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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85화 (85/113)

제85화

용인.

용의 피를 물려받은 그들은 자신이 받은 피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내 앞에 있는 용인, 메켄의 피는 골드 드래곤.

간단하게 말해서 자신의 몸 색처럼 황금에 미쳐있는 용의 피가 진했다.

그가 시스템 관리자가 된 이유는 다른 어떤 직종보다 가장 많은 코인을 손에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내 등장으로 인해 사고 자체가 바뀌었다.

여러 가지를 다루는 시스템과는 다르게, 오직 코인만을 중점에 둔 차원 은행이 등장한 것이다.

거기다 그 수익 또한 이제 막 태어났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니.

직원을 모집한다는 소리에 그는 관리자 직을 과감히 포기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관리자는 관리자 대로, 은행 일은 은행 일대로 하면 두 배로 코인을 벌 수 있을 텐데.

뭐하러 그걸 포기한 건지. 나는 그들에게 야간 일을 시킬 생각이 없다.

그들은 딱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면 되고, 야간에는 야간조를 따로 만들어 운영할 생각이다.

계속 은행에 붙어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기 있는 다른 놈들도 관리자는 놓지 않았잖아.’

특별 관리자가 데려온 관리자들 중에 관리자 직을 놓은 사람은 용인밖에 없었다.

“굳이 관리자에서 내려올 필요가 있었습니까?”

“···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래, 관리자? 안 할 수 있지. 두 가지를 하는 게 싫다면 안 해도 된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그에게 결점이 있었다.

“좀 더 크게 말해주시겠습니까?”

“···이곳에 뼈를 묻고···¨싶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작다는 것이다.

소심해서?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심한 게 아니고 나태한 거였다.

내 앞에서 긴장해야 정상인 그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참··· 독특한 케릭터네.’

그렇다고 뭐라할 수도 없다.

그가 원해서 그러는 게 아니고, 그냥 그의 종족자체가 그렇단다.

골드 드래곤은 코인을 좋아하면서도 잠이 많았다.

오죽했으면 적을 앞에 두고도 제대로 깨어 있던 적이 없다고 한다.

옆에 있는 특별 관리자와 발포스에게 설명을 듣고 나니, 왠지 특별 관리자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수익 5% 상승은 분명 특별한 능력이지만, 그것을 뛰어넘어 그에게는 귀차니즘이 강했다.

‘짬 처리 아니야?’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성과는 별개로 그 자체가 너무 게을러서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던 거다.

어차피 사용하지 못할 거 생색도 낼 겸 내게 준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그걸 지적할 수도 없다.

어쨌든 내게는 그 특성이 탐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뭐, 대충 알겠습니다. 그래서 제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거죠?”

“···.”

조용하다. 이상함을 느끼고 그를 바라보니, 그새를 못 참고 잠을 자고 있었다.

선 채로 고개만 푹 숙인 그에게서 쌕쌕- 숨소리만 들려왔다.

“메켄씨!”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 소리쳤다.

특별 관리자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한다.

“···네.”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까.

그는 반쯤 감겨 대답했다. 그마저도 금방 다시 닫힐려고 한다.

그걸 보고 있으니 걱정이 된다. 저래가지고 일을 할 수나 있을까.

고객을 앞에 두고 잠을 자는 게 아닐지, 그를 고용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되었다.

그런 내 고민을 알아차린 걸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특별 관리자가 조금은 다급하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은 저래도, 막상 일을 시작하면 확실하게 합니다.”

“네. 그런 것 같네요. 확실하게 말아먹을 것 같아요.”

“하하하···.”

특별 관리자가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내가 독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하면 내 평판에 흠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신뢰가 중요한 이 바닥에서 직원을 뽑는 건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오글거리기는 하는데, 전면에서 활동을 하는 그들이 곧, 내 얼굴이 될 것이다.

“지금 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면 저는 메켄,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그래도 그 말은 충격적이었던 걸까.

닫힐락 말락 하던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파충류의 날카로운 눈빛이 내 얼굴을 살폈다.

어렸을 때 소설인가? 하여튼 어떤 책에서 그런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용의 눈은 본질을 꿰뚫는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용이나 신이 실제로 있는 지금 그게 마냥 헛소리라고 할 수는 없다.

“죄송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제발 받아주세요.”

그래, 이렇게 또박또박 졸음기 없이 말하니 얼마나 듣기 좋은가.

금색 수염이 나풀거리는 용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성이었다.

목소리만 제대로 해도 이런데, 진작 이랬으면 내가 그런 말을 안했겠지.

“평상시에 당신이 졸던, 누워 잠을 자던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건 당신이 할 일만큼은 제대로 수행하는 것, 그것뿐입니다.”

“명심··· 하겠습니다.”

순간적으로 졸뻔 한 그가 퍼뜩 정신을 차린다.

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려 다른 관리자들에게도 말을 걸었다.

987, 897, 966, 767, 834, 243···.

그들에게는 따로 이름이 없었다.

대신 그들 앞에 붙은 넘버가, 그들의 순위가 그들의 이름을 대신했다.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은행원 일을 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하기는 하는데 그들의 순위가 비슷하기도 했고 번호로 부르는 것도 귀찮다.

나중에 헷갈릴 것 같기도 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저들을 부르는 게 꼭 번호여야 합니까?”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은행장님께서 원하신다면 은행에서 쓸 그들의 별명을 지어주셔도 좋습니다.”

그러면 되겠네.

특별 관리자가 자신만만한 게 무색하지 않게 그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외간은 험악하기는 했어도 유능한 일꾼이다.

“그럼 그렇게 하죠. 모두 고용하겠습니다. 그리고 메켄 씨? 당신은 당신의 결정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래도 만일이란 게 있으니까.

괜히 자신의 결정을 후회해 일의 능동률이 낮아지면 손해였다.

“···없습니다.”

바로 고쳐지지는 않나 보다. 그새를 못참고 졸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한 것에 만족해야겠지.

그래 습관을 바로 고칠 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게 그들의 문화이자 습성이라면 고치기는 무척 힘들 거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당신들은 제 직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원 은행 시스템을 열어 은행원 고용을 눌렀다.

[‘본사 직원 1’이 은행원으로 고용되었습니다.]

[‘본사 직원 2···.

···9’이 은행원으로 고용되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은행에서 사용할 이름으로 ‘본사 직원’에 숫자를 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하야 편하게 그들을 알아볼 수 있으니까.

부서별로 부장이나 과장 등이 생겨나면 그때는 또 파트 별로 나눠야지.

그리고 그건 나중에 만들어질 인사부에서 할 일이다.

지금은 이걸로 만족하고.

“오, 제대로 되었나 보네요.”

관리자, 아니 이제는 차원 은행의 은행원이 된 그들을 살펴보며 특별 관리자가 감탄했다.

그가 감탄한 건 별개 아니었다.

그들의 왼쪽 가슴에 부착된 갈색의 명찰.

은행원의 직급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명찰을 보고 감탄한 거였다.

“···저는?”

동료들과 다르게 아직 명찰을 받지 못한 메켄이 의문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다.

[‘메켄’이 은행 ‘대리’가 되었습니다.]

[‘메켄’의 특성 중 수익 상승과 관련된 능력이 있습니다.]

[‘메켄’이 소속된 지점의 수익량이 상승합니다.]

[현재 ‘메켄’은 차원 은행 본사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차원 은행 본사의 수익량 5% 상승합니다.]

오! 이건 뜻밖의 이득이었다.

나는 단순히 그가 하는 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고 그가 소속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상승량이 늘어났다.

만약 내가 그가 마음에 안든다고 내쳤다면 얻지 못했을 이득이다.

내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메켄의 주위에 있던 관리자들이 의문을 보였다.

“어째서 우리와는 색이 다른 거지?”

“저건 은이잖아. 가짜가 아니야, 진짜 은이야.”

말은 안하고 있지만, 특별 관리자도 의문을 가졌다.

나는 그들을 향해 그게 뭐 대수냐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당신들은 시스템 소속이고, 메켄은 이제 제 사람이니까요. 불만있습니까?”

내가 내 사람을 챙기겠다는데 지들이 뭐 어쩌려고. 나는 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을까.

정 억울하면 네들도 관리자 때려치고 오던가.

나는 그의 희생에 대한 대가를 준 것 뿐이다.

나를 믿고 따르겠다는데, 솔직히 그것만 봐도 마음에 든다.

“없습니다···.”

불만 가득하다는 분위기를 잔뜩 풍기면서도 그들의 입은 다르게 말했다.

자신들이 불만을 토로한다고 해서 내가 들어줄 것도 아니고, 그들의 옆에서 특별 관리자가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어찌 감히 불만을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너무 그러면 사기가 저하될 수도 있으니.

“당신들이 일을 잘하면, 제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리면 저는 언제든지 당신들을 기용할 마음이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들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언제 기분 나빴냐는 듯이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그들을 어떻게 부려먹어야 할지 감이 잡혔다.

적당히 채찍과 당근을 주면 잘 따라올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단순했다.

“그럼 이 정도면 되겠네요. 당장 급한 건 해결되기는 했지만··· 따로 면접 공고를 붙이고 싶은데, 혹시 여기 광고판 같은 거 있습니까?”

지구 지점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따로 경비가 없었다.

솔직히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몰라서.

그리고 굳이 경비가 아니더라도 직원을 더 모집할 필요는 있다.

직원이 있어야 부서를 만들 수 있으니까.

직원 없는 부서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흠··· 은행장님이 원하시는 거라면, 네. 있습니다. 차원 은행을 나가 이 층의 중앙으로 가시면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같이 안 가실 겁니까?”

“네. 저는 해야 하는 일이 있는 터라···.”

무척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그에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할 일이 있으면 해야지, 내가 뭐라고 그를 붙잡을 이유도 명분도 없다.

그렇다고 그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네. 수고하세요.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또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부담 갖지 말고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가 금색 빛을 내뿜으며 사라졌다.

“그럼 간단하게 업무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꽤 고통스러울 테니 그건 염두에 두세요.”

“네?”

“그게 무··· 끄어어어억!”

의문을 표하기가 무섭게 그들이 제 머리를 붙잡고 무릎을 꿇었다.

최동수처럼 땅을 뒹굴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였다.

나는 지식을 습득하는 그들을 뒤로하며, 면접을 보는 내내 신경 쓰이던 안마 기능을 사용해 봤다.

“어으··· 좋다.”

위이잉- 나도 모르게 한숨을 토해낼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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