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화 〉5화-크고 아름다운 빛을 내는 몽둥이 (5/239)



〈 5화 〉5화-크고 아름다운 빛을 내는 몽둥이

먹을 걸로 살살 구슬리자 또 어떤 신기한 것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다. 나는 빨리 텐트부터 치고 오라고 소리쳤다.

“그래, 우선 우리 버크가 만들어준 아주 고물 같은 우리 텐트부터 치고 이야기하자. 저 무거운 걸 칠 생각하니 벌써부터 화가 나네. 정후야, 니가 해준다는 그 저녁식사 정말 기대된다. 원래대로면 지겨~~~운 과일따위만 숲에서 따와서 대충 먹으며 버텨야 했는데!”
“난 정후랑 같이 숲에 들어가서, 아까 집어 던져놨던 내 다른 짐들도 챙겨와야겠다.”
“이런 대단한 텐트를 가진 정후 군이 만들어 주겠다니, 나도 정후군이 만들어 준다는 저녁 식사가 기대되는걸? 하하하”

이렇게 비행기 태우면 나도 곤란한데.

“야 그만 노인네같이 굴고, 빨리 따라와. 텐트 치게. 나이도 나보다 어린  맨날 허허거려. 엠제이 너도 딴 짓 하지 말고 바로 짐만 챙겨서 돌아와”
"누나라고 해줘? 이럴 거면 누나라고 해줄게. 나보다 나이 많은 엘프한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노인 대접을 원한다면 해드려야지. 코엘 누나~"
“둘이서 충분히 텐트 치잖아.”
“너, 하지  그거! 나보다 한참 늙어 보이는 수염  아저씨가 나한테 누나라고 하는 꼴 보고 싶지 않아!”

아무래도 사람은 끼리끼리 다니는 게 맞는 것 같다.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 전에는 어떻게 다니는 건가 싶을 정도였는데, 비슷한 사람들이 맞았다.
버크 아저씨와 코엘 누나는 자기들의 배낭에서 텐트를 만드는 장비들을 꺼내더니, 자기들끼리 투덕거리면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게, 오랫동안 함께 지낸 노부부를 보는 것만 같다.
조금 있으니 등 뒤에서 코엘 누나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이따위 무거운 쇠막대들을 무더기씩 짊어지고 다니려니, 가뜩이나 늙은 자신의 허리가 굽는다는 투정이었다. 그 뒤로는 버크 아저씨의 투덜거림도 들렸다. 축축 처져서 무겁고 만지면 냄새나는 기름이 손에 묻어서 싫다나. 다 무시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려고 했다. 그런데 장작이 없었다.

‘맞다, 장작. 가져온 거로는 모자라겠지?’

화목난로를 피우기 위해 마른 나뭇가지들을 구하려고 숲을 들어갔다. 그런데 아까보다 약간은 어두워진  같아서, 들어가기 전에 천원 샵에서 산 싸구려 LED 랜턴을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켰다.
그러자 세 사람이 보고서 놀라워했다.

“니가 지금 불을 켠  막대, 뭐야? 그거 뭐야? 그렇게 조그만 게 왜 이렇게 밝아? 무슨 아티팩트야 그건?”
“이렇게 밝은 빛이라니! 대낮같이 환해졌어.”
“거기에 반딧불이 수백 마리라도 들은 건 아니지?”

만들던 텐트를 내팽개치고 달려드는 둘, 그리고 숲으로 들어가려던 엠제이까지 과한 리액션을 선보였다. 너튜브에서나 보던 국뽕 채널 영상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이들 리액션 영상이나 찍어서 올려볼까? 아, 그나저나 얼굴 화끈거리네. 흔해빠진 싸구려 랜턴인데.’’

“LED 랜턴이라는 도구입니다. 이렇게 껐다 키면 되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마법 아티팩트같은 건 아니구요.”

LED 랜턴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버튼을 똑딱이며 설명해주었다. 그러고선 한번 만져보라고 건네 줬다. 셋은 마치 진품명품의 전문가들이 진귀한 보물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구경하고 탐구했다.
이내 네 사람의 장터가 열렸다.

“그거 나한테 팔아라, 내가 살게. 얼마면 돼?”
“정후 군 아까 텐트까지 내가  사겠네. 내 돈주머니를 무시하지 말게. 내가 진정한 돈의 힘을 보여주겠어.”
“정후야. 그거 나한테 팔아, 응?”

‘대환장파티가 따로 없네. 고작 싸구려 랜턴에 진정한 돈의 힘은 왜 나와.'

할인행사를 앞둔 것 같은 흥정이다. 세 명이 신나서 떠드는 걸 듣고 있자니, 앞으로 이세계에서 돈을  방법이 무궁무진한 것 같았다. 양심이 좀 아프지만 괜찮겠지?

‘어머니, 저 부자 되어서 돌아가겠습니다.’

“진정들 좀 하시구요. 코엘 누나, 그 번쩍거리는 금화들? 그거 주먹 쥐고서  턱 밑에 들이밀지 말아요. 버크 아저씨도 주머니에서 꺼내놓은 보석들이나 장신구들 다 집어넣으세요. 그렇게 비싸게 팔 생각도 없어요. 에디나 누나는 털가죽 같은 거 가방에서 꺼내지 말아요.”

머리가 복잡해지는  같았다. 이 사람들 뭐하는 사람들인데 이런 귀중품 같은 것들을 동전처럼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인지, 어느 정도가 정당한 거래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경매가 가장 좋겠다. 용산의 「그놈들」처럼 고객에게 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거야.’

“물건의 가치는 파는 사람이 정하기도 하지만 사는 사람이 정하기도 하죠? 희소성은 제품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큰 요인입니다. 여러분들에게 가격을 결정할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되는 개소리를 그럴 듯하게 늘어놓았다. 그리고 나서 여분으로 챙겨둔 랜턴들 중에서,  더 길고 비싼 랜턴 하나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그러자 엘프 누나의 눈이 번쩍한다.

‘뭐야 저거, 무서워’

“이정후 님, 새로 꺼낸 그 랜턴은 심히  소유욕을 자극하네요. 제게 그 물건을 이 골드들을 받고 순순히 넘기신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넘기시죠.”

들고 있던 랜턴보다 좀 더 비싼 LED 랜턴을 본 코엘 누나가 만나고 처음으로 존댓말을 한다. 말은 정중한데 멘트는 협박성!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흐흐흐, 크고 아름다워!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빛을 내는 몽둥이라니!"

잠시 네 사람만의 경매장이 열렸다. 세 사람은 각자 원하는 랜턴을 하나씩 가져갔고, 내 손에는 100골드 정도가 쥐어졌다.

‘엘리스, 이 100골드라는 것이 우리 세계에서 얼마나 할까?’

‘몇천원짜리 LED 랜턴을 3개 팔고 5240만원? 수익률이 몇 배냐? 흐흐흐흐…….’

‘그래? 여기선 더 높은가치일수도 있다는 거지? 우선 최저 매출이 5240만원이라 이거네.’

그렇게 거래에 만족해서 100골드를 챙겨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묵직해진 무게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 때, 거래에 만족한 둘은 물건을 건네받자마자 열심히 사용했다. 알려준 대로 LED 랜턴을 껐다 키며, 텐트를 치기 위해 돌아갔다.

‘이 곳으로 오기 전에 배터리를 새 걸로 끼워서 가져오긴 했지만, 저렇게 하면 오래는 못  텐데… 나중에 돌아가게 되면 배터리도 챙겨줘야겠다.’

그 다음은, 에디나 누나와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땔감을 가기로 했다. 그 말에 버크 아저씨는 마체테처럼 생긴 날이 넓적한 칼을 건네주었다. 숲에서 나무를 해올 때 이걸 쓰라고 한다.

“엄청 날이 잘 섰네.”

나는 당장이라도 뭐든 쉽게 썰어낼 것만 같은 마체테의 날에 감탄했다.

“당연하지 드워프제 중에서도 버크가 만든 물건은 돈 주고도 쉽게 못 사는 명품 중의 명품에 속한다구”

숲에 들어가서 수풀을 제거하거나, 나뭇가지들을 제거할  쓰면 좋겠다 싶었다. 실제로 숲에서 X자로 휘둘러보았더니 수풀이 슥슥 베였다. 소설에서 말하는 드워프제답게 중심이 잘 잡혀있었다. 칼을 안 잡아본 나도 쉽게 쓸 수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툭치니까 가볍게 다 잘려요!”
“그래도 조심해. 칼이니까. 근데 정후야 난 이 LED 랜턴이라는 것도 신기한데, 지금 니가 신고 있는 신발도 신기해 보인다.”

에디나 누나의 말에 엠제이 누나가 신고 있는 신발을 내려다봤다. 내가 신고 있는 트래킹화와는 비교할  없을 정도로, 영 좋아 보이지 않는 가죽신발이었다.
내 기준으로 부츠라는 것을 평가해본,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었다. 그런데나도 모르게 표정에 생각이 드러났나 보다. 에디나 누나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투덜거렸다.

“우리 멤버들 신발이 그렇게 싸구려 부츠는 아니거든? 고급 가죽으로 만든 부츠라서, 이래봬도 모험가들 사이에선 부러움의 대상이라구. 근데  신발은 우리 거랑 다르게 훨씬 가볍고 편해 보여.”

미처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판매상품이 생겼다.
단순히 신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양말들까지 가져다 팔면 파는 족족 전부  팔릴 것 같았다.

“혹시 나도  거랑 비슷한 신발도 구할 수 있을까?”
“흠… 지금 당장은 어렵고, 나중에 따로 구해다 드릴게요.”
“이왕이면 내 것뿐 아니라 팀원들 것들도 구해줘.”

우리가 그렇게  속에서 차후에 판매할 상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숲 밖으로 나와보니, 코엘 누나와 버크 아저씨의 상품 품평회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물건을 만들 정도면, 정후가 있는 세상은 엄청 발전한 세상인가보군. 이 빛이 나오는 부분을 만져 봐도 하나도 뜨겁지가 않아. 어떤 힘으로 작동하는지  원리가 참 궁금하군.”
“돌아가면다 뒤졌다. 정령? 잠깐만 쓰면 끝인 놈들이고. 그 외에는 겨우 반딧불이나 잡아서 천쪼가리 안에 넣어놓고 끝이잖아. 그런 등을 쓰는 애들에게, 이 크고 빛나는 몽둥이로 문명의 빛을 보여주자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는데? 후후후…….”

하늘에 뜬 이계의 두개의 달이, 우리 네 사람의 거래를 축복해주는 듯했다.



#


다시 숲으로 돌아가 화목난로를 꺼내고, 조립되지 않은 연통들을 꺼내 끼워맞췄다. 그리고 버크 아저씨에게 받은 칼을 휘둘러 죽은 나무들을 보기 좋게 잘라냈다. 부싯깃으로 쓸 법한 마른 나뭇가지 조각들과 잎들은 따로 모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동안 세 사람은 4명은 들어가도  사이즈의 커다란 삼각텐트를 다 세웠다. 이후 일정은 다시 LED 랜턴 탐구. 쪼그려 앉아 물건을 만지는 모습이, 소꿉놀이하는 애들 같았다.

“정후야! 이거 정말 좋다. 팔뚝보다 조금 작은 게 빛은 얼마나 센지, 숲에 비춰보니까 막 다 보일정도로 강하더라. 그러면서도 전혀 뜨겁지도 않고!”

내가 나타나자 코엘 누나가 제다이의 광선검을 휘두르듯 LED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너무 위협적이라 나도 모르게 칼을 마주 꺼내 겨룰 뻔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버크 아저씨는 열심히 랜턴을 탐구했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것으로 이토록 환하게 만들 수가 있는 거지, 요크에게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는군.”
“드루이드 마을에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각자가  먹을 생각도 안하고 탐구에 바쁘다. 나는 집중 좀 하라는 의미로 말을 걸었다.

“이제 불  붙여 볼까요?”

그러자 옆에 있던 코엘 누나가 버크 아저씨의 뒤로 가서 엉덩이를 걷어찼다. 점화석으로 빨리 불을 피우란 잔소리는 덤이었다.
버크 아저씨가 자기만 시켜먹는다고 투덜대면서, 배낭에 있던 작고 검은 돌 같은 것을 가져왔다.

‘왜 정령은 안 부르고 저걸 가져오는 거지? 한번 보고 싶었는데’

TV로 보는 부싯돌과 똑같았다. 저렇게 돌끼리 부딪혀서 불을 피우려면 오래 걸릴 텐데. 나는 이번에도 직접나서기로 했다.

“제가 할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