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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99)화 (99/123)
  • 제99화

    잠버릇이 나쁜 아스타로테의 종아리에서 서둘러 손을 떼고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분명…….”

    “뀨?”

    아기 여우가 그를 알아본 듯 다가와 팔에 머리를 쓱쓱 비볐다.

    새근새근 잠든 그녀를 내려다보며 라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여기에…….”

    기억을 되돌리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머리맡에 놓인 물을 한 잔 마시고 그는 잠든 아스타를 가만히 바라봤다.

    설마 이게 꿈이라면 장난이 너무 심한데…….

    무슨 꿈을 꾸는 건지 그녀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댄스 연습은 이제 그만…….”

    “정말 어지간히도 하기 싫었구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정말로 즐거워 보였는데.

    아스타는 오히려 레이디 놀이가 적성에 맞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헤, 헤헤헤…….”

    한참 울상을 지을 때는 언제고 아스타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해맑게 웃는 그녀의 앞머리를 살짝이 쓸어 넘기고서 라이언은 가볍게 입을 맞췄다.

    “역시 웃는 얼굴이 훨씬 예뻐.”

    국왕 로드리고가 그랬던 것처럼, 이 틈을 타 라이언은 헤실헤실 웃고 있는 아스타의 뺨을 살짝이 꼬집어도 봤다.

    말랑말랑 부드러운 감촉이 예사롭지 않다.

    “후…….”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니 문 앞에는 미나와 그의 부하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기억이 안 나시는 겁니까?”

    “나는…….”

    “기절하셨어요. 아가씨를 보자마자.”

    “폐하께 인사도 못 드린 것 같은데…….”

    이미 밤이 저물었으니 그 또한 법도에 어긋난다.

    “일단은 식사부터 하시지요.”

    주인이 의식을 차리지 못하니 부하들까지 내리 굶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아는 미나는 기다렸다는 듯 더없이 푸짐한 식사를 내주었다.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었다가는 우리 아가씨께 혼쭐이 날 거라서요.”

    그 이야기를 하며 라이언에게는 특별히 스테이크 한 점을 더 가져다줬다.

    “이건.”

    “우리 아가씨는 울리지 말아 달라는 뇌물이에요.”

    “……울리다니?”

    “아가씨의 마음은 알고 계시죠?”

    그 아가씨에 그 시녀라고 해야 할지, 미나의 돌직구에 라이언의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꿈인 줄 알았는데.”

    “식사를 마치시면 아가씨를 깨워 주세요. 아마 곧 대공 전하께도 소식이 닿았을 테니까요.”

    “콜록, 콜록.”

    대공과 맞대면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먹던 게 다 체할 지경이지만 라이언은 억지로 꼭꼭 씹어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삼켰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그래도 좋다.

    침실로 돌아오자 아스타로테는 라이언이 두고 간 베개를 꼭 안고서 잠이 들었다.

    “아스타.”

    톡톡, 부드럽게 어깨를 두드려 봐도 좀처럼 잠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레 좀 더 다가가 어깨를 잡는데 갑자기 아스타의 눈이 번쩍 떠졌다.

    “내가 또 당할 거 같아!”

    우당탕 소리와 함께 라이언의 몸이 먼저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급하게 낙법을 쓴 덕분에 다행히 아스타는 바닥에 부딪히지 않을 수 있었다.

    “으…….”

    채 만지지 못한 뒤통수가 욱신거렸다.

    “이번에는 절대 그냥 당해 주지 않을…… 라이언?”

    * * *

    잠에 빠진 라이언을 지켜보는 건 퍽 즐거운 일이었다.

    뺨도 꼬집고 꼭 껴안아 보기도 하고 장난스레 뽀뽀도 해 보고.

    “아우, 나 어떡해!”

    너무 좋아서 데굴데굴 뒹굴다 옆에서 그대로 잠이 든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 갑자기 잠결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제는 익숙해진 아기 여우와는 명백히 다른 움직임에 나는 본능적으로 반격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절대 그냥 당해 주지 않을……!”

    우렁차게 외치며 반격에 들어갔는데 날 끌어안는 자세가 심히 안정적이다.

    이건 설마…….

    “라이언?”

    “이번에는?”

    코앞까지 얼굴이 밀착되는 바람에 서로의 호흡이 느껴질 정도인데.

    그러고 보니 아직 라이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말이야.”

    눈치가 어지간히도 빠르다 보니 뭐라고 변명할 거리를 찾기 어렵다.

    “그나저나 이 자세 불편하지 않아?”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애초에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것도 모자라 바닥에 눕고 내가 그 위를 덮치는 모양새가 됐으니까.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나 보려 했지만 라이언은 내 수법에 넘어가지 않았다.

    “무슨 일을 당한 거야?”

    불편한 자세조차 아랑곳하지 않고서 라이언은 내 어깨를 잡았다.

    “아니, 나는 그냥…….”

    너무 심각한 표정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새하얗게 질린 라이언의 추궁에 나는 필사적으로 두 팔을 버둥거렸다.

    “그러니까, 이거 좀 놓고 얘기를.”

    할슈타인 대공이 [자녀안심 서비스 Lv.5]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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