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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의 외전이 좀 이상합니다 (100)화 (100/138)

100화



 

전날 밤, 아르투아는 국왕이 좋아하는 고급 벌꿀 술을 들고 궁을 찾았다.

“왔습니까, 대공.”

국왕은 아르투아의 알현을 거절하진 않았지만, 불안한 눈으로 그를 내려보았다.

왕명으로 에렌이 잔느의 저택을 수색한 일 이후, 아르투아는 잔느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국왕의 마음 깊은 곳에 자라는 의심까지 걷어 낼 수는 없었다.

“폐하, 늦은 시간이지만 제가 폐하를 찾은 것은 꼭 아뢸 일이 있어서입니다.”

국왕은 아르투아가 내미는 벌꿀 술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르투아가 얼른 코르크 마개를 열어 크리스털 잔이 찰랑대도록 술을 따라주었다. 윤기가 도는 금빛 액체에서 달콤하면서 알싸한 향이 피어올랐다.

국왕이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뭡니까. 이리 늦은 시간에 대공이 달려오다니. 누군가 반역을 일으킨다는 첩보라도 있답니까.”

“에르네스트 대공이 반역을 모의한다는 첩보입니다.”

“푸흡!”

국왕의 입에서 벌꿀 술이 뿜어져 나와 아르투아의 얼굴을 적셨다.

국왕은 혼란스러웠다. 두 대공이 번갈아 찾아와 서로가 반역을 일으키려 한다고 주장하다니?

잔뜩 얼굴을 찌푸린 아르투아가 머리카락에 묻은 끈적한 액체를 손가락으로 짜내며 애써 불쾌함을 가라앉혔다. 실크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낸 그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놀라셨을 테지요. 하지만 제가 예전부터 에르네스트는 믿을 만한 녀석이 아니니 경계하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증, 증거가 있습니까?”

국왕의 탁한 푸른 눈이 파르르 떨렸다. 아르투아가 예상했던 물음에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두꺼운 서류 뭉치를 건넸다.

“이걸 보시지요.”

아르투아가 건넨 서류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국왕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차명으로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국왕을 비방하는 서적을 판매하였음.

불온서적의 수익금은 반역자의 자손 레오폴드 칼릭스의 무장단체 운영에 쓰였음.

칼릭스의 최측근과 매주 몇 시간씩 만나 밀담을 나누었음.

흑마법과 결탁한 정보상, 샤무아에 부하를 이끌고 방문하였음.

무장단체를 체포하려 하는 왕실 근위대를 대공 작위를 앞세워 핍박하였음.

국왕보다 많은 수의 사병을 조직하였음.

수확제에 칼릭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군중들 앞에서 왕실을 능멸하였음.

샤무아의 골목을 지나치던 행인, 인쇄소 사용인들, 근위대원들의 증언을 포함하여 모든 사실관계마다 입증할 자료와 증거가 붙어 있었다.

“필시 레오폴드 칼릭스와 결탁하여 반역을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칼릭스 역시 제 가문의 복수를 하려 할 테지요.”

국왕의 눈빛에 공포와 두려움이 서렸다. 아르투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은 구슬이 순식간에 빛을 뿜었다.

“에르네스트 그놈이 결국…. 반역을 일으키는구나….”

“예, 그러니 제가 전국 방방곡곡 에르네스트가 반역자라고 알릴 겁니다.”

“그놈을…. 잡아야 해…….”

“예예, 제가 그놈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근위대를 보내 에르네스트의 집을 단단히 포위하겠습니다. 물론 칼릭스에게도 자객을 보내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지요?”

국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궁에 있는 병사를 모두 동원하는 게 옳겠죠.”

“근위대를 몽땅 데려가서라도….”

국왕이 동의하듯 웅얼거리자 아르투아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드리웠다.

‘그럼요, 그래야 궁 안에 당신을 지킬 자가 하나도 남질 않겠지요.’

끝내 에렌의 암살에 실패했을 때, 아르투아는 고민했다. 그는 더 이상 힘없는 막내 왕자가 아니었다.

국왕과 에렌을 상대로 군사를 일으켜 왕위를 찬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왕국민들에게 손가락질받는 악역이 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제 이름이 역사에 남는다면 반역자보다는 영웅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리고 영웅을 위해선 악역이 필요하다. 루이스터 형님이 그랬듯이.

때를 보며 머뭇거리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에렌이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다. 영웅을 위한 악역이 되어 줄 자.

이제 에렌이 반역을 일으켜 국왕을 죽이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때, 자신이 근위대를 앞세워 반역자를 처단한다면 얼마나 완벽한 그림이 될 것인가!

물론 그간 마음에 걸리던 칼릭스와 그의 기사단 역시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손을 써야겠지.

왕의 서기관은 왕명을 착실하게 기록했다. 아르투아가 왕명이 적힌 문서를 움켜쥐었다. 고급스러운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왕의 알현실을 빠져나온 그의 입가에는 승리감에 찬 미소가 서려 있었다.

이제 왕국은 에르네스트를 반역자로 기억할 것이고 아르투아, 그는 살아남은 유일한 왕위계승자이자, 반역자를 응징한 영웅이 될 것이었다.

***

에르네스트 대공이 반역을 도모하여 왕국을 어지럽히려 하니, 그를 발견한 자는 즉시 사살하거나 왕실 근위대에 신고할 것을 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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