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에렌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대공저의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국왕에게 아르투아 대공의 반역 음모를 알리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잔느가 증거를 모두 인멸하고 빠져나간 탓에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오스칼이 갖고 있다는 증거 역시, 아직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렇다고 오스칼이 그 음험한 샤무아의 수장과 계약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오스칼을 떠올리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둔 오스칼의 재킷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후…. 할 일이 쌓였는데, 나도 중증이군.”
그가 눈썹을 늘어뜨리고는 미뤄둔 결재 서류들을 꺼내 들었다. 최근 이런저런 일로 처리하지 못한 사업 문서들이었다.
꾸역꾸역 서류를 읽어내려가 보았지만, 종이를 빼곡히 채운 글자들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뿐 하나도 남질 않았다. 그는 애꿎은 만년필만 손끝으로 데굴데굴 굴려 댔다.
콰앙-
집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상기된 얼굴을 한 알랭이 쿵쾅거리며 에렌에게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구겨진 종이 뭉치가 들려있었다.
“주인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봐, 알랭. 자넨 노크하는 법도 잊어버린 건가. 요즘, 이 저택엔 법도가 없어. 법도가.”
에렌이 알랭의 품위 없는 모습에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알랭이 제 주인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법도요? 주인님, 지금 법도라고 하셨습니까?”
“알랭, 설마 내가 자네 상관인 걸 잊은 건 아니지?”
“주인님이야말로 사업의 법도를 다 잊으신 겁니까? 이 서류, 대체 어떻게 결재를 하신 겁니까? 예에?”
알랭이 씩씩거리며 에렌의 눈앞에 구겨진 서류를 들이밀었다. 에렌이 미간을 좁힌 채 서류를 받아 들었다.
.....운송은 본선인도 조건으로, 위험부담은 수입자가, 채권 회수 기한은 어음 발행일로부터 사랑하는 오스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