곳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면서 이제 시연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구매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시연회장에 배치된 상단원들에게 문의를 하시면 상담원들이 성실하고 친절하게 답변해 드릴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드마코가 상단의 임원들과 자리를 떠나자 사람들 중 일부는 시연회장에 배치된 단원들에게 모여들어 각자가 가진 궁금증을 질문하기도 했고 일부는 이후 최초의 ‘루마5검’으로 불릴 검을 가진 사람들에게 몰려들기도 했다. 루마사를 가지게 된 5명 중 한명은 이를 되팔기 위해 가까운 경매장으로 들고 뛰어 갔고 이들의 뒤를 따라 어떤 이들은 제품을 살테니 지금 팔라고 소리치며 쫓아갔다.


“개판이네.흐흐.”
이때 요크가 코엘 누나가 옆에서 뭔 소리를 하나 싶어서 쳐다봤는데  밑을 슥 훔치며 난장판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상하게 만족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나온다 이건가? 흠, 우리도 대응방법을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군. 직접 물건을 살펴보고 움직여야겠어.”
많은 사람들의 소음이 뒤섞인 공간에 이를 조용히 지켜보던 에바 롬은 한마디를 내뱉고 이를 빠드득 거리면서 자리를 떠나갔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상단원들이 한동안 고생했죠.”
“저희들이 파는 수량이 적은 숫자는 아니었어도 많은 지점에 판매해야 하다 보니 지점당 판매 가능한 개수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심지어 먼저 산 사람들로부터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들까지 나타났죠.”
“사자마자 높은 값을 받고 되팔고 싶어서 전날부터 물건 사겠다고 줄을 늘어서는 사람도 있었고.”
“에바 모르가 그렇게 쉽게 당하기만 했을  같지는 않은데요? 함리스 상단이 1위 상단이었으면 그래도 축적된 자본과 다져놓은 입지가 있었을 건데.”

우리 세상의 대기업들의 경우를 봐도 기존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단순한 공격 하나에 그렇게 쉽게 도산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최근에 본 경영 관련 서적들을 떠올려 봤을 때도 아무리 함리스 상단을 대륙 1위의 상단에 올려놓은 주력상품 하나가 망가졌다지만 마찬가지의 상황이라 뭔가 다른 전략들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당연하지. 우린 다음을 위해 세워둔 2파, 3파 전략이 또 있었거든.”
“난 진작 알아 봤다니까. 꼬맹이는 저번에 먹었던 그 맵디 맵운 월남고추같은 애라 겉보기만 보고 우습게 보면 안될 종자야.”
‘요크가 드워프긴 해도 성별이 여자인데...그런 비유는 좀...’


트리니티 상단에서 드워프제 2급품보다 좋은 물건을 쇠가 들어간 상품이라면 품목을 가리지 않고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내자 사람들은 트리니티 상단에 몰려들었다. 심지어 농기구조차도 하급의 드워프 무구보다 튼튼할 정도라 돈이 없는 신입 용병들의 경우는 무기를 대신해서 농기구를 구매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정도였다.
함리스 상단은 트리니티 상단의 공세에 맞춰 시장에 자신들이 여태껏 팔고 있던 철제 제품 이외의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세트를 구성해서 끼워파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시장 1위의 상단과 아성을 깨뜨리려는 거대 신입 상단이 서로 치킨 경쟁에 들어가자 소비자들은 신이 났지만 양쪽 상단 내부에선 치킨 경쟁이 어느 정도 길어짐에 따라 점차 걱정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부상단주님! 이대로 가면 저희들은 파산입니다.”
“대륙 제1의 상단인 우리가 가진 재력으로 찍어 누르는데 제깟 놈들이 별 수 있겠나? 기다려봐라. 우리가 그동안 쌓아놓은 돈이 결국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이다. 우리가 쓰러지기 전에 오래가지 않아 반드시 트리니티 상단이 먼저 쓰러진다.”

“버크 상단주님,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 것인지 슬슬 걱정됩니다.”
“저도요.”
올빼미들 중에서 육체적 능력이 떨어져서 원하던 와처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이들은 트리니티 상단에서라도 일하게 되어 돈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고, 트리니티에서 벌어간 돈으로 가족들의 삶을 책임질  있게 되자 행복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정의를 위한다곤 해도 먹고 사람인 이상 먹고 살아야 했는데 가장으로서 입지를 세울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나 이런 행복한 현재가 미래는커녕 단순히 몇 년도  이어지지 않을  같아 걱정된 직원들은 드마코 단장이 지나갈 때 걱정스런 눈초리로 쳐다보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직원 여러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 트리니티의 뿌리는 너희들의 생각보다 더 깊고 넓게 퍼져 있으니까. 너희들 먹고 사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책임질 테니까 너희들은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그렇습니까?”
“하하하, 정 안되면 내가 다시 용병업에 뛰어 들어서라도 너희들 퇴직금 정도는 챙겨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단주님, 저희들 말은 그런 게 아니라...”
“안다. 알아. 너희들도 상단이 튼튼하게 오래 운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정도는. 어떻게 해서든 직원들 먹고 사는 문제는 책임지게 해주겠다는 게 우리 크로니클의 염원이기도 하고 상단주인 나의 의지이기도 하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나의 선언같은 거라고 받아 줬으면 한다.”
“저희들도 최선을 다해 트리니티 상단의 승리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드마코가 이야기한 요크의 2파,3파 전략이 뭐였어요?”
“처음 지적했던대로 드워프 상품의 한계점이라고 할  있는 개개인에 맞는 커스텀 상품의 제작과 요크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드워프 마을과 함리스 상단의 거래 중단이었지. 애초에 함리스 상단은 드워프들과 계약서를 만든 적이 없는 구두계약같은 거였거든.
드워프 마을 입장에서도 요크와 자신들을 구해주고 그동안 드워프를 도와준 와처가 정기적 구매를 대가로 식량을 공급하겠다고 계약을 하자고 요구하고 나서니 처음과 달라진 함리스 상단과 거래를 끊어도 된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워 했지. 근데 이게 엄청 주효한 전략이었어.
아무리 우리가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시장에 풀어도 모든 이들의 수요를 만족하긴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기도 하고 드워프제 물건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이랄까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존재했거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고작 몇  가지곤 대량생산하면서 제품의 내구도는 따라잡을  있었지만 실제로 최상위 드워프 장인들이 만드는 작품과는 디테일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으니까.”
“내 생각엔 각자가 요구하는 체형에 맞게 무구나 방어구를 조정하여 만들어 준다는 것이 큰 메리트였던 것 같네. 기존의 드워프 작품들은 인간 대장장이가 건드리는 경우 망가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서 보통 귀족들은 비슷한 체형의 기사들에게 주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아니면 자신의 몸을 끼워 맞춰서 입었다고나 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장에서는 어지간해서 잘 망가지지 않으니 수십, 수백년을 대를 이어서 내려져 오더라도 드워프제 무구만 가질 수 있다면 기사들 사이에서 경쟁이 장난 아닐 정도였지. 기사들 사이에서 영주가 내려준 무구가 자신의 몸에  맞는다는 것은 신의 선택을 받은 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
“요크 팀원은 버크 부단장님과 함께 드워프 동굴의 장인들에게 버크 부단장님이 만들어 두고 요크 팀원이 개량한 기술을 전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전의 드워프제 무구보다 몇단계  끌어 올린 제품을 만들어 낼  있었죠. 또, 동굴 내에서 구하기엔 어려운 재료들을 가져다 공급함으로써 최상위급 수준의 실력을 가진 드워프들을 통해 이전보다 몇단계 발전한 초고가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드워프들이 만들어 내는 명품보다 더 강력한 무기들이었죠. 이전보다 오러의 전달력을 높임으로써 오러의 소모를 낮출 수가 있었을뿐더러 동급의 오러를 주입하면 다른 드워프제 무기보다 절삭력이나 내구도면에서도 많은 이점을 취할 수가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우리가 이전보다  쉽게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트리니티 상단의 전략은 안 먹힐래야 안 먹힐 수가 없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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