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19화-상단 트리니티의 탄생(2)
팀원들이 야영지를 넓히는 동안 넓어지는 야영지의 넓이에 맞춰 괜찮겠다 싶은 곳에 장비들을 꺼내놓고 나와 드마코 형은 요리준비부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넓이가 넓어지자 빅터 교관과 버크 아저씨를 뺀 3명의 여자는 화장실로 쓸 수 있는 샤워기가 2개인 터라 잠시 자기가 먼저 씻겠다며 약간의 경쟁이 있었다.
가위바위보를 한 끝에 졌는지 차례를 기다리는 에디나 누나는 우리들 옆에 설치해둔 테이블에 앉아 내가 준 손풍기를 켜놓고선 말을 했다.
“와와...이건 잘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 정후야. 정말 고맙다. 우리들 앞에 나타나줘서.”
“정후가 나타나고 나서 우리도 이런 시간을 기대하게 된 것 같아.”
저녁준비가 거의 끝나갈 즈음 빅터 교관과 버크 아저씨도 제초기와 도끼를 집어 들고 옆으로 와서 앉았다.
“정후군, 여기 도끼랑 제초기 내려 놓을 테니 식사가 끝나면 챙기시게.”
나는 빅터 교관과 버크 아저씨에게 고생하셨다면서 시원하게 보관되어 있는 맥주캔들과 잔을 꺼내서 건네줬다.
그러자 이내 둘은 맥주를 잔에 따라 마시며 넓어진 공간에서 이제는 확실히 잘 보이게 된 주황빛으로 물든 노을을 감상했다. 이런 야외에서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이들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황제조차도 할 수 없는 생활이었다.
“이번 모험의뢰를 처음 받았을 때 이렇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돌아갈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정말 좋군요.”
“이제 좋다는 이야기는 그만 하셔도 돼요. 크로니클 인원들이 의뢰한 물품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구매한 걸요.”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황제조차도 이리 편리한 장비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건 우리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후 팀원.”
빅터 교관은 마주 앉은 버크 아저씨를 잠시 쳐다보더니 내게 말했다.
“야, 우리 빼고 자기들만 먼저 맥주를 마셔? 니들만 먹지 말고 나도 한잔 따라 줘.”
“나도, 나도”
기다리고 있던 에디나 누나도 씻어서 여자들이 전부 씻고 오자 빅터 교관과 버크 아저씨에게 가서 씻고 오라고 말을 한 코엘 누나는 두 사람이 일어나자 냉큼 그 자리에 앉아 손풍기 바람을 쐬며 생맥주 케그에서 맥주를 따른 뒤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이 맛이야, 이 맛. 하루 종일 기대한 이 순간. 말 타고 있는 동안은 빅터가 절대 술은 건들지도 못하게 하니까 이때가 아니면 못 마시는 게 정말 아쉽단 말이지.”
“난 소주를 좀 타야 딱 입에 맞는 것 같아.”
빅터 교관과 버크 아저씨가 샤워를 하는 동안 고기와 함께 먹을 요리를 하는 드마코 형은 너도 저기 가서 좀 쉬라며 말을 해줬고 나는 자연스럽게 여자들만 앉아 있던 테이블에 합석했다.
“근데 야영하기 전에 이야기가 끊겨서 진짜 궁금한데 요크가 트리니티 상단을 만들어서 어떻게 함리스 상단을 무너뜨렸나요? 그 방법은 뭐였죠?”
엘리스도 내게 궁금함을 표했다. 코엘 누나는 맥주를 한모금 더 마시곤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요크가 말한 정답이 버크 아저씨였던 이유는 버크 아저씨가 드워프 마을에서 나오기 전에 만들어 둔 노트들 때문이었다.
이때 버크 아저씨는 자기가 숨겨놨던 기록장을 발견했냐면서 어릴 적에 막 이것저것 써놓은 거라 전부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쪽팔릴 법한 자신의 어릴 적 흑역사가 모두 담겨져 있었는데 그걸 여동생이 전부 몇 번이나 읽었다고 털어놓자 전부 기억은 못해도 요크를 쳐다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였을뿐 느낌적인 느낌으로 그런 것들을 적었다는 것은 기억이 났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너무 오래전이라 자기가 뭘 만들어놨는지 기억이 잘 안나서 요크에게 자기가뭘 했냐고 물어봐야 했다.
“드워프들이 만드는 무구는 인간들이 만든 무구보다 튼튼하고 미적으로도 화려하지만 판매상 치명적인 결함이 2가지 있어요. 판매수량이 적어 구하기가 쉽지 않고, 동굴에 있는 드워프가 동굴 밖으로 나오거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개개인의 체형에 맞게 구매자의 신체에 맞게 조정이 어렵죠. 우리가 공략해야 할 지점은 이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드워프들의 경우 장인정신에 입각하여 평균적으로 하나의 검을 만드는데도 짧게는 3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소모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조차도 만든 검이 자신의 기준에 탐탁지 않으면 가차 없이 녹여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생산되는 수량 자체가 적은 것이 첫 번째 단점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요크 님, 개개인의 신체에 맞춘 제품이 제일 좋지만 명품은 수량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치를 높여줄 뿐이지요.”
빅터가 요크의 말에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을 지적해주었다.
“인간세상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제가 그걸 모를까요?”
인간들의 세상에 필요한 물건들은 대부분 농기구들이고 마을에 한명씩 있는 대장장이가 도제들의 도움을 받아 이를 생산하더라도 모두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함리스가 파는 무기나 방어구류는 드워프 기준 3급품들로 대부분은 다시 녹여져서 재생산된 상황이라 창고에 다시 녹이기 위해 모아놓은 물건조차도 거의 다 판매가 되었고이제는 2급품이 일부 보급되기 시작해서 시중에 풀기에는 이전보다 물량이 훨씬 줄어든 상황임을 지적했다.
“드워프들은 드워프 기준으로 2급품부터는 함부로 동굴 밖에 내보내지 않아요. 즉, 함리스 상단이 이제 시중에 풀 수 있는 2급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야기죠.”
“한동안 조금이라도 팔 물건이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잖아?”
코엘이 추임새를 넣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가 처음에 말했잖아요. 여기서 중요한 게 버크 오빠의 기록장에 적힌 내용이라고.”
“니가 이렇게 말해줘도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기에 내가 뭐라고 적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구나.”
요크에게서 상단 트리니티가 함리스 상단에 어떻게 해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인지 버크가 기록장에 기록한 내용을 기반으로 세운 전략들을 모두 들은 크로니클과 올빼미 그리고 와처는 상단주를 자청한 요크에게 지분 10을 주고 각자 30의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갖는 것에 합의했다.
‘주먹으로흥하는 자 주먹으로 망한다 뭐 그런 건가.’
투자를 받기로 한 요크는 검은 올빼미 단장에게 혹시 올빼미들 중에 자기와 버크 오빠가 믿고 가르쳐줄만한 이들이 있는지를 물었고, 단장은 그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얼마든지 인력을 모을 수 있음을 전달했다.
“우리가 만들어서 팔 물건은 [드워프가 만든 물건보다 뛰어나고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인간의 무구]라는 식으로 홍보 할 겁니다.”
기존의 드워프제 물건이 인간들이 만드는 철로 된 물건들보다 인정받는 이유는 드워프들의 제품이 전투를 하면서도 쉽게 깨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기 때문이었다.
드워프들이 만드는 물건들이 강했던 이유는 로(爐)에다 목탄(숯)으로 철을 고온으로 달궈 연철인 ‘괴련철’을 추출해 내는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뜨거운 아궁이에 있는 숯 위로 넣었다 빼며 ‘단조’ 방식으로 두드린 결과 철에 강제로 탄소를 때려 박아 ‘괴련철(塊鍊鐵)’을 한단계 발전시킨 ‘괴련침탄강’을 만들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조직을 치밀하게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는데 금속공학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는 나로선 그냥 그렇구나하고 들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엘리스는 요크의 전문적인 설명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장장이가 검을 제작하는 방식 하면 떠오르는 일본의 대장장이가 도검을 만드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거 되게 강한 거 아닌가? 막 사무라이들 쓰고 그랬던 것 같은데’
버크가 발견한 방법은 거대한 로(爐)를 이용하는 것으로 ‘괴련철’을 만들 때보다 온도를 조금 높여 탄소가 괴련철보다 많이 들어간 철인 ‘주철’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요크의 설명에 따르면 액체 상태의 주철을 틀에 부어서 찍어내는 ‘주조’방식을 이용하면 이는 처음부터 여러 번 접고 두들기고 펴는 방식인 ‘단조’에 비해 훨씬 적은 수고로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대량생산이 용이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철의 치명적인 단점은 탄소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기존의 드워프들이 만드는 물건들보다 잘 부러졌다.
그래서 버크는 주철에 들어간 탄소를 제거할 방법을 찾던 중에 철을 녹였을 때 ‘황색의 흙’을 넣어주고 저어주면 따로 두드리며 탄소를 제거해주는 작업을 해주지 않아도 철이 단단해지고, 잘 부러지지 않는 상태의 강철이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철을 단조를 하게 되면 더 강하고 쉽게 좋은 철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주철탈탄강鑄鐵脫炭鋼’이었다. 이 주철탈탄강이 버크가 드워프로서 물건을 제작하던 시절 고안해 낸 방법이었다.
버크가 만든 주철탈탄강은 드워프들이 만들어내는 괴련침탄강보다 단조를 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대량으로 더 강한 금속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드워프들이 있는 동굴에선 필요한 물질들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지하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한계가 있어 여러 제약조건이 있다는 판단 하에 이 방법을 버크는 자신의 기록장에 기록만 하고 보관했는데 요크를 통해 세상에 다시 나타나면서 빛을 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하가 아니라 지상에 있죠. 동굴에서 발생하는 제약조건은 우리에겐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버크 오빠가 세상에 나간 이후 드워프 사회에선 금속에 대한 이해가 예전보다 상승했어요. 간단하게 지상에서 드워프의 물건보다 더 강한 물건을 더 빠르고 많이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내가...그런 걸 만들었다니...기억에 안 나지만 과거의 나란 녀석. 놀라운 발견을 했군.”
“버크...너 정말 대단...하긴 한데 과거의 너를 제3자로 표현하는 건 자제해 줬으면 싶다. 듣기 거북하네.”
“오오오오! 역시 우리가 따랐던 ‘붉은 수염’답습니다.”
“버크 부단장님이라면 뭐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