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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15화-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1) (15/239)



〈 15화 〉15화-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1)

와처는 본래 대륙을 지켜보며 혹시나 어디선가 고통받을지 모르는 노예들을 구제하고 노예상인들을 사냥하는 집단이기에 본부를 방문한 어느 누구든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라고 여기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막상 원칙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다른 기관에찾아온 것 같았다고 했다.
접수처에서 ‘붉은 맥주’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것인지 따로 교육받지 않는 것이 명백한 지금 상황이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 빅터는 접수부 뒤에 설치된 자신이 초대단장이던 시절에 직접 설치했던 골든벨을 흔들었다고 했다.

“소...손님!!!!! 그거 함부로 흔드시면 안됩니다!!!!야 뭣들하고 있어. 이것들 다 잡아서 내쫓아버려!”

‘음...골든벨은 함부로 흔들면 안되긴 하지.  생각엔 암어가 별로였던 것 같은데.’

다른 크로니클 팀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접수부의 직원들이 단체로 몰려와 뜯어 말리는데도 꿋꿋하게 걸어가서 차갑게 식은 눈을 하고 골든벨을 흔든 빅터는 접수부의 직원들이 흥분하는 가운데 미동도 하지 않고 버티며 와처 요원들의 비상집합을 기다렸다.

“거렁뱅이같은 것들이 어딜 와서 행패야 행패가!! 이렇게 와처의 골든벨을 흔드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 여기가 술집인 줄 알아? 이것들이 감히 신성한 와처의 본부에 찾아와선 맥주나 찾아대고 말이야!  취했으면 어디 처박혀서 술이나 마실 것이지!!!”

잡아서 내쫓으려다가 크로니클의 팀원들이 버티자 포기한 접수부의 직원들이 어떻게 책임 질거냐는 소리치는 가운데 5분 정도가 지나서 본부 내에 있던 요원들이 접수부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당신 후회할 하고 있는 거야, 각오해!”
“무..무슨 일이야!”
“골든벨이라니! 만들어지고 나서 빅터 초대단장님이 마지막으로 흔들었던 것이 세번째였고 이번이 4번째인가?”
“어딘가 피바람이 불겠어. 마지막 골든벨 때도 꽤나 쓸려나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끌벅적한 본부의 1층에 사람들이 모이고 조금 있자 2대 단장인 막심이 호위대와 함께 나타났다.

“왜 이리 소란들이야!! 막심 단장님 나오십니다! 요원들 전체 차렷!!!!”

예전과 달라진 와처였음에도 허례허식은 중요했는지 부단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호위대와 함께 나타나 호위대의 선임이 자리를 잡고 외치자 웅성거리던 요원들도 이내 조용해졌다.

사람들 사이로 나타난 단장은 근엄하고 나직하게 이야기했다.

“골든벨은 누가 울렸는가, 마이클?”
“저기....저 사람입니다. 단장님! 갑자기 들어와서는!”

마치 고자질을 하듯 접수부의 직원은 빅터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고, 홀에 집합한 요원들은 느슨하게 고개를 돌려 홀에 모이고 나서도 모험가 복장을 인원들 속에 한명인 빅터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그제서야 손가락의 방향을 따라 빅터를 쳐다봤다.
그의 중지에는 붉은 올빼미Red Owl의 얼굴문양이 새겨진 반지가 껴져 있었다.

“저 사람은...빅터 단장님 아닌..가?”
“단장님같은데?....”
“저분이 초대 단장님이십니까?”

요원들 사이에서 빅터가 낀 반지의 정체를 알아본 이들은 입을 닫고 곧바로 이전과는 다르게 군기가 느껴지는 부동자세를 취했는데 빅터가 단장직을 넘긴 이후 가입한 요원들만이 반지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부동자세를 한 기존의 요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렸다.
일부는 눈치 있게 이유도 모르면서 바로 선배들을 따라서 자세를 바로 하기도 했고.

그런 상황에서도 돌아가는 분위기 파악이 늦었는지 처음 크로니클을 맞이한 접수부의 직원은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설명을 계속했다.

“저 사람이 들어와서 자기가 붉은 맥주의 주인이 찾아왔다면서 맥주를 내놓으라고...맥주가 황금색이나 흑색이면 모를까 말입니다. 막심 아저씨.”
“조용하게!”

일이 터졌단 생각에 막심이 화들짝 놀라면서 삿대질을 하는 직원을 말리고 잠시 10년 전을 회상하며 자신의 검지에 껴져 있는 빅터와 똑같은 문양의 반지를 쓰다듬었다.
호위대장치곤 배가 많이 나온 것 같은 호위대장 멜킨이 이어 호들갑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빅터에게 말을 걸었다.

“빅터 다....단장님!!!!! 여기는 어쩐 일로 나타나신 겁니까?”
“많이 변했군. 멜킨은 이래저래 많이 느슨해지기도 했고”

빅터가 멜킨과 막심을 번갈아서 위아래로 훑어본  나직하게 내뱉자 와처 그전까지 살짝 소란이 있던 본부의 홀 안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고 했다.

“오랜만이군. 막심 단장? 멜킨 호위대장?”
“빅터 단장님의 방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미리 이야기도 없이 어쩐 일로 오신 것인지...”
“대륙의 정보를 모두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와처답지 않은 말이군.”

이를 지켜보는 와처의 요원들은 서서히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상급자에 속한 이들일수록 그 떨림은 정도가 달랐다. 저런 분위기를 풍기는 빅터에게 걸렸던 경험이 없는 신입들만이 공감할 수 없었다.
삿대질을 해대던 마이클도 아무리 눈치가 없다지만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와처에서 가장 높은 단장이 벌벌 떠는 존재라면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접수부의 입구 대응부터 틀려 먹었더군. ‘붉은 수염’의 뜻을 따라 약자를 위해 움직이는 와처에서 접수부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어느 누구도 친절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보고 실망했다. 그리고 암어에 맞는 매뉴얼이 숙지가 되지 않은 것인지 암어를 듣고서도 거기에 대응하는 답어를 한번 더 물어보며 확인하지 않았을  아니라 갑자기 나타난 정체를 모르는 이가 골든벨을 흔들려는데도 이를 제지할 만한 최소한의 실력도 없어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막심 단장? 내가 믿고 맡겨놓은 것치곤 와처가 꽤나 엉망이 된 것 같은데 말이야.”
“저기...그건...”

막심단장은 세상에서 제일 걸려선 안된다는 사람에게 ‘걸렸다’ 싶은 느낌에 등허리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다 못해 다리가 후들거렸다.
옆에 있던 호위대장도 그냥 넘어가기는 틀렸다는 생각에 빅터를 어떻게 설득해야 될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어서 말인데 골든벨이 본부 내에 울리는 순간 와처 요원의 비상소집 대응법은 어떻게 되는가? 멜킨 호위대장?”
“5분 이내에 모두 출동이 가능한 무장을 한 상태로 긴급집합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네는 지금 여기 집합한 요원들 중 규정에 맞는 무장을 안 한 인원이 몇이나 되어 보이나?”
“그게....30명 정도는 규정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멜킨 호위대장은 기준이 정말 후하군. 내 눈에는 규정을 지키지 못한 인원들이 50명은 넘어 보이는데?”
“그들은...원로원에 의해 추천을 받아 입단한 신입들입니다.”

평시에 차고 있는 검 한자루는 와처의 요원들이 골든벨 소리를 듣고 긴급집합 시 착용해야 할 무장으로선 턱없이 부족했다. 긴급집합과 동시에 출동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튀어나와야 하는 것이 비상규칙이었으니까.

빅터가 말하는 인원과 차이가 있는 20명이 넘는 인원들의 무장상태는 평소에 지참하도록 간편화된 최소 무장상태라 골든벨 규정에 맞는 대응 무장은 아니었다.
더구나 5분 이내에 모두 집합을 완료해야 하는데도 10분이 지나 어슬렁거리며 동네주민처럼 나타난 요원들이 보였고 일부는 뭘 하다 나온 것인지 본부에서 나온 것 같지 않게 맨발로 나타나거나 자다가 나온 것처럼 아주 편한 복장으로 나온 요원들도 있어서 긴급집합 신호를 듣고 모인 인원으로서 당장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이동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보였다.

빅터가 말을 끝냈을 때 요원들은  안에 어떤 존재도 없는 듯이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며 최대한 자신의 복장을 갈무리했다고 그 당시에 옆에서 지켜봤던 드마코 형이 이야기해줬다.

“빅터가 빡세긴 하지...”

빅터가 지적사항을 이야기하느라 분위기를 잡고 있을 때 버크 아저씨는 ‘붉은 수염’의 이름을 버리면서 이전의 자신의 상징이었던 사자의 갈퀴를 연상시키는 긴 머리를 짧게 잘라서인지 와처 요원들 중 함께 작전에 참여했던 이들조차도 몰라봤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열이 받아 누가 알아보건 말건 이때  뒤집어 버리고 와처 입구 위에 걸려 있던 자신의 더블 워엑스를 휘둘러서 헤이해진 이들의 엉덩이를 후려치고 싶은 걸 참느라고 힘이 들었다고 조용히 말했다.

“이 시간부로 막심 단장과 멜킨 호위대장의 직위를 내가 가지고 있는 붉은 올빼미 반지의 권위로 긴급 정지하겠다. 이의 있는 요원들 있나? 있다면 앞으로 나와서 얘기하도록.”

빅터가 갑작스럽게 10년만에나타나서 단장과 호위대장의 직위를 정지시키겠다고 했지만 감히 초대단장으로서 와처라는 단체를 세우고 그 이름을 대륙에 공포의 이름으로 만든 빅터의 앞에서 이의 있다고 말하는 요원들은 없었다.
더구나 빅터의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두 개의 검은 올빼미 반지를 낀 이들이 검은 복장과 복면을 하고 빅터의 뒤로 소리도 없이 집합했기에 더욱 반대할 의지를 품은 이들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없으면 단장실에서 막심 전 단장과 멜킨  호위대장의 진술을 듣고 방침을 정하겠다. 그리고 감사팀의 팀장은 내 옆에 있는 드워프 소녀가 요청하는 정보를 모두 구해서 단장실로 가져와라. 인사팀은  접수부원들의 인명기록부를 전부 가져오도록. 인명기록부를 가져온 접수부원들은 블랙 아울스Black owls 앞에서 차렷 자세로 대기. 혹시 있을 상황을 대비하여 블랙 아울스는 단장실 입구를 지키고 있어라. 붉은 올빼미 반지의 권위로 현재 시간을 기해서 골든벨에 의한 긴급 소집을 종료하니 해산하고 각자의 위치에 돌아가라. 막심과 멜킨은 따라와!”
“해산!”

와처답지 않게 풀어졌던 집합과 다르게 10년 만에 귀환한 초대 단장의 권위가 아직 살아 있었는지 모든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빅터가 호명했던 인원들은 빅터와 함께 단장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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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어떻게 굴렸길래. 그렇게 움직이는지 신기하더라. 정후야, 니가  육포 다 먹었다. 달달한 거 없어? 짭잘한 거 먹으니까 달달한 게 땡긴다.”

드마코 형의 요구에 난 자연스럽게 초코파이를 뜯어줬다.

와처의 활동을 외부에서 감시하던 많은 첩보원들은 골든벨 소리를 듣고 와처 내부에서 어떤 이변이 발생한 걸 알아챘다. 이 같은 첩보는 와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던 함리스 상단에도 전해졌다.

“뒤늦게 이야기를 듣고서 알았는데 난 그때 대륙에 날아다니던 비둘기들이 많아서  일이 있었나 싶었어.  초콜릿 묻은 거 나도 줘. 정후야, 저번에 그 바나나라는 과일이 들어갔다는 우유도 같이 주고. 자고 일어나니까 목도 마르네.”
"저녁 안 먹어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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