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20화-규모의 경제
요크는 올빼미와 와처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들 중에서 거대한 철공소를 세우기에 적합한 공간을 찾아냈다. 찾아낸 공간을 상단 트리니티를 통해 받은 투자금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고 철공소를 세우기 시작했다.
올빼미들 중에서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겠다고 자청한 이들을 모으는 동안 이들이 기술을 배울 공간을 만들기 전에 한참 전의 일이라 세부적인 부분을 잊어버려서 잘 기억 못하는 버크에게 조금 더 발전한 드워프 사회의 금속에 대한 이해를 첨부하여 요크가 재교육해야 했다. 기술을 배울 공간을 ‘아우스빌둥’이라 이름 짓고 자원한 올빼미들을 대상으로 드워프들이 가진 기술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요크는 아무리 그렇게 둘이 기술을 가르치더라도 2~3년만의 교육으론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이 수천년을 누적해온 드워프들의 손재주를 따라잡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오랜 시간 기술을 쌓아온 드워프가 전 영역을 교육받고 전 영역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따라 잡지 못하는 대신 한 영역에 한해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교육생들의 업무를 세분화하여 각자의 업무만 익히게 했다. 제련 업무를하는 쪽은 제련만, 주조를 하는 이는 주조만, 단조를 해야 되는 이들은 단조만 하는 식으로.
각자의 업무영역을 나눈 뒤 전문화 시키자 3년이 지났을 땐 자신이 하는 영역에선 최고 수준의 드워프 마에스트로들보다 아직은 부족하더라도 새로 도입된 버크의 기술과 시너지를 일으켜 2급품을 만들어 내는 드워프들보다 장인이 만들 법한 것보다 살짝 미치지 못하는 외관에 강도 자체는 드워프제 2급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 되었다.
드워프들의 경우, 철광석을 캐고 쇠를 녹이는 작업까지만 조를 나눠서 돌아가며 함께 할 뿐 그 이후엔 각자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익히느라 시간을 보내야 했고 보석세공, 금속, 목공 등 다 영역에 걸쳐 전반적으로 마에스트로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최소 400년 이상이 소모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실제로 3개월에 한번이라도 무구를 만들어 내는 드워프들의 숫자는 한동안 해방전쟁의 후폭풍으로 인해 숫자가 줄었던 드워프 인구가 다시 복구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줄어든 상태였고 한달에 만들어지는 2급품 정도의 물건들의 숫자라고 해봐야 50개 이하로 떨어져 버린 상황이라 함리스 상단이 수급해서 매달 판매할 수 있는 2급품의 물건은 극도로 적은 수준이었다.
요크와 빅터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시점이 되었다 싶을 때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모인 지 3년이 지나 이제 우리는 판매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제 어느 정도 수량이 확보 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시장에 제품을 팔려면 우선 우리 제품이 얼마나 좋은 제품인지 멀리 알려야겠죠?”
와처의 인사팀장에서 상단 트리니티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스티브는 회의실 가운데에 있는 요크의 말에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 전략기획실에선 제품을 알리기 위한 홍보와 함께 지시하셨던 사은품 행사를 준비해놨습니다.”
감사팀장이었던 카렐은 붉은 올빼미 반지를 검지에 끼고 와처의 단장으로 참석했는데 그 날 대답했던 부분들을 유심히 지켜 본 빅터가 보기에 카렐이 준비되어 있는 인재라고 판단하여 한동안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보다 결국 자리가 빈 와처의 단장의 자리에 임명했다.
와처의 골든벨을 듣고 외부에서 소란이 있었던 것을 파악한 외부인들을 교란하기 위해 올빼미들은 빅터 초대단장을 모르는 어느 얼간이의 헛짓정도로사실에 기반하여 정보조작을 했고 당시 부정에 연루되었던 연로원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 대해선 혹시라도 함리스 상단이 어떤 행보를 눈치 채고 반응할까 싶어 검은 올빼미와 와처의 첩보팀이 비밀리에 연계하여 언제든 처벌할 수 있도록 추적 관찰만 하기로 결정했다.
상단 트리니티의 상품 판매 홍보를 위해 올빼미들은 대륙 전역에 드워프가 만드는 물건보다 더 뛰어난 물건이 있다는 소식을 퍼뜨렸고 트리니티의 개업식 날에는 상단 관계자들을 비롯 지역의 영주들 그리고 함리스 상단의 ‘에바 롬’도 와처와 인연이 있다는 트리니티 상단에서 만든 물건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자 참석 했다.
“오늘 이렇게 찾아 와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희 크로니클 모험가들은 많은 모험들을 하며 용병, 기사 뿐 아니라 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사용하는 장비의 내구도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또한 장비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가 대륙에 도움이 되고자 상단 트리니티를 만들었습니다. 트리니티는 드워프가 만든 물건보다 더 강한 물건을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결심하였고 결과가 나타나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제품 시연을 보고서 앞으로 대륙 전역에 퍼진 트리니티 상단 지점들에 방문해서 물건들을 많이 구매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트리니티의 실질적 상단주는 요크였지만 요크 본인이 유명세를 원치 않기도 했고 드워프가 상단주라는 사실이 어쩌면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모두의 판단 하에 크로니클의 팀원 중 이런 일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었던 드마코가 명목 상의 상단주를 맡기로 했다. 그래서 바지 상단주 드마코의 등장에 사람들은 드마코가 누구인지 알지 못해서 갑자기 튀어 나온 드마코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자 잠시 소란이 있었다.
웅성거림이 계속 되었지만 드마코는 준비해둔 시연회를 보여주기 위해 미리 섭외해둔 유명한 기사 2명을 자리에 초대했다.
“여기, 여러분도 아시듯 대륙의 이름 높은 기사 단테 머스크와 기사 도비 토린느 경들을 모셨습니다. 이분들이 직접 검을 휘둘러 시연하시는 것을 보신다면 참석하신 분들도 신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머스크 경에겐 저희가 얼마 전 버크라는 드워프가 오래 전에 만들었던 환상의 무구들 중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마람’을 구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토린느 경에겐 저희가 이번에 판매하기로 한 제품들 한정판으로 1000개만 만들어 출시된 ‘루마사’를 드렸습니다.”
드마코가 사마람이라는 검을 말하자 상단 트리니티의 창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온 하객들이 너도나도 시끄러워졌다.
“저게 내가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사마람이란 말인가!!!!!”
“사마람이라니!”
“환상의 무구!”
직원들로 하여금 소란스러움을 멎게 한 드마코는 양측의 기사가 서로 있는 힘껏 부딪혀 주기 전에 자신이 든 검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에게 공증해주길 원했다.
“기사 단테머스크의 명예를 걸고 이 롱소드가 ‘사마람’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기사 도비 토린느의 명예를 걸고 이 롱소드는 트리니티 상단에 가면 구매할 수 있는 ‘루마사’와 같은 상품이 맞다고 공언합니다.”
두 사람이 칼을 뽑아서 각자의 앞으로 자세를 잡고 집어 들자 ‘루마사’를 본 이들은 드워프들의 칼에 비해서 좀 투박하다고 생각했다.
“트리니티 상단의 칼은 드워프들의 미려한 검들에 비하면 매끈한 느낌이 덜해 보이는 것 같군.”
“그러게? 드워프제 검보단 마감이 아쉬워.”
“난 무엇보다 검의 강도가 궁금한데. 어차피 미적인 느낌따위 실질적 강도가 따르지 못하면 동네 철검보다 못한 것일뿐.”
하객들이 앉은 좌석들 중에서도 앞자리에 있던 코엘은 심드렁해야하며 옆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요크에게 말을 걸었다.
“야, 꼬맹이. 저 머스크 경이랑 토린느 경은 어떻게 꼬셨어? 저 사람들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 광대짓 하자고 올 사람은 아니잖아?”
“루마사를 보여줬고 버크 오빠의 이름이 박힌 검을 따로 챙겨주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그냥 하겠다고 하던데요?”
“버크가 만든 검 중에서 드워프 기준으로 명품이라는 것들은 다 드워프 마을 금고에 들어가 있는 거 아니었어?”
“오랜만에 망치를 잡았더니 즐겁다면서 제가 가르쳐 드린 지식까지 모두 흡수해서 이번에 7개의 무구를 새롭게 만들었거든요.”
“그럼 니가 주기로 한 건 이전 환상의 무구보다 더 좋은 그 새로운 7개의 무기들 중에 2개야?”
“에이, 그런 걸 어떻게 함부로 내 돌릴 수가 있나요. 그거 만들면서 시험 삼아 만든 것들 중에 2개 주기로 했죠.”
“그거 쟤들도 알아?”
“모르죠. 그건 버크 오빠가 크로니클 팀원들에게만 나눠 주기로 했어요.”
“그럼 내건 언제 줄거야? 챙겨 놨지?”
“언니 하는 거 봐서요. 저한테 맡겨놨어요?”
“아, 지금 코엘 누나가 왼쪽과 오른쪽에 찬 롱소드와 세이버 중 하나가 그때 만든 무구들 중 하나인거야?”
“이 세이버를 받아서 내 허리춤에 채우기 위해 사연이 좀 있었지. 하아, 빌어먹을 꼬맹이.”
다 모여서 고기파티를 하고 부족했는지 라면을 2개나 끓여서 후루룩 먹는 코엘 누나는 그때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면서 검을 만지작거렸다.
“근데 자취를 감췄다던 사마람인가 하는 검은 어디서 구했어요? 그렇게 대단한 검이면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크크크...어느 붉은 수염의 추종자라는 분이 자기만의 컬렉션으로 고이 보관하고 계셨다가 붉은 수염의 동생분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아무리 그분의 동생이어도 이건 줄 수 없다고 거부하다 넌지시 새로 만든 무구들 중 가장 먼저 원하는 것과 바꾸기로 하고 넘긴 거지. 어차피 그건 버크가 노예시절에 만든 것들 중에 조금 괜찮은 거라서 버크가 새로 만든 무구들보다 등급이 한참 떨어진다고 했거든.”
옆에 앉아서 마트에서 산 와인을 마시던 빅터 교관이 이상하게 갑자기 사레가 걸렸는지 콜록거렸다.
“그래서 두 검이 부딪혀서 어떻게 되었죠? 사마람이 반으로 갈려서 부서졌나요?”
내가 그 다음을 궁금해 하자 요크는 날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오래 전에 성의 없이 만들었어도 명장이었던 버크 오빠가 만든 물건이 그렇게 조잡하진 않아요.”
“이 브라더 콤플렉스 덩어리는 지 오빠랑 자란 것도 아닌데 참 신기해. 따로 자라서 더 애틋하고 그런 건가?”
“브라더 콤플렉스가 아니라 위대한 대장장이인 버크 오빠를 그저 존경하는 겁니다.”
“맞습니다. 버크 님은 존경할 만한 분이시죠.”
캠핑 체어에 등을 기대앉았던 빅터 교관이 자세를 바로 하며 요크의 말에 즉각적으로 동의했다.
파삭!
“이가 빠졌어?”
“이가 빠졌네?”
“사마람에 금이 갔다!”
“아니...그렇게 쓸 거면 차라리 날 주지.”
“아이고, 아까워!!!!! 왜 저 좋은 물건을 저렇게 버리나.”
시연회의 현장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좋은 검을 망가뜨렸다며 아쉬워하는 사람까지 여러 가지 반응으로 가득 찼다고 했다.
“그렇다면 루마사가 사마람보다 더 좋은 검이란 소리야?”
“우리가 본 게 맞다면 그 의미가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