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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07화 (107/113)

제107화

“음...”

한정우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에 옅게 침음을 흘렸다.

그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달라진 세상.

당연히, 사람들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몬스터와 능력자가 나타난 마당에 정부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는 곳은 분명히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본 바로는, 정보는 서울과 부산에만 전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곳은 밤에도 돌아다녀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고 한다.

능력자들이 24시간 지키고 정부의 힘이 그 무엇보다 집중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외 다른 지역은 다르다.

시대가 변하고 힘이 생기면서, 세상은 자연스럽게 약육강식으로 바뀌었다.

“끄으으윽.”

“허억... 허억...!”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한정우의 앞에 펼쳐진 광경.

그곳은 그래, 사육장이라 말하는 게 맛겠지.

다만, 사육장에 사육되고 있는 건 가축이 아니고 인간이었다.

“이건... 좀 심각하군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처참한 광경.

발포스도 이런 모습은 처음인지 눈살을 살짝 찌푸리는 게 보인다.

지옥과 마계에서 살아가던 발포스조차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는 한정우는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구토를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상당히... 비위가 상하네요.”

이곳에 오기 전.

한정우는 정미나에게 어느 정도 상황 설명을 들었다.

새롭게 들어온 인간이 맑을 물을 진흙탕으로 만든 미꾸라지가 되었다고.

사람들을 물들였고 그들에게 악을 가르쳤다고.

정미나도 그들에게 도망치듯이 나온 거라고.

한정우는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이 광경을 본다면 도망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겠지.

한정우가 정미나였더라도 바로 도망쳤을 것이다.

“사육장... 그 말의 의미를 확실히 알겠네요.”

이런 곳을 사육장이라 말하지 않으면, 어떤 걸 사육장이라 말할 수 있을까.

‘역하네.’

한정우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냄새도 너무 나는 게 더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이 사람들... 이지를 잃었군요.”

한정우는 사육장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들은 더 이상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고. 수시로 몸을 떨거나 침을 질질 흘리는 등.

이제는 사람의 행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굴렸으면 사람이 이렇게 되냐.’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같은 인간을 단순히 코인 벌이용 가축으로 보는 게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었다.

그들이 저들과 뭐 얼마나 다르다고 이런 짓거리를 벌인다는 말인가.

‘회복도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그들이 코인을 벌어들이는 효율에 있어서는 감탄할 만 하지만.

그 수단이 잘못되었다.

이건,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다 죽여버릴까.’

지켜보고 있기 너무 역겨운 모습들.

차라리, 그들을 죽이는 게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겸사겸사 그들의 복수도 해주고 말이야.

“저... 음...”

뒤에서는 대표가 졸졸 쫓아다니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대표는 한정우의 눈치를 살피며 불안해하는 중이었다.

“발포스. 일단 이들을 빼내고 소독시키는 게 좋겠네요.”

“명하신대로 하겠습니다.”

발포스는 한정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렸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콰드득.

사람을 가두고 있던 철장이 뜯겨져 나가는 게 보였다.

“어... 어?”

“저게 왜.”

“저, 저러면 안 되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맨손으로 쇠를 잡아뜯는 것에 놀라고 있었고.

추가적으로 한정우의 결정에 더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한정우는 그들의 밥벌이 수단을 부수고 있는 셈이었다.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한정우의 지시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도 이 정도는 안 한다.’

한정우는 코인에 미쳐 있는 존재였다.

코인을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코인을 벌고 싶어도 정도가 있는 거지.

이런 건 지켜보고 있는 일 자체가 곤욕이었다.

‘인간들이 가장 잔혹하다더니.’

이 정도면, 차라리 악마가 더 친절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한정우는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대표와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왔다.

한정우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그곳에 있는 사육장들이 사라졌다.

발포스는 한정우의 명령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사육장 안에 있는 인간들을 밖으로 빼내었고.

그 자리를 지옥에서 끌어온 불로 태워버렸다.

곳곳에서 탄내가 나는 가운데, 한정우는 마지막 사육장 앞에 멈췄다.

“하...!”

그리고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본 건 약과였다는 듯이, 깊은 지하에 숨겨진 사육장은 역겨움 그 자체였다.

곳곳에 나체인 여성과 남성들이 있었다.

각자의 케이지가 있었고 그 앞에서 벌거벗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짐승들의 우리.

딱 그런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지하 전체에 분홍색 연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들의 얼굴은 약에 취해 있었고 동공이 풀린 채 짐승 같은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이건...”

“닥치세요.”

뒤에서 변명하듯 입을 여는 대표의 목소리에 한정우는 사납게 말했다.

교미의 장.

대표는 지하, 맨 아래층에 VIP들을 위한 교미의 장을 만들어놓았다.

곳곳에서 피워지는 미약들은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한정우의 격이 상승하지 않았다면, 반지가 정화를 시켜주지 않았다면 저 미약에 취했겠지.

그 정도로,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미약은 강력했다.

이런 곳에 있는 사람들이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나도 나쁘지 않게 코인을 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반성해야겠어.’

세상에는 코인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았고, 사람들은 코인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더 이상 정부의 힘이 통하지 않으니.

곳곳에 납치, 협박, 강간, 살해 등의 범죄들이 잔뜩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곳이었다.

코인만 있으면 살해든, 강간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

“역겹군요.”

한정우는 단 한 마디로 자신이 현재 느끼는 기분을 설명할 수 있었다.

역겨움.

그래, 그는 자신이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역겹게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뒤에 있는 사람들이 고객이란 사실도 잊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들을 괜히 고객으로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우...”

한정우는 짙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렇게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들은 한정우가 사라진다면, 코인을 벌기 위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폭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한정우는 그 방법이 무엇인지 이미 생각해 두었다.

“발포스. 이 연기를 전부 치워낼 수 있습니까?”

“네.”

발포스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니 손을 높이 들었다.

슈화악!

지하를 가득 채우던 연기가 그의 손바닥으로 빨려들어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분홍색 연기는 발포스의 손에 뭉치더니.

화르륵.

이내, 지옥불에 타올라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좀 괜찮군요.”

시야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고 교미 장이 좀 더 명확하게 보였다.

“대표라고 했나요?”

“네? 네! 그렇습니다!”

“당신에게 이곳을 운영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제게는 그럴 권한이 없으니까요.”

한정우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네요. 위생적이지도 않고, 폭력적이고. 이래 가지고 코인을 오래 벌 수 있겠습니까?”

“음...”

“당신들이 제가 말린다고 해서 이런 짓을 안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그래도 우리, 인간으로서의 정도는 지킵시다. 이거 하지 말라고 안해요. 하지만, 적어도 하기 싫은 사람 억지로 데려다가 쓰지 맙시다.”

한정우는 이곳에 십 년이고 백 년이고 있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대전을 떠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

다만, 어느 정도 틀을 잡아두고 갈 수는 있겠지.

“정미나 씨를 이곳에 관리인으로 두겠습니다. 매월 검사를 할 거에요. 그러니, 적당히 알아서 잘하세요.”

그냥,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코인을 받아낼 것도 다 받아냈으니, 당장 이 자리를 떠도 되겠지.

애초에, 그들이 이런 짓을 벌이던 말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처음에는 역겨운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한정우는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거고.

이런 광경은 단순히 대전을 떠나 전 세계에 가득할 테니까.

한정우가 그 모든 걸 관리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다만, 이 나라의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겠지.’

그들과 거래를 하고.

한국이란 나라가 치안이 회복된다면.

이런 모습이 다시는 보이지 않으리라.

‘정미나도 신경 써야하니까.’

무엇보다 정미나를 계속 데리고 다닐 수 없었다.

그러니, 전부 다 없에기보다는 정미나에게 이곳을 관리하게 두는 게 낫다.

그녀라면, 적당히 알아서 잘 관리하겠지.

코인도 잘 벌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차원 은행의 코인도 늘어난다.

‘한국 지부의 코인량이 부족한데. 고객이 하나라도 아쉽지.’

한정우는 지하에서 빠져나왔다.

지하에 있는 짐승들은 알아서 처리하리라.

“제가 이렇게 말했으니, 저들이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네...”

한정우의 말에 정미나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준 한정우였다.

심지어 그를 따라다니는 발포스는 상식과 많이 어긋나는 힘을 보여줬다.

살덩이가 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지 않을 리가 없었다.

“저는 이만 가봐야겠군요.”

한정우는 지금의 자리를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대전에 정이 떨어진 느낌.

아니, 그냥 이 건물 자체를 벗어나고 싶다.

안 그러면 당장이라도 없에버릴 것 같았으니까.

“아. 서울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발포스와 함께 걸음을 옮기던 한정우는 문득 든 생각에 정미나에게 말을 걸었다.

세계가 격변하면서 지리도 바뀌었다.

정확한 위치를 가려면, 확실하게 길을 알 필요가 있었다.

한정우의 이번 목적지는 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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