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7화 〉막걸리 마지막 잔을 주는 사이 (5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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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7화 〉막걸리 마지막 잔을 주는 사이

    숙소로 잡은 곳은 바닷가 바로 옆에 있는 펜션이었다. 과에선 거기 있는 잔디밭에서 요리 대회를 시작했고, 우승은 마왕이 참가한 조가 가져갔다. 대회가 끝나자 바로 술판이 벌어졌다.

    주변과 어색한 나는 가만히 불고기를 집어 먹었다.


    “지헌아.”


    날 부른 사람은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조장이었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그녀는 내게  종이컵을 내밀었다. 내가 그걸 받자, 잔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어, 고마워.”

    “아니야. 내가  고맙지.”


    “응?”


    무슨 뜻인지 몰라서 영문모를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조장은 주위 눈치를 살피며 나만 들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때  말만 믿고 널 쓰레기로 봤잖아.”

    “아! 그 일?”

    그녀는 하준이에 대한 일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혹시라도 내가 자기 정체를 까발릴  두려워해서 나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퍼뜨렸다. 과에서 아싸인 나와 과대인 하준이 중에, 사람들이 누굴 믿을지는 뻔한 일이었다.

    내가 무슨 일을 말하는 건지 떠올리자, 조장은 눈꼬리를 내리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한 사람 말만 들을 게 아니라 네 말도 들어봤어야 했는데, 미안해.”


    사과를 듣고 난 당황하고 말았다. 인간은 불편한 진실을 보면 직시보단 무시를 선택하는 짐승이었다. 이대로 졸업까지 날 무시하며 진실을 외면할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앞에서 사과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내 표정을 보고, 주위를 향해 눈짓하며 말했다.


    “사실 나 말고 너한테 불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꽤 있어. 아 불편하다는 게 네가 싫다는 게 아니라, 죄책감을 말하는 거야. 오해하지 말고. 그런데 얘들은 네가 뭐라고 할까 봐 나처럼 미안하다고   하고 있는 거야.”


    “……”


    “그런데 네가 MT 와주니까, 우리들은 네가 어느 정도 마음이 풀린 거라고 생각했거든. 네가 우릴 용서한  아니겠지만, 그래도 살짝은  덜어진 거 같아, 죄책감이.”


    “그래?”


    “응. 용서해달라는 건 아니야. 그냥 우리가 너한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걸 알아줬으면 해서 말하는 거야.”

    딱히  동기들이 밉다거나 하진 않았다. 애초에 별 기대를 안 해서 감정적인 마음을 안 품은 거였다. 하지만 이렇게 사과하는 마음을 보니, 기분이 살짝은 좋아졌다.


    “알았어.”

     대답을 들은 그녀는 다행이라면서 잔을 내밀었다.

    “그럼 우리 건배할까? 짠!”

    “……짠.”

    서로 종이컵을 부딪치고, 그 안에 담긴 맥주를 마셨다. 이번 건 냉장고에 있어서 그런가 조금은 시원하게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

    마왕은 실실 웃으며 내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우승 상품으로 받은 이 지역 특산품인 밤 막걸리를 들고, 그녀는  어깨에 팔을 두르며 놀려댔다.


    “자네 팀이 졌다고 그리 억울해하지 말게. 마왕이 용사를 이기는 운명도 있지 않은가.”

    “너 아무것도 안 했잖아! 아까 보니까 구경만 하더만!”

    “그게  짐이 뒤에서 조종하는 거였네. 짐이 바로 흑막이었단 말이지. 후하하하!”

    누가 들으면 경쟁자 다 죽여서 부전승으로 올라온  알겠네.


    마왕네 조가 승리한 건 다 그녀를 제외한 조원들의 노력 때문이었다. 그들은 브리스킷이라는 텍사스 바비큐를 MT 전부터 준비해왔고, 게다가 곁들여 먹을 감자 샐러드도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마트에서 파는 소스를 부어 만든 불고기 같은 거로 비빌 수 있는 건 전혀 아니었다.


    “저기, 언니!”


    조장이 내게 달라붙은 마왕을 불렀다.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한 그녀는 우리가 만들었던 불고기를 플라스틱에 담아 내밀었다.


    “언니, 이것 좀 드셔보세요!”

    그러자 그녀 옆에 앉은 남자애가 끼어들었다. 오늘 아침 마왕에게 같이 술 먹자고 하던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야! 선배가 브리스킷 먹고 오셨는데 그걸로 좋아하시겠냐!”


    “어?”


    조장은 그 말을 듣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왕은 내 손에 들린 젓가락을 빼앗아 불고기를 집어 먹었다.


    “음! 꽤 맛있군!”

    “그, 그렇죠? 이거 저희가 만들었어요!”

    “아하핫! 너무 맛있어서 식당에서 가져온 줄 알았지 뭔가!”

    “네?”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파는 것처럼 맛있다는 말을 알아듣고 웃기 시작했다. 딴죽을 걸던 남자애도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자기가 했던 걸 자랑했다.


    “선배, 그거  제가  거예요!”


    “이거 말인가?”


    마왕이 집은 건 썰리다 만 대파 조각이었다. 칼집을 깊게 냈지만 한 조각인 대파를 보고 얼굴을 그는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실패작을 입에 넣었다.


    “이러니 씹는 맛이 살아나는군! 잘했네!”

    “어, 아하하하! 저 잘했죠!”


    남자애는 금방 얼굴을 풀고 기분 좋게 웃었다.


    마왕은 이야기를 나누며 은근슬쩍  어깨에 두른 팔을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다른 조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혼자가 된 느낌. 처음이 아니었다. 이세계에서 전투가 끝나고 파티를 열 때도 같은 분위기였다. 내가 주역이었지만 측근들은 각자 다른 병사들과 어울리며 내 옆을 떠나갔다. 결국 나와 같이 술을 마셔준 사람은 다크엘프 혼혈인 세라였다.


    비록 날 죽이긴 했지만,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 살인 병기로 자란 아이라 전쟁이 끝났을 땐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했다.

    “자네.”


    과거를 회상하는 도중 마왕이 날 불렀다. 그녀는 내 옆 의자에 앉아, 거의 붙을 듯이 가까이 오며 물었다.

    “자네는 짐이 옆에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겐가?”


    “아니, 그냥 옛날 생각.”

    “아까는 짐밖에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때는 말이 헛나온 거라니까!”

    전망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마왕은 내 얼굴을 보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옆에서 조장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밥과 김치를 담은 접시를 내밀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언니! 이렇게 드셔보세요! 엄청 맛있어요!”


    “맞아요, 언니!”


    “언니, 맥주 한잔 하실래요?”

    게다가 다른 여자애들도 마왕과 친한 척하며 다가왔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녀를 안 좋은 눈으로 쳐다보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버스에서 마왕이 계속 트림하는  본 이후엔 이렇게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털털하다고 해야 하나 더럽다고 해야하나, 대충 그런 모습이 마음에  모양이었다.

    마왕은 다가오는 그녀들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나쁘진 않은지, 웃으며 반겨주었다.

    “아, 음. 고맙네.”

    이제 아예 여기에 눌러 앉아버린 이 인싸는 식사를 시작했다. 젓가락이 완전히 그녀 것이 되어버리자, 난   찾으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직후 가벼워 보이는 남자애가 일어났고, 그걸 보니 찜찜한 마음이 들어 그냥 앉아버렸다.

    음식 먹는 걸 포기하고 앞에 놓인 과자 봉지를 뜯었다. 그때 마왕이 지금껏 들고 있던 막걸리 병을 테이블 위에 두며 말했다.


    “이런 대접을 받았는데 가만히 있을  없지! 이거 받게!”


    “와아! 언니!”

    “선배! 고마워요!”


    술도 들어갔고, 흥이 오를 대로 오른 그들은 단순한 술에도 박수치며 좋아했다.


    “짐이 직접 따라주지!”


    마왕은 병을 손목 스냅을 이용해 병을 흔든 뒤 뚜껑을 땄다. 그러더니 내 종이컵을 잡아 남은 맥주를 마셔버리고, 그  잔에 막걸리를 따랐다.

    “자! 자네가 첫 번째로 마시게!”


    그 말에  테이블에 앉은 조원들은 눈을 빛내며 날 바라봤다. 그 부담스러운 눈길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자 마왕이 건넨 잔을 마셨다.

    내가 컵을 내려놓자 마왕이 물었다.


    “어떤가?”

    “그냥, 밤 아이스크림에 막걸리 탄 맛인데. 그저 그래.”

    “뭣이? 짐이 따라줬는데 그저 그런  무슨 맛인 겐가!”

    “맛이 그냥 그런데 어쩌라고.”

    “그렇다면 다들 한 번 마셔보게! 지헌이 말한 대로 그저 그런 맛인지!”

    마왕은 서둘러 다른 조원들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녀가 따라준 술을 마신 그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너무 맛있어요!”


    맛이 없든 맛이 있든 예의상 나와야 했을 말이었다. 그런 말인데도 마왕은 기쁜 듯이 받아들였다.


    “흠! 당연하지 않나! 이리 줘보게!”

    그녀는 다시  컵을 빼았더니 다시 막걸리를 따랐다. 하지만 이번엔  주지 않고 자기가 마셨다.

    “꿀꺽, 꿀꺽, 음!”

    입가에 하얀 자국을 남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맛있구만! 자네는 어찌하여 맛없다고 한 겐가!”


    “내가 언제 맛없다고 했어. 그저 그랬다고 했지.”

    “이번에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확인하겠네.”


    마왕은 내용물이 얼마 남지 않은 병을 흔들고, 나와 자기 둘 다 입댄 종이컵에 따랐다. 처음 나온 막걸리와 달리 걸쭉하고 색이 진한  인상적이었다.


    다른 조원들이 마신 것과 달라 보이는 잔을 내밀며 내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이게 제일 맛있는 부분이라네. 자네만 먹게.”

    나는 그녀의 은밀한 웃음을 보며 홀린 듯이 종이컵을 받았다. 마왕이 보는 앞에서 마셔보니, 아까 마셨던 것과 확연히 다른 걸 눈치챘다. 밤맛이나 향도 진하고 걸쭉한 것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맛이 달라졌다고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소희야!”

    나와 마왕  다 고개를 돌려 부른 사람을 쳐다봤다. 선하게 생긴 인상을  그는 고기 조각이 담긴 일회용 접시를 들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신입생이랑만 놀지 말고 우리랑도 놀자.”

    신입생이라고 한 부분에서 나보다 선배인 걸 알아차렸다. 동기 얘들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걸 보고 따라 했다.

    “응 안녕.”


    하지만 선배는 대충 인사하며 마왕에게만 집중했다.


    “소희야. 한솔 선배가 양주 가져오셨더라. 근데  오기 전까진 안 따시겠데.”


    “오오! 그런가!”

    나는 여기서 마왕이 일어날 줄 알았다. 맥주는 술도 아니라면서 애주가의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힐끔거리더니 다시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미안하지만 짐은 여기 있을 거라서 말이지.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제대로  있을 수가 없다네. 흐윽!”


    갑자기 마왕이 약한 척하며 내게 몸을 기댔다. 은발이 눈앞으로 가까워지자 놀라기도 했지만, 얼굴색이 가장 많이 변한 건 선배와 가벼워 보이는 동기 남자애였다.


    “어, 그래? 그, 그럼 거기서 좀 쉬어. 나중에 올 테니까.”

    선배는 살짝 창백한 얼굴을 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 그를 보고 마왕이 내게 기댄 채 외쳤다.


    “잠깐만 기다리게!”

    “응?”


    그는 화색을 돋으며 다시 마왕을 쳐다봤다. 그녀는 선배가  접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가져온 겐가?”

    “어, 이거?”


    “자랑하려고 가져온  아닐테지.”

    “그건 맞는데…….”

    “그럼 여기 두고 가게. 꽃다운 신입생들도 맛봐야 하지 않겠나.”

    마왕이 그 발언을 할 땐, 테이블에 앉은 과 동기가 아니라  쳐다보고 있었다. 눈웃음을 지으며 파란 눈동자로 날 바라보던 그녀는 선배로 시선을 돌렸다.


    “고맙네. 자네가 친히 갖다줘서.”


    준다고 말도  했는데, 그녀의 손은 이미 접시를 향해 뻗고 있었다.

    “어, 응……”

    선배는 당황하면서 내민 손에 접시를 건넸다. 마왕은 그렇게 받은 접시를 우리 조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자! 브리스킷일세!”


    “와! 언니!”


    “고마워요, 소희 선배!”


    “고마워해야 할  짐이 아니라  자이지 않는가! 저 자에게 고마워하게!”


    거의 뺏어오다시피 한 바비큐를 보고 마왕이 생색냈다. 한편, 고기를 주고 그녀를 데려오려던 선배는 터덜터덜 자기 테이블로 걸어갔다.


    내가 속한 조에서 만든 불고기와 마왕이 강탈한 브리스킷으로 한동안 술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마왕이 나와 이야기하는 동안 하나둘씩 자리를 떴고, 결국엔 단둘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눅눅한 종이컵을 내리며 마왕이 테이블을 두리번거렸다.


    “음? 다들 떠난 겐가?”


    “진작에 갔어. 진작에.”


    나는  술잔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그녀는 술이 채워지자마자 바로 입에 털어 넣었다.

    “크하~! 역시 맥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수구먼?”


    “그 음료수 먹고 얼굴 빨개졌거든?”


    “그거야 자네와 있으니 그런 거 아니겠나?”


    “……”

    “자네도 얼굴이 좀 빨간데. 짐과 함께 있어서 그런 겐가?”

    “술 마셔서 그래!  마셔서!”

    갑자기 취기가 올라왔는지, 마왕이 눈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자 순식간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걸 숨기기 위해 병을 들어 종이컵에 술을 채우려 했다. 그런데,


    “어? 다 떨어졌네?”


    다른 술을 찾아보기 위해 테이블 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빈 병만 보일 뿐, 새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짐이 좀 더 가져오겠네.”


    마왕이  옆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가 데워주던 옆구리에 찬바람이 들어와 시리게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빈 테이블에 혼자 있기 좀 그래서, 따라서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막았다.

    “자넨 앉아서 기다리게. 모르는 사람이 과자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되네. 알겠나?”

    “뭔 개소리야.”


    “대신 술 준다고 하면 괜찮네. 아, 여자가 따라오란다고 가면, 자넨 짐에게 죽네.”

    주먹까지 쥐어 보이던 그녀는 술 마신 사람답지 않게 번듯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난 그런 그녀에게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대학교 MT에 걸맞게 내 또래 대학생들이 테이블에 앉아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도중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유리?”

    술이 들어가 얼굴이 벌게진 그녀는 주변에 앉은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내게 매달리며 보여줬던 불안정한 모습과는 천지차이였다.

    저렇게 활발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반했던 거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됐을까.

    옛날 생각을 하던 도중 전화가 왔다.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보니, 세희 이름이 띄어져 있었다. 지금쯤이면 학원이겠구나 생각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응.”

    -오빠? 지금 옆에 언니 계신가요?


    냉철하지만 요즘 따라 조금 부드럽게 느껴지는 세희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없는데.”


    -그래요? 그럼 혹시 만나면 사진 좀 찍어서 보내주세요.

    “뭐?”

    -컬랙션 중에 취한 사진만 없어서요. 학교 빠질 생각도 해봤는데 그럼 들킬 거 같아서 오빠한데 부탁하는 거예요.


    “안 해!”

    -물론 공짜로 해달라는 건 아니에요.

    “얼마를 줘도 안 한다고!”

    -언니 취향이 궁금하지 않아요?

    그 말을 듣자, 이상하게도 조금 전 웃고 떠드는 마왕이 떠올랐다. 나와 달리 활발한 그녀는 주변인들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여기서 피어나는 이름 모를 감정에, 무의식적으로 묻고 말았다.


    “뭔데.”


    -언니 사실, 치마입은 거 좋아해요.


    마왕이 치마 입는  좋아한다고? 지금까지 치마 입은 걸 딱 한 번 봤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세희가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남자가 입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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