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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84화 (84/113)

제84화

3층을 가볍게 살펴보고 2층으로 내려왔다.

1층이 사무실이라면, 2층은 직원들의 숙소였다.

중앙의 목욕탕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여’ 방, 왼쪽에는 ‘남’ 방이 늘어져 있었다.

그중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3층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감탄을 아낄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숙박사업을 해도 성공하겠는데.’

3층이 펜트하우스라면, 2층은 3성 호텔 그 정도는 되었다.

애초에 처음 그들의 숙소가 고시원과 다를 게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여긴 지상낙원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만약 내게 이런 숙소를 지원해주는 곳이 있었다면, 거기에 뼈를 묻었을 텐데.”

도시에 가까울수록 월세는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이 어렵다.

월세, 관리비, 교통비, 통신비 등등···.

벌어들인 것은 통장을 스치듯 지나가 사라졌다.

내가 할 수 있던 건 전세가 전부.

그마저도 대출을 통해, 어떻게 보면 내 집도 아니었다.

만약 이런 게 있었다면, 내가 일하던 은행에서 이렇게 집과 밥을 마련해주었다면.

그랬다면 내 집 마련이 편했을 텐데, 가능했을 텐데.

솔직히 50에 달하는 월세가 나가지 않았다면 돈을 모으는 건 한층 쉬웠겠지.

‘이제 이런 생각을 해봤자 아무런 의미 없지.’

옛날은 옛날이고, 현재는 현재니까.

“한 방에 네 명까지··· 최소 이십 명은 받아들일 수 있겠네.”

이것도 내가 추가로 코인을 소모하면 더 늘릴 수 있는 거고, 지금 당장 무료로 만들 수 있는 게 이게 최대였다.

솔직히 여기서 숙소가 좋아지는 것도 잘 상상이 안 된다.

“이제 직원만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

지구는 최동수가 알아서 관리 할 거니, 나는 이곳만 잘 관리하면 된다.

“그나저나 관리자를 직원으로 부려야 한다니···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관리자를 고용하는 건 모 아니면 도다.

분명 관리자가 고객을 받으면, 고객들이 얌전해지기는 할 거다.

시스템의 관리자들을 건들 정도로 간 큰 놈들은 없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그 관리자들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차원 은행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 그들이 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지만, 오랜 세월을 관리자로 살아온 그들은 얼마든지 변수를 일으킬 수 있다.

살펴봤던 방의 문을 닫으며 포탈을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충분히 살펴보신 것 같네요.”

창구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No. 72가 보였다.

그리고 그 너머로 안절부절하지 못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백예린이 환해진 얼굴로 달려왔다.

“···.”

내게 다가온 그녀는 딱히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딱 달라붙어 떨어지려고 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부디 자기 혼자 남기지 말아 달라는 감정이 가득했다.

“···예린 씨가 앞으로 지낼 곳은 2층에 있습니다. 가셔서 원하는 곳을 정해 쓰시면 됩니다.”

그 눈빛을 가볍게 흘려넘기며 말하니 그녀가 잠시 뜸을 들였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포탈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는 그녀를 뒤로하고 No. 72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였다.

“제 방은 어디 있습니까?”

아까 전부터 아무런 말도 없이 귀신처럼 나를 졸졸 쫓아오던 발포스가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나를 따라 움직이면서 3층과 2층의 차이를 봤기 때문인지 그의 눈이 심히 반짝였다.

“발포스 씨는···.”

2층을 쓰라고 말하려도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왠지 그가 다른 직원들과 2층을 쓰게 되면 늦던, 빠르던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방이 필요합니까?”

그에게는 그만의 공간이 있었다.

차원을 하나 통째로 가지고 있는 그에게 굳이 내가 거주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마신인 그가 잠을 자는지도 의문이었다.

그와 만난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한번도 그가 자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자고 있을 때 그도 덩달아 자는 것 같지 않았다.

녹스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내가 자고 있을 때 문 앞에 병풍처럼 서 있었다고 했다.

“네.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필요하다는 그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비서라면 모를까, 그는 경호원이다.

경호원을 고용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틀린 말은 아니지. 경호원이 여럿이라면 모를까, 그 하나뿐인 지금은 내게서 떨어지면 안 돼. 그렇다고 방을 하나 더 만들기에는 코인이 아까운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다.

“은행장실 안에 작은 방이 하나 있던데 그거라도 괜찮으면 써도 좋습니다.”

작은 방이라고는 했지만, 내가 그에게 준 방은 실평수가 20평 정도로 컸다.

고시원 여러 개를 합쳐 놓은 듯한 크기라 한 사람이 쓰기에는 어떤 면에서는 클 수도 있다.

집 한 채를 준거라고 보면 되니까.

“아, 감사합니다!”

차원 하나를 가지고 있는 마신답지 않게 그는 과하게 기뻐했다.

처음 방을 얻은 어린아이처럼 그는 방방 뛰지 않았을 뿐이지, 당황스러울 정도로 좋아했다.

“그렇게 좋습니까?”

“솔직히 좀 부럽기는 했습니다. 여기에서 방이 없는 직원은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다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마신이 되어서 자기 공간 하나 못 만든단 말인가.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본인이 그렇다는데.

그래. 뭐, 자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은행장실이 작은 것도 아니고, 은행장실은 넓다.

나 혼자 그 공간을 전부 사용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나중에 비서나, 추가적으로 부서를 만들면 모를까.

지금 당장은 3층 전부를 이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그래서 이제 직원은 어떻게 뽑으면 됩니까?”

적당히 대기석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 몸을 부드럽게 안아주는 게 상당히 편했다.

그저 이 의자에 앉기 위해 고객이 찾아오지는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안마 기능이 어떨지 느껴보고 싶지만, 지금은 일 중이니까.

No. 72는 내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맛을 다시고는 내 앞에 섰다.

앉으라 권했지만, 서 있는 게 편하다고 한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자기가 그렇다는데 내가 굳이 지적할 이유는 없지.

“현재 관리자들을 추려 놓은 상태라, 은행장님만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면접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그러죠.”

“네?”

“지금 면접 보겠다고요.”

No. 72가 이렇게 빨리 결정할 줄 몰랐다는 듯이 멍하니 있던 그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허공을 향해 손을 젓는다.

그의 손짓을 따라 금색과 푸른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선이 만들어졌다.

몇 번을 손을 까딱이던 그가 이제 곧 올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눈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차원 은행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을 맞이하시겠습니까?]

고객이 아닌 손님이라고 뜨는 건 처음이었다.

그 메시지에 No. 72를 돌아보니 그가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락한다.”

수락을 했다.

입구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따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입을 다물고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살폈다.

그들의 차림은 비슷했다.

깔끔한 정장 차림.

지금 당장 업무를 봐도 이상하지 않은 행색이었다.

다만 그 외모가 조금 달랐다.

뱀의 머리부터 불과 돌로 이루어진 머리까지.

여러 차원에서 오는 고객들을 상대로 단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그들의 외모를 보고 나도 모르게 동요를 했을 거다.

“특별 관리자를 뵙습니다.”

No. 72를 발견한 관리자들이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특별 관리자? 그는 72번이 아니었나?’

내 기억으로는 그가 특별 관리자가 되었다는 내용이 없다.

나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리고 나중에도 그의 위치는 여전히 No. 72였다.

그래서 내가 No. 72라고 불러도 별말을 하지 않았던 거였고.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설마 내가 부른 거라 내버려 둔 거였나?’

그래, 그것도 가능성이 있다.

내가 무슨 이름을 부르던 그를 부르는 거였으니까.

굳이 지적할 이유를 못 느꼈겠지.

하지만, 그것도 모르고 계속 그를 넘버로 불렀다고 생각하니 조금 그렇긴 하다.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반가운 얼굴로 관리자들을 향해 가까이 오라 손짓했다.

“이들입니다. 제 밑에서 일하던 관리자들인데, 일머리가 있는 놈들이라 부리기 편할 겁니다.”

“흠···.”

그 말에 나는 그들의 모습을 살폈다.

사나운 외관과는 다르게 그들은 긴장했는지 팔과 다리를 몸에 바짝 붙이고 있었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예전 면접을 보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면접을 봤는데, 이렇게 내가 면접을 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관리자들에게도 특성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전부 일의 효율과 관련된 특성을 갖고 있죠.”

일 시키기에 합당한 특성을 갖고 있다면서, 그가 금색 용인을 가리켰다.

“특히 저 관리자는 제가 데리고 오려고 꽤 고생을 했습니다.”

“···?”

“관리 등급은 낮지만, 특성 자체가 대단한 거라 금방 등급을 올릴 수 있을 정도죠. 저도 꽤 탐이 나는 특성입니다.”

“무슨 특성입니까?”

“자기가 관리하는 모든 일에 대한 코인 수익량 5% 증가.”

“···!”

그런 특성이 있을 수가 있는 건가?

아니지, 내가 얻은 직업과 회귀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희소할 뿐이지.

“정말입니까?”

그래서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 정도로 좋은 특성을 보유한 관리자를 내게 보낸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내게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다고 해도 이건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내가 코인을 막 사용한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인 건 당연히 특성 쪽이었다.

특성은 영구적이었고, 내 수입량을 생각하면··· 어우야.

“네. 그래서 말하지 않습니까? 데려오기 힘들었다고.”

No. 7··· 특별 관리자가 어깨를 으쓱인다.

나 잘했지- 하고 칭찬을 바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저 사람을 보내달라고 사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인데.

“아,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말입니까?”

하긴, 조건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특성을 보유한 관리자를 내게 보낼···.

“9867 관리자··· 아니, 메켄을 은행장님께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

내 직원이 되는 거니 그게 받아들여 주는 거 아닌가?

그걸 그가 모르지 않을 터, 그가 하는 말은 다른 의미를 담고 있있었다.

“메켄은 오늘부로 관리자직을 내려놓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실업자 신세죠. 은행장님께서 받아들여 주시지 않으면 그는 길바닥에 나앉게 될 겁니다.”

충격의 연속이다.

시스템의 관리자는 쉽게 생각해 공무원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함부로 건들 수 없는.

그런 직장을 뭐하러 그만둔단 말인가.

“···어째서죠?”

“그건, 저보다 그에게 물어보시는 게 좋겠네요. 그의 결정이니까요.”

특별 관리자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비켜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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