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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93)화 (93/123)
  • 제93화

    쉬운 길과 어려운 길.

    둘을 놓고 굳이 어려운 길을 찾아서 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 기준은 다르다.

    “몽펠리에 후작의 도움을 받으면 귀족들의 협조도 쉽게 받을 테니 편하겠죠.”

    폐하가 왜 이런 말씀을 하는 건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네가 힘든 길을 걷기를 바라지 않는단다.”

    왕비님마저 떠난 후에도 폐하는 1년 정도 어떻게든 버텨 보기 위해 애를 썼었다.

    폐하가 그렇게 외로운 싸움을 이어 나가야 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

    홀로 남은 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선왕께서는 예고도 없이 심장이 멈춰 돌아가셨지. 네 아버지는 지금의 네 나이쯤에 아버지를 잃었지.”

    “폐하.”

    “그래도 나는 성인이었으니 버틸 만했다. 왕비의 가문도 그때는 제법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그래 봐야 폐하 역시도 아직 20대 중반 정도.

    고작 그 정도 나이에 폐하는 아직 어린 동생을 지키는 건 물론,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

    “왕의 길은 외로운 법이야.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어.”

    “……후회하시는 건가요?”

    내 물음에 폐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면 결국은 최선의 길을 택해야 한다.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말해 보거라.”

    “우선 첫 번째. 폐하는 외롭지 않아요.”

    “무어라?”

    “생각해 보자구요.”

    왕비님이 굳건히 계시고, 비록 빌헬름 오라버니가 없다 하나 플로리아 언니도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사랑함에 마지않는 늦둥이 동생, 우리 아빠는 지금도 무사히 살아 폐하의 약점인 재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거기다가. 이렇게 귀여운 아스타가 폐하의 뒤를 이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서운하죠.”

    “이 녀석이!”

    한껏 심각했던 분위기가 내 애교 한 방에 한껏 밝아졌다.

    까르륵 웃으며 나는 참 오랜만에 폐하의 무릎에 앉았다.

    “저도 이젠 많이 자라서 무거우시죠?”

    “무겁기는. 내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한들 너 하나를 못 들어 올릴까 봐.”

    힘자랑이라도 하듯이 폐하는 가볍게 나를 들어 올리고서.

    “허, 허리가……!”

    “폐하! 아니에요. 저 가벼워요. 가볍다고요!”

    “아이고, 나도 이제는 정말로 늙은 모양이로구나!”

    “이러실 거예요, 진짜!”

    대놓고 장난을 치는 폐하의 농간에 결국 피장파장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분위기가 다시 화기애애하게 바뀐 후에야 나는 내 속내를 모두 털어놓았다.

    “라이언을 좋아해요.”

    “……좋아한다고?”

    “네. 제가 라이언을 좋아해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고 싶을 만큼 아주 많이요.”

    어떤 이해타산도 없이 이 마음은 그저 온전히 그 애만을 위해 아껴 두고 싶다.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위해 주었던 그 애에게 받은 게 너무 많으니까.

    아빠가 무사한 것도, 플로리아 언니가 행복해진 것도,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그 애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터.

    “이제는 제가 이 손으로 라이언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남들 눈에는 참으로 하찮은 소원이겠지만, 한참 떨어져 있다 보니 오히려 내 마음은 더욱 선명해졌다.

    이런 내 말을 들은 폐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네 아빠와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아빠가요?”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서, 네 엄마는 참 열심히 밀어내다 결국 함락당하고 말았지.”

    어떤 풍경이었을지는 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한참 어린 아빠를 무시하며 도망 다녔을 테지만, 사랑에 빠진 연하남이었던 아빠는 어떻게든 엄마를 쫓아다녔을 것 같다.

    “자세한 건 왕비가 알고 있단다. 내게 들었다고 하면 이야기해 줄 테지.”

    “감사해요, 폐하.”

    “고마우면 여기 뽀뽀나 한번 해 주렴.”

    어린 시절처럼 요구하는 폐하의 말에 나는 의젓하게 거절의 뜻을 표했다.

    “왕비님께 배웠답니다. 레이디의 입술은 소중하니까, 어린아이처럼 구는 건 예법에 어긋난다고요.”

    “이 녀석, 무서운 스승을 만나더니 아주 제대로 배웠구나.”

    [(완료)히든 퀘스트 ― 그땐 그랬지]

    [연하남 ― 왕비가 반대한 이유] 키워드 획득

    추가 보상 ― 궁중예법 10 상승

    [궁중예법] 80(▲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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