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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59화 (59/113)

제59화

대통령의 비서는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대통령 앞에서 긴장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아니, 단순히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비서 앞에 있는 대통령은 절대 평범한 대통령이 아니다.

‘혜성처럼 등장해 사람들을 이끌어 성을 만들어버린 출신 불명의 남자.’

대통령은 처음부터 대통령이었던 게 아니었다.

그가 대통령이 된 건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대통령이란 게 그렇게 간단히 되는 게 아니지만, 예외란 언제나 존재했다.

몬스터가 등장하고, 능력자들이 생겨났다.

기존에 있던 정치인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몬스터들에 찢겨 죽이거나 균열에 휘말렸고, 그중에는

대통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순간에 정치력을 잃어버린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했다.

명령권자를 잃은 군대를 삼켜버린 게 눈앞에 젊은 대통령이었다.

군대를 상대로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알 방법은 없었지만, 그들은 젊은 대통령의 열렬한 선봉자가 되어 있었다.

군대가 나서니 사람들은 빠르게 뭉쳤고, 대통령은 또 기적을 만들어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더니 능력자들을 찾아내 성벽을 만들어내고 능력자 부대를 만들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이었기에 앞에만 서면 긴장이 되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나는 비서 일을 해본 적이 없단 말이야.’

비서는커녕 그쪽 관련 일을 하지 않은, 그저 운동을 좋아하는 백수에 불과했다.

그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몬스터들에게 부모를 잃은 채 멍하니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그의 말을.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그를 따라나섰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소름이 돋았다.

‘신랄한 설득가’

그가 가진 직업은 대통령을 모시기에는 부족할지 몰라도, 적어도 사람을 상대하는데에 최적화된 능력이었다.

어쩌면 대통령은 그걸 알아보고 자신을 데리러 온 게 아니었을까.

“잘 안 되었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비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허리를 숙였다.

대통령은 대단한 힘을 가진 만큼 단호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사람들을 단칼에 죽이거나 성벽 밖으로 쫓아내 몬스터의 밥으로 내어준 건 지금도 그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나와 같은 세상을 살아간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야.’

아무리 잔인한 범죄자라고 해도 모두의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하긴 힘들다.

그랬다가는 다른 이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멍청하지 않고서야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지.

하지만 대통령은 달랐다.

대통령은 능력이 있었고 그것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

자신이 그런 행동을 했던 이유를 모두에게 충분히 납득시켰다.

일말의 의문도 품지 않을 정도로만.

‘그가 죽인 이들이 죄다 강간마에 살인자등의 범죄자라는 게 충격적이지.’

그 일로 인해 사람들은 그가 하는 일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일을 하든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열렬히 지지했다.

자신들을 지켜주고 배부르게 해주는 사람을 감히 내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거지.

그걸 알고 있는 비서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자신은 그가 시킨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들처럼 죽임을 당할까, 아니면 쫓겨나는 걸까.

그도 아니면 어떻게 될지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대통령은 그런 걱정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할 사람이었다.

“그렇군요. 뭐, 예상은 했었습니다.”

“예?”

그런데 대통령의 반응이 어딘가 이상했다.

마치 은행장이 그의 제안을 거절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는 희미하지만 웃고 있었다.

“그 사이코패스같은 놈이 바뀔 리가 없지. 아무리 초반이라 해도 싹수란 게 있는 거니까.”

묘하게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비서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자신이 만나고 온 은행장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구는 그의 행동에 의아해졌다.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자신을 보낼 이유도 없었고, 은행장이 단호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서 쉬셔도 좋습니다.”

“아, 아! 네. 그럼 저는 돌아가보겠습니다.”

“아, 맞다. 루틴.”

“네?”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입니다. 같이 데려갔던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으시죠?”

“저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좋습니다. 이제 정말 가보셔도 좋아요.”

“네.”

루틴이 대통령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홀로 집무실에 남은 대통령이 루틴이 나간 자리를 바라보다가 답답한 듯 제 목에 찬 넥타이를 풀어내며 한숨을 쉬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걸어간 그가 어두워진 밖을 바라봤다.

“···얘기대로라면 저승왕과 사업을 얘기하고 돌아왔겠네. 그리고 발포스를 본격적으로 부려먹기 시작하고.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있었네. 담당 관리자의 본질을 엿본 게 지금쯤이었던 것 같은데.”

흠, 그가 손을 들어 턱을 매만졌다.

생각할 게 많은 듯 입을 다문 채 눈을 굴리던 그가 이내 실소를 했다.

“나보고 직접 오라니.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을 텐데. 이제 자신은 다른 사람이라 이거지.”

그가 기지개를 핀다.

우드드득, 우득.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했던만큼 굳어버린 몸의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간만에 외출을 할 수 있겠어.”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그가 환하게 웃었다.

*

나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

내 앞에서 No. 72가 조용히 서 있었다.

급하게 옷을 갈아입은 그의 머리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으실 겁니까. 저는 괜찮으니 와서 앉으시지요.”

그의 말에 나는 눈치를 보며 그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고개는 도저히 들 수가 없었다.

그런 내 행동이 답답했는지 그가 한숨을 내셨다.

“제가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일은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은행장님께서 죄송할 일이 없습니다.”

“음···.”

단순히 그것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단순히 그것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아직도 앚혀지지가 않았다.

도저히 내가 뭘 본 건지, 내가 본 게 현실인지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물으려고 했다. 내가 본 게 뭔지.

그건 도저히 인간의 몸이라고 할 수 없는···.

“은행장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하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네.”

차가운 그의 눈빛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애썼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아까 얘기가 끝난 걸로 기억하는데···.”

“아, 그게···.”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의 몸을 본 충격 때문인지 생각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다.

그런 내 반응을 이해한다는 듯이 그가 투명한 차를 내게 건넸다.

“많이 혼란스러우신 것 같은데, 이것을 드시면 좀 괜찮아지실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미 한번 그가 내준 차의 위력을 봤었던 나는 냉큼 그 차를 받아마셨다.

“아···.”

차가 청량할 수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차였다.

맑고 상쾌한 차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면서 마음에 품은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주는 느낌이었다.

머리가 맑아졌다.

머릿속 어두운 장막이 걷히며 제대로 머리를 굴릴 수 있게 되었다.

차의 효능에 감탄하며 나는 빠르게 그에게 할 말을 정리했다.

“고객을 받으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성좌 중에 시스템에 빚을 진 성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요.”

“음··· 그래서 그게 문제가 됩니까?”

“원래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더군요.”

그들이 코인을 빌려 놓고 내게 갚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시스템은 채무자에게 빚을 받으러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빚을 제시간에 갚지 못한 이는 강제집행에 들어가고요.”

“그렇죠.”

“그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좀 알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찾아가서 받아내는 겁니다. 아니면 노예로 불리거나, 차원을 가져오죠. 그런데 은행장님께서는 이런 대답을 원하시는 게 아닌 것 같군요.”

“예. 사실···.”

나는 그에게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했다.

그가 내 말을 듣더니 한숨을 토해냈다.

“은행장님의 능력은 갈수록 제게 놀라움을 더하시는군요. 이제는 사물의 본질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니. 조금은 두렵다고 해야 할까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음··· 은행장님은 저희가 강제집행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지, 그게 궁금하신 거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아마 저희의 방법은 은행장님의 방법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째서죠?”

“우선 저희는 은행장님처럼 사물의 본질을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

그가 하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눈살을 찌푸리니 그가 내가 뭘 궁금해하는지 알고 있다며 계속 들어보라 했다.

“저희는 코인을 빌린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코인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받아낸···.”

“네. 받아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좀 다르죠. 저희는 우선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품을 빼앗습니다. 그리고 그 채무자를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곳에 떨어뜨리죠.”

“어···.”

“채무자가 거기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력으로 살아가는 것, 두 번째는 저희에게 코인을 내 그곳에서 나오는 것. 하지만 전에 말했다시피 그곳은 자력을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못 됩니다. 물도 먹을 것도, 잘 곳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위혐이 닥칠지 모르니까요.”

“음···.”

“그럼 그 상황에서 채무자는 어떤 결정을 할까요?”

“후자를 고르겠군요.”

“네. 맞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받아내죠.”

“하지만 정말로 코인이 없는 이들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가 갑작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미소가 너무도 사악해, 보는 내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저희에게는 방법이 많습니다. 굳이 듣고 싶으시다면 말해드리죠.”

“아, 아닙니다. 굳이 듣고 싶지는 않군요.”

“좋은 선택이십니다. 아마 들으셨다면 한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했을 테니까요. 저는 되도록 은행장님께서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했으면 한다는 말이 이리도 무섭게 들리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황급히 말했다.

“그래서,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과는 다르다는 건 무슨 소리죠?”

“간단합니다. 은행장님은 채무자가 가진 코인을 건드릴 수 있습니다.”

“···?”

“말 그대로입니다. 채무자가 코인을 갖고 있는데도 코인을 갚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채무자가 원하지 않아도 차원 은행이 그걸 내버려 두지 않을 텐데. 아, 그건 필요하겠군요. 채무자를 찾아갈 파견원을 만드는 거요. 코인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일단 찾아가야 할 테니까요.”

그가 그 능력이 몹시 탐이 난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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