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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의 외전이 좀 이상합니다 (60)화 (60/138)

60화



 

에렌의 명령에 무장한 병사들이 일제히 샤무아로 난입했다. 그들은 에렌이 거느리는 사병으로, 모두 왕국에서 내로라하는 검사들이었다.

“조심하십시오. 샤무아의 수장 클로드 드보이스는 위험한 자입니다.”

단테가 에렌의 곁을 엄호하며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에렌 역시 검을 빼든 채, 왕궁 못지않게 화려한 샤무아의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수색했다.

그러나, 샤무아의 저택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무장한 불청객들이 저택을 휘젓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저항이 없었다. 단테가 본능적으로 주위를 경계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독특한 외양의 자그마한 남자가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 순식간에 에렌의 부하들이 그를 포박했다.

“샤무아의 사용인인가. 클로드 드보이스는 어디 있지?”

에렌이 낑낑거리며 병사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남자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왜 클로드 님을 찾는 거지?”

“묻고 있는 건 나야. 그러니 대답만 하지.”

싸늘한 목소리였다. 작은 남자가 몸을 흠칫 떨었다.

“웃기지 마라! 한낱 인간들이 감히 샤무아에 들어오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에렌이 말없이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입꼬리 한쪽을 설핏 올린 채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글쎄, 무사하지 않을 쪽이 누군지는 지켜봐야 알겠지.”

“주, 주인님이 가만있지 않을 거다!”

“딱히 네 주인 놈이 나타날 것 같진 않은데. 그자가 쓰는 흑마법이라는 게 대단한 소문치고는 별거 아닌가 보군.”

“크윽.”

작은 남자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히었다.

“네 주인이 어디 있는지 대답하지 않으면, 다음번 질문을 할 때는 눈물이 날 눈이 남아 있지 않을 거다.”

“네, 네 놈들 정체가 뭐지?”

에렌의 검이 붙들린 남자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남자의 검은 머리카락이 칼날에 잘려 바닥으로 흩어졌다. 에렌이 남자의 목덜미 근처에서 위협하듯 칼끝을 까딱거렸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라고 했을 텐데?”

에렌이 조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크, 클로드 님은…. 여기 안 계신다!”

“그런 대답은 내 성에 차지 않는데?”

칼날이 남자의 눈앞까지 바짝 다가왔다. 그가 눈을 질끈 감고는 울먹이는 소리로 외쳤다.

“정말이다! 며칠 전, 클로드 님이 사라지셨단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 놈들이 이렇게 샤무아에 들어와 마음대로 휘젓고 다닐 수조차 있었을 것 같으냐?”

남자는 절규했다.

남자의 주인은 붉은 달이 떴던 밤, 아주 중요한 정보를 손에 넣었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샤무아를 나선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에렌이 눈을 치켜떴다. 단테가 남자의 머리를 잡아 자신을 바라보게 하고는 윽박질렀다.

“감히 누구 앞에서 거짓을 지껄이는 거냐? 네 놈들이 누군가로부터 사주를 받고 에르네스트 대공 전하의 암살을 획책한 것이 아닌가.”

“그, 그런 계약은 한 적이 없다.”

“허튼소리. 대공 전하를 살해하려고 한 자에게 흑마법의 저주가 걸려있었다.”

“어떤, 어떤 저주였나?”

절망에 가득 차 울부짖던 남자가, 단테의 말에 희망 섞인 물음을 했다.

“묵언의 저주. 입을 열자 저주가 발현되어 죽었지.”

“내, 내게 그자를 보여줄 수 있나?”

“묻는 건 나라고 했을 텐데, 궁금한 게 많은 놈이군.”

에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하지만 이내 부하들을 향해 눈짓했다.

털썩-

포박된 남자의 눈앞에 잡역부의 시체가 던져졌다. 그 모습을 찬찬히 살피던 작은 남자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이건 클로드 님의 마법이 아니야!”

“무슨 말이지?”

“이 자의 몸에 남아 있는 붉은 마력. 이건 불완전한 마법이야. 클로드 님이 쓰는 흑마법이 아니라고!”

에렌의 얼굴이 굳었다.

“네가 네 주인을 지키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

“흑마법의 지배자이신 주인님이 네 놈들 따위에게 당할까 두려워 내가 거짓말을 할 것 같으냐?”

에렌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이 붉은 마력의 주인은 누구지?”

“그건 나도 몰라!”

남자는 흐느끼고 있었다. 에렌이 허탈한 듯 검을 거두고는 이를 으득 갈았다.

“젠장. 이 왕국에 샤무아의 수장 이외에 흑마법을 쓰는 자가 또 있었던 건가.”

“마녀들은 이제 모두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단테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주인님, 이 저택을 샅샅이 뒤졌지만, 쥐새끼 한 마리 보지 못했습니다.”

“계약서 같은 걸 찾아보려 했지만 저택 안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흩어져 샤무아를 수색하던 병사들이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다. 에렌이 인상을 썼다.

“이런 오래된 정보상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니. 그럴 리가….”

“주인님의 마력 없이는 샤무아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 샤무아는 단체가 아니야. 클로드 드보이스, 그분이 샤무아 그 자체란 말이다.”

에렌과 단테가 서로 눈을 맞추었다. 눈앞의 남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네 놈이 날 속인 것이라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에렌이 차가운 눈으로 부하들의 손에 매달린 남자를 응시했다. 에렌의 손짓에 부하들이 남자를 놓아주었다. 허탕을 친 에렌이 사나운 걸음으로 샤무아를 빠져나왔다.

“제기랄! 이번 일의 배후도 숙부인 게 분명해. 하지만 증거도 없이 왕족을 조사할 순 없는 노릇이니.”

에렌이 분한 듯 욕을 내뱉었다. 꽉 말아 쥔 그의 주먹이 하얗게 질렸다.

***

오늘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컨디션이 좋았다.

아침 식사로 커다란 돼지고기 커틀릿을 다섯 조각이나 해치운 오스칼이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살폈다. 그리고 이제는 꽤 자라 뒷덜미를 간질이는 머리카락을 하나로 단단히 묶었다.

모든 준비를 끝마친 오스칼이 손에 쥔 양피지 조각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클로드가 남긴 쪽지의 주소는 틀림없이 잔느의 거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허리춤의 검을 확인한 오스칼이 중얼거렸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

오스칼의 표정이 사뭇 비장했다.

원작의 남자주인공, 세드릭에 대한 위증을 한 자와 잔느가 한패였다면, 칼릭스 가를 몰락시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할 것을 의뢰한 계약의 당사자 역시 그들일지도 몰랐다. 오스칼은 오늘에야말로 기필코 잔느의 정체를 밝힐 작정이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나.”

레오가 문을 나서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컨디션 역시 완벽히 회복되어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일단, 염탐이라도 해보는 거지. 잔느가 인신매매단의 배후일 가능성이 큰 데다가, 근위대장과도 관련이 있으니까.”

레오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어디든 직접 부딪쳐야 직성이 풀리는 오스칼의 행동력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 녀석이 알려준 정보라며. 믿어도 되는 건가.”

“뭐, 일단 클로드가 내게 해를 끼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오스칼이 중얼거리며 뺨을 긁었다. 물론 클로드가 조금 변태 같긴 하지만, 함정을 파고 저를 위험에 빠뜨릴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말에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보기엔 그놈이 네게 제일 위험하다.”

레오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의 검집을 만지작거렸다. 오스칼을 바라보던 클로드의 음험한 붉은 눈빛을 떠올린 레오가 이를 바득 갈았다. 언젠가는 기어코 그놈을 제 손으로 베어버릴 작정이었다.

“일단 그 집의 경비가 허술하기만을 바라보자고.”

살벌하게 번뜩이는 레오의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스칼이 씩씩한 목소리를 내며 손에 들린 쪽지의 주소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에르네스트 대공저의 고풍스러운 집무실. 마호가니 책상을 두드리는 에렌의 손가락에는 옅은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아침 햇살을 등진 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증거, 증거를 찾아야 한다.”

며칠 전부터 에렌의 머릿속은 아르투아 대공을 어떻게 몰아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저를 노리고 있다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었다.

어떻게든 증거를 찾기 위해 사용인들을 취조하고, 샤무아까지 수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진 기분이었다.

“숙부님,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움직이시는 겁니까.”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모든 일에 아르투아가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만 찾는다면, 그를 당장이라도 조사해 재판정에 세울 수 있었다.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비스듬히 기댔다.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두통에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주무르던 그가 벽에 걸린 남색 재킷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보고 싶군.”

자기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에 그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농장에서 오스칼과 헤어진 이후 그녀를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

앞으로 그녀가 제게 냉담하게 고개를 돌리진 않을까, 다가오지 말라고 악을 쓰진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온갖 불길한 상상을 하는 그였다.

그러고 나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왔다. 에렌이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쓸었다.

무슨 병 같은 건 아니겠지.

그때, 문이 열리며 단테가 빠른 발걸음으로 에렌에게 다가왔다.

“주인님, 아르투아의 정부에 대한 새로운 첩보입니다.”

에렌이 기대앉았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단테를 응시했다.

“뭐지?”

“며칠 전, 정부의 저택에서 일하는 사용인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사라졌다는 게 무슨 말인가?”

“잡일을 하는 하녀와 하인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연락이 닿질 않는답니다. 저택에 남아 있는 사용인도 없는 모양입니다.”

“사용인들을 내보낸 건가, 아니면 모두 죽이기라도 한 건가? 어느 쪽이든 저택에 새로 숨기고 싶은 게 생겼나 보군.”

에렌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단편적인 정보는 많았으나 핵심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아르투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의 정부, 두 사람의 아들, 미지의 상단, 흑마법.

수많은 정보가 뿌연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그쪽에서 숨기고 싶은 게 있다면, 이쪽에서는 찾아주는 게 도리겠지.’

에렌의 턱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그가 단테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역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어. 정부의 저택으로 가지.”

“인원을 꾸릴까요?”

“아니, 자네와 나. 단둘만 움직인다.”

“하지만, 위험할 텐데요.”

“날 죽이려는 자를 조사하러 가면서 시끌벅적하게 구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지. 날 죽여 달라고 광고하는 꼴이거든. 게다가 지금은 정보가 어디서 새어 나갈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의 말에 단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왕족의 애인 집에 몰래 숨어드는 일에 우르르 몰려가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웃음기 없는 눈으로 에렌이 한쪽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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