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90)화 (90/123)

제90화

내 주변에 연애 고수가 있던가.

‘플로리아 언니는 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안 됐을 거고.’

폐하는 누가 봐도 아니고 아빠는…… 말을 말자.

그렇다고 왕비님을 다시 찾아갈 수는 없다.

“망했어!”

애초에 연애는 둘째 치고 최소한 말이 새어 나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필요한데.

내 대나무숲이 되어 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

“아!”

하나 있긴 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가씨, 어디 가세요?”

미나가 물었다. 나는 소매까지 걷어붙이고 나섰다.

“디오니스 경한테!”

“이 시간에요?”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지.”

마음이 급한 나는 뒷일은 미나에게 맡기고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길을 나섰다.

기사 숙소로 가려면 분수를 지나가는 길이 가장 가깝다.

“윽!”

코너를 돌기 전,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망토를 쓴 남자와 부딪쳤다.

“너는…….”

“지난번의 그!”

그는 무척이나 곤란한 듯 주변을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마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무슨 일 있어요?”

지난번에 고민을 들어줬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게 말했다.

“길을 잃어버려서 그런데, 혹시 감옥이 어디 있는지 알아?”

‘……이 시간에 면회를 온 건가?’

왕궁 안에는 두 개의 감옥이 있다.

평범한 죄수들이 가는 일반 감옥과 마법을 쓰지 못하게 가둬 놓는 마법사 감옥.

일반 감옥의 경우에는 사고를 친 병사들도 가끔 가기 때문에 면회를 왔다면 그쪽일 가능성이 크다.

“저기예요.”

“고마워. 답례로 이걸 줄게.”

그는 내게 둘둘 말린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요?”

“필요할 때 쓸모가 있을 거야. 잘 사용하도록 해.”

어딘가의 통행증이라도 되는 걸까.

어쨌든 답례까지 하는 걸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는 그렇게 감옥을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미나가 물었다.

“아가씨, 근데 저 사람 마법사 아닌가요?”

“마법사라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 정도로만 여겼는데, 나는 묶어 놓은 두루마리를 펼쳤다.

[획득 : 마법 스크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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