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11화-중후한 드워프 아저씨의 취향은 트로트 (11/239)



〈 11화 〉11화-중후한 드워프 아저씨의 취향은 트로트

저주의 말 따윈 모두 튕겨내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정해진 루틴대로 우리와 똑같이 옆에서 움직이던 빅터는 우리가 정리운동까지 마치고 백사장에 쓰러졌을 때까지 흐트러짐 없이 바르게 서 있는 자세를 유지했다.

‘저 사람 척추는 강철일 거야. 분명.’

“두 사람 다 고생하셨습니다. 정후 단원은 오늘 저녁에 검술훈련만 한 번 더 해야 끝이 납니다.”

‘괴물같은 인간’

“저...정후야....이렇게 운동 안 해도 ...막 ...강해지는 뭐 엄청난 거...있지? 내가 돈 줄테니까...사..줘...”
“그런  없어요...누나는 그래도 오후만 했잖아요. 난 오전 오후 저녁까지 다 갈렸어요.”

‘어머니...어머니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들이 공부할 때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이렇게 땡볕에서 움직이고 있나 봅니다.’

달궈진 백사장에 뜨끈한 열기를 느끼며 널브러져 있자 코엘 누나가 우리에게 찾아와 그늘을 만들어 주며 고생했다고 해줬다.

“인생이 쉬운 게 없다. 그치? 2주간 고생했어. 이따 저녁  타임만  고생하면 되나?”


지난 2주간 내 훈련을 하는데 드마코 씨의 식단관리도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휴식할 때마다 내가 각성한 능력에 포함된 육체활성화 능력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2주동안 내 몸은 빠르게 근육이 증가했고 많이 날렵해졌는데 그 와중에 여러 가지 훈련을 받으며 뒤틀린 척추가 바로잡히고 비틀어진 몸의 균형이 바로 잡히니까 키가 예전보다 4cm가 늘어났다.

이 좋은 몸을 그렇게 망치고 살았나 싶어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눈에 내 몸이 바뀌는 과정이 보이니 하루라도 빨리 더 좋아지고 싶어서 이미 15일의 쿨타임이 지났는데도 오늘까지 악착같이 버텼다.

“내 몸에서 8팩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바다에서 노을을 보며 복근을 포함해 상체와 하체 앞 뒤 구분할 것 없이 근육 때문에 전체적으로 두터워진 느낌을 지켜보고 있자니 나도 이런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이제는 처음에 준비해온 옷들 중에서 제대로 맞는 게 없었다.

“미쳤다. 돌아가면 옷도 사야겠어. 엘리스. 돌아가서 이번에 구한 물건들 처분해서 통장에  들어오는 대로 체형분석해서 알아서 주문해줘.”

매일같이 아침,점심, 저녁으로 2주간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에 담그며 다른 팀원들과 수영을 했더니 이제 전문적인 수영선수는 아니더라도 자유형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카메라, 찍고 있지?’

2주간 찍고 엘리스는 자동학습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면서 실시간으로 편집을 하며 영상들을 만들고 있는데 일부 영상물들을 통해 본 엘리스의 결과물은 보통 영상미가 아니었다.
숲과 바다에서 팀원들도 함께 먹방을 비롯하여 훈련 영상이라거나 음주 영상들과 같은 많은 영상들을 찍어서 편집했는데 처음에는 엘리스가 이쪽 방면에 따로 학습된 부분이 없어서 그렇게 멋있지는 않았지만 매일 나의 리뷰를 받고 재편집을 반복하고 엘리스가 빛과 각도 쪽에서 어느 정도 자체적인 학습이 진행하고 나선 이제는 거의 준전문가가 찍은 뮤직비디오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이곳은 공해도 없고 따로 어떤 기계 소리도 내가 가져온 장비들 이외엔 없어서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기도 좋았다.

“다음에 올 때는 음성도 좀 본격적으로 녹음할 수 있도록 녹음장비도 따로 준비해야겠어.”


“정후야! 와서 밥 먹어!”
“네!”

어릴 적 동네에서 애들과 놀고 있으면 밥 먹으라고 부르는 그때의 아련한 느낌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오오~정후, 몸 많이 좋아졌다?”

내가 포즈를 취하며 맞장구 쳐주자 코엘 누나는 거기서 한술  떠 만지려고 든다.

“거기까지.”
“정후 군, 2주간의 트레이닝이 굉장히  효과가 있었던 것 같네. 빅터가 예전 ‘와처Watcher’나 ‘아울스owls'를 훈련시켰던 가닥이 어디 가지않았나 봐.”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부단장님.”
“오늘 저녁은 뭐야?”
“정후 군이 준비해온 재료들로 만든 스테이크와 샐러드입니다.”

처음엔 이것 저것 섞어서 노래를 듣고 했지만 물어볼 때마다 무슨 음악을 듣고 싶냐고 의견을 물어봤더니 각자 취향이 다 달랐다.

“난 모차르트 음악이 좋던데.”
“그런 지루한 음악말고 K-pop은 어때?”
“허허, 난 트로트가 좋았네.”
“가사들도  알아먹으면서 뭐가 좋아 좋기는 클래식이라는 음악이 딱이지.”
“가사는 몰라도 음에 담긴 감상은 느낄 수 있는 법.”

그래서  이후엔 돌아가면서 순서를 정해 그 사람이 원하는 취향에 맞춰서 노래를 틀어주고 있었는데 오늘 차례는 빅터 교관이 선택하는날이었다.

“전 버크 부단장님의 선택과 똑같은 트로트로 하겠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아빠를 따르는 아들처럼 오늘도 버크 바라기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빅터는 자신의 취향인 올드 팝이 아니라 아저씨의 취향대로 최근 유행하는 트로트 곡을 선택했다.

“버크 부단장님이 이 곡을 좋아하시더군요.”

각자의 취향이 있는 것과 다르게 막상 노래를 틀어주면 다들 곧잘 따라부르며 흥얼거리곤 했는데 버크 아저씨의 목소리로 듣는 노래는 객관적으로 20년 넘게 각종 노래를 소비자로서 들어온  귀에도 꽤나 듣기가 좋았다.

‘아저씨는 나중에 가수를 해도 좋겠어.’

안타까운 일이었다. 만약 이 세상에도 가수란 직업이 있다면 아저씨는 최소 태수형을 부른 가수에 버금가는 존재가 되었을 것만 같을 정도로 외모도 남자다웠고 목소리도 좋은 데다 노래도 꽤나 잘 불렀다.

‘어느 나라에선 소농민이 밭을 갈고 있고, 어느 나라에선 테슬라가 노가다를 하고 있을 거란 이야기가 있다더니...가수로 이름을 크게 알렸을 인재가 여기에 있네.’

아저씨의 노래가 썩 듣기에 괜찮았는지 평소 같았으면 조용히 하라면서 투덜거렸을 코엘 누나도 아무 말없이 술을 홀짝거리면서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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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으로 넘어오자 엘리스는 내게 차원이동 레벨이 2가 되었다면서 인벤토리 능력이 2배로 향상된 10톤까지 늘었다는 정보를 알려줬다.

[사용자 이정후]
차원이동능력자 LV2.
-의사소통 능력 passive
-육체활성화 능력 passive
-인벤토리 능력10톤 new!

당장 10톤을 채우기엔 더스트로 넘어가기 전에 이것저것 사느라 지출이 많았던 탓에 잔고가 0에 가까워서 귓등으로 흘려 버렸다.

그것보다 내가 신경 썼던 부분은 넘어오자마자 너튜브의 채널을 개설하는 것이었다.
영상들은 어디 한적한 휴양지를 떠올리게  법한 바다와 숲을 배경으로 마치 외국인들을 데려다가 한국의 것들을 체험하게 하는 영상들처럼 엘리스가 편집한 영상들을 하나  각국의 자막들을 담아 업로드를 했다.

영상을 업로드하기 전에 엘리스는 내게 한가지 권유한 것이 있었다.


"그게 무슨 의미야? 내가 단원들보다 못생겨서 그래?"

"그...그래? 근데 그렇게 영상을 올리게 되더라도 그냥 영상을 올린 위치는 IP 추척이라든가 하는 방법으로 가능하지 않아?"

"그럼, 그 부분은 엘리스가 원하는 대로 해줘."
이왕이면 보정을 통해 좀 잘생긴 얼굴로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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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의 크로니클의 단원들은 내가 전해준 바디워시라거나 샴푸, 린스 등의 용품들과 함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한 뒤로는 마치 관리 받은 연예인들처럼 외모적으로 깔끔해졌다.
거기다 준비해 갔던 여러 가지 사이즈의 티셔츠들 중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골라 입고 트레이닝 복이라든가 레깅스같은 복장들을 찾아 입었는데 요크의 경우는 준비한 옷들 중에 혹시나 싶어서 따로 아동복을 준비해 간 것을 골라 입었다. 그 중에서도 어찌된 일인지 섞여 들여간 여자아이들이 유달리 좋아한단 얼음여왕의 옷들을 골라 입으려고 하면서 너무 좋다고 해서 요크 앞에서 웃음이 터질뻔하기도 했다.
드마코 형이 자기는 레깅스의 소재가 너무 편하고 좋다면서 탄성이 좋고 잘 늘어나는 게 정말 마음에 든다고 여성용 레깅스를 입으려고 했다. 그래서 남성용 레깅스가 따로 있다면서 찾아서 골라 줬더니 레깅스만 입자 그곳이 너무 부각된단 사실을뒤늦게 깨닫고 굉장히 민망해하기도 했다.

‘평균보다 컸지...’

물론 반바지를 따로 챙겨줘서 굉장히 맘에 든다며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둔부를 내 앞에서 흔들어 대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때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었다.

‘그때 엄청 짜증났는데.’

아무튼 그런 과정 끝에 찍힌 영상에 나오는 이들은 마치 현대의 외국인들처럼 보였다. 단순히 외국인처럼 보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영화배우 같기도 하고 미드에 나올 것만은 아우라를 풍겨대서도 혹시 영상을 올리면 나중에 할리우드나 이런 곳에서 제작자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건 아닐까 하는 망상을 잠시 해봤었다.

엘리스는 크로니클 단원들이 말하는 언어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인공지능의 뛰어난 능력으로 실제 그들이 내뱉는 음성을 분석하여 원래의 목소리로 마치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하듯 더빙을 씌웠다.

“일단 올리긴 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다. 2주 정도 기다리면 반응이 나오겠지.”

이 곳으로 다시 넘어오기 전 내가크로니클의 단원들로부터 넘겨받은 금액은 800골드쯤 되었다.
그들의 화폐가치는 알 수 없어서 그쪽 기준으론 얼마쯤의 가치를 지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이쪽 기준으론 4억 1600만원은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금화들을 팔기 위해서 금은방들을 돌아다니면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매번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금을 판매하면 무슨 사단이 나겠는데?’

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매번  신분증을 제시해야 했다.만약 한 번에 한군데서 모두 팔려고 했다면 계좌까지 노출될 수도 있었는데 엘리스가 이 부분에 대해선 충고를 해줬다.

세금 처리 부분이라든가 하는 부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난 엘리스에게 불법은 안된다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그렇게 며칠간 바쁘게 이곳저곳을 오가다 오늘 오후는 정신적으로 지쳐서 잠시 컴퓨터를 켜서 너튜브 영상들도 찾아보다 자취방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엄마였다.

'그것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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