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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은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23화 (23/113)

제23화

갑작스럽게 내가 사라지고 성좌들이 미쳐 날뛰었다고 한다.

이제 막 계좌를 개설하려고 하는데, 뭔가를 하기도 전에 갑자기 사라졌으니 당황할 만도 하다.

거기다 꽤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으니, 성좌들의 조급함은 커졌다.

그래도 시스템이 데려갔다는 걸 어떻게 알고,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기에 그리 심하게 날뛰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최동수는 그렇지 못했다.

인외의 존재들을 처음 만난 건 둘째치고, 유일하게 그를 케어해줄 수 있었던 내가 사라지니 패닉 상태에 빠진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줄이야.’

엘더 리치가 위로라도 해줬으면 모를까, 그조차 내가 사라진 원인을 알지 못하니 당황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화를 내며 날뛰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시스템에게서 보상이 도착하였습니다.]

뜻하지 않게 그들을 달래야 하는 신세가 되었던 내게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 맞다. 보상.’

차원 은행에 돌아오기 무섭게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기에, 정신이 없어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보상 확인.”

최동수를 옆으로 밀어내며 시스템이 무슨 보상을 준 건지 확인했다.

[피해 보상금 50,000,000코인이 도착하였습니다.]

어··· 지금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겠지?

뒤에 붙은 ‘0’이 내 생각보다 많아 보였다.

손을 들어 눈을 아무리 비벼봐도 그건 오천만 코인이었다.

무려 다이아 등급의 하루 최대 한도와 맞먹는 금액이었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보상임이 분명한데.

[시스템의 최상위 관리자 100명이 아만타디움 등급의 계좌 개설을 요청합니다.]

[시스템의 증급 관리자 300명이 미스릴 등급의 계좌 개설을 요청합니다.]

[시스템의 하급 관리자 1000명이 다이아 등급의 계좌 개설을 요청합니다.]

[시스템의 총 책임자가 VIP 등급의 계좌 개설을 요청합니다.]

[시스템이 계좌 개설에 필요한 제한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합니다.]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무려 천 사백일명이 동시에 계좌 개설을 요청해왔다.

놀라운 건 지금의 나로서는 해제할 수 없었던 등급의 계좌가 그들에게는 허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게 시스템의 힘인가 하고 멍하니 그들의 요청을 수락했다.

[계좌 개설비 581,000,000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6억에 달하는 금액이 한방에 들어왔다.

이제는 놀라는 것 자체가 더 힘들 정도였다.

만 코인에도 벌벌 떨던 내가 한순간에 억대 재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조차 대부분의 성좌들에게는 머리도 내밀지 못하겠지만, 내게는 감흥이 남달랐다.

은행의 과장으로 살면서 내가 평생을 모았던 금액이 겨우 4억이었다.

비록 거기에 전세와 자가용까지 합치면 대충 5억 정도.

그것만 해도 어디가서 꿀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모든 걸 한 번에 초월해 버렸다.

‘VIP가 생겼어.’

카셀린과 불멸의 전사가 원하던 등급이었지만, 제한이 있어 얻지 못했던 등급의 고객이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VIP는 그 혜택부터가 남달랐다.

이자가 다른 계좌보다 월등히 높았고, 이체의 대한 이용료를 면제 받는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건 다른 이들에게 코인을 보낼 때 한도 제한이 없다는 거였다.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차원 은행을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시스템이 모든 사용자의 계좌 개설을 재촉합니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메시지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왜 그렇게 헤실헤실 웃고 있지?”

“훌쩍,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엘더 리치와 최동수가 내 얼굴을 보고 물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 기분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그 정도로 기뻤다.

“후우···.”

하지만 언제까지 이 기분에 묻혀 살 수는 없었다.

코인은 더 많이 벌수록 좋았고, 내 은행의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크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성좌들을 상대하려 할 때 새로이 떠오른 메시지가 내 눈을 자극했다.

[차원 은행의 자금이 5억 코인을 초과하였습니다.]

[‘적금’의 해금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적금’이 개방됩니다.]

막혀 있던 능력에 일부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

12시가 되고 식사를 위해 고객들을 내보냈다.

[점심시간 12:00~1:30까지가 등록되었습니다.]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등록까지 해주어서인지, 성좌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나갔다.

‘1시에 예약 손님이 있는데.’

그건 내가 따로 만나면 되니 상관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최동수에게 도시락을 하나 건네줬다.

두, 세시간을 내리 웃기만 해서인지 그가 입 주변이 아프다며 투덜거렸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웃으셔야 하니, 미리부터 연습하는 게 좋을 겁니다.”

서비스직의 기본 옵션은 미소다.

고객이 기분 나쁘다고 민원을 때려버리면 그것만큼 곤란한 상황은 없었다.

물론 예전처럼 민원을 넣을 본사도 없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그리고 점심 끝나고 나서는 동수씨가 해보세요.”

“예··· 예?!”

내 말에 그가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뭘, 그리 놀랍니까. 동수씨도 돈을 받으려면 일을 해야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하세요. 일은 원래 하면서 느는 겁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시스템이 다 도와주니 그리 어려운 건 없을 겁니다.”

정말로 없다.

적금은 당장에 밝힐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내가 그것을 자세히 살피고 나서 풀 생각이다.

‘대략 뭔지는 알겠지만···.’

적금이라 해봤자, 돈을 조금씩 저축하는 거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였다.

세상이 멸망되고 만들어진 건데, 거기에 내가 알던 것과 다른 게 있을 수도 있었다.

“실수라도 하면···.”

“실수를 걱정하면 다른 일도 하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서 실수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오는 고객들을 향해 상냥하게 대해주고, 계좌 개설을 도와주는 게 다니까요. 그리고 개중에 계좌를 이용하려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것도 고객들이 다 알아서 할 거니 크게 신경 쓸 거는 없을 겁니다.”

연달아 말을 뱉어내는 나를 최동수가 자신 없는 얼굴로 바라봤다.

처음 하는 일이기도 하고, 성좌들을 이미 한 번 겪어봐서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데.

“할 수 있습니다. 편하게 생각하세요. 게임이라고 여기면 괜찮을 겁니다.”

“···네.”

그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점심시간? 그런 게 왜 있어.

그때 장대한 체구의 남자가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밥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자, 어제 못한 걸 마저 이어서 하지.

그가 씨익, 웃으며 손가락을 들었다.

[‘거인을 때려 죽인 불멸의 전사’가 ‘카셀린’에게 50,000,000코인을 송급합니다.]

[미스릴 등급의 제한이 해금됩니다.]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창구를 내리쳤다.

이러다가 창구의 책상이 남아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자, 내게 미스릴 등급을 내놔라.

시스템의 관리자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나도 살짝 흥분을 했을 거였다.

처음으로 미스릴 등급의 고객이 생겨나는 것이었으니까.

[‘거인을 때려 죽인 불멸의 전사’가 100,000코인을 지불하여 계좌의 등급이 미스릴이 되었습니다.]

그 메시지가 떠오르기 무섭게 그가 두 팔을 번쩍 들어오리며 소리쳤다.

-좋아, 내가 최초··· 다?

그가 끝까지 소리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는 듯이 그가 메시지를 노려봤다.

좋아하다 마는 그의 반응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최초의 메시지가 뜨지 않는 거지?

뭐야, 그것 때문이었어.

혹시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는 건가 싶어 걱정했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그에게 대답했다.

“아. 이미 미스릴 등급을 얻으신 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두터운 손이 내 양 어깨를 붙잡았다.

무지막지한 힘이 내 어깨를 파고들었다.

아프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팠다.

나는 힐끔 엘더 리치를 바라보며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그 손 내리지.”

엘더 리치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

-잔챙이는 빠져라!

콰아아아앙!

그가 벼락처럼 휘두른 손에 맞은 엘더 리치가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추욱-

뭐야, 지금 기절한 거야?

엘더 리치라는 놈이 뭐 그리 약해!

카셀린때처럼 싸우기라도 하라고!

네가 그러면 나는 어떡할 건데!

이렇게 쉽게 그가 기절할 줄 몰랐던 내가 속으로 아우성치고 있을 때, 나를 들어올린 불멸의 전사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도대체 어떤 놈이 나보다 빠르게 미스릴 등급이 된 거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다.

그의 손이 나를 짖누르며 숨쉬는 것조차 방해했다.

말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어떻게 대답을 하라는 말인가.

“커, 커···!”

시야가 노래졌다.

이대로 죽는 건가, 이렇게 어이없게?

“이, 미친놈이 뭘 하고 있는 거야!”

짜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나를 억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커헉, 허억··· 허억···!”

샛노랗게 물들던 시야가 돌아오고, 격하게 숨을 몰아셨다.

뒷걸음질을 치며 나를 죽일 뻔한 놈을 바라봤다.

-너, 너. 아파 뒤지겠잖아!

“뒤져 그냥!”

어디서 나타났는지 갑작스럽게 날린 카셀린이 자신의 몸보다 머리 세 개는 큰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때문에 쟤 죽을 뻔했잖아! 모처럼 마음에 드는 놈이었는데.”

-뭐? 아, 그랬지. 나도 모르게 죽일 뻔했군.

“너는 그 성질머리부터 고쳐야 되. 제 마음에만 안 들면 바로 죽이려 들고.”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그랬어.

“나한테 미안할 게 아닐 텐데?”

카셀린이 나를 향해 턱짓하니 그가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제 머리를 긁적이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내게 잘못을 저질렀군. 요즘 하도 짜증나는 일이 많아 나도 모르게 그랬다.

그의 사과에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악력만으로 목을 조른 것도 아닌데 사람을 질식사시킬 뻔했다.

처음에야 그를 아무렇지 않게 대했지, 나를 죽일 뻔한 그를 좋게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내가 뒷걸음질치니 그가 멋쩍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앞으로 그를 대하기가 힘들 것 같다.

아무리 돈이 된다고 하지만, 나를 죽이려 하는 사람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이, 이건 보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 사죄의 표시다. 부디 받아다오.

그렇게 말하며 그가 아공간에서 둥그런 새하얀 돌은 내게 건네줬다.

그가 내게 건네주는 그 새하얀 돌은 나는 차마 받지 못했다.

그의 두꺼운 손이 언제 나를 건들지 몰라 두려워졌다.

-미, 미안하다. 부디 이걸 받아줘!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옆에서 그런 그를 바라보던 카셀린이 그가 꺼낸 새하얀 돌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이걸 준다고?”

“···?”

“놈이 미덥지는 못하겠지만, 저건 받아두는 게 좋을 거야. 아주 좋은 거거든.”

“그렇다면···.”

그녀의 말에 나는 냉큼 그 돌을 받아들었다.

그제야 그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그거 발키리를 소환할 수 있는 돌이야. 네가 목숨의 위협을 받는 위기 상황이 닥치면 천계의 여전사들이 나타나지. 일회성이기는 하지만, 무척 유용할 거다.”

그녀의 설명에 나는 그 돌을 품에 집어넣었다.

이건 내 생명줄을 연장해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가 무섭기는 했지만, 이건 다른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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