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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왕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 (76)화 (76/123)

제76화

“멍청한 것 같으니라고!”

열등생들만 모아 둔 곳에서 당연히 세드릭이 가장 뛰어날 줄 알았는데.

모두의 실력이 쑥쑥 느는 사이 세드릭만 오히려 제자리걸음이다.

후작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슈발은 그런 세드릭을 대놓고 비웃었다.

“어리석은 녀석.”

몽펠리에 후작 역시도 그런 이슈발의 행동을 그냥 내버려 뒀다. 아니, 오히려 부추기기까지 했다.

“차라리 너희 둘이 바꿔 태어났어야 했는데.”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결과가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지.”

매일같이 저렇게 아버지 곁에서 자신을 비웃는 이슈발의 말에 세드릭도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그래서 아스타로테에게 우승을 빼앗긴 겁니까.”

“뭐라고?”

“그래 봤자 조카잖습니까. 아들이 아니라.”

“이 자식이!”

주먹을 드는 이슈발을 뻔히 보고서도 아버지는 끝내 세드릭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얼굴은 건드리지 마라. 저 녀석에게는 그거 말고는 없으니 말이다.”

“하긴. 그렇죠.”

이슈발의 노골적인 비웃음에 세드릭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신분조차 드러낼 수 없는 서자에게 오히려 무시당하는 제 처지라니.

입술을 꾹꾹 깨물고 참아 보려 해도 벅차오른 서러움은 좀처럼 가실 길이 없다.

“정신 똑바로 차려. 그놈이 절대 참석할 수 없게 손을 써 뒀으니 너만 제대로 하면 돼.”

“……예, 아버지.”

무슨 말인지 모를 이야기를 듣고 힘없이 방을 나선 후에야 고였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서운해.”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건만, 돌아오는 건 비난뿐.

대체 얼마나 더 노력해야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도 이것보다는 덜 허무할 것 같은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눈물을 쏟아 낸 날 아침, 세드릭은 처음으로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왕비의 수업에 결석했다.

“다행이다.”

그렇게 하루가 속절없이 지나는 동안 세드릭은 이불 속에서 빌고 또 빌었다.

부디 내일이 오지 않기를.

부디 내일이 찾아오지 않기를.

하지만 야속한 태양은 세드릭의 마음도 모르고 또다시 하늘로 떠올랐다.

‘차라리 다치면…….’

아스타로테가 머리를 박고 쓰러졌을 때 모든 일정이 중단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크게 다치는 것도 수업을 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도련님?”

세드릭은 이를 악물고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다.

“도련님!”

무참히 계단을 구른 세드릭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세드릭 녀석. 결국은 농땡이인가.”

갑자기 수업에 나오지 않게 됐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처음에는 아프다더니 그 이후로도 온갖 핑계를 대며 수업에 나오지 않는 세드릭 때문에 왕비님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냥 핑곗거리를 만든 거겠죠.”

“하지만…….”

“심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 모두 이렇게 성장했는걸요.”

열등생 모임이라는 소리가 우스워질 만큼 이제 다들 귀족다운 면모를 갖췄다.

“그거야 그렇긴 하지.”

당신의 리더십 있는 모습에 로제타 왕비의 호감도가 5 상승합니다.

로제타 왕비의 호감도 : 6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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