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13화 (113/113)

제113화. 완결.

쿠구궁.

도시 전체에 굉음이 울려퍼졌다.

땅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

“꺄아아악!”

“뭐, 뭐야! 뭔데!”

“습격이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도시 내부.

“저쪽이다!”

“대통령님께서 계신 탑쪽에서 소리가 났다! 빨리 달려!”

도시의 치안대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황급히 달려갔다.

도시 밖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

아니, 조금 경계하겠지.

설령 도시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외곽 쪽이라면 이렇게까지 긴박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시의 벽이 무너진다고 해도 대통령이 있으면, 그 벽은 바로 세울 수 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소리가 나는 방향이 도시 중앙이라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머무시는 탑 근처.

당연히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근원이 위험을 받으니, 그들이 긴급하게 움직이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차원 은행’이 지구 – 대한민국 서울에 건설되었습니다.]

[차원 은행에 ‘대한민국 – 서울’ 지부가 등록됩니다.]

한정우는 자신의 앞에 세워진 차원 은행의 건물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너무 괜찮게 잘 지어졌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오고가다 한 번쯤 궁금해서라도 들어오게 될 모습.

“들어가죠.”

“네. 들어가시죠.”

한정우의 미소에 발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원 은행의 문을 열었다.

차원 은행 내부는 깨끗했다.

예전에 그가 지구에 있을 때 업그레이드 했을 그 당시 그 모습.

약간의 추억과 함께 한정우는 걸음을 옮겼다.

총 3층으로 되어 있는 그 건물은 1층에는 일반 손님을, 2층에는 다이아급 이상의 고객을.

3층은 지부장실로, VIP를 상대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네.’

차원 은행을 둘러본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차원 은행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조치만 취하면 된다.

‘직원은... 시스템에서 뽑는 게 낫겠다.’

일단은 차원 은행이 제대로 굴러가야 한국인을 쓰던, 다른 대륙에 있는 사람들을 쓰던 할 수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기에 그가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본사에서도 애들 좀 데려오면... 그 이후로는 알아서 움직이겠지.’

한정우는 자신이 이곳에서 일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라 본사였으니까.

‘나중에는 차원을 돌아다니며 차원 은행을 지을 일꾼들도 만들어야 하고. 바쁘네 바빠.’

한 세력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면, 그만큼 바빠지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체력이야 회복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았고.

요즘은 잠도 잘 자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365일 24시간 내내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한정우는 지구에 몇 개의 은행을 세우고 나서는 본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달려 있는 일이었으니까.

‘성과에 따라서 보상금을 지급하면 열심히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는 자신의 사람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게 차원 은행에 좋게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었으니까.

“일단... 본사에 좀 갔다 올 테니까. 발포스는 여기서 안에 들어오려는 사람, 못 들어오게 막고 계세요.”

“네.”

“죽이지는 마시고. 차원 은행은 아직 문을 닫은 상태인 겁니다. 아셨죠?”

“네. 명심하겠습니다.”

발포스의 명심하겠다는 저 말이 그리도 든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정우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본사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

“은행장님, 오셨습니까!”

밑으로 내려가니 직원들이 군기가 잡힌 모습으로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객들조차 그를 빤히 보는 상황.

한정우는 고객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직원들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휴게실에 앉아 있는 직원들.

“저와 함께 지구로 가시죠.”

그들 중에는 한국인도 있었고 미국인도 있었으며.

다른 세계에서 온 직원들도 있었다.

한정우는 그들에게 지구 차원 은행에 대해 설명하며 함께 지구로 향했다.

지구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신들이 여가 생활에 무엇을 하든 막지 않겠습니다. 다만, 근로시간은 확실하게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한정우의 말에 그들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함께 서울에 있는 차원 은행에 온 사람들.

그들은 신속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애초에 본사에 있든 서울에 있든.

그들이 하는 일은 똑같았다.

그렇기에 한정우도 각 부서에 맞게 그들을 데리고 온 것이고.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한정우는 그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고, 힘차게 대답하는 그들의 모습에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발포스. 이제 막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다만, 아직 경비는 없으니. 직원을 뽑을 때까지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대답하는 그 모습에 한정우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3층으로 올라갔다.

이제, 직원을 뽑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서울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발포스가 있는데 걱정은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그가 있는 이상,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수고하세요.”

한정우는 발포스를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겨 3층으로 올라갔다.

‘이곳도 오랜만이네.’

3층에 있는 지부장실.

과거 한정우가 사용하던 곳이었다.

소파에 앉은 그는 툭툭, 책상을 두드리고는 관리자를 불러냈다.

“여기는... 지구군요.”

“네. 이번에 새롭게 지었습니다.”

“서울이라면... 나쁘지는 않은데. 좀 불편하실 것 같습니다.”

“불편이요?”

“네. 이곳에 있는 대통령이란 인간이 참, 그렇거든요.”

특급 관리자의 말에 한정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통령이라면, 한국에서 투표로 뽑는 한국 최고 권력자인데.

그 사람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말인가.

“아는 게 있습니까?”

“음... 아닙니다. 은행장님한테 해를 끼칠 존재는 아니니까요.”

“...”

“애초에 은행장님을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많을까요.”

관리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한정우는 잠시 의문을 품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관리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 자체의 무력이 강해서가 아니라.

은행장인 그를 지켜주는 존재들이 너무 강력했다.

굳이 발포스가 아니더라도, 그의 밑에 있는 존재 중 하나가 나선다면 지구에 있는 도시를 하나 지울 수 있지 않을까.

하다못해 아공간에 있는 소환수 중 하나만 소환해도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지구 자체를 구매하면 되는데. 번거롭게 무력을 싸울 필요가 없지.’

지구가 얼마나 많은 빚을 졌는지는 모르지만.

차원 은행의 자금으로 사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지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차원을 사들일 수 있는 금액도 충분히 있었다.

그런 그에게 지구는 그리 비싼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지구를 사야 해.’

전에는 지구인으로서 지구의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지구의 빚을 갚지 않는다고 해서, 지구가 망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이곳에 살아가는 생명체가 지구의 빚을 갚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야겠지.

‘나는 갚을 필요가 없어졌고.’

한정우는 시스템과 거래한 시점에서, 빚이라는 족쇄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래서, 은행장님께서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직원을 사고 싶습니다.”

“직원이요?”

“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직원을 데려가고 싶네요. 저는 계속해서 차원 은행을 늘릴 생각이거든요.”

“그렇군요.”

한정우의 말에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특급 관리자라고 해도, 같은 관리자를 마음대로 사고팔 수는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연히 권한이 필요한 일.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최고 관리자님의 의견을 묻고 오겠습니다.”

“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한정우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특급 관리자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시스템 창을 열었다.

어지럽게 되어 있는 시스템 창을 보며 한정우는 턱을 툭툭 두드렸다.

‘역시 정리하는 게 낫겠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정우는 바로 손을 움직였다.

시스템을 수정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코인이 있고 최고 관리자의 허락만 있으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최고 관리자는 한정우에게 차원 은행 시스템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함을 내린 상태였다.

아니, 애초에 차원 은행은 시스템과 개별적인 곳이기에 허락자체가 무의미하기는 했다.

차원 은행 시스템의 정리가 끝나갈 무렵.

“최고 관리자님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은행장님께서 원하신다면, 누구나 사갈 수 있습니다.”

“누구나요?”

“네. 누구나요.”

특급 관리자의 말에 한정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제 밑에서 일하시겠습니까? 당신이 마음에 들었는데.”

“저 말입니까?”

“네. 당신이 시스템에서 얼마나 받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보다 더 많이줄 수 있습니다.”

시스템조차 차원 은행과 함께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코인까지 차원 은행에 통합된 지금.

한정우가 코인으로 사지 못할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의 말에 특급 관리자의 눈이 흔들렸다.

“대충 이 정도면 될까요?”

한정우는 흔들리는 그의 마음에 정답을 내리기 편하게 해주었다.

자신이 줄 수 있는 코인을 적어 보여주었고.

“평생을 은행장님께 바치겠습니다!”

충성 서약(?)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한정우는 특급 관리자를 직원으로 얻은 후, 그 이후에도 수십 명의 직원들을 사들였다.

코인이 많으니 못하는 게 없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차원 은행을 방문했다.

“대통령님께는 조금 특권을 드리죠.”

한정우의 한 마디로 대통령 역시 그의 편이 되었다.

관리자들을 직원으로 얻은 후.

한정우의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애초에, 그에게 필요한 건 움직이고자 하는 행동력이었다.

무력은 충분했다.

당장 용계에 있는 용들을 데리고 와도 정복하지 못할 차원은 드물었다.

한정우는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지구 곳곳에 차원 은행을 개설했다.

그렇게 세워진 차원 은행만 백개가 넘어갔다.

‘앞으로 제대로 즐기려면, 미리미리 열심히 해놓아야지.’

한정우는 지구에 차원 은행을 들인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많은 코인을 벌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차원에 방문해야 했다.

한정우는 바로 시스템이 추천해주는 차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더 많은 차원 은행을 지어야지.

한정우는 미소를 지은 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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