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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105화 (105/113)
  • 제105화

    한정우는 자신의 옆에서 괴수의 머리가 터지는 광경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괴수 머리가 나타나는데 걸린 시간은 1초.

    아무리, 한정우의 격이 올랐다고 해도 그런 걸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의 격이 오른 건 어디까지나 영혼의 격이었다.

    그것도 코인으로 사들인 격.

    격이 올랐다고 해서 무력이 쎄지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방금도 괴수 머리가 나타날 때까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것이다.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으니까.

    ‘방금... 나 죽을 뻔한 건가?’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한정우는 방금의 상황에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발포스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절대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발포스의 주먹이 0.1초라도 늦었으면.

    한정우는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

    그 사실을 알게 되자, 한정우는 묘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평화롭게 해결하고자 했다.

    그들이 고객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민나정의 복수?

    그들에게 코인을 받아낸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복수를 하는 셈이었다.

    그들이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면.

    하다못해 대화라도 했다면.

    다짜고짜 공격하지 않았다면.

    한정우는 그들을 향해 미소를 보인 채 영업을 했을 것이다.

    ‘선 넘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들은 명백히 선을 넘었다.

    그에게는 더 이상 자신이 침입한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차원 은행장인 한정우가.

    저런 인간 쓰레기에게 죽을 뻔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한정우는 머리가 차갑게 식어갔다.

    “어, 뭐야?”

    놈들의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보였다.

    그에게는 발포스가 주먹을 뻗는 게 보이지 않았으니.

    괴수 머리가 갑자기 터진 것처럼 보였으리라.

    “은행장님. 참아야합니까?”

    옆에서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발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에 한정우는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놈들은 그를 공격했고, 그건 곧 사형으로 직결되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래, 한정우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놈들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

    툭툭.

    한정우가 손가락을 허벅지를 두드렸다.

    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

    그냥, 죽이는 건 싫었다.

    그렇게 해서 한정우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었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네.”

    한정우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하면 이 불쾌한 기분을 없엘 수 있을지 감이 잡혔다.

    “아까부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놈들의 리더가 한정우를 보며 혀를 차는 게 보였다.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는데, 이번에 통하지 않을 거야.”

    괴수가 양손을 활짝 펼쳤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묘하고 기분 나쁜 기분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그 느낌에 한정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해. 가서 죽여. 정미나만 살려오면 된다. 아. 아니지 살려서 데려와라. 저놈들 사육장에 풀면 되겠네.”

    “네, 대표님!”

    “아그들아 들었지? 대표님이 사냥해 오시란다!”

    대표라는 인간의 말에 사람들이 전부 환호하듯이 뛰어나왔다.

    마치, 사람을 사냥하는 일에 굶주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들은 빠르게 한정우 일행의 주위를 둘러쌌다.

    그래.

    약한 인간들이라면.

    한정우 일행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라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을 것이다.

    반항 조금 하다가 붙잡히겠지.

    물량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이니까.

    대표라는 인간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밑에 있는 놈들을 부리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치고 강했으니까.

    ‘웃기지도 않네.’

    그래, 그들은 인간치고 강한 것이다.

    같은 지구인이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겠지만.

    ‘우리 발포스는 종부터가 다르단 말이지.’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신보다 강할 수 없었다.

    그것도 신들 중 최강이랑 일컷는 대마신이라면.

    지구 전체가 달려들어도 그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으리라.

    “발포스.”

    “네. 은행장님.”

    “살려만 두세요. 입만 열 수 있으면 됩니다.”

    한정우의 말에 발포스가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게 보였다.

    마치, 그 말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발포스가 사나운 기세를 풍기며 앞으로 성큼 나아갔다.

    “명, 받들겠습니다.”

    발포스가 주먹을 쥐어 쾅, 하고 부딪쳤다.

    “죽여!”

    “먼저 잡는 놈이 보너스다!”

    그의 주먹이 신호가 되어 사방에서 인간들이 달려들었다.

    “일단. 네놈들이 가장 마음에 안 들었어.”

    그리고, 발포스가 움직였다.

    *

    쾅, 콰직!

    소름이 나게 만드는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대표의 눈이 확장되었다.

    삼십 대 삼이었다.

    열 배나 되는 숫자 차이.

    대표는 자신들이 질 거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소환한 괴수 머리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터지기는 했지만.

    ‘그건 우연이었으니까.’

    가끔 그럴 때가 있었다.

    괴수 머리를 소환하다 문제가 생겨 말썽이었던 적이 한 번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괴수 머리가 허공에서 터졌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애초에 정미나가 데려온 사람들은 괴수 머리에 아무런 반응도 못하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큰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을 사육장에 넣어 코인을 뽑아낼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생각이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분명... 반응을 못했었는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는 놈들이었다.

    괴수의 머리가 나타나고 터질 때까지.

    그들은 줄곧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약한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콰직, 쾅!

    “도망가!”

    “끄아아악!”

    “사, 살려...!”

    어째서 그의 앞에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 보여지고 있는 걸까.

    저항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단순히 반항이라 생각하기에는 괴리감이 매우 컸다.

    한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

    2m는 족히 넘어보이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움직이고, 대표가 생각했던 예상들이 산산조각났다.

    사내가 한 번 주먹을 휘두르면 밑에 있는 직원들의 팔다리가 부러졌다.

    손가락을 튕기면, 바로 앞에 있는 직원의 팔이 터져버렸다.

    압도적인 무력.

    감히 반항조차 할 수 없는 힘.

    대표는 상대에게서 그러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포, 포섭해야 돼! 어떻게든 내쪽으로 못 끌어오면 죽는다!’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대표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이대로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앞에 있는 사내는 그런 존재였다.

    반대로 말하면.

    저 정도의 무력을 가진 사내를 얻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을.

    더 나아가 지구 정복도 가능할 것 같다.

    세상이 망하고 꽤 많은 사람을 만나오고,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저 정도로 강한 존재를 만난 적이 없었다.

    전세계에 있는 랭커들조차 저런 무력을 보이지 못하겠지.

    “머, 멈춰주십시오!”

    쾅!

    “멈추세요!”

    쾅, 콰앙!

    “멈추라고 개새끼야!”

    우뚝.

    그의 외침에 사내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에 대표가 조금 안심하면서도 몸을 움찔 떨었다.

    사내의 시선이 대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큼지막한 주먹을 휘두를 것처럼, 사나운 기세를 마구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대표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런 기세라니.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더 마음에 들었다.

    “제 밑에 들어오세요. 제가 당신이 만족할 수 있는 생활을 보내게 해드리겠습니다.”

    “...”

    “코인을 원하십니까? 여자? 아니면, 권력? 그 무엇이든 드릴 수 있습니다.”

    “...”

    “적어도 당신의 뒤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무쓸모한 인간보다 더 많이 챙겨드릴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대표를 노려보더니,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다고?”

    “네, 네! 물론입니다.”

    사내의 말에 대표가 속으로 쾌재를 불었다.

    사내와 함께 하려면 수십 만 코인도 얻을 수 있으리라.

    당장 랭커도 때려눕힐 수 있겠지.

    ‘애초에 내 밑에 들어오겠다는 한 마디만 해도, 바로 내 수하로 만들 수 있어.’

    그에게는 사내를 굴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저, 사내에게서 알겠다는 대답만 나오게 하면 된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수십만 코인? 수백의 여자? 무엇이든 말만하세요! 저와 함께 한다면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흠...”

    “알겠다고만 하시면 됩니다!”

    사내가 고민하는 모습에 대표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사내의 뒤에 있는 놈이 뭐, 얼마나 많은 코인을 줄지 몰라도.

    밑에 수십 명을 굴리는 자신보다 코인을 많이 주지 못하리라.

    “지금 당장 나한테 천억 코인을 줄 수 있나?”

    “...네?”

    “무엇이든 줄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럼, 천억 코인도 가능하다는 거 아닌가?”

    지금 저 사내가 뭐라고 한 거지?

    천 코인도 아니고, 천만 코인도 아니다.

    천억.

    사내는 천억 코인을 내놓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대표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대전에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지고 있는 그라고 해도 한달에 벌 수 있는 코인은 천 코인을 겨우 넘긴다.

    만 코인도 제대로 벌지 못하고 있는데, 천억을 달라고?

    “장난이 많은 사람이군요.”

    “뭐?”

    “저와 함께 싫다면 그냥 거절하면 되지. 그렇게 거절해야 했습니까?”

    “무슨 소리지? 코인을 못 준다는 건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세상 그 누가 그 정도의 코인을 줄 수 있단 말입니까! 랭커들조차 하루에 십만의 코인을 겨우 벌어들이는데!”

    대표의 말에 사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주인께서는 가능하던데.”

    “...뭐?”

    “나의 주인께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내게 천억을 줄 수 있다.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지.”

    “...지금 무슨 장난을.”

    “그리고 애초에 내게 네 코인은 필요하지 않아. 네가 평생을 벌어도 못 모을 코인이 있으니까.”

    사내를 바라보는 대표의 눈이 흔들렸다.

    사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한 얼굴.

    그럼 천억 코인을 줄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인 건가.

    아니, 세상에 그 정도의 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세계 1위도 불가능한 금액인데.

    ‘그런데... 어째서 평온한 거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사내의 뒤에 있는 남자의 얼굴이 평온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이.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대표는 반사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잘못 건드렸다.’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는 사실을.

    후회를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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