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65화 (65/113)
  • 제65화

    윌리엄을 내보내고 나는 로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남자들을 향해 다가갔다.

    윌리엄은 이들을 처리할 권리를 내게 넘겼고, 나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원래 그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이들은 내 밑에서 일을 했어야 했다.

    내게 적대를 보인 이상 나는 그들을 얌전히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을뿐더러.

    [노예 12명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그들은 내 밑으로 들어왔다.

    나이트 일행을 상대하면서 개방된 노예 특성으로 그들을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발포스, 깨우세요.”

    내 말에 발포스가 성큼성큼 걸어가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금발의 남자의 머리를 걷어찼다.

    적당히 힘을 조절한 것인지 퍼억, 소리만 났지 머리가 터지거나 목이 부러지지는 않았다.

    “으으···.”

    금발의 남자가 신음을 흘리며 일어나더니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그것도 잠시 나를 공격해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넌···!”

    내가 따로 신호를 주지 않아도 발포스가 알아서 앞으로 나서며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발포스의 손에 턱을 붙잡히 그의 동공이 갈곳을 잃은 듯 덜덜 떨렸다.

    나는 그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은 저를 적대했고, 그 대가로 제 노예가 되었습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읍읍!”

    발포스의 손에 제대로 발음이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 이런 내용이겠지.

    “믿기 어려우시겠다면 상태창을 확인해보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발포스에게 풀어주라 손짓했다.

    발포스가 그를 내려놓으니, 금발의 남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노려봤다.

    “너, 이 개···!”

    “욕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명령입니다.”

    “읍··· 읍읍!”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입이 저절로 꽉 다물어졌다.

    노예에 대한 주인의 권한이었다.

    절대 명령.

    내가 한 명령은 그들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수행해야 한다.

    그게 노예로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의무다.

    “반발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제 고객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욕을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 제 말이 아니더라도 직원들의 말을 들어야 할 겁니다. 아, 그리고 당신들은 앞으로 제가 허락하기 전까지 말을 하는 것도 금지입니다. 그냥 닥치고 있으세요. 이건 명령이니까요.”

    “···.”

    그가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내 명령으로 인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신들은 이제부터 노예 1호, 2호. 이런 식으로 불릴 겁니다. 노예에게 이름은 필요 없으니까요.”

    이름을 일일이 외우는 것도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노예인데 이름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1호나 2호면 됐지.

    그들에게는 식량과 잘 곳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불만있습니까?”

    “···.”

    “아, 맞다. 말을 못하죠.”

    나는 웃으며 그들에게 나를 따라오라 손짓했다.

    그들은 내 명령에 따르기 싫어했지만, 그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그들의 몸은 순순히 나를 따라왔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 휴식실 뒤편으로 향했다.

    게이트의 옆에 만들어진 그들의 방이다.

    그들 사이에 여자가 있었다면 방을 두 개로 만들어야 했겠지만, 남자뿐이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 당신들이 지낼 곳입니다. 특별히 침대도 설치해주었으니 편히 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먹을 것도 삼시세끼 제공될 거고, 잠도 규칙적으로 잘 수 있을 겁니다.”

    비록 그들을 두 조로 나눠 야간조와 주간조를 만들겠지만.

    어쨌든 규칙적인 생활은 생활이니 거짓말은 아니다.

    “당신들은 앞으로 녹스씨와 함께 경비 일을 할 겁니다. 여섯명씩 나눠서 말이죠. 나머지는 있다가 마저 얘기할 테니, 일단은 그곳에 들어가서 생각할 시간을 가지세요.”

    그들을 전부 방으로 밀어넣고는 문을 닫았다.

    [불청객 네 명이 찾아왔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때마침 윌리엄이 보낸 사람들이 차원 은행을 찾아왔다.

    나는 바로 수락을 누르며 창구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총 네 명의 남녀.

    “저, 저기. 대통령께서 이곳으로 가면 된다고 하셔서 왔는데···.”

    “정말로 일을 앉아서 일해도 밥을 주나요?”

    그들의 행색을 본 나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하나같이 초췌하고 꾀죄죄한 모습.

    며칠을 굶은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움푹 들어간 볼과 볼까지 내려온 다크써클이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했다.

    ‘유능한 일꾼들을 보낸다더니, 이건 그냥 거지들을 보낸 거 아닌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백예린과 최동수가 자신들의 식량을 넘겨줬을까.

    그만큼 그들의 모습은 초라했다.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나 있을지 걱정스러웠던 내 마음은, 그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입에 담는 순간 달라졌다.

    ‘저들이 전부 은행원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아무리 회귀자라고는 하지만 이런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은행원이란 직업이 이렇게 흔한 거였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들이 자신들의 직업을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면 나도 믿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되면 말이 달라지지.’

    처음에는 최동수가 하는 걸 보고 배우게 하려고 했는데, 그들이 전에도 은행원으로 살아왔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레일라씨하고 저기 조지라고 하셨나요?”

    “네.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갈색의 중년 남성과 금발의 여성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윌리엄에게 무슨 말을 들은 건지, 그들은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안 잡아먹으니 긴장할 거 없습니다.”

    내 말에 그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리고 제가 주입한 지식들은 다 숙지했습니까?”

    “네. 기존에 했던 일이랑 다를 게 없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조지와 레일라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두 명의 남녀도 그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12시간 간격으로 로테이션을 돌리겠습니다. 조지씨와 레일라씨가 0시부터 12시까지, 루시씨와 에드가씨는 12시부터 24시까지 일을 해주시면 됩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할게요!”

    “믿고 맡겨주세요!”

    그들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거나 입술을 잘근 씹는다.

    “네. 잘하셔야죠.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그들이 은행원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내게 큰 도움이 될 정도의 직업을 가진 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잘하면 내 것이 될 텐데. 그전까지 나쁘게 보이는 건 별로 안 좋지.’

    “잠깐만요.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묵묵히 나와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최동수가 불쑥 내게 말을 걸었다.

    자신은 어떻게 하냐며.

    그의 근무시간은 8시부터 9시까지.

    무려 13시간동안 쉬지 않고 일한다.

    그런데 이번에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그가 일하던 시간과 어긋났다.

    “아, 그건 지금 말하려고 했습니다. 동수씨는 지금처럼 일하시면 됩니다. 8시부터 9시까지.”

    “예?”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가 나를 바라본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좀 더 정확히 설명해달라며.

    “음··· 말보다는 이게 더 빠르겠네요.”

    [최동수가 ‘은행원’에서 ‘대리’로 진급하였습니다.]

    이건 뭐, 초고속 승진이나 다름없다.

    한달만에 계약직에서 은행원으로 그리고 이제는 대리가 되었다.

    그래도 경비 팀장보다 월급이 낮기는 하지만, 현대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승진인 건 분명했다.

    “이건··· 뭡니까?”

    “대리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아, 예···.”

    “앞으로 다이아 이상의 고객들을 상대하게 될 텐데, 이 정도 직급은 되어야죠.”

    솔직하게 대리로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은행원들 중 가장 높은 직급이었다.

    애초에 윌리엄이 보낸 사람들은 계약직에서 시작하니까.

    ‘초기 멤버가 괜히 잘 나가는 게 아니지.’

    사람이 부족하다면 모를까, 인력이 보충된 지금은 그를 한 자리에 둘 이유가 없었다.

    좀 더 효율적으로 써야지.

    ‘나는 왠지 자주 자리를 비울 것 같단 말이야.’

    은행장실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다.

    물론 그게 차원 은행의 번영을 위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고객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내가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예 맡겨 버리면 된다.

    [은행 확장 비용 20,000,000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창구 추가 건설 비용 40,000,000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은행을 확장하고 두 개의 창구를 더 만들었다.

    [창구의 위치를 조정하실 수 있습니다.]

    창구의 개수가 세 개 이상이 되면서 그 위치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크게 바꿀 생각이 없었다.

    이대로도 충분한데 뭘.

    최동수가 앉는 자리와 다른 직원들에게 향하는 고객들만 조율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대리라는 직책을 가졌으니, 나는 특별히 그가 앉는 의자를 좀 더 푹신한 걸로 바꿔주고 은행장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배치해줬다.

    직원들이 더 생기면 모를 까, 지금 구조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그들의 위치 분배를 끝낸 나는 이제 나와 한 식구가 된 직원들을 돌아봤다.

    그들은 아직도 뭐가 그리 불안하지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됐고, 그런데 당신들은 어디서 주무실 겁니까?”

    “그··· 잠자리도 제공해주신다고 들었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내게 온 시점부터 그들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설령 그들을 돌려보낸다고 해도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들이 이곳에 올 때는 대통령 직속 경호대의 보호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갈 때는 아니란다.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몬스터들을 상대할 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 이왕 이렇게 된 거 싹 다 뜯어 고칠까.”

    창구와 대기석은 그렇다 쳐도, 수면실이나 출입구는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언제까지 직원하고 고객들이 같은 출입구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24시간 영업이 되는 지금, 괜히 같은 출입구를 썼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수면실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수면실 또한 더 늘어나게 될 텐데, 언제까지 휴식실을 오고 갈 수는 없다.

    “직원 전용 출구를 내가 본 것 같은데···.”

    게임에서처럼 편집 기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런 편한 기능은 없었다.

    창구야 옮길 수 있다 쳐도, 입구같은 경우에는 시스템에 코인을 주어 공사를 해야 했다.

    그러니 기존의 출입구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입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기존에 있는 방에 침대를 더하면 되겠고, 샤워실을 각자 수면실에 합치면 되겠네. 그리고 그 앞에 직원 출입구를 만들고.’

    생각을 정리한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수면실 확장 비용 20,000,000코인이 소모되었습니다.]

    [직원 출입구 설치 비용 20,000···.

    코인이 빠르게 소모된다.

    그래도 이게 다 투자라고 생각하니 크게 아깝지는 않았다.

    소모되는만큼, 아니 그 이상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낼 수 있었다.

    1억에 가까운 비용이 소모되고 난 끝에 차원 은행이 대대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남은 시간 00:05:43]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직원들과 간단하게 대화를 하고 있으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나고, 나는 직원들에게 앞으로 자신들이 살게 될 공간을 둘러보게 했다.

    (차원 은행 구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