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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104)화 (104/123)
  • 제104화

    내 명령이 내려지기 무섭게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죠?”

    환하게 웃는 내 미소에 마법부 수장의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아무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권력자란 이런 거란다. 나는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를 그렸다.

    * * *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역시나 금서에 손을 댄다고 하니 바로 폐하의 호출이 이어졌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서 폐하를 만나러 갔다.

    “무슨 일이세요?”

    “무슨 일인지는 네가 더 잘 알 텐데.”

    근엄한 폐하의 말씀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시치미를 떼는 걸 본 폐하는 결국 직접 내게 문제를 던져 주었다.

    “……마법부에서 보고가 올라왔더구나. 자질 넘치는 스승을 붙여 주겠다 했음에도 네가 거절했다고.”

    “제가 원한 스승이 있었음에도 엉뚱한 사람을 들이밀었으니까요.”

    “자질이 부족한 자를 고집하니 그랬을 테지.”

    “기회가 부족한 건 아닐까요.”

    한마디도 안 지는 내 모습에 폐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법부의 질서라도 개편해 보겠다는 것이더냐.”

    “기회를 두루두루 줘 보자는 거예요. 이번 경매가 끝나기 전까지 제대로 뭔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땐 선생을 바꾸도록 할게요.”

    “……대신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은 내버려 두라는 거지?”

    “말씀드렸잖아요. 기회를 주자고.”

    “대체 무슨 마법을 익히고 싶기에 그러는 것이야.”

    역시나 폐하는 숨겨진 내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냈다.

    내가 왜 마법을 배우고자 했는지 폐하는 아직 모른다.

    “……엄마가 보고 싶어요.”

    “뭐?”

    “그런 마법이 있다고 해요. 시간을 거슬러서 찰나의 순간이라도 과거를 엿볼 수 있는.”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보고 온 넬이 바로 복수를 하러 간 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연인인 내게 몇 번이나 신호를 줬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대로 갚아 줘야지. 처절하게 후회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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