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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11화 (111/113)

제111화

유는 자신의 앞에 선 사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차원 은행의 은행장이라고 소개한 남자.

그리고 그의 뒤는 비서 겸 경호원이라며 서 있는 남자까지.

누구도 들어오지 못했던 마계 슬라임 집에 들어온 두 사람.

‘저 남자를 사람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유는 눈동자를 굴려 은행장의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그를 노려보고 있는 남자.

저 남자를 과연 사람이라고 칭해도 되는 걸까.

유는 그에게서 매우 익숙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마계.

은행장의 뒤에 있는 사내에게서는 마계의 향이 나고 있었다.

마계의 생물들을 무척이나 많이 소환해 봤기에, 그의 감각은 틀릴 수가 없었다.

‘마계의 존재 중에서도 저 정도면 마왕 이상인데.’

마계 슬라임과 함께 생활하면서, 유는 마계 생물에 대해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마계에 어떤 생물이 있고 어떤 존재가 있는지.

지금까지 파악한 것으로 봤을 때, 은행장 뒤에 있는 사내는 마왕,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로 보였다.

그런 존재가 함께 하는 사람이라니.

‘저 사람과 같이 다니면, 나도 저런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는 걸까.’

모든 감정을 잃어버린 그에게 남아 있는 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소환수를 뽑고 싶다는 것.

유는 지금까지 많은 소환수를 소환해냈지만, 그중에는 인간형은 없었다.

은행장과 함께 다니면, 인간형 소환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은행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제가 해야 할 일은 뭔가요?”

“혹시 채권추심이라고 들어봤습니까?”

“들어봤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거잖아요.”

“맞습니다. 당신이 해주실 게 바로 그겁니다. 채권 추심이요.”

“그렇군요.”

채권 추심이라.

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은행장이 내린 임무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돈을 받아내야 하는 사람의 위치만 안다면, 얼마든지 돈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환수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소환하는 것들로 채권 추심을 하면 되겠지.’

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를 향해 은행장이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하죠.”

“...네.”

유는 손을 뻗어 은행장의 손을 붙잡았다.

띠링.

그와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차원 은행의 은행장이 당신을 ‘채권추심원’으로 고용하였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채권추심원이 되었다는 메시지.

[‘채권 추심’ 스킬이 생성됩니다.]

[‘공무집행’ 스킬이 생성됩니다.]

새로운 스킬이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데 스킬 같은 경우에는 시스템이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차원 은행에 들어갔다고 스킬을 준다니.

‘시스템과 연관이 있는 건가.’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차원 은행과 차원 시스템.

두 가지를 이루는 근원은 코인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차원 은행은 시스템에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였으니까.

‘나가볼까?’

유는 처음으로 집에서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

[축하드립니다.]

[‘유’가 당신의 채권추심원이 되었습니다.]

[더 많은 코인을 버시길 기원합니다.]

자신을 응원하는 시스템의 메시지에 한정우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겠네.’

한정우는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이제,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가는 거야?”

“네.”

유의 물음에 한정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생겨난 변덕이었다.

솔직히, 굳이 이곳에 들어올 이유도 없었다.

유를 직원으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서울에 가야지.

“아. 그렇지. 여기에 포탈을 하나 생성해드리겠습니다.”

“포탈?”

“네. 저희 차원 은행과 연결되어 있는 포탈입니다. 나중에 서울에도 차원 은행을 짓긴 할 텐데. 당신에게는 개인 포탈이 있는 게 더 편할 것 같아서요.”

“음.”

“어디에 설치해드릴까요?”

한정우의 물음에 유가 고개를 돌려 집안을 살폈다.

그러다 거실의 한 부근을 가리켰다.

소파 바로 옆.

“저곳 말입니까?”

“응.”

“알겠습니다.”

한정우는 더 묻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소파 옆을 살핀 그는 바로 손을 뻗었다.

포탈을 놓을 수 있는 크기는 되었기에, 포탈을 설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포탈을 설치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메시지에 한정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포탈이 생성되었습니다.]

큰 절차 없이 바로 포탈이 생성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정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네.”

한정우의 말에 발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발포스를 뒤로한 채 포탈 안으로 발을 들였다.

우웅.

포탈이 한정우를 포근하게 감쌌다.

환한 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한정우는 차원 은행의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그곳은 본사의 모습과는 달랐다.

본사보다 훨씬 작았으며, 구조도 단순했다.

‘뭐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차원 은행에 직원들이나 고객이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에 한정우는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새롭게 본사를 옮길 때만 해도 이곳에 직원 몇은 남겨 놓았었으니까.

[차원 은행의 ‘지구’ 지부가 비활성화 상태입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지구’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비활성화.

직원도 없고 고객도 없어 차원 은행의 문이 닫힌 것이었다.

[‘지구’에 있던 직원들은 전부 ‘본사’로 옮겨졌습니다.]

개판이구나.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한정우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은행장인 그는 아무런 명령도 내린 적이 없는데.

그가 신경 쓰지 못한 사이, 지구의 모든 직원이 본사로 옮겨져버렸다.

‘차라리 잘 된 건가.’

어차피 ‘지구’에 있는 차원 은행에는 고객이 찾아올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지금까지 받은 고객들은 전부 포탈을 타고 온 이들.

하지만,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었다.

한정우는 툭툭, 허벅지를 두드리다 다시 포탈을 타고 넘어왔다.

[차원 은행 ‘지구’ 지부를 회수하실 수 있습니다.]

[지구에 있는 땅을 구매할 시 ‘차원 은행’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한정우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차원 은행을 회수했다.

차원 은행 상태창에 지구에 있던 지부가 회수되었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이제 서울에 가서 새롭게 차원 은행을 지을 수 있다.

‘대전에도 차원 은행을 지으면 더 좋았겠지만... 여기는 차원 은행 지어도 먹을 게 없단 말이지.’

그리고, 한국에 지부 하나를 지어놓으면, 지부장이 알아서 여러 차원 은행을 짓겠지.

대충, 차원 은행을 개설할 수 있는 능력을 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지?”

“나중에 일이 생기면 연락 갈겁니다. 그때 채권 추심을 해주시면 됩니다.”

“지금은?”

“평소대로 지내시면 됩니다.”

솔직히 지금은 코인을 빌린 사람이 많지 않아 해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최근에 코인을 빌린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연체가 된 것도 아니라서 코인을 받으러 갈 이유도 없고.

“아... 그리고 다음에 만날 때는 말을 놓지 않으면 좋겠네요. 이제 상관인데, 반말은 아니잖아요?”

“...”

유가 멈칫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한정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음...”

밖을 나가기 무섭게 마계 슬라임 특유의 악취가 코를 찔렀다.

상당히 불쾌한 냄새.

“가죠.”

한정우의 말에 발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집에서 내려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마계 슬라임 집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풍경이 아니었다.

“움직이는 집이라.”

마계 슬라임의 촉수가 느리지만, 꾸준히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성채 그 자체였다.

“우리도 이제 가죠. 방향 기억합니까?”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정우의 물음에 발포스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바닥 위로 불로 이루어진 화살표 하나가 생성되어 있었다.

발포스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한정우.

두 사람의 시간이 깊어졌다.

*

서울로 걸음을 옮긴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밤이 지고 해가 뜨기를 열 번이나 반복.

그렇게 한참을 걷고 난 끝에 한정우는 저 멀리 거대한 도시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봐 왔던 황폐한 주변과 다르게 그 도시는 멀쩡해 보였다.

‘뭐야 저건?’

문제는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성벽이었다.

높이가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다.

‘저거 철인 거 같은데.’

나무나 석재도 아니고.

철로 이루어진 성벽은 장엄하기 그지 없었다.

“발포스... 당신이라면 저 성벽 부술 수 있습니까?”

“부술까요?”

“아니요. 부수지는 말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는데, 바로 주먹부터 쥐는 그 모습에 한정우는 바로 말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이나 거대한 성벽을 바라보던 한정우는 걸음을 옮겨 도시로 향했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성벽의 웅장한 모습도 자세히 보였다.

“이야. 이걸 어떻게 만든 거야?”

성벽을 바라보며 한정우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현대의 기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그렇지.

저 정도의 성벽이 단기간에 지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확실히 세상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어.’

저건 각성한 이들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저 정도의 성벽이 만들어진 게 설명되지 않았다.

심지어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현대 기술들도 대거 망가지지 않았던가.

-거기 정지!

문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무섭게 성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계음이 섞인 이질적인 목소리.

한정우는 고개를 들었고 벽에 달린 스피커를 볼 수 있었다.

-더 가까이 다가오면 발포하겠다.

그 말과 함께 성벽에 구멍이 생기더니 석궁 수십 개가 한정우와 발포스를 겨눴다.

저 화살이 자신의 몸에 닿을 리가 없지만, 한정우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멈춰섰다.

그가 이곳에 온 건 거래를 하기 위해서지, 싸우기 위해서 온 게 아니었다.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하라!

“도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신분증을 보여라.

“없습니다.”

신분증은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다 망가졌다.

-그러면 들어올 수 없다.

성벽의 사람은 단호했다.

그 목소리에 한정우는 툭툭, 허벅지를 두드렸다.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습니까?”

-신분증을 발급받으면 들어올 수 있다.

“그건 어떻게 받는 건데요?”

-안내해주지. 곧 사람이 나갈 테니, 허튼 수작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날카로운 목소리치고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한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리고 있기를 한참.

성벽에 작은 문이 생기더니 한 사람이 나왔다.

그를 바라보며 한정우는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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