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96)화 (96/123)

제96화

“뭐라고?”

내 우렁찬 고함 소리에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비록 식사 테이블에는 우리 둘만 앉아 있어도 주변에는 식사 시중을 드는 후작가의 시종과, 내 호위를 맡은 디오니스 경과 미나를 비롯한 시녀들까지.

수많은 시선에 나는 헛기침을 했다.

“잠시 자리를 물려 줘. 세드릭과 긴히 할 얘기가 있어.”

“하오나…….”

“나는 괜찮아요.”

디오니스 경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리에서 내 쪽을 지켜보는 걸로 타협점을 찾았다.

그렇게 듣는 사람이 없어진 후에야 나는 되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아버지랑 나는 하나도 안 닮았잖아.”

지금이야 얼굴만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첫눈에 반하게 만들 만큼 반짝이는 미소년 세드릭이 후작의 친아들이라는 것에 진심으로 놀랐으니까.

“그러니까. 아무런 근거도 증거도 없이 너 혼자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어릴 때 어른들끼리 얘기하는 것도 들었어. 난 분명 어머님이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하여튼, 대체 애들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고 다닌 건지.

나는 머리를 짚고 진지하게 되물었다.

“증거 있어?”

“그게…….”

“애초에, 너희 아빠한테 확인한 내용이 맞아?”

후작이 설마 자기 친아들도 아닌 세드릭에게 공을 들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 걸 어떻게 물어봐.”

“누가 봐도 넌 너희 아버지 아들인데,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바로 그때 몽펠리에 후작이 다시 돌아왔다.

“……아스타.”

조용히 해 달라고 눈짓을 보내지만 이런 건 말을 빙빙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고 식사가 다시 시작됐다.

우아하게 포도 주스를 와인 마시듯 한 모금 넘기고서 나는 후작에게 대놓고 이야기를 꺼냈다.

“누가 세드릭에게 후작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헛소리를 한 모양이라서요.”

‘아스타!’

비밀을 누설하면 호감도 –100을 각오해야 한다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냥 놔둘 수는 없다.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예상대로 후작은 정색하며 눈을 찌푸렸다.

“옆에서 보면 두 사람 다 콧날이 똑같이 생겼는데, 제가 다 어이가 없는 거 있죠?”

“귀담아들을 가치조차 없습니다. 세드릭은 제 할머님을 빼닮았으니까요.”

“하, 할머님이요?”

이건 나도 세드릭도 몰랐던 사실이라 둘 다 깜짝 놀라 버렸다.

“미모가 출중하셨기에, 저 멀리 다른 나라에까지 소문이 자자하셨던 분이지.”

쉽게 믿지 못하는 세드릭을 두고 몽펠리에 후작이 집사를 불렀다.

“영지 별관에 그분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을 텐데?”

“……복원 작업이 필요하다고 해서 창고에서 보관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주인님.”

“다시 복원가를 찾아보지. 두 번 다시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귀족들에게 보여 줘야겠군.”

“……아버지.”

세드릭이 감동에 젖어 있는 사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부드러운 고기를 한입 베어 물고 꼭꼭 씹었다.

“음. 요리가 참 맛있네요.”

“입에 맞으신다니 다행이로군요.”

오해가 풀리고 다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오늘 이렇게 초대해 줘서 고마워, 세드릭.”

어디까지나 후작의 허락을 받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나를 초대한 주체는 세드릭이다.

후작이 보는 앞에서 나는 그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사교계에 데뷔하면서 세드릭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러셨습니까.”

“훌륭한 아드님을 둬서 기쁘시겠어요.”

다분히 계산적인 내 멘트에도 불구하고 후작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잔뜩 긴장한 아들을 바라보며 그는 내 말에 동의했다.

“……제게도 자랑스러운 아들입니다.”

입발림으로 하는 말이더라도 세드릭이 감동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럼 세드릭, 손님을 잘 모셔야 한다.”

“예, 아버지!”

“그럼 저는 이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디저트가 나오기 전 덕담을 건네고서 후작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스타는 복숭아 셔벗을 좋아하지? 우리 셰프가 정성 들여 만들었어.”

“어머, 맛있겠다.”

달콤한 과즙을 맛있게 즐기는 사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미나가 돌아왔다.

“아가씨, 오늘 주무실 방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손님방까지 내주고, 정말 고마워.”

자고 오라는 퀘스트는 정말 어떻게 달성하나 아득하기 그지없었는데 웬일로 이 문제도 세드릭이 먼저 나서서 해결해 줬다.

“깊은 밤에 귀한 손님을 돌려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

“정말 믿음직스러워.”

“나야말로 내 고민을 이렇게 말끔하게 해결해 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의 칭찬에 감격한 세드릭 몽펠리에의 호감도가 5 상승합니다.

세드릭 몽펠리에의 호감도 : 80(▲5)/10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