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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의 외전이 좀 이상합니다 (62)화 (62/138)

62화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그가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운명처럼 나타났다.

에렌은 지금 그가 위험한 조사를 수행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팔을 벌려 오스칼을 향해 다가갔다.

채앵-

다시 한번 날카로운 쇠붙이 소리가 났다. 레오의 칼날이 오스칼에게 다가가는 에렌의 몸 앞을 막아서자 단테가 순식간에 레오의 검을 받아냈다. 코앞에서 검이 맞부딪치자 에렌의 몸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아무리 반가워도 인사는 그냥 입으로 하는 게 어떻습니까?”

레오의 낮은 음성이 저택에 울려 퍼졌다. 에렌이 그와 오스칼 사이를 가로막은 검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빈정거림이 담긴 목소리로 대꾸했다.

“입으로 하라니, 반가움의 키스라도 나누란 말인가?”

검은 눈동자와 푸른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온 형형한 안광이 공중에서 얽혀 불꽃이 튀었다.

“아오, 제발 두 사람 다 이런 수상쩍은 저택에서 쓸데없는 입씨름은 그만 해요!”

결국, 오스칼이 만나자마자 날을 세우는 두 사람을 향해 타박을 놓았다.

“이 자들은 이 저택의 사람들과 한패일 수도 있다. 너도 저자의 신원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잖나.”

레오는 여전히 검을 물리지 않은 상태였다. 경계심 가득한 그의 목소리에 문득 등이 오싹해졌다. 오스칼이 자신의 칼을 몸 앞으로 가져왔다.

암살 위협을 받는 사업가. 분명, 눈앞의 남자가 평범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경이 왜 여기 있는 거죠?”

경계심 어린 오스칼의 목소리에 에렌이 단테를 향해 눈짓을 했다. 단테를 무장해제 시킨 에렌은 양손을 들어 그들은 두 사람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건 확실히 하지. 우린 이 저택 사람들과 한패가 아니야. 그대를 공격할 생각도 없고. 그대야말로 여기엔 무슨 일이야? 혹시 여기 있는 시체들, 전부 두 사람이 처리한건가?”

에렌의 물음에 오스칼은 레오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아직 경계심이 옅게 남아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아요.”

“어쩐지, 뒷문을 지키는 보초 둘 외엔 막아서는 자들이 없어서 예상보다 꽤 수월하게 들어왔거든. 그게 전부 그대 덕분이었다니.”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하지만 이곳에서 제가 당신을 만난 게 정말 우연인가요?”

오스칼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에렌이 잠시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확실하게 설명하지 않는 한, 오스칼도 순순히 경계를 풀 생각은 없는 듯했다.

에렌이 짧게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된 이상 감출 것도 없지. 이 집에 사는 여자가 날 암살하려는 자의 애인이야. 난 암살자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게 있는지 찾으러 온 거고.”

뜻밖의 대답에 오스칼이 칼을 아래로 내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곳에 사는 여자라고 하면 잔느인데?

“서, 설마 그 여자랑 경이 바람이라도 피웠어요?”

혹시 그 암살이란 게, 치정에 의한 내연남 제거. 뭐 그런…?

오스칼의 발언에 에렌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망가졌다.

“당연히 아니지…! 그대는 대체 날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에렌이 오스칼의 어처구니없는 오해에 상심한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오가 검을 들지 않은 손바닥으로 슬그머니 자신의 입을 가렸다. 에렌이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저 자식, 틀림없이 고소해서 웃고 있는 게 분명해.’

“아니면, 됐고요. 이 집에 사는 여자와 경이 사귀었다고 하면 크게 실망할 뻔했거든요.”

오스칼이 뺨을 긁으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에렌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왜? 질투라도 났던 거야?”

에렌의 실없는 대답에 오스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우린 이 집에 사는 여자가 사악한 범죄자라는 말을 듣고 조사 중이었어요. 경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찾는 범죄자가 경을 암살하려고 한 자의 애인과 동일 인물인 것 같은데. 경이 그런 범죄자와 사귀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죠.”

에렌의 얼굴에서 미소가 일시에 사라졌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한 그가 단테와 눈을 마주쳤다.

“범죄자라니? 혹시 이곳에 사는 여자의 정체에 대해 아는 게 있어?”

“네. 그 여자, 25년 전 흑마법으로 사람들을 조종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탈옥한 잔느라는 자예요.”

에렌의 표정이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얼어붙었다. 단테 역시 말을 잊고 멍하게 오스칼의 입을 바라보았다. 눈을 찌푸린 채 겨우 머릿속으로 퍼즐 조각을 맞춘 에렌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세상에…. 그렇다면 모든 것이 이해되는군. 그자가 정부의 정체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것도, 암살자의 끄나풀이 흑마법의 저주에 걸린 것도.”

“경을 암살하려고 한 사람이 누군데요?”

오스칼의 질문에 에렌이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아마도, 아르투아 대공.”

“아, 아르투아 대공이요? 그 사람은 국왕을 구한 영웅이잖아요? 그자가 잔느와 연인관계라고요?”

오스칼이 입을 딱 벌렸다.

아르투아 대공은 분명 원작에서 루이스터 대공의 반역을 막고 국왕과 주인공을 도왔던 유일한 조력자였다. 공로를 인정받아 영웅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영웅과 악역이 연인 사이라니?

“단순히 사귀는 게 아니야. 둘 사이엔 이미 성인이 된 아들도 있거든. 발사자르라는 이름을 가진.”

“바, 발사자르요? 그럼 인신매매단의 배후인 ‘V’가 설마…!”

오스칼이 뭔가를 깨달은 듯 외쳤다. 에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인신매매단이라니?”

“우리가 잔느를 쫓고 있었던 이유는 그 여자를 인신매매단의 배후로 의심했기 때문이거든요. 최근 뤼미에르 기사단이 그들 중 일부를 소탕했고요.”

“아…. 인신매매단의 본거지를 불태운 사건 말이군. 관련자를 모두 잡아들인 게 아니었나? 배후라니….”

기사단이 인신매매단으로부터 왕국민을 구출해 낸 사건은 에렌과 단테도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다.

오스칼이 주머니에서 돌돌 말린 양피지를 꺼내 에렌에게 건넸다.

“거기서 이걸 찾았어요. 그들의 뒤를 봐주는 자가 있었거든요.”

…은밀하게 처리하고, 문제 발생 시 연루자는 즉결 처리할 것…. 때가 될 때까지 몸을 숨길 것.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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