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엄밀히 말해 세드릭과 나는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러니 굳이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번 퀘스트의 달성 조건은 세드릭의 호감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뭐, 뭔가 잘못 안 것 같은데?”
열심히 눈동자를 굴리는 나를 두고 세드릭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안 거 맞잖아.”
“그, 그, 그, 그런가?”
“아스타는 정말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구나.”
이미 다 들켰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작전을 바꿨다.
“밤늦게 잠들 곳이 없길래 내가 도와줬지!”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
“아스타는 그라나다 소공작을 좋아하는 거지?”
세드릭의 물음에 나는 되물었다.
“그게 왜 궁금한데?”
“뭐?”
“내가 라이언이랑 몇 년을 붙어 다녔는데. 밤에 갈 곳 없는 친구에게 방 하나 내어 준 게 그런 말을 들어야 할 일이야?”
대놓고 물어보는 내 물음에 세드릭은 주저하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되레 적반하장으로 나간 건데 생각보다 잘 먹혔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세드릭은 소심하니까, 빙빙 돌려 가며 눈치 주는 건 잘해도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또 아무 말도 못 하는 것 같다.
이걸 장점으로 봐야 할지 단점으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세드릭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
“나, 나를?”
물론 이런 식으로 상처만 주면 곤란하니 연고에 반창고까지 같이 붙여 줘야 한다.
“그래. 이 궁 안에 내 편이 몇 명이나 있다고, 성가신 일인데도 넌 지금 기꺼이 날 도와주고 있잖아.”
단도직입적으로 전하는 내 말에 세드릭은 두 눈을 깜빡이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에 이렇게 약해서야.
아무리 봐도 이건 몽펠리에 후작이 못되게 군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잘 해내고 싶어. 우리 같이 힘내자.”
“응, 아스타.”
“뭔가 실마리가 잡히면 연락해 줘. 알았지?”
“응, 그럴게!”
소심하게 매달릴 땐 언제고 겨우 저 말 한마디에 저렇게 기분이 좋아져서는 한껏 들뜬 모습이 꼭 강아지 같다.
생긴 건 정말 내 취향에 맞게 귀엽긴 하지만 역시나 결혼 상대로는 아니다.
뭐랄까. 미덥지 못한 점이 내가 아는 누군가를 무척이나 닮은…….
“아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향기가 난다고 했더니 세드릭은 역시나 아빠를 닮았다.
엄마가 아빠에게 느낀 마음이 꼭 이랬을까. 하물며 여섯 살이나 연하였으니까.
“연하남이라.”
[키워드 획득 : 연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