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화-상단 트리니티의 탄생(1) (18/239)



〈 18화 〉18화-상단 트리니티의 탄생(1)

검은 올빼미 단장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에바 롬Eba Rom의 본명은 에바 모르 Eba Mor로 어릴 적부터 가문의 남자들이 지은 죄로 인해 처벌받은 것에 대해 ‘모르’가의 여성들로부터 대륙인들에게 선물을 안겨준 가문이 억울하게 처벌받았다며 자신들의 역사를 포장하여 살아남은 분노와 원한을 학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에바 모르가 자랐을 때 자연스럽게 와처에게 강렬한 원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원한을 가졌어도 나중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은가?”
“빅터 님, 사람은 어지간해선 잘 바뀌지 않아요. 우리 오빠처럼”

에바 롬이 성을 바꾸고 다른 상단이 아니라 함리스 상단에 입단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드워프 마을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속한 상단이었기 때문이었다. 복수를 하려고 하는데 거리가 멀면 멀수록 복수의 시간이 늘어날 것이니 이왕이면 가까운 곳에서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원한을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나 드워프들을 다시 잡아들여 노예들을 만들려고 한다면 드워프 마을을 지키고 있는 와처라는 감시자들부터 제거하는 것이 좋았다. 에바 모르는 강대한 무력집단을 보유한 와처를 그런 식으로 건들었다간 벌통을 건드린 것처럼 이전의 와처에 의해서 쓸려 나갔던 가문의 어른들과 다를 바 없이 크게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바 모르에서 에바 롬이 되어 함리스 상단에 어찌하면 드워프 마을에 ‘호의’를 전달하고 드워프들로부터 마음을 열어 ‘선물’로 응답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과 함게 자신이 이를 위한 자원을 조달하여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상단주의 전격적인 승낙을 받아냈다

#

“뛰어난 인물이네요? 그게 말처럼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렇게 돈이 많았다면 그냥 자기가 상단을 만들어서 움직이는 게 더 편하지 않았어요?”
“와처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와처가 노예매매 관련 잔당들을 정리한 이후 ‘모르’가문을 비롯하여 그들이 벌어들인 모든 돈들은 압수되어 여태까지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금으로 나줘 주고 남은 돈이 와처의 운영자금이 되었습니다. 모르 가문은 그럴 자금 여력이 없었죠.”

‘그럼 고작 중소상단이었던 함리스가 드워프 마을에  년 동안 대가 없이 지원한 막대한 자금들은 어떻게 구한 거지?’

살아남은 모르가의 여인들은 에바 롬이 함리스 상단에 입단하기 이전부터 ‘위령탑’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그때까지 와처의 정리 이후 살아남은 가문들의 생존자들에게 접촉하여 아직도 노예를 거래하고 싶어 하거나 노예제도를 유지하는 것에 찬성하고 와처를 소멸시키고 싶은 反와처들을 모아 과거의 영광을 꿈꾼다는 의미가 담긴 고대의 언어 ‘글로리Glory’라고 자신들을 명명했다.

에바 롬은 드워프들을 노예가 아닌 노예를 만들기 전에 와처를 타락시키고 드워프들을 결과적으로 노예처럼 착취하여 얻은 이득을 글로리의 일원들에게 나눠주겠다며 투자금을 받아 함리스 상단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와처와 드워프 마을에 사용할 자금을 만들어 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결실을 맞이했을  상단주로부터 ‘부상단주’의 약속했던 직위를 부여받고 투자금에 대한 이익을 가져다 배당금으로 글로리에게 돌려줬다.

“와....대단들하네요. 근데 함리스 상단주가 굳이 그 이익을 나눠야 했나요? 함리스 상단 혼자  먹으면 이득이잖아요.”
“이미 함리스 상단주는 모르 가의 여인들 중 가장 아름다웠던 ‘테로 모르’란 여자에게  빠져버려서 함리스의 운영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였습니다.”

‘그러네...빅터 교관...친하게 지내야지.’


#



함리스 상단을 지배하는 거나 다름없는 에바 롬의 복수는 성공할 것 같았으나 거미줄을 치고 그저 먹잇감이 걸리길 기다리고 있는 거미처럼 지켜보기만 하던 검은 올빼미에 의해 모두 파악되고 있었다.

“저희 검은 올빼미는 그들이 단순히 부당이득 혹은 약간은 한쪽에 불리한 거래라는 선을 넘어 드워프들에게 직접적으로 접근하여 노예를 만들고 저희들이 활동할 여지를 보이는 순간 처벌하려고 하였으나 그들이 오로지 상단의 방법으로만 접근하고 있어서 정해진 규율을 어기고 아무 근거 없이 무력으로 제압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정리해서 보고 받은 빅터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스러웠다.
와처의 부패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계속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운영자금 확보가 필요했고, 동시에 상단의 방법으로만 공격하는 에바 롬의 치밀한 수법에도 대항하여 글로리를 분쇄시킬 전략이 필요했다.
빅터는 혼자 답을 구할  없어 단장실에 있는 인원들의 눈을 마주치며 어떤 해법이 없는지를 구해봤지만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고개들을 흔들었다.



#



엘리스의 생각을 전달받아 내가 질문하자 빅터는 고개를 흔들며 이유를 말해줬다.

“와처가 정보를 그렇게 판매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처음에 목적한 바와 다르게 결국은 정보상인이 되어 버립니다. 대의를 외쳐온 와처가 그리 움직인 순간 대륙인들은 와처가 피를 흘리며 외쳐온 정의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와처는 스스로 명분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보상인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 자금은 필요한데 정보를 팔아서 자금을 쓸 수 없다니...’

그렇게 모순적인 상황에서 요크가 어떻게 와처와 드워프를 구해냈는지 궁금해졌다.

“이제 범인이 누군지 알았고, 어떤 게 문제인지 알았으니 원인을 제거하면 되겠네요.”

빅터의 시선에 당당하게 마주치며 일어선 사람은 처음 함리스 상단의 야욕을 느끼고 알렸던 요크 샤이어였다.

“작은 애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폴짝하고 일어나서 그렇게 말하는데 딱히 폼은  나더라.”

요크를 제외하고 그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4명이 자기도 모르게 동의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야! 너 말에서 내려!”
“내가 말에서 내려도 너보다 커~. 그리고 은근슬쩍 말 놓지 말고. 내가 니 오빠랑 반말하는 사이라는  잊지 말아야지?”

투닥거리는 둘을 무시하며 앞에서 말을 이끄는 빅터 교관에게 그 다음 상황을 물어봤다.

#



“원인을 어떻게 제거하죠?”
“에바 롬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함리스 상단을 박살내고 그 자리에 다른 상단을 세우면 돼요. 이익을 보고 모여든 글로리는 자연스럽게 흩어지겠죠. 드워프 물건보다 뛰어난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해내서 파는 상단이 있으면 돼요.”
“그게 말처럼 쉬우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벌써 해결했겠지, 꼬맹이?”
“망치로 치는 놈은 망치로 치면 돼요. 그리고 이미  해결책은 버크 오빠가 240년도 전에 완성해놓은 지 오래구요.”

요크의 말에 단장실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가만히 앉아 있던 버크에게로 향했다.

“내가? 240년도 전에? 기억이 안 나는데. 워낙 오래 전 일이라.”

버크가 손으로 가리키며 자신을 말하는 거냐고 되물어보자 요크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한테 오빠라고  사람이  있어요?”

버크는 한번도 오빠 노릇을 한 자신에게 오빠라고 불러주는 동생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선뜻 뭐라고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먼저 상단부터 만들어줘요. 이름은 트리니티. 인간, 드워프, 엘프 셋이 함께 힘을 합쳐 발전된 세상을 꿈꾼다는 의미예요. 함리스 상단 따위는 내가 찢어줄게요. 지금 투자 안하시면 기회는 없어요.”
“꼬맹이가  해보겠다는데 여태 모은 내 용돈주머니 좀 털어봐야겠다.”
“동...동생이 뭘 해보겠다는데 오...오빠가 되어서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겠지. 나도 참가하겠네.”
“붉은 수염이 가는 곳에 와처가 빠질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상단 하나 만들 자금은 다 모은 것 같습니다.”
“빅터 님이 하신다면 올빼미도 끼겠습니다.”

단장실 내에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서 참여 의사를 밝히던 그때 옆에 조용히 차렷 자세로 있던 감사팀장과 인사팀장이 말했다.

“개인 투자도 가능합니까?”
“저도...좀...집에 아이가 4명이라 와처에서 버는 수입으로는 조금 어려워서...”


#




“그때 나도 있었으면 지금 내 용돈 주머니도 좀 찼을 텐데. 캬, 아쉽다. 아쉬워!”

이제 잠은  잤는지 잠시 바른 자세로 앉았다 싶은 에디나 누나는 한마디를 하더니 말등에 엎드렸다.

“이게 소야 말이야.”

요크가 눕거나 엎드리거나 결코 앉지 않는 누나를 홀깃 보고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숙영지가 좀 더 넓을 필요가 있으니 팀원들은 제초기와 도끼들을 꺼내서 야영지를 넓혀주고 정후 팀원은 각종 물자들 꺼내주세요.”
“아아아아~~~~~~~~~~앞으로 며칠을 더 가야 되는 거지, 우리?”
“되는 거지? 돼지? 아, 돼지고기 먹고 싶다.”

그렇게 먹고도 먹는 타령을 하는 위대(?)한 에디나 누나를 우리는 모두 무시하고 각자의 위치로 가서 움직였다.

위잉~~

내가 인벤토리에서 빅터의 앞에 장비들을 꺼내주자 잡담을 하며 팀원들은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자연스럽게 제초기와 도끼 혹은 쿠크리를 이용 해변으로 오는 길에 만들어 둔 야영지의 넓이를 넓혔다.

자금 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고 나서 나의 장비들은 기존의 백패커와는 차원이 다르게 많아졌는데 이 정도면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수준하고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엘프왕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를 이용하고서 오프로드를 달려보고 싶었지만 무게도 무게고 이곳의 길은 너비도 맞지 않고 길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탓에 오프로드용으로 산 차는 어쩔 수 없이 공용주차장에 주차해놓은 상태였다.
오프로드용 suv를 대신하여 내 인벤토리에는 7명이 넓게 자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좋은 대형텐트 3개와 무연휘발유로 작동하는 산업용 발전기, 고기를 굽기 편한 야외용 바비큐 그릴, 그릴에 사용할 수 있는 숯과 불을 붙일 때 사용하면 좋은 토치 그리고 간단하게 샤워할 수 있는 장비 등 캠핑에 최적화된 장비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