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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79)화 (79/123)

제79화

어린애 같은 것보다는 차라리 애늙은이 같은 게 훨씬 낫다면서 갑자기 왕비님의 분노가 국왕 폐하를 향했다.

“너네 문제만 해도 그래. 나랑 상의 한마디 안 하고서, 그렇게 마음대로 처리해 버리다니.”

“……그러게요. 폐하가 제일 나빠요.”

아무래도 왕비님과는 묘한 유대감이 생길 것 같은데, 때마침 전령이 폐하의 도착을 알렸다.

“폐하께서 도착하셨…….”

“아스타! 준비는 잘 되어 가느냐?”

해맑게 들어오던 폐하는 왕비님을 발견하고 이내 걸음을 돌렸다.

“이따가 다시 오마.”

“분명 부탁드린 일이 있었을 텐데, 폐하께서 왜 여기에 계시는 거죠?”

“그건 우수한 부하들에게 맡겨 두었지.”

체통이고 뭐고 내버려 두고 도망치는 폐하를 보며 왕비님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세드릭은 안 된다는 왕비님의 말씀이 오늘따라 참으로 뼈저리게 다가왔다.

“아스타.”

“네, 왕비님.”

“결혼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단다.”

“백번 옳으신 말씀이에요.”

의젓한 나를 앞에 두고 왕비님은 아련한 미소를 머금었다.

“네 엄마가 널 가졌을 때 그랬었지. 아들이든 딸이든 왕위까지 노려볼 엄청난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말이야.”

“그럼 설마 제게 계승권을 남겨 둔 것도…….”

왕비님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 모든 기회는 살아생전 아스타로테의 엄마가 마련해 줬던 거였다니.

나는 왕비님의 옷소매를 꼭 잡았다.

“더 듣고 싶어요. 아빠와 엄마가 어떻게 만난 건지, 어떻게 결혼한 건지까지 전부 다요.”

마음이 급한 나를 앞에 두고 왕비님은 아련하게 미소 지었다.

“그건 앞으로 천천히 이야기 나누자꾸나. 아직 시간은 넉넉하고, 넌 아직 배울 게 한참 남았으니 말이야.”

그건 좀 무서운 말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매번 우울증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쓰러졌던 왕비님은 나라는 목표물을 앞에 두고 완전히 의욕을 되찾았다.

이제는 정말로 보이지 않는 벽을 가볍게 뛰어넘은 것만 같다.

왕비님은 화사하게 꾸민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렇게 보니 정말 시간을 되돌아간 것만 같아, 그 애가 이 모습을 봤다면 정말로 기뻐했을 텐데.”

“왕비님은 우리 엄마를 정말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그럼, 물론이지. 비록 지금은 우리 곁에 없다고 해도 에스텔라는 언제나 우리를 비춰 주는 따뜻한 빛이었단다.”

소중한 사람은 이미 떠나고 없어도 그 사람의 흔적은 반드시 누군가의 가슴속에 남는다.

“아스타로테 님.”

준비를 모두 마치고서 나는 무거운 망토를 걸치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뎠다.

붉은 융단을 따라 한참 걸은 후에야 드디어 대성당 예배당의 입구에 도착했다.

복도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폐하를 바라보며 나는 우아한 발걸음을 이어 나갔다.

이번에는 절대로 넘어져서는 안 될 자리니까.

거대한 제단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선 폐하는 더없이 진중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평생을 국민과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물론입니다.”

“대답 한번 시원하구나.”

[(획득)칭호 ― 로젠버그 왕국의 정식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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