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100)화 (100/123)

제100화

“뭐?”

금세 날카로워져서는 눈까지 부라리는 아빠를 앞에 두고도 라이언은 차분히 자기가 할 말을 다 했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 대공 전하 다음으로 아스타를 아끼는 사람은 저일 거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내 다음으로?”

아빠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앞에 두고 라이언은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사냥 대회를 떠올려 주십시오.”

아빠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던 일을 기억해 달라고.

죽을 뻔했던 순간을 돌이키며 라이언은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어찌 감히 제가 그 사랑을 이기기를 바라겠습니까.”

다분히 진지한 라이언의 목소리는 더없는 진심을 담았다.

“공작…….”

아빠는 이런 거에 약한데, 라이언은 망설이지 않고 빈틈을 파고들었다.

“과분한 영광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저로 인해 두 분의 사이가 갈라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어?”

“전하께서 그리도 제가 싫으시다고 하니 저는 이만 그라나다로 돌아가겠습니다.”

갑작스런 말에 아빠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두 팔을 버둥거리며 라이언을 막았다.

“아니, 잠깐만.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누가 뭐라고 해도 라이언은 위기의 순간 몇 번이고 나를 도와준 은인이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라이언을 홀대하는 것도 모자라 막무가내로 수도에서 쫓아내는 게 되어 버리니까.

“싫어, 가지 마. 라이언!”

어딘지 모르게 연극 톤이 가득한 내 외침이지만 눈치 없는 아빠는 거기까지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없다.

“대공 전하.”

거기에 부채질하는 미나까지.

“그래! 내가 졌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빠는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속함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아빠.”

훌쩍훌쩍 우는 아빠를 앞에 두고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흑.”

“아스타는 아빠를 정말로 사랑해요.”

아무래도 가출 선언은 아빠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니까,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활짝 웃는 내 미소에 아빠는 나를 더욱 강하게 부둥켜안았다.

“아스타는 엄마를 점점 더 많이 닮아 가는구나.”

“정말요?”

“그럼. 아주 가끔 보여 주는 미소가 정말로 예뻤단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하다. 엄마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던 걸까.

“아빠가 이렇게 우는 걸 보면 엄마도 슬퍼하실 거예요.”

“……바보 같다고 했겠지.”

“엄마가 아빠한테 바보 같다고 했어요?”

“그럼. 스무 번은 넘게 들었지.”

“하지만 그런 아빠랑 엄마 사이에서 이렇게 귀여운 아스타가 태어났잖아요.”

“……그럼. 아스타는 아빠와 엄마의 보물이니까.”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아빠는 또다시 어른의 얼굴로 돌아갔다.

이제는 제법 자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시간이 참 빠르구나.”

오만 가지 감정이 녹아든 그 한마디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 걸까.

가볍게 상황을 정리하고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나 절도 있는 교제를 할 것. 결혼은 무조건 성인이 된 후에 해야 하니까.”

단언하는 아빠의 말에 나도 라이언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침 해가 밝고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라이언은 폐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고 나는 왕비궁으로 향했다.

“이따가 봐.”

“응.”

갈림길에서 아쉽게 손을 놓고도 내 입가에선 좀처럼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내 모습을 미나는 그저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좋으세요?”

“응. 정말 행복해.”

왕비궁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미소를 삼키고 의젓하게 섰다.

“몽펠리에 후작의 집에 방문했었다면서요.”

“네, 많은 걸 알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왕비님을 앞에 두고 나는 드디어 4번째 키워드를 꺼냈다.

“엄마를 괴롭게 한 건 역시나 [이슈발의 정체] 때문이었겠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음이니.”

마음속 자물쇠가 터지고 왕비님은 깊은 한숨을 쉬며 그의 정체에 대해 알려 줬다.

“이슈발은 사실 후작이 아닌, 선대 후작의 사생아란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사고를 치고서 아들의 자식인 척했다는 건데…….

“그럼 엄마와 약혼이 깨진 건!”

“두 사람의 불화가 표면상에 드러났을 때, 할슈타인 대공이 개입해 버린 게 문제였지.”

오해를 풀었다면, 아니 두 사람의 불화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더라면.

정말 어쩌면 화해의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왕족이 개입하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위태롭다는 소문이 돌 즈음, 어린 대공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호감을 드러냈지.”

“그래서…….”

“그 일을 계기로 선대 후작은 파혼을 결정해 버린 거고.”

어른들의 뜻에 왕실까지 개입해 버린 상황에서, 몽펠리에 후작은 졸지에 파혼까지 당했단 건데.

‘아빠를 그렇게 미워한 이유가 이거였냐고…….’

유독 미련이 뚝뚝 흘러넘치던 후작의 눈빛은 여전히 기억이 난다.

“아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요?”

“자각이 없을 테지요. 그때도, 지금도.”

참으로 복잡하게 얽힌 어른들의 사정에 내 새우등이 터졌단 거다.

“그리고 얼마 후, 지금의 몽펠리에 후작은 선대가 정해 준 여인과 혼인을 했습니다.”

“안 그래도 만나 뵀어요.”

드디어 마지막 키워드를 내밀 때가 왔다.

“상태가 어떻던가요.”

“[후작 부인의 병]은 꽤 심각했어요. 절 엄마로 착각한 것 같았거든요.”

“그건…….”

마지막 자물쇠가 터지며 드디어 모든 실마리를 손에 넣었다.

“후작은 여전히 엄마를 잊지 못했고, 후작 부인은 그런 남편을 보며 마음의 병이 생긴 거군요.”

왕비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일로 몽펠리에 가문과 왕실의 사이가 소원해졌지요.”

[(완료)히든 퀘스트 ― 몽펠리에의 아내]

칭호 <가쉽걸> 획득

히든 보상 : [예술] 75(▲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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