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107)화 (107/123)
  • 제107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

    이를 바득바득 가는 나를 두고 세드릭은 의아한 듯 물었다.

    “……우리 형을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싫은 데 이유가 어딨어?”

    “신기해서 그러지. 아버지도 그렇고, 우리 저택에서 형을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 이슈발만 빼고.”

    뭐든 다 잘하는 가문의 자랑이자 모두의 기대를 받는 차기 후작.

    왕녀가 돌발 발언을 할 때마다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솜씨가 대단하긴 했다.

    하지만, 능구렁이같이 빠져나가는 점이 얄밉다고 해야 할지…….

    “그런 거 있잖아. 분명히 문제가 될 부분 같은데, 말솜씨로 어떻게든 잘 넘어가는 게 얄미운 거.”

    “아스타가 그러는 것처럼?”

    “뭐라고?”

    갑자기 나를 걸고넘어지니 일단 짜증부터 내긴 했지만, 세드릭의 말을 듣고 보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아무래도 나는 그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몰라.’

    일종의 동족 혐오랄까.

    그나저나 저 두 사람 참 잘도 돌아다니고 있다.

    “왕녀가 인기가 많긴 하네.”

    “저런 능력을 처음 봐서 그런 거 아닐까?”

    왕녀의 신비한 능력에 테세우스의 적당한 개입까지 둘이 시너지를 내며 어느새 연회는 왕녀의 홍보 파티처럼 되어 버렸다.

    “저건 좀 문제가 있지.”

    아무리 신비한 능력을 갖췄어도 처세술 쪽은 꽝이다.

    아까 내가 도와 달라고 물어봤을 때도, 스스럼없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엉뚱한 생각에 이용당하기라도 한다면…….

    ‘거품을 좀 빼 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최대한 조용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내 고민이 무색하게도 아까 귀걸이를 찾아 준 이후로 왕녀 주변에는 사람들이 훨씬 늘어났다.

    역시나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사고가 일어나는 법이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넌 여기서 기다려.”

    나는 세드릭을 두고 미나와 함께 소란스러운 현장으로 향했다.

    * * *

    “그러니까, 왕녀께서는 지금 제 아내의 운명이 저 사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것이 말입니다.”

    살벌한 공기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테세우스, 자네는 가만히 있게. 왕녀 전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게다가 어쩐지 이번에는 테세우스의 방어 작전도 영 쓸모가 없다.

    “아스타로테!”

    연회장에 다시 발을 들이자마자, 메리와 케이트 쌍둥이 자매가 쪼르르 달려와 내게 사정을 들려주었다.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지.”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왕녀의 다우징 실력으로 이야기가 오가던 중,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왕녀의 곁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남편은 너스레를 떨며 왕녀에게 물었다.

    ‘아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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