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애초에 지금은 겨울이 아닌데, 겨울잠을 주무신다고요?”
“안 그래도 마법부에 사고가 난 모양이야.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푹 자 두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너무 당당하게 늘어놓으면 오히려 할 말이 없어진다.
미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입도 다물지 못했다.
“아니, 대체 그게 무슨…….”
“일주일 정도 푹 잘 거니까, 절대 누가 와도 깨우지 마.”
라이언에게는 직접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걸 라이언에게 전해 줘.”
라이언만은 절대로, 미나의 변명만 듣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나는 편지를 써 놓고 곧장 잘 준비에 들어갔다.
밥도 많이 먹고 목욕도 하고 포근한 이불에 몸을 맡긴 채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정말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아무래도 말린 기분을 지울 수 없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뀨.”
“나는 괜찮아.”
꼬마 라이언이 복슬복슬한 털을 비비며 내 품으로 들어왔다.
나는 자그마한 아기 여우를 꼭 끌어안은 채 눈을 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 * *
죽은 듯이 잠든 아스타의 상태를 불과 사흘 만에 들키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더냐!”
“송구하옵니다, 대공 전하.”
대공의 분노는 미나에게 쏠렸지만 그를 막아선 것은 라이언이었다.
“아스타에게도 사정이 있을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공작. 지금 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겁니까!”
“궁의는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했습니다. 잠들기 전에 식사도 잔뜩 했다고 하고, 정말로 푹 자고 있는 게 맞습니다.”
“남의 일처럼 잘도 말하는군.”
가시가 돋은 대공의 발언에도 라이언은 일말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이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는 그 역시 대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푹 잠들면 분명 온갖 소문이 돌 거야. 거기에서 몽펠리에 후작 부부나, 내 어머니에 대한 것을 찾아 줘.]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라이언이 분노한 대공을 어르고 달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그렇게 닷새째 되던 날, 슈덴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테세우스는 심드렁한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스타로테가 또 이상한 짓을 시작한 모양이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갑자기 겨울잠을 잔다면서 별궁에 틀어박혔어. 오늘로 벌써 닷새째라고 해.”
“어찌 그런, 누군가 아스타로테 님을 해친 겁니까?”
“소문만 무성하지. 그래서 그런지 대공비가 죽은 일도 다시금 귀족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고.”
아스타의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지만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귀족들도 함께 술렁이고 있다.
“대체 뭘 알고 싶은 건지.”
혀를 쯧, 하고 차고서 테세우스는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그때 세드릭이 테세우스를 찾아왔다.
“형님, 아스타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고 해요.”
“너무 걱정하지 마. 아마 곧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는 그 천진난만한 얼굴로 사람들 속을 뒤집어 놓을 테니까.”
“어떻게 그런 말씀을, 아스타가 너무 가여워요.”
울먹이는 동생을 내버려 두고서 테세우스는 추가 서류를 준비했다.
“이것들은 아버님과 어머님의 혼인과 관련된 기록들이야.”
“그건 왜요?”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걸, 아버님께서 막지 않으시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예?”
만약 후작 본인이 배후라면 조사 자체를 허락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테세우스며 세드릭까지 매달려 있음에도 아버지인 후작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버님은 왕실이 대공비를 죽였다고 오해하고 계셨던 모양이야.”
“그건…….”
슈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카이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몽펠리에 후작이 눈에 띄게 협력적으로 변한 것도 아스타로테 님의 공이 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