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9화-이세계에선 술 대접하고 취직? (9/239)



〈 9화 〉9화-이세계에선 술 대접하고 취직?

다행히도 4명의 사람이 내 앞에 오게 되었을 때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우려했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아니...그래서 어제 바람의 정령으로 신호 보냈잖아. 우리 잘 있다고.”
“단장, 부단장이라는 것들이 기다리는 단원들 생각은 안하고 술을 쳐 먹고 놀고먹고 있었어?”

뒤 따라오는 작은 여성이 엄청나게 빨리 달려오는 코엘 누나를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잡았다. 이 쓰레기같은 단장.”
“아아...놔 줘..헉헉...힘들어..서로 이...헉헉 있었잖아. 한동안 피로했는데...어제 너무 ...많이...마셨...헉...나봐. 술기운이 덜 ...헉헉...빠져서  뛰지도 못하겠네.”
“저 칼 들고 있는 사람은 누구야? 오빠  아닌가?”
“헉헉헉헉....어제 우리가 만난 현지인?”

버크 아저씨도 뒤따라온 거구의 근육질 아저씨에게 결국 잡혀서 텐트 앞으로 끌려왔다.

“휘유....제대로 즐기셨구만? 저기 잔뜩 굴러다니는 건 술병인가 본데, 요크?”
“오빠라는 분이 동생은 걱정하는지도 모르고 아주 신이 나셨네요? 하아...진짜...이것들을 확...오빠랑단장만 아니면 그냥.”

이어지는 말을 작게 읊조리던 작은 키의 여성은 어딘가 버크 아저씨와 닮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버크 아저씨 동생이신가봐요?”
“아...네...”

현장에서 체포된 범죄자처럼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버크 아저씨의 여동생 밑에 깔려 있던 코엘 누나가 버크 아저씨의 여동생 분에게 핀잔을 주더니 엎드린 채로 세 사람을 소개시켜줬다.

“날 깔고 앉은 애는 상단 트리니티의 주인이자 버크의 여동생 요크 샤이어. 옆의 근육질 거구는 그림을 통해서 기록하는 것을 돕는 기록가이자 요리사인 용병 출신 드마코 그리고 뒤에서 조용히 서 있는 남자가 빅터. 우리 크로니클 모험단의 경계와 크로니클의 대소사를 맡고 있지.”
“안녕하세요, 이정후라고 합니다.”

서로 간의 통성명이 끝나자 깔려 있던 코엘 누나가 현란한 그라운드 기술로 방금 전 자신이 당한 포지션으로 올라섰다.

‘UFC 선수인 줄’

“서로 인사들 다 했지?”
“그만 내려오지? 버크 오빠! 도와줘요!”

6명이 모이자 뭔가 게임캐릭터들이 전부 모인 것처럼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쪽은 어제 우리와 이야기한 결과, 새로운 팀원이 되어 모험을 하고 싶다고 신청했던 이정후! 새로운 팀원과 인사해.”
“네? 제가요? 언제요?”

한번도 서로 이야기한 적 없는 내용을 내뱉는 코엘 누나의 말에 난 당황스러웠다.

“우리 크로니클의 기본 수칙 중 하나가  팀원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발생했을  팀원 전원의 승낙이 필요한거 아니었나? 버크!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 동생인 나는전~혀 동의한 기억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야기한 적도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모험가 집단의 일원으로 가입한 것처럼 되어 있는 것도 억울했는데, 단원들은 받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고백한 적도 고백할 생각도 없는데 차인 그런 기분이랄까

“저도...동의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너 어제 술 마시고 나서 취해서 그동안 너무 갑갑했다고 훌쩍거리면서 여행 가고 싶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우리랑 같이 모험가 할 생각 있냐고 물으니까 자기도 여행 좋아한다고 하고 싶다고 했고. 그리고 단장과 부단장이 승인할 시 긴급한 상황 혹은 중대한 상황인 경우 선조치 후보고 가능한 게 우리 팀 규칙  하나였던 것 같은데? 맞지 버크 부단장?”
“정후 군의 요청이 있었고, 단장과 부단장의 승인이 있었지. 이후 이렇게 본인이 제출한 서명한 신청서까지 있네. 다른 팀원들이 다 모이고 나면 임시 팀원 이정후의 정식 승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지.”
“술 취한 상태에서 가입신청도 승인이 되나요? 원래 정상적으로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의 술 취한 사람과 한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 아닙니까?”
“우리 쪽은 안 그런데?”

‘그런  어딨어! 우리보다 더 세세하게 된 법이 존재한단 의미인 건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가운데 정후가 기억에도 없는 가입 신청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당황스러워서 의사판단 능력이 희박한 주취자의 계약은 무효임을 이야기했으나 버크는 어느새 정후가 사용하던 DSLR의 사용법을 제대로 익혔는지 다른 팀원 3명을 불러 영상을 하나 틀어줬다.

“어....딸꾹....여기 아까 제가 요로케 요로케 해서 눌러놨잖아요. 여기에.. 딸국 ...영상 녹화가 되는 겁니다. 쫘잔... 그러고 나서 아까 우리가 뭐랬죠? 딸꾹.”
“정후군이 우리 크로니클과 함께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지. 으으. 진짜로 워내?”

아저씨와 누나도 좀 취했는지 볼이 빨갰지만 내 모습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취해 보였다.

“Hoxy 나중에 똰소리 하지 말아요...다 찌거 놔쓰니까...두 말..하면  버려.”

‘떼긴 뭘 떼...’

진탕 취한 나는 언제 준비되었는지 모를 ‘크로니클’의 흐느적거리면서 펜을 들고 가입요청서에그렇게 사인을 마치고서 펜을넘겨준 뒤 잠들었다.
이어지는 영상에서 버크 아저씨와 코엘 누나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찍혔고,  사람에 의해 내가 텐트 속에 던져지고 버크아저씨가 이쪽으로 다가오자 영상은 끝이 났다.

“이런 계약은 무효야 무효! 이런 거 전 들어본 적도 없어요.”


“호오...이 장치는  신기하군 그래. 앞으로 기록할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뭐, 저렇게 현장 상황이 실제 발언과 문서로 확인되었으니 기본절차는 모두 지켜졌네.”
“거봐? 나중에 새로운 팀원 이정후에게서각자 하나씩 구해줄게. 너희들도 쟤의 진가를 알면 바로 정식 팀원으로 받아들일 거야. 그럼, 이제 정리해!”
“지들이 처먹은걸 왜 우리보고 치우라는 거야!”

그렇게 나의 모험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나의 취중진담에 의해서.
그리고 드워프 버크와 엘프 코엘의 다른 의도와 함께.



#




잠깐의 투닥거림과 정리정돈 이후  사람도 아까 버크 아저씨와 코엘 누나를 따라오느라 벗어뒀던 배낭과 말을 데려고 와선 우리가 텐트를 세워둔 곳에 아저씨네 것과 똑같이 생긴 텐트 하나를  설치했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바다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르니까 우선 기초탐사를 할 필요가 있어. 숲이랑 다르게 어떤 생물체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해 보이고 바다 속에 있는 생물들이나 바다와 숲의 경계에 서식하는 존재들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나마 기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새롭게 나타난 버크 아저씨의 동생 요크 씨는 현장에서 실무 경험이 탄탄한 전문직 여성같았다.
드워프 여자는 어쩐지 턱수염이 있고 그럴 것 같았는데실제로 나타난 아저씨의 동생은 버크 아저씨랑 어딘가 닮긴 했어도 키만 드워프만 했고 수염도 없고 작고 단단해 보이지만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하긴 드워프라고 해도 성별이 있다면 똑같이 수염이 있을 필요는 없겠지.’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걸 먹을 수 있는가 없는가도 확인이 필요한 것 같은데? 가지고 있는 건조식량이 다 떨어져 가고 있어서. 이대로 추가적인 식재료 확보가 없으면 후발대 인원들이 가지고 있는 식량들을 감안해도 그렇게 오래 여기에 머물 수는 없어.”

 얼굴보다 더 우람한 팔 근육의 소유자이자 팀의 요리사를 맡고 있다는 드마코라는 분은 짙은 갈색 빛의 피부를 가진 인간이었다. 사실 겉보기로만 보면 6명 중에 버크 아저씨와 같이 가장 강할 것 같은 덩치를 가졌는데 요리사라니 굳이 차별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해 보였다.

“널린 게 숲이니까 우리들 말에게 먹일 풀들이 부족할 것 같지는 않네.”
“역쉬! 내가 신뢰하는 단원들다워! 한번 제대로 키운 팀원들은 이렇게 자기 몫을 한다니까~”
“단장이 이런 부분에 너무 무신경하니까 팀원들이 어쩔 수 없이 챙기는 거야. 부단장이라도 좀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지, 안 그래 오빠?”
“그건 요크 말이 맞지. 단장, 부단장들이 믿을 수 없으니 단원들이 고생하잖아.”

축구의 티키타카를 보듯 이 사람들은 오랜 시간 팀워크를 맞춰 왔는지 의사를 교환하고 진행하는 것에 걸림돌 없이 매끄러웠다.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단원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잠시  일부분을 보여주자면...”

나에게서 어제 산 빅사이즈 LED 랜턴을 코엘 누나가 팀원들에게 자랑스레 보여주자 어제  사람과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고, 어떻게 구했는지 설명을 하는 시간이 있고 난 뒤 나에게는 똑같이 구매요청이 들어왔다.
버크 아저씨는 LED 구매요청을 하는 두 사람의 뒤에서 한손으로 코엘 누나와 에디나 누나의 입을 막은 뒤 조용히나를 보며 다른 한 손으로 라이터를 사용하는 동작을 보여주며 처음 내가 터보라이터를 넘길 때 했던 것처럼 라이터에 대한 언급은 함구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근데 코엘 누나는 언제 저기에 애칭을 붙인 거지?’

“여기 텐트라는 것도 와서 봐봐. 니들도 이거 보면 환장하지 싶은데?”
“와, 진짜 가볍고 팔랑거리는 느낌의 천이야. 이 정도로 괜찮은 직조가 가능하면 우리가 지금 입고 있는 옷보다 활동하기 좋은 옷도 있을 것 같은데?”
“여자들은 이따 따로 잠시 이야기하자. 여성들에게 편리할 물건들도 있는  같더라.”
“그것보다 나는 이 쇠가 신기해. 가볍고 강도도 좋군. 어느 정도 휘어도 탄성이 있어서 원래대로 회복되고. 이런 느낌으로 분리 가능하고 좀 튼튼한 소재로 된 창을 하나 가지고싶은데.”

텐트 하나에서 많은 추론을 해내는 이들의 모습이 첫인상과 달라서 속으로 좀 놀랬다.
우리가 사는 지구보다 축적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이었지 이 사람들의 생각하는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마치 한국어를  못해서 어린애같이 느껴지던 외국인이 어리숙하게 느껴진 것과 다르게 정작 모국어로 자국의 사람들과 말할  어른답게 유창한 것 같다고나 할까

“뭐, 신입 단원의 능력이 어떤지는 잘 알겠지? 우리 크로니클의 기동성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뒤 영입한 거야”
“굴러다니는 술병들 보면 그냥 접대 받고 기분 좋아서 영입한 거 아니야?”

현장 실무를 많이 경험한 전문직 여성 같아보이던 요크 씨는 기분파인 코엘 누나의 천적처럼 보였다.

“정후한테 주류와 물, 식재료들을 지원받을 수 있을 거야, 정후야, 가능하지?”
“가능하긴 한데...”
"먹는 것에 돈을 아낄 수는 없지. 내가 리스트를 만들어서 정후 군에게 주겠네.
“우리들이 먹을 것이니까 잘 부탁해, 정후야~”

신입 팀원의  역할은 물자 조달인가보다. 어느새 난 이들의 페이스에 휘말려 자연스럽게 업무를 할당받고 있었다.  가지를 더 눈으로 확인한 요크 씨, 드마코 씨, 빅터 씨는 신입 신청서에 동의한단 서명을 하고 나의 정식 팀원으로의 승격에 대해선 찬성했다.
나도 신입으로 입단한 것도 입단한 것이지만 물자 조달을 통해 내가 일정 부분의 수익을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내겐 고정적 벌이 수단이 생긴 셈이라 엘리스의 조언을 바탕으로 크게 반발하지 않고 수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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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걸 니들만 드셨어요?”
“정후, 맛의 차원이 다르구나!”
알고 말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조미료들도 그렇고 특히 그 ‘고향의 맛’을 의미한다는 거. 이게 들어가니까 음식들의 깊이가 달라져! 이름이 뭐라고?다시원? 그리고 캠핑용품이라는 것도 이런 야외 공간에서 취사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 크로니클 안에는 이런 걸 이야기해도 이해할 단원이 없었는데 정말 환영한다! 으하하하.”
요리사 드마코 씨도 겉보기와 다르게 은근 투머치 토커 기질이 있었다.

‘조미료라...드마코의 말대로면 요리사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몰랐는데 이걸 이렇게 별거 아닌 것처럼 소모하려면 이정후라는 남자의 재력이 대단한 건가?’
‘알 수 없지.’

정후가 드마코 형의 말에 시선을 빼앗긴 동안에도 버크와 코엘은 정후에 대해 계속 분석을 하고 있었다.

엠티를 간 대학생들의 다음날 모습같은 우리들과 다르게 빅터라는 차가운 인상의 남자만이 유일하고 고고하게 혼자 다른 느낌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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