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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의 외전이 좀 이상합니다 (7)화 (7/138)

7화



 

오스칼의 황당한 소리에, 레오는 씹던 빵조각이 목에 걸려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호칭을 정정해 주려고 입을 열던 레오가 모양 빠지는 기침 소리를 냈다.

“지금 당장 가자는 건 아니니까 먹던 빵은 마저 먹어.”

“그,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반역을 하자는 뜻인가.”

레오의 눈가가 격렬한 기침으로 인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반역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국왕에게 당하고만 있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아?”

오스칼의 명랑한 목소리에 레오가 정신이 나간 사람을 보듯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내게 진짜 반역자가 되라는 건가?”

“폭군을 몰아낸다고 생각하면 어때? 세상은 폭군의 목을 따는 걸 반역이라고 하지 않아. 혁명이라고 부르지.”

오스칼의 말에 레오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반역자의 후손은 왕을 몰아낼 명분도, 지지세력도 얻지 못할 거다.”

레오가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오스칼은 처음부터 레오가 그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눈을 빛냈다.

“그래서, 우리는 칼릭스 공작가의 반역 누명부터 먼저 벗길 거야.”

레오의 눈이 한번 커졌다가, 이내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오스칼은 그가 평생을 염원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일을 마치 앞마당에서 사과라도 따오자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있었다.

“내겐 중요한 문제야. 장난처럼 취급할 문제가 아니다.”

오스칼은 레오의 경고에도 자신만만한 표정을 했다.

칼릭스 공작가가 반역 누명을 쓰게 된 것은 원작의 메인 사건 중 하나로 본편에서 아주 상세히 다룬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칼릭스 공작가의 인장을 위조해서 근위대장인 네 아버지가 근위대를 이용해 왕을 죽일 음모를 꾸민 것처럼 증거를 조작한 거야. 게다가 근위대원 중 한 명이 그게 사실이라고 위증까지 했고.”

원작에서 묘사된 국왕은 은근히 칼릭스 공작가의 권세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공작가가 왕좌를 탐내는 것은 아닐까 내심 전전긍긍하던 국왕은 조작된 증거에 판단력이 흐려져 가주와 세드릭을 감옥에 가두었다.

그것이 장차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길인 것도 모른 채.

결국, 유능한 근위대장과 충신 가문을 자기 손으로 쳐낸 국왕은 이교도와 손잡은 이복 동생에게 배신당하고 말았다.

그 사실을 네가 어떻게 아느냐는 듯한 레오의 의심 어린 표정에 오스칼은 뜨끔하며 말끝을 흐렸다.

“…뭐 아버지께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내 가설이지만…?”

“그게 사실이라 해도 날 이렇게까지 도우려는 이유가 뭐지? 계획이 실패하면 너 역시 무사하지 못할 텐데.”

“그야, 너는 내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거든.”

‘날 현실로 보내 줄 이 소설의 주인공이니까!’

예상치 못한 오스칼의 대답에 레오가 오스칼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입을 열었다.

“가설만으론 안 돼. 네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라도 있는 건가?”

레오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오스칼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저만 믿으세요. 아드님. 제가 바로 〈여스칼〉의 넘버원 애독자거든요.

***

레오와 오스칼은 라인하트의 수도 시에나에서 가장 어두운 골목 앞에 섰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빛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음습한 골목 안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쳐다보지도 않을 음침한 골목 어귀에서 오스칼은 심호흡을 한 번 했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골목 안으로 발을 옮겼다.

오스칼이 골목 가장 안쪽의 검은 오크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레오가 한쪽 눈썹을 치켜뜨고는 미심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샤무아’가 아닌가?”

‘샤무아’는 라인하트 왕국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왕국의 악명 높은 정보 조직인 샤무아는 그 대단한 명성과는 달리 그 누구도 그것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 조직의 수장이란 자는, 세간에서 ‘불길한 자’로 알려진 자였다.

“맞아, 여기서 내 가설의 증거를 찾을 거야.”

“샤무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긴 한 건가? 그 수장은 만만한 자가 아니다. 증거를 줄 리도 없고, 설령 준다고 해도 ‘대가’로 무엇을 요구할지 모른다.”

‘아무렴 내가 그런 것도 모르고 여기에 왔겠어.’

오스칼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샤무아의 정보를 원하는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돈, 물건, 심지어는 사람의 영혼까지, 치를 수 있는 대가는 다양했다.

대가의 가치를 셈하는 것은 샤무아의 수장이었다. 물론 얻고자 하는 것의 가치가 높을수록 대가는 컸다.

오스칼은 레오의 걱정을 뒤로하고 천연덕스럽게 레오를 불렀다.

“레오, 잠깐 칼 좀 빌릴게.”

“너…… 지금 이게…….”

가차 없이 자신의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낸 오스칼이 문 위에 피를 문질렀다. 샤무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피를 바쳐야 했다.

레오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검은 문이 스르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자그마한 남자가 그들을 맞이했다.

“샤무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샤무아의 주인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두운 골목의 작은 문 뒤에 숨겨져 있던 공간은 그 음침한 골목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모습이었다.

크고 웅장한 복도의 벽면은 금으로 칠해져 번쩍거렸으며, 벽면에 매달린 붉은색 벨벳 태피스트리에서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샤무아의 사용인으로 보이는 키 작은 남자는 그들을 어두운 응접실로 안내했다.

이제 곧 〈여스칼〉의 등장인물 중 하나인 샤무아의 수장, ‘클로드 드보이스’를 만나게 될 것이었다.

클로드 드보이스, 그는 흑마법이 존재하는 〈여스칼〉 세계관에서 가장 강력한 흑마법사였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왕국의 은밀하고 지저분한 일을 처리해온 그는, 그 누구보다 위험한 인물이었다.

사실 원작 내에서 그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칼릭스 가의 반역 누명에 필요한 조작된 증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 외에는 딱히 등장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오스칼이 그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는 까닭은, 〈여스칼〉의 작가가 아무도 관심 없는 조연의 설정에도 온갖 TMI를 갖다 붙여 설명하는 설명충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스칼이 클로드에 대한 원작의 묘사를 떠올렸다.

‘그는 달빛 같은 은색 머리칼과 핏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달빛 같은 은발이라는 게 대체 어떤 걸까.’

그를 대면하기 전 오스칼이 침을 꿀꺽 삼켰다. 비록 조연이긴 하지만 원작에 등장한 인물을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응접실에 들어서자, 크고 고풍스러운 원목 책상 뒤로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유서 깊고 악명 높은 정보상의 수장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남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의 길고 풍성한 은발이 황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와…. 정말 달빛 같네.”

어두운 밤하늘에 떠오른 달처럼 빛나는 그의 신비로운 머리칼 색을 직접 마주한 오스칼은,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감탄했다.

어둠 속에서 붉은 시선이 오스칼을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서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그의 얼음장 같은 표정이 잠깐 흔들렸다고 생각한 것은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어둠 때문이었을까.

그가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응접실이 밝아졌다. 갑자기 환해진 시야에 오스칼이 눈을 찌푸렸다. 찡그린 오스칼의 시야에 클로드의 창백한 피부, 날카로운 눈매, 색정적인 입술이 들어왔다.

원작 이후 25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외관은 〈여스칼〉에서 묘사된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저래 보여도, 저 남자가 500살은 훌쩍 넘었단 소리지.’

맞게 찾아왔다는 생각에 오스칼이 입꼬리를 올렸다.

클로드는 눈동자만 움직여 천천히 두 사람을 훑듯이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침내 그의 시선이 오스칼에게 머무르자, 오스칼이 몸을 흠칫 떨었다.

분명 자신을 처음 볼 것이 분명한 그의 눈빛이 왜인지 마치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듯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눈빛이… 역시 샤무아 수장이라는 건가…?’

오스칼은 범상치 않은 클로드의 분위기에 기죽지 않으려 어깨를 바로 폈다.

“그래서, 당신들은 무엇을 거래하러 왔지?”

마침내 오스칼에게서 시선을 거둔 그가 차갑고 느릿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바라던 질문이었다. 오스칼은 클로드의 기세에 눌리지 않겠다는 듯,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말했다.

“25년 전 샤무아가 칼릭스 공작가의 반역 증거를 조작하기로 한 계약서. 그리고 계약자의 피를 받으러 왔다.”

“푸흡.”

오스칼의 말에 남자가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샤무아의 악명은 그들의 독특한 거래 방식에서 유래했다.

주고받을 것이 정해지면 그들은 ‘피의 맹약’을 맺었다.

그것은 계약자가 계약 내용을 발설하거나, 위반할 시 계약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맹세로 강력한 흑마법이 얽힌 계약이었다.

그들은 그런 맹약의 비밀을 담보하기 위해 기묘한 마법을 사용했다.

거래의 내용을 기록한 계약서에 계약자의 피를 떨어뜨리고 마법을 걸면 계약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백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계약자의 피를 떨어뜨려야만 계약 내용이 계약서 위로 드러났다. 그래서 샤무아는 모든 계약자의 피를 보관하고 있었다.

원작에서 칼릭스 가에 누명을 씌울 증거를 조작한 것도, 모두 누군가와의 맹약에 따라 샤무아가 실행한 일이었다. 오스칼이 원작을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그러니 그 계약서만 찾으면 칼릭스 가의 누명을 벗길 수 있겠지.’

오스칼의 말을 듣고 비릿한 웃음을 짓던 남자는 천천히 책상 한편에 놓인 시가를 집어 들어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시가에서 내뿜는 연기가 방안을 뿌옇게 채웠다.

오스칼은 독한 시가 향에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간신히 참았다.

“웃지만 말고 대답을 해.”

“네게 순진하다고 말해 줘야 할지, 멍청하다고 말해 줘야 할지 고민 중이었거든.”

클로드의 목소리에는 빈정거림이 묻어있었다.

“아마 둘 다 아닐걸.”

오스칼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클로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비밀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보상에게 계약에 대한 정보를 넘기라는 건가?”

“그것도 정보니까. 무슨 정보든 대가만 합당하다면 넘기는 게 샤무아의 원칙이잖아?”

오스칼의 당돌한 말에 클로드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클로드가 의자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올려 오스칼을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손아귀에 쥐고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은 가냘픈 녀석이 저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맞선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재미있는 말이군.”

클로드가 다시 한번 시가를 깊이 들이마셨다가, 가소롭다는 듯 오스칼이 서 있는 방향을 향해 연기를 뿜어냈다.

“좋아, 당신 말대로 계약에 대한 정보 역시 샤무아의 정보라고 하지. 하지만 과연 당신이 그 정도로 가치 있는 대가를 내게 줄 수 있을까? 물론 그 정보의 가치는 네 보잘것없는 목숨보다 훨씬 대단한 것이지.”

그의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음성이 방안을 채웠다. 허락할 수 없는 정보를 원했으니 목숨을 바칠 각오쯤은 하라는 듯한 무언의 협박이었다.

“내 목숨을 대가로 할 생각 따윈 없어. 내 목숨값은 비싸거든.”

“그럼 난 네게 받을 게 없을 것 같은데.”

클로드의 붉은 눈이 재듯이 오스칼을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오스칼은 그 시선에 기죽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쳐들었다. 오스칼에게는 그녀만의 확신이 있었다.

“네 심장은 어때?”

그 말에, 얼음장처럼 서늘하던 그의 눈이 타오를 듯 짙어졌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달리하는 클로드를 바라보며 오스칼은 여유롭게 씨익 웃었다.

‘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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