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네가?”
“아스타가 배우는 거면 같이 배워 두고 싶어.”
별로 재미있거나 그렇진 않을 텐데, 세드릭은 요즘 들어 내가 듣는 수업도 은근히 함께 듣는 날이 많아지긴 했다.
“재미없지 않아?”
“재밌는데.”
원래도 딱히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세드릭은 태연히 말했다.
“너랑 같이하니까 재미있는 거야.”
“취향 한번 진짜 이상해.”
국왕의 후계자가 된 이후로 하루 일정이 더 바빠지긴 했는데, 세드릭은 그런 내 옆에 꼭 붙어서 잠시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오늘은 왕비님한테 안 가?”
“당분간은 좀 그래.”
연하남이라는 키워드를 알아내긴 했는데 이건 누가 봐도 아빠 얘기인 것 같아서 좀 더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다만 조금 걱정되는 건…….
‘세드릭과 이렇게까지 이 내용을 공유하는 게 괜찮을지 모르겠단 거지만.’
아기 여우 라이언은 낯선 사람이 와서 그런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아가씨, 슬슬 국무회의에 가실 시간이에요.”
“아, 응.”
수업도 수업이지만 역시나 중요한 건 국무회의다.
게다가 오늘은 폐하의 일정 때문에 오후에 잡혀 있고, 왕비궁에서 귀족 부인들과 다회도 있어서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
“우선은 국무회의에 가야지.”
“그럼 내가 부인들의 다회에 갈게.”
“네가?”
“응. 아스타가 오기 전까지 내가 잘 진행하고 있을게.”
“나도 회의 끝나면 거기로 합류할게.”
바쁜 일정을 분담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편안하다.
왕비님의 사교 수업은 특히나 효과가 좋았으니까, 이젠 귀족 친구도 생겼고.
세드릭 역시 왕비님의 제자였으니 부인들의 모임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기도 좋다.
“그럼 이따가 봐.”
눈치껏 먼저 움직이는 그를 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편하단 말이지.”
* * *
국무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입구에서 몽펠리에 후작을 마주했다.
“여기서 뭐 하세요?”
“안 그래도 아스타로테 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 뭔 소리를 하려고 그러지 싶었는데 역시나.
“아르그란드 부인의 얘기는 들었습니다.”
역시나, 그 일이 후작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 없다.
그 일로는 정말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나는 고개만 까딱, 하고 말았다.
“뜻밖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먼저 물어보고 들쑤시고 다니실 줄 알았는데.”
이건 칭찬이야 욕이야.
좀 아니꼽긴 하지만 나 역시도 똑같이 되받아쳤다.
“나도 바쁘거든요, 그리고 세드릭한테도 너무 뭐라고 하진 마세요.”
날카로운 내 반응에도 몽펠리에 후작은 스스럼없이 말을 이었다.
“아르그란드 부인의 말로는, 세드릭이 다른 사람처럼 변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동안은 매번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했으니까. 세드릭이 언제까지나 그럴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변해야죠. 맨날 그렇게 살 순 없잖아요.”
아빠 눈치만 보고 소심하게 사는 건 아무래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딱 잘라 말하자 후작은 기꺼이 에스코트를 청했다.
“그 점은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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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펠리에 후작의 호감도 : 55(▲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