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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78)화 (78/123)

제78화

한없이 진지한 라이언의 결론은 한마디로 못 온다는 거다.

아까 아빠의 편지에서도 분명 문제가 생겼다고 하긴 했었다.

“내 책봉식에 안 온다는 거야?”

“혹시 북부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세드릭이 어떻게 나도 오늘 받은 편지 내용을 아는 걸까.

수상하게 쳐다보는 나를 앞에 두고 그는 괜히 고개를 숙인 채 소심하게 자기가 들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실은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북부에서 오지 못하게 할 거니 너만 잘하면 된다고요.”

“누구를?”

“거기까지는 못 들었어요.”

“세상에.”

그러니까.

몽펠리에 후작은 라이언이 내 책봉식에 참여하는 게 싫어서 저기까지 마수를 뻗었다는 걸까?

잠깐만.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다는 건…….

“나도 파트너가 없어지는 거잖아!”

아빠는 기쁘게 파트너 자리를 수락할 테지만, 그렇게 되면 히든 퀘스트가 날아가고 왕비님의 호감도는 얻을 수 없고.

연쇄적으로 메인 퀘스트까지 모조리 망해 버리게 될 터.

“저, 저기…….”

겁먹은 토끼처럼 웅크린 세드릭을 앞에 두고 나는 다짐했다.

“세드릭?”

“싫어요. 괜히 실패했다가는…….”

“지금 나랑 장난해!”

무시무시한 내 표정 때문이었을까.

겁에 질린 세드릭은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거기 서!”

그러니 이번 파트너는 무조건, 절대로, 반드시 세드릭이 되어야 한다.

“싫어요, 싫다고요!”

차를 가지고 오던 이슈발이 우리의 상황을 목격했다.

“거기, 뭐 하시는 겁니까!”

“잡아, 잡아요!”

우렁찬 내 외침에 그는 가볍게 버둥대는 세드릭을 안아 들었다.

“이거 놓으십시오!”

“잡으라고 하시니 잡았습니다만. 이대로 던져 버려야 하는 겁니까?”

“던지기는 무슨. 세드릭은 내일 제 파트너 신분으로 무도회에 갈 거예요.”

“뭐라고요?”

당황한 이슈발의 손에 힘이 빠지자 세드릭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발을 버둥거렸다.

그때 소란을 들은 몽펠리에 후작이 달려왔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마침 잘 왔어요, 몽펠리에 후작. 세드릭에게 파트너 신청을 했는데, 싫다고 계속 절 밀어내지 뭐예요?”

“아스타!”

아빠 말이라면 뭐든 다 듣는 파파보이 세드릭은 겁에 질린 눈으로 제 아버지를 올려다봤다.

“아버지, 그게…….”

“참으로 잘된 일이로구나.”

참 안 어울리는 환한 미소를 머금은 몽펠리에 후작은 나와 세드릭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아스타로테 님께서 직접 제 아들을 데리러 오실 줄이야.”

“연습할 때부터 제 파트너는 쭉 세드릭이었으니까요.”

“내가 언제……!”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도 세드릭은 이내 자기 아빠의 눈치를 보고서 고개를 푹 숙였다.

불쌍하긴 하지만, 나도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다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저도 너무나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세드릭과 꼭 함께하고 싶어서 이렇게 오게 되었답니다.”

왕비님의 호감을 받아야 하니까. 몽펠리에 후작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폐하의 말씀은 빛과 소금, 진리 그 자체였다.

“이 얼마나 반가운 말씀이신지. 내일 연회에 차질이 없도록 완벽하게 준비해 두겠습니다.”

[(완료)히든 퀘스트 ― 병문안]

보상 : 로제타 왕비의 호감도 73(▲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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