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화 〉12화-모험의 절반은 지루함이고 나머지 절반은 노가리 (12/239)



〈 12화 〉12화-모험의 절반은 지루함이고 나머지 절반은 노가리

“너 뭐 이렇게 많은 돈을 보냈어? 니가 무슨 돈을 번다고?”
“아니, 얼마 전에 통역 아르바이트 할 일이 있어서 외국에서 오신 분들업무를 진행하는데 도와드렸더니 일이 잘 진행되어서 고맙다고 수당으로 받은 거야. 나 쓸  챙겨놓고 따로 보내놓은 거니까 엄마 쓰고 싶은 곳에 마음껏 써."

부모님께 거짓말을 치는 불효자가 되고 싶지 않아 사실을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을 해봤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많다. 500만원이 누구  이름도 아니고.”
“그만큼 더 받았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아버진 잘 계시지?”

이야기를 돌리기 위해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니 아빠는  여전하지. 옆에 있는데 바꿔줘?”
“잘 있으면 됐어. 아버지한텐 나중에 내가 전화 드릴게.”
“그래. 알았다. 너도 너무 갑자기 큰  벌었다고  쓰지 말고. 물 들어오면 노를 젓는 게 아니라 저금부터 해야 되는 거야.”
“엄마 아들 이제 성인이야. 걱정하지 마. 앞으로도 꾸준히 그렇게 벌 수 있을  같으니까  아까워하지 말고 저번에 사고 싶어 했던 TV랑 냉장고 사.”
“아들...그거 2개는 500으론 못 사....”
“알았어, 다음 달에 또 보내 줄테니까 그걸로 사~”

재정의 자립이 주는 만족감이 어떤 것인지 처음으로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내 수중에 4억원이 들어왔지만 이중 1억원 정도가 크로니클의 단원들이 요구한 물품을 준비하기 위해서 들어갔다. 여행 한번으로 내 수중에 3억원 정도가 떨어진 셈이었다.
내 수중에 들어온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던 나는 당장 부모님에게 절반을 보내려고 했지만 엘리스는 갑자기 들어온 거금에 휘둘릴 것 같은 내 모습에  가지 충고를 해줬다.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이런 거였나?”

뉴스나 책에서 20대에 취직한 이들은 재테크 공부를 하라고 했지만 난 취직을 하지 못했으니 이런 것들까지 관심을 갖기엔 넘어야  산들이 너무 높아서 나중에 해야지하면서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  말이 맞다. 엘리스. 돈을  아래에 놓으려면 우선 돈이 무엇인지 돈의 속성부터 알아야겠지. 재테크에 관련된 책들 중에서 실제 구매한 자들이 올린 리뷰를 근거로 해서 우선 20권 정도만 집으로 배송시켜줘.”

“그런데 아무리 돈을 함부로 쓰면  된다고는 해도 부모님께 돈은 보내드려야겠어. 그분들이 날 키워주신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해드리는 것이 내가 직업을 갖고 싶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

너튜브 채널의 반응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지만 바로 확인하기보다는 15일은  묵히고 확인하고 싶었다. 15일간 이곳에 있으면서 벌써 팀원들이 보고 싶어 15일이 채워져서 쿨타임이 완료되었다는 엘리스의 안내를 받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바로 넘어왔다.
2주간 훈련을 하고 밥을 같이 먹으며 보냈더니 마치 신병 교육대의 동기들을 대하듯 내적 친밀감이 커져서인지 나도 이들을 대하는데 마음이 많이 편해졌음이 느껴진다. 훈련의 부수적인 효과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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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후가 준 식재료로 2주간 진짜 말도 안 되게 편안한 상태로 조사활동을 했다. 이렇게 풍족하게 마음껏 먹으며 조사 활동한 적은 처음이야. 정후야, 어디 가지 말고 꼭 붙어 있어.”
“제가 먼저 배신할 일은 없어요.”
“드마코가 준비한 음식이 다 식겠네.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까 축하 파티를 시작하지. 너무 과음하지는 말게들.”

이전의 광란의 파티가 가져다준 후유증을 모두 잊지 않았기에 가볍게 목만 축인  모두들 잠에 들었다.

엊그제부터 엘프 마을로 복귀를 시작한 우리는 ‘크로니클’이 이곳으로 오기까지 만들어 놓은 말 한 마리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복귀하고 있다.
2주간 짬짬이 받은 승마교육과 차원여행능력의 신체보정능력을 통해 당당히 뛰어난 승마술을 보일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승마는 하루 깔짝 조금씩 2주간 타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확 늘지도 않았고 6명이 타고 온 말 5마리가 전부라서 나는 근육질의 요리사 드마코 형과 함께 타고 가야 했다.

'아...형, 등 뒤에 너무 붙지 마.‘

드마코 형의 가슴근육은 너무 컸는데 기본적인 체온까지 높아서 드마코 형의 존재감은 내 등 뒤에서 열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출발  누구 말을 같이 타고 가면 좋을지 정하는데 코엘 누나는 같이 타고 가자고 느물느물한 표정으로 쳐다보기에 꺼림칙해져서 내가 싫다고 거절했고, 에디나 누나는 자기 말은 안장 같은  없는데 괜찮겠냐길래 매일 한시간 정도 훈련받지 않는 동안 사타구니가 아팠던 기억에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러고 나니 남는 사람은 빅터 씨와 요크 누나와 버크 아저씨 그리고 드마코 형이었다.
빅터 씨는 자기는 척후방 경계를맡아야 한다며 혹시 모를 일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본인이 거절했고 드워프 남매와 드마코 씨 중에 고르고 싶었지만 2마리 말에 4명이 나눠 타야 하는 상황인데다 요크 가 버크 아저씨 앞자리는 동생인 자기 것이라며 살쾡이처럼 굴어서 할 수 없이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드마코 형의 말에 같이 탈 수 밖에 없었다.

‘근데 남매는 원래 사이가 별로 안 좋지 않은가? 둘이 나이 차가 많이 나서 그런 건가?’

내가 아는 것과 너무나 다른 둘의 모습을 볼 때면 요크는 버크 아저씨의 껌딱지나 마찬가지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아무튼 그렇게 결정이 끝나고  드마코 형의  머리에 영상촬영을 위해 흔들림을 방지하고자 짐벌을 설치했다. 팀원들과 함께 처음 출발하고 한 몇 시간은 여유롭기도 하고 처음 경험하는 이계여행의 경험 탓인지 들떠 있었다.
말을 타고 여행을 해보는 경험을 21세기를 사는 현대인 중 몇 명이나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경험이 얼마나 희귀한 것인지이해할 수 있으리라.

한참을 가다가  끼니는 말을 타고 가며 말린 육포를 먹기로 했는데 크로니클 단원들이 먹는다는 육포는 내 입맛에는 너무 짰던 데다 육포에서 나는 냄새가 심하게 거슬렸다. 앞으로 점심마다이 짜디짠 소금덩어리의 냄새나는 육포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을  있을까를 생각했지만 굳이 참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준비된 여행자답게 2주간 6명이 세끼를 먹어 치워도 남을 각종 주전부리들을 준비해왔으니까

더스트란 행성의 음식의 장기보관 방법이 그렇게 발달한 편이 아니라서 부패를 방지하려고 하다보니 염도를 높이기 위해 소금이 많이 들어가야 했고 그조차도 크로니클이 준비해온 일명 ‘염전 육포’는 생산단가가 높은 편이라 아무나 못 먹는 귀한 이동식량이라고 했다.
더스트에서 육포는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들 혹은 돈이 넘치는 용병들이나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대부분의 영세상인들은 그조차도 식사비를 아끼기 위해 감히 육포같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소금, 밀가루, 물만으로 만들어서 3번 정도는 구워 수분을 쪽 빼서 이빨도 잘  들어갈 정도의 딱딱한 빵을 주로 먹는다고 했는데 물론 그대로 먹기에는 너무 딱딱해서 먹기 좋게 물에 풀어서 스프처럼 만들어 먹는 형태라고 드마코 형이 설명해줬다.

내가 이곳에 오기  구한 비상식량으로는 한국산 육포와 견과류 믹스 세트와 건과일 세트 그리고 쵸콜릿과 각종 XX파이를 비롯하여 마트의 코너에서 구할 수 있겠다 싶은 과자들은 한동안 우리집으로 계속 택배로 날아왔다. 그렇게 내가 주문한 제품들은 현재 모두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었다. 하도 택배를 많이 주문하자 나중엔 택배기사님이 힘들었는지 자기도 이해해달라면서 부탁하는 어조로 한마디 하고 갔다.

“거 무슨 해외 보따리 장사 크게 하는  같은데, 이럴 거면 그냥 창고를 잡고 거기로 납품업체에서 도매로 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다음 구매 시엔 창고를 하나 임대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집으로 이렇게 택배를 잔뜩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택배 기사님들 눈에도 자취방으로 이런 걸 잔뜩 시키는 내가 너무 이상하게 보일 것 같기도 했고.

질겅질겅

“야, 니네 육포는 먹던 육포보다 좀 간이 심심한 것 같긴 한데.. 킁킁...이거 후추인가? 이 귀한 후추를 뿌려놔서도 그렇고 냄새도 별로 안 나는 게 정말 먹기 좋다.”
“여기 육포가 너무 짰던 거죠.”
“정후 군, 난  말린 과일들이 참 좋군. 건포도라고 했나? 포도주로만 먹는 포도를 이렇게 먹을 생각하다니 기발하군.”
“으....건포도? 식감이랑 맛이 별로인데...내 입맛에는 이 견과류가 맛있어. 우물우물”
말 한 마리 위에 함께 타 있으면서도 드워프 남매의 입맛은 달랐다.
“맛밤이 가장 건강한 종류 같습니다. 정후 단원도 이왕이면 맛밤으로 먹도록 하세요.”
“빅터가 뭘 안다니까”

빅터 교관과 드마코 형은 모험가지만 우리 세상으로 치면 헬스 중독자 기질이 다분해서 몸 관리에 열심히인 편이었다. 내가 합류하고 나서 요즘 너무 잘 먹고 있다며 두 사람은 칼로리 상 부담이 적고 당분이나 염분이 적은 맛밤 쪽을 선호하는  같았다.
각기 다른 취향에 맞춰 챙겨간 식품들을 먹으며 말을 타고 있으니 입은 심심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지루했다.

‘라디오가 이래서 만들어진 건가?’

코엘 누나가 생각하곤 여행이 다를 거라고 했던 말이 이걸 의미하는 거였나 싶었는데 육포를 뜯던 코엘 누나가 뒤로 돌아보며 나랑 얼굴이 마주치곤 “거 봐 내가 말했지”하는 표정을 했다.

“그 봐, 모험이란 게 목표 지역에 이동하는 동안은 둘 중 하나야. 도적이 많은 지역은 도적들이 튀어나올까봐 귀찮고 도적이 없을 법한 이런 안전한 숲 같은 경우는 드~럽게 지루해~. 어쩔 때는 하도 지루해서 도적들을 기다릴 때도 있다니까.”

‘도적이 튀어나오면 귀찮은 게 아니라 걱정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도 임무 달성을 하고 돌아가는 지금 같은 경우는 마음이 편한걸세.”

군대도 그렇지만 어딘가로 이동할 때 게 없으면 노가리를 까는 게 제일 시간이 잘 가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많았다.

“그럼,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는 때도 있나요? 여러분은 모험가 길드에서도 이름이 가장 알려진 모험가 단체 ‘크로니클’이라면서요?”
“모험 의뢰가 실패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어. 단순히 우리가 의뢰를 달성시키지 못하는 경우뿐 아니라 모험을 의뢰한 의뢰주가 파산해서 더 이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임무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고, 발굴한 유물이 이미 예전에 학회에 보고된 바 있는 중복된 유물이어서 발굴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해서 실패나 다름없는 경우도 있지.”
“때로는 기상 조건이 틀어져서악화되면 조사는 시작도 못해보고 중간에 복귀해야 하는 경우도 있네.”
“우리 팀은 그런 적이 없었지만 다른 팀들은 기껏 잘 조사해서 돌아오는 길에 도적떼를 만나면 발굴한 유물을 빼앗기거나 기껏 도적떼를 다 물리치고도 전투 과정에서 유물들이 망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후 단원.”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여러가지 이유로 모험가들의 의뢰 성공률은 반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엘프들은 수해 너머로 바다를 왜 찾게 된 거죠?”
“이번 의뢰는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엘프 왕국에서 우리 크로니클을 지목하고 의뢰한 경우야. 그런데  의뢰의 근본적인 상황을 이해하려면 드워프 쪽에서 벌어졌던 일부터 알 필요가 있어.”
등 뒤에서 드마코 형이 누가 준 의뢰인지를 이야기해줬다.

“우리가 크로니클을 만들고 10년 정도 되어서 레전드급으로 올라선 계기가 요크가 우리 크로니클에 합류하면서부터였어.”
“요크가  했는데요?”
"요크가 버크 앞에 나타났을 때 버크가 얼마나 놀랐는지 넌 모를 거야."
"뭔 일이 있었는지 감이  오네요. 어서 보따리를 풀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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