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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의 외전이 좀 이상합니다 (10)화 (10/138)

10화



 

나무의 껍질은 모두 검게 썩어 갈라졌고, 버드나무 잎은 모두 회갈색으로 변해 말라 축 늘어져 있었다.

나무 둥치 주변은 마치 버드나무가 피라도 흘린 듯, 붉은색을 띠었다. 검붉은 흙 위의 꽃이며 풀은 모두 말라 죽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무 주위엔 죽음의 기운이 돌았다. 오스칼은 기괴한 광경에 숨을 참는 것도 멈추고 입을 딱 벌렸다. 예가네초프와 레오의 눈도 크게 뜨였다.

“나, 나, 나도 실제로 이 나무를 보는 것은 처음일세.”

예가네초프가 버드나무 앞에 서서 덜덜 떨기 시작했다. 레오가 나무의 몸통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안에 무언가가 있군.”

나무의 몸통 한가운데에 난 커다란 옹이구멍 안에서는 붉은 심장이 검은 기운에 휘감겨 무서운 속도로 수축 운동을 하고 있었다.

심장이 팽창하고 수축할 때마다, 심장에서는 혈액 대신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저주로 바쳐진 클로드의 심장이자, 흑마법의 원천인 모양이었다.

“이게 그….”

레오가 가까이 다가가 나무에 손을 대려고 하자 무서운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었다.

스파크에 의해 몸이 밀려난 레오가 간신히 중심을 잡고 몸을 가누었다.

“흑마법의 주술이야! 다가가지 말게!”

예가네초프가 쉰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에 레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여기 무언가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예가네초프가 바들바들 떠는 다리를 힘겹게 옮겨 나무에 새겨진 글씨를 살폈다.

“흑마법으로 새겨진 고대어 주술이야.”

“뭐라고 쓰여 있는 건가?”

레오가 대답을 재촉했다.

“저주를 위해 심장을 바친 자는 흑마법을 지배하리라.”

예가네초프가 간신히 목소리를 내며 더듬더듬 고대어를 읽었다. 몸이 떨려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다음은?”

“재, 재촉하지 말게. 나도 고대어를 잘 알지는 못한다고.”

예가네초프가 그다음 문장을 해독하려 눈을 찌푸렸다.

“이 땅의 영혼은 저주를 깰 수 없을 것이니, 저주는 영원하리라.”

예가네초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두 사람의 뒤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오와 예가네초프가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어느새 검을 뽑아 든 오스칼이 결연한 눈빛을 하고 서 있었다.

“자, 자네가 어떻게 고대어를…?”

오스칼이 고대어 저주를 읊자 예가네초프가 놀란 눈을 했다.

“두 사람 모두 나와봐.”

“지, 지금 뭐 하는 건가?”

오스칼은 대답 대신 나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예가네초프는 비로소 오스칼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채고는 허겁지겁 오스칼의 앞을 막아섰다.

“아, 안되네. 사람의 힘으로 깰 수 있는 저주가 아니네! 자네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오스칼이 고개를 저었다.

〈이 땅의 영혼은 저주를 깰 수 없다.〉

원작에도 등장했던 이 저주의 문장이 바로 오스칼이 이곳에 찾아온 이유였기 때문이다.

〈여스칼〉의 설정대로라면 이 저주는 영원히 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원작에서 클로드는 영원히 자신의 심장을 흑마법에 바친 채 살아가는 운명을 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저주를 반대로 해석하면, 이 땅의 영혼이 아니라면 저주를 깰 수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확실히 이 땅의 영혼이 아니지.’

오스칼이 검을 단단히 그러쥐었다. 그리고 심장이 봉인된 나무의 옹이에 온 힘을 다해 검을 박아 넣었다.

“오스칼!”

레오가 다급하게 오스칼의 이름을 외쳤다.

꽈아앙!

오스칼의 검이 나무에 박히는 순간, 마치 천둥소리 같은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가 워낙 컸던 탓에 마치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버드나무를 중심으로 거대한 원을 두르며 바람이 일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감각과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에 오스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오스칼의 머리카락이 검을 내리친 자리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에 나부꼈다.

“됐다!”

오스칼이 탄성을 내질렀다. 거센 바람이 멎자, 심장 주위를 휘감고 있던 검은 기운은 사라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저주에서 해방된 심장이 주인을 찾아가려는 듯 공명하고 있었다.

“이건…!”

레오가 말문이 막힌 채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오늘 하루종일 자신이 목격한 일들 모두 하나같이 현실감이 없었다.

아니, 오스칼을 만난 이후 일어난 모든 일이 그에게 그러했다.

“이제 내 영혼을 그자에게 빼앗길 일은 없는 거 같지?”

오스칼이 레오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세, 세상에…….”

예가네초프가 감탄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무어라 말을 보태려다 입을 다물었다.

‘역시… 다른 이들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져….’

이 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련한 사기꾼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오스칼이 나무를 살피자, 알아볼 수 없는 세 번째 문장이 보였다.

‘원작에 나온 저주는 두 개 아니었어?’

오스칼이 의아한 듯 뒤통수를 긁었지만, 이내 생각을 거두었다. 심장의 저주를 풀었으면 됐지.

어느새 심장은 저절로 주인에게 돌아가고, 텅 빈 나무구멍만 남아있었다.

다행히, 늦여름 날씨에 사람 장기를 말에 싣고 운반해야 할 일은 없을 모양이었다.

“내가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오늘 같은 광경은 평생 보지 못했네….”

예가네초프가 경외심이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오스칼을 향해 마르고 주름이 쪼글쪼글한 손바닥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듯한 그녀의 손길에 오스칼이 예가네초프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예가네초프는 언짢은 표정으로 오스칼의 손을 가볍게 쳐서 떼어냈다.

“이거 말고!”

“?”

오스칼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예가네초프를 쳐다보았다.

“아까 말한 수고비. 계산은 정확해야지.”

경외심은 경외심이고, 계산은 계산이었다. 예가네초프는 오늘 하루 중 가장 또렷하고 확실하게 말했다. 물론, 그녀의 목소리에는 한치의 떨림도 없었다.

***

예가네초프는 자비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눈으로, 주머니에 든 돈 전부를 칼같이 가져가 버렸다.

레오가 돌아갈 여비를 조금이라도 남겨 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예가네초프는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빼돌리려는 레오의 손을 노련하게 움켜쥐었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그리하여 결국 두 사람은 땡전 한 푼 없는 상태로 남겨졌다.

“네가 대책 없는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레오의 미간에는 주름이 잔뜩 잡혀있었다.

“아니…… 내가 이런 상황까지 생각을 했겠냐구. 그냥 그때는 예가네초프를 설득해 데려가야겠다는 생각만 했지…….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가진 돈, 아니 내 돈 전부를 그자에게 준다는 발상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 건가.”

“그 할망구가 순 사기꾼이야! 어떻게 그렇게 한 푼도 안 남기고 다 가져갈 수 있지?”

“…….”

오스칼을 바라보는 레오의 눈빛이 차게 식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한숨을 내쉬고 앞서 걷는 그의 뒤통수에서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오스칼은 괜히 뒤통수만 긁적였다.

숲에서 빠져나와 묶어놓은 말을 찾자, 하늘은 빠른 속도로 어둑해졌다. 불빛 하나 없는 밤길을 말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신원불명의 남자들에게 외상으로 방을 내어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노숙뿐이었다.

“바람…… 정도는 피할 수 있겠군.”

마을 인근의 버려진 창고 건물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레오가 중얼거렸다.

밀 저장소로 쓰였던 것 같은 폐가는 군데군데 곰팡이가 슬었고, 지붕에 덧대어 놓은 널빤지 역시 여기저기 부서져 가여운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하, 하, 하!”

오스칼은 괜히 밝은 목소리를 내며 큰 소리로 웃었다.

레오는 대꾸도 없이 창고 건물 근처의 바닥에 주저앉아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드님 은근히 뒤끝 있는 성격이네.’

마음속으로 레오에게 불평을 늘어놓은 오스칼은 타오르기 시작한 작은 모닥불 옆에 털썩 주저앉아 온기를 쬐려 손바닥을 펼쳤다.

“넌 어떻게 이런 걸 다 할 줄 아는 거야?”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레오에게 오스칼이 말을 건넸다.

“기사단 일을 하다 보면 야영은 드문 일이 아니다. 넌 이렇게 밖에서 자 본 적이 없나 보군.”

“응, 사실 노숙은 처음이야.”

“괜찮겠나. 넌 험한 일에 익숙한 것 같진 않은데.”

레오의 시선이 모닥불의 온기를 나누어 받고 있던 오스칼의 손에 머물렀다.

확실히 고생스러운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희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남자치곤 작은 체구를 가진 녀석은 손도 자그마했다.

그는 오스칼의 손을 붙들었다. 작은 손이 레오의 큰 손바닥 안에 손쉽게 들어왔다. 자신이 이대로 손을 움켜쥐면 바스러질 것 같았다.

“으앗.”

갑작스러운 레오의 손길에 오스칼이 움찔거렸다. 그의 손은 그간 그가 살아온 삶만큼이나 거칠고 상처투성이였다.

“여기 멍은 아까 버드나무를 내리치며 생긴 모양이군. 그리고 베인 상처는… 기사단에 돌아가면 제대로 치료를 하도록 하지.”

고운 손에 남은 생채기에서 눈을 돌리자 목덜미에 난 가느다란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레오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남의 행복에는 그렇게 오지랖을 부리더니, 왜 본인 몸은 아끼질 않는 건지. 그가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올렸다.

“미안하다.”

“뭐가?”

밑도 끝도 없는 그의 사과에 오스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나 때문에 네가…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겪은 것 같아서.”

그의 눈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스칼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음…. 있잖아. 이럴 땐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될 거 같은데?”

오스칼이 푸스스 웃자, 레오가 멋쩍은 듯 뒷덜미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사실… 노숙을 한다고 네게 불평할 생각은 아니었다. 내겐 익숙한 일이니까. 그저… 네가 불편할 것 같아서.”

서툴게 해명을 하는 레오의 모습에 오스칼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다정한 말을 무심하게 하는 재주가 있네.

“너랑 같이 야영하는 것도 다 추억이지!”

남자주인공과 모험 중 야영이라니 확실히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 이 소설을 탈출하고 나면 그리워질 추억이 될 것이었다.

“넌 확실히 좀 이상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오스칼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레오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의 눈빛만은 온화하게 풀어져 있었다.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오스칼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레오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는 오스칼에게 이상하다는 말을 한 뒤로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레오는 여전히 그녀를 경계하는 것 같았지만, 오스칼은 어쩐지 레오가 싫지 않았다. 최애의 아들이기도 하고, 검술 실력도 뛰어나니까.

오스칼이 턱을 괴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혹시 부모님 얘기, 들은 적 있어?”

오스칼의 물음에, 불쏘시개로 모닥불을 이리저리 뒤집고 있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는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칼릭스 가문이나 왕실 근위대의 이야기는 두 분의 사정을 알고 있던 유모에게 들었지. 그 외엔 나도 남들이 알고 있는 만큼만 알 뿐이다. 어머니는 정체를 세상에 철저히 비밀로 하셨으니까.”

“어머니 이야기, 혹시 궁금하지 않아?”

오스칼이 눈을 빛내며 설레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 어머니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는 건가.”

뜻밖이라는 듯 대꾸하는 레오의 표정에는 순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오스칼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장난스럽게 레오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지! 난 네 어머니 친구 아들이잖아. 내가, 아니 우리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네 어머니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거든.”

오스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이야기, 견습기사 시절의 이야기, 세드릭 칼릭스를 만났던 시절의 이야기.

마치 주인공이 아주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았을 법한, 시시콜콜하지만 가슴 설레는 이야기들이었다.

레오는 오스칼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다른 사람의 입으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그의 표정이 왠지 먹먹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의 또래였을 때 겪었던 일들. 더 어린 시절에 겪었을 일들.

그는 모든 이야기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주의 깊게 들었다.

오스칼의 말이 끝나자 레오는 낮게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는… 근위대는커녕, 왕국 하급 기사단에서도 쫓겨난 내 모습에 실망하실지도 모르겠군.”

“아니, 전혀. 네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분이었어. 오히려 왕국 기사단에서 쫓겨났는데도 왕국민을 위해 기사단을 만든 널 분명 자랑스러워하실걸.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여스칼〉의 주인공이라면 분명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평생 그 이야기를 읽어온 자신이 장담할 수 있었다.

오스칼의 단호한 목소리가 그의 마음에 따뜻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토록 믿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가.

“네가 그렇게 말하니, 정말 내 어머니가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네 어머니랑 같은 이름을 가진 날 믿어봐.”

오스칼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레오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접혔다. 해사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기대하지 않았던 레오의 미소에 어쩐지 손발이 저릿했다. 오스칼은 낯선 감각에 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휘이잉-

때마침 불어온 차가운 밤바람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넋을 잃을 뻔했다. 오스칼이 어깨를 떨자 레오는 창고 건물로 그녀를 이끌었다.

모포 두 장을 이용해 능숙하게 한 사람 몫의 잠자리를 만든 레오가 입을 열었다.

“넌 여기서 자도록 해.”

“그럼 넌?”

오스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오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창고의 벽을 등받이 삼아 맨바닥에 자리를 잡고 몸을 기댔다.

야영을 예상하고 출발한 것이 아닌 탓에, 말에 실려있던 비상용 모포는 두 장뿐이었다.

오스칼이 쪼그리고 앉아 바닥을 만져 보았다. 늦여름이긴 했으나, 해가 져 열기가 식어버린 지면은 차가웠다.

“바닥이 차가워. 그냥 모포를 이렇게 펼쳐서 같이 누우면 되지.”

찬 바닥에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데. 남자주인공의 입이 돌아가서야 되겠는가.

오스칼이 부지런히 손을 꼬물거려 바닥에 포개어 깔린 모포를 넓게 펼쳤다. 그리고는 가장자리 쪽으로 바짝 당겨 누워 한 사람분의 공간을 만들었다.

“자, 여기 누워.”

그 모습에 레오가 피식 웃고는 오스칼이 만든 자리에 누웠다. 하여간 오지랖이 대단한 녀석이었다.

레오가 누운 것을 확인한 오스칼이 양손을 깍지 껴 뒤통수에 댄 채 반듯하게 누웠다.

여기저기 구멍이 난 창고의 지붕 사이로 별들이 반짝였다. 서울 하늘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어쩐지 설레는 광경에 미소가 떠올랐다.

레오가 눈을 감기 전, 자신의 옆에 누운 오스칼을 흘긋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오스칼의 목덜미에 닿았다.

짧은 머리카락 아래로 희게 드러난 오스칼의 목선은 사내 녀석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늘고 보드라워 보였다.

녀석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고왔다.

어쩐지 묘한 녀석이었다.

불현듯 바람이 불어 창고의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낡아 벌어진 나무 문틈 사이로 차가운 밤공기가 새어 들어왔다.

“에이취! 훌쩍.”

코끝에서 느껴진 냉기에 재채기가 찾아왔다. 오스칼이 코를 훌쩍거렸다.

“추운가….”

한참을 말이 없어, 잠이 든 줄 알았던 레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추우면 내 품에 안기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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