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화
부스스. 잠이 깼을 때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있었다.
너무나도 포근하고 익숙한 향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라이언?”
“……별궁에 다 왔어.”
아무래도 열이 심해져서 잠깐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네 등,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
“열이 그렇게 심하면서, 내가 찾으러 가지 않았으면 어쩌려고.”
“미안해.”
목이 따가워서 말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래도 이 말만은 해야 한다.
“고마워. 사랑해, 라이언.”
“너는 정말.”
미나가 부랴부랴 옷을 벗기고 식은땀에 젖은 몸을 닦아 주었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누운 후에야 라이언은 다시 얼굴을 비췄다.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그냥 좀. 아무것도 아니야.”
“대공 전하께 말씀드려야겠어.”
“그러지 마.”
미나라면 어떻게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지만 라이언에게는 그럴 수 없다.
이 애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어제 일을 털어놓았다.
“어떻게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수 있어. 해낼 수 있다고 믿으니까 한 거야.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
“……대공비 전하의 죽음을, 네가 직접 보러 가겠다고?”
황당해하는 라이언의 반응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나도 양보할 수는 없다.
“늘 궁금했어. 아빠는 왜 그렇게 죽음의 위협을 당했던 건지, 언니를 노린 사람은 누구였는지. 왜 그리도 왕실을 미워하는 건지.”
“몽펠리에 후작의 짓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잖아.”
“그 사람이 왜 그리도 날 미워한 건지, 엄마를 진짜로 해친 사람이 따로 있는 거라면 나는!”
울컥, 솟아난 눈물이 내 것인지, 이 몸의 주인인 아스타로테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만 없었더라면, 엄마가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끝없는 비극을 반복하며 언제나 묻고 싶었다. 어째서 운명은 이토록 가혹한 건지, 수없이 이어지는 배신과 모략에 휩쓸리며 수없이 죽음을 반복했다.
더는 그렇게 살 수 없다.
“확실하게 매듭짓고 싶어. 그렇게 해야 나는…….”
[(new)서브 퀘스트 ― 망토의 시련 Ⅳ]
엄마를 죽인 범인을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